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향 배인 오래 된 나무 결
시간의 깊이만큼 서늘한 고요를 깔고 눕는다
대장군 처럼 대청마루를 지키고 서 있는 묵은 뒤주
그 옆으로 난 쪽문으론 키 낮은 돌담이 같이 늙어가고 있다
오후의 텅 빈 마을을 채우는건 자지러지는 매미소리,
가끔 들려오는 늙은 소의 먼 울음은
외로운 한 낮의 태양만큼 아득하다
배로 한 달이나 걸리는 이삿짐에
꼭꼭 챙겨 넣어주신 어머니의 이불
살인적인 햇빛으로 썬 크림과 물에는 세금도 안 붙는 이 곳 텍사스 햇살 아래
여름에도 무릎 시려 목화 솜 이불 덮고 누우면
그 아득했던 세월건너 외가댁 대청마루로
낮은 돌담너머 두 노인이 굽은 허리로 마실 을 온다
자식도 없이 살던 두 노인 내외가 늦둥이 자손 본 듯 키우던 *함박꽃
동글동글 맺혀있던 꽃물인지, 꿀물인지, 이슬인지
하여간 함박 머금어 함박 꽃 인가 했다
늦둥이 우리 아들 하필이면
함박 꽃 문양 덮어 쓴 목화 솜 이불에
커다란 함박 꽃 하나 더 새겨 넣었다
알록달록 함박 꽃이 그려진 목화 섬 이불을 덮고 있으면
셋째 고모가 월남 계집애 라고 유난히 놀렸던
흑단같이 윤기 흐르는 까만 바가지 머리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새카만 눈만 반짝반짝 빛난다던
자그마한 일곱 살 계집애로 누워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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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니 내가 함박꽃으로 알던것은 모란꽃 이었다.
'함박꽃'을 사전에 찾아보면
[1. 함박꽃나무의 꽃. ≒함박. 2. 작약의 꽃]이라 나옵니다.
모란이나 목련도 함박꽃이라 합니다.
모란은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며 역시 미나리아재빗과지만 관목(灌木;작은키나무)입니다.
(송흥기님의 블로그 '재미있는 우리 말 이야기' 에서)
첫댓글 그동안 4군데로 이사 하느라 좀 바뻤습니다. 모두들 여일 하시리라 믿으며...
** 윤은숙 님, 오랜만입니다. '시하늘'여름호에 임의 시 '초혼'을 싣고, 말씀대로 책을 서울(친정댁)로 우송했습니다만 받아보셨는지요? 연락주시고요, 아시는 대로 자작시 게시판에는 태그가 금지돼 있으니 아랫단 사진을 지워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아리한 아픔 목화솜으로 덮습니다
목화솜 이불..참 묵직하면서도 가볍고 여름엔 시원하면서도 따뜻하고..뭐라 한 마디로 표현이 안되는 좋은 이불 이예요.
그걸 이사 때마다 가지고 다니신 님의 마음이 아련합니다. 함박꽃무늬 마다. 그동안 4군데로나 이사한 연유가 궁금해집니다. ^^
시집 올 때 친정 어머님이 해 주신 목화솜 이불 저두 아직도 간직하고 있네요. 목화솜 이불에 담 긴 진한 사랑이야기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