일제 강점기'는 북한 용어. 사용하지 않았으면 내가 입력한 글자가 틀린 단어도 아닌데 강제로 다른 단어로 바꾸어지는 것에 나는 성이 난다. 무학산(회원)
'반당 분자 가차 없이 처단하라' 이는 박정희 각하가 한 말이다. 대통령이 집권당 당수(黨首)를 겸하던 시절이었으니 능히 있을 수 있는 지시다. 1971년 신민당이 냈던 오치성 내부무장관 해임결의안 투표 때 신민당에 동조하여 자당과는 다른 투표를 했던 이를 두고 한 말이었다. ‘반당 분자 가차 없이 처단하라’는 말이 신문 기사 제목으로 실린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대통령도 북한 용어인 ‘반동분자’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생소하면서도 비민주주적인 말임을 무릅쓰고 '반당분자'라 말한 것이다 ‘한글’로 일제 시대를 타자하면 저절로 ‘일제 강점기’로 변환된다. 이걸 막고자 일제와 시대를 저렇게 띄어쓰기 했다. 일제 강점기란 말은 북한 용어로서 우리의 일제 시대에 해당하는 말이다. 남이 입력한 글자를 강제로 다른 글자로 변환시킨다면 강제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된다. 백번 양보하여, 일제 강점기란 말이 북한 용어가 아니라 할지라도, 내가 입력한 글자가 틀린 단어도 아닌데 강제로 다른 단어로 바꾸어지는 것에 나는 성이 난다. 타인의 글자를 강제로 바꾸는 그 자체가 불순한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임이 왜 아니겠는가. 간혹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은 빨간색 밑줄이 그어지기는 하지만 강제로 변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문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도 밑줄 정도에 그치는데, '일제 강점기'로 쓰기로 정하지도 않아 놓고 남이 입력한 글자를 제 마음대로 바꾸어 버린다. 우리에게 북한 용어를 강제하는 것은 북한만이 할 일이지 않겠는가. 8.15 공간에서 어느 유명 정치인이 단어 하나를 갖고 탄식한 적이 있었다. 북한이 '인민'이란 말을 선점. 사용하는 탓에 우리는 ‘인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을 한탄했고, ‘인민’이란 좋은 낱말이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탄식했던 것이다. 우리가 북한 용어에 친숙해지면 북한 사상에 친숙해지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져 나중엔 아(我)와 비아(非我)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적과 아군도 알아보지 못하게 돼 버린다. 나아가 북한 정권에 호의감을 갖게 되고 마침내 심정적 동정심을 갖게 된다. 작은 북한 용어 사용 하나가 나라를 자빠뜨리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란 말이 어째서 걷잡을 수 없게 퍼져나갔으며 또 사용하게 되었을까? 북한 용어란 것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겉멋 꾸미기 좋아하는 버릇 때문일 수도 있다. 흔하게 사용하는 일제 시대보다 낯선 ‘일제 강점기’라 말하면 조금 유식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멋있어 보이기도 할 테니까 별 생각 없이 썼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 용어가 마치 주인인 듯 우리 두뇌를 차지하게 되었다. 생각 없었던 거기에 북한의 생각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어제 TV조선 9시 뉴스의 말미에서 앵커가 '일제 강점기'라 말했다. 앵커가 저러면 온 국민이 저럴 것은 시간문제다. 나라가 안으로 무너지고 있다. 제풀에 무너지고 있다. 어찌 슬프고 분하지 않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