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인기
젊은 술 Young酒를 빚는 사람들, 주티스트(酒:tist)
수정일 : 2021.05.26
푸른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옛 고장, 영주의 변신
“영주는 단색 느낌이에요. 젊은 사람이 와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영주가 무지개색 여행지면 좋겠어요.”
소백산의 아름다움과 부석사·소수서원 등의 문화유산을 간직한 영주. 그동안 체험형 여행지나 2030세대를 매혹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해 젊은 관광객들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네 사람이 모여 영주시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주티스트를 결성했다. 그들에게는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 요소가 늘어나고, 그것들이 영주 지역의 문화와 어우러지면 굉장히 재미난 여행지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 주티스트는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해 지역 전통주를 만들고 전통주 빚기, 인삼막걸리와 누룩 쿠키 만들기 체험을 제공한다.
주책전 행사 모습 (제공: 주티스트)
주책전 행사 모습 (제공: 주티스트)
청년들은 양조장 속 주책파티 ‘주책전(酒.冊.煎)’을 기획하며 만났다. 각자 책 한 권을 가져와 좋아하는 문장을 낭독하고 공연도 즐기는 행사였다. 전통주와 맛깔난 안주도 빠지지 않았다.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했으며, 특히 문화 이벤트에 목말라하던 지역 2030세대의 반응을 보고 가능성을 엿봤다.
사과와 부석태로 빚은 전통주
사실 영주에는 안동소주나 경주법주처럼 이름난 전통주 브랜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주티스트가 전통주에 관심을 가진 건 여행자가 유명한 관광지만 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현지인이 아는 작고 소소한 매력을 지닌 장소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영주의 농산물로, 우리만의 스토리를 담은 술을 빚어서, 우리 지역을 알리는 문화의 진원이 되고 싶다.”는 게 주티스티의 바람이다. 그렇기에 제품으로서 술이 아니라 문화로서 술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티스트의 근간은 영주의 대표 막걸리 양조장인 만수주조다. 주티스트의 전통주 연구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주 햅쌀로 빚은 영주생탁과 영주풍기인삼축제를 전후해 10~11월에만 구매 가능한 홍삼막걸리가 대표 술이다.
만수주조 양조장 입구
주티스트의 전통주는 영주 햅쌀로 만든다
현재 주티스트는 과일탄산약주를 개발 중에 있다. 전통주에 기반을 두되, 2030세대가 좋아할 만한 맑고 가벼운 술을 목표로 한다. 파티나 모임 또는 홈술족이 편하고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술을 만들고자 한다. 영주는 이를 위한 최적의 고장이다. 소백산 자락에 위치해 공기가 맑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일교차가 커 과일의 당도가 높다. 부석 사과나 순흥 복숭아, 단산 포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흠집이 있어 제값을 받지는 못하지만 맛과 당도는 뒤지지 않는 못난이 과일을 활용할 생각이다. 영주에서 생산되는 토종 콩인 부석태를 이용한 건강약주도 구상하고 있다. 부석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콩 품종 가운데 손꼽을 만큼 굵다. 주티스트는 부석태 본연의 맛을 전통주에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연구 중이다.
이보영 이사가 그린 발효 마인드맵
막걸리 제조에 사용되는 누룩
여행자의 마음을 취하다
주티스트는 ‘우리술 보틀샵(Bottle Shop)’이라는 복합문화공간 사업도 준비 중이다. 단순히 술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술과 음식, 음악, 의복 등을 한데 모아서 색다른 시도를 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람들이 술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더불어 젊은 세대의 감성을 녹여낼 수 있는 공간이다. 전통주를 빌려 지역 술 문화 공간을 만들어 제2, 제3의 주책전을 열어 지역의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발효체험학교 띄움 실내 모습
발효체험학교 띄움은 주티스트가 그리는 꿈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장소다. 현재는 만수주조의 막걸리 프로그램 체험장이다. 우선은 이 공간을 빌려 우리술 보틀샵(Bottle Shop)의 여러 프로그램을 미리 실험하고 있다. 위치는 안정면 신전리다. 신전리는 ‘새기실’ 또는 ‘새밭’이라고도 부른다. 주티스트에게는 전통주의 새밭인 셈이다. 발효체험학교 띄움에서는 주로 전통주 체험이 이뤄진다. 현시점에서 주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발효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으나, 근래 들어서는 가족이나 연인 단위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나만의 전통주 빚기 체험 중 고두밥과 누룩을 버무리는 과정
체험프로그램으로 완성한 막걸리
대표 프로그램은 ‘나만의 전통주 빚기’다. 식힌 고두밥(찐밥)에 누룩을 넣어 비빈 후, 물을 더해 한 번 더 버무린 다음 용기에 담는 순서다. 직접 만든 막걸리를 집으로 가져가 숙성시킨 후 맛볼 수 있다. 체험은 약 60분이 소요된다. ‘누룩 쿠키 만들기 체험’과 함께 진행해도 좋다.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체험하기에 알맞고, 쿠키를 굽는 동안 ‘나만의 전통주 빚기’를 하면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실내 한편에는 누룩틀과 용수 등 전통주를 빚는 과정에 쓰이는 도구들을 전시한다. 발효체험학교 바깥 데크에는 쉼터를 마련했다. ‘주책전’이 열린 뒤뜰이 보이는 자리다.
영주 햅쌀로 찐 고두밥
누룩 쿠키 만들기 체험
맑은 술을 걸러내는데 쓰던 용수
야외 행사장으로 쓰이는 발효체험학교 띄움의 정원 (제공: 주티스트)
“영주가 힐링하기 좋은 곳이지만 좀 더 재미나고 활기차져야겠죠. 유교와 선비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다양한 게 많네, 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래서, 그 기억 때문에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영주가 됐으면 좋겠어요.”
젊은 술을 빚는 사람들, 주티스트가 꿈꾸는 영주 여행의 미래다.
여행정보
발효체험학교 띄움(경북 영주시 안정면 용주로 1364번길 12)
- 문의: 010-9591-5641
- 참가방법: 전화 신청
- 기간: 예약제(일요일, 공휴일 휴무)
- 이용요금: 나만의 전통주 빚기 20,000원, 인삼막걸리 만들기 25,000원, 누룩 쿠키 만들기 25,000원
- 홈페이지: https://nulook.modoo.at
숙박정보
- 한국선비문화수려원: 한국관광품질인증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806 / 054-631-9888 / www.sunbi.info
-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 1400 / 054-604-1700 / www.taliaresort.co.kr
- 영주온천호텔: 경상북도 영주시 대학로240번길 8 / 054-634-1000 / www.yeongjuhotel.co.kr
식당정보
- 순흥전통묵집 : 전통묵밥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순흥로39번길 21 / 054-634-4614
- 서부냉면: 냉면 /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인삼로3번길 26 / 054-636-2457
- 중앙식육식당: 한우갈비살/ 경상북도 영주시 중앙로 113-1 / 054-631-3649
글/사진 : 박상준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1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