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최고 이슈인 청년실업문제는 농구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일 있었던 2004 KBL드래프트에서 단 17명만이 선발돼 졸지에 유망한 선수들이 갈길을 잃었다.
특히 이정호(성균관대), 어수훈(경희대)등 센터들은 전멸했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표출신의 김경범(성균관대), 남호진(건국대)등도 졸지에 유니폼을 벗게 되었다. 현재까지 고대 출신의 마영진만이 KTF의 수련선수로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했을 뿐이다.
이들은 대학 4년생까지 자신의 젊음을 바쳐 모든 것을 농구에만 걸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한 외면뿐이었다.
현재 삶의 희망을잃고 실의에 빠진 선수도 있고 군입대를 앞두었다는 선수도 있다.
운동을 자의에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만둔 선수들을 일상에서 만나보면 내색은 안하지만 한결같이 코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그걸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실로 눈물겨울 뿐이다. 남자대학농구의 참담함과 맞물려 여자대학농구 졸업생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못해 한편의 참혹한 희극을 맛보게 한다.
물론 지금까지도 대학졸업 후 여자선수의 진로는 지극히 막연함 그 자체였다.
농구를 다시하기에는 나이도 많고, 기량이 떨어진다는 편견으로 그 흔한 드래프트에 명함조차 내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자연히 할줄아는 기술이라고는 농구밖에 없는데 그녀들을 받아주는 곳이라고는 스포츠센터에 시간제 농구강사라면 황송할 따름이었다. 아니 대학을 졸업하면 스스로 아예 농구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다는 편이 옳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운동을 한 선수는 지난해 수원대학교 마수휘가 첫 스타트였으니까.
올해 졸업생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현재까지 수원대학교의 김영숙이 금호생명 여자농구단 연습선수로, 한림정보산업대학 졸업예정자인 가드 김화영이 실업리그 사천시청 농구단에서 농구를 계속 하기로 했다. 용인대의 간판 김서영은 결혼이라는 평범한 여자의 길을 택했다. 단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졸업생들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생계가 막연한 실정이다. 본인들이 꺼리기에 일일이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대학에 유망한 선수로 활약했던 여자선수들이 농구와 전혀 무관한 캐디직을 위해 꼭두 새벽 골프장으로 향하고, 마사지 기술을 익혀서 고된 서비스업을 영위하려고 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잠도 제대로 못이루고 병원에 간병인으로, 박봉의 영업직으로 삶을 위해 뛰고 있다. 아니면 집에서 멍하니 웅크리고 있기 눈치보여 밤이면 호프집에서 푼돈벌이 서빙일이라도 감사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이렇게 코트 밖으로 내몰았는가.
농구장에서 외면당한 선수들은 한결같이 숨가쁘게 '수비수비'를 외치면서 뛰던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아직 나이도 20대 중반. 이제 겨우 농구의 눈을 뜰 수있는 나이건만 현실은 싸늘하기만 하다. 남자농구처럼 당해년도 졸업생뿐만 아니라 그 밖에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과감히 도전할 수있는 풍토를 마련해야한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필자가 아는 몇몇 유망한 선수들이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준비했다가 '어짜피 10명뽑으면 끝날텐데..'라며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물론 실제 드래프트에서도 여전히 14명 만이 뽑혔다.
연습생제도를 두고 있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연고를 바탕에 둔 관례성 연습생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대표로 오랫동안 활약했던 명슈터 권은정(전 현대)은 지금 모교인 수원 화서초등학교 농구부코치로 근무하고 있다. 프로에서의 고액연봉도 없는 박봉에 시달리는 코치지만, 권은정같이 농구와 함께 계속 지도자 생활을 걷는다는 건 거의 신화에 가깝다.
'저희에게도 기회를 줘보세요' 봄기운이 서서히 느껴지는 겨울이건만 미취업 농구선수들의 시련은 차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