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사람들 싸이월드>싸이월드는 초기부터 이런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발전해 왔다. 원래 싸이월드를 비롯한 각종 블로그들은 오프라인 인맥을 기본으로 한 운영을 전제로 한다. 다른 블로그들과의 차별성으로 싸이월드는 '사람찾기'라는 강력한 기능을 도입했고, 덕분에 멀어졌거나 끊어진 관계가 이어지는 등 과거 다모임이나 아이러브스쿨이 담당했던 강점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파도타기, 타인 미니홈피로의 접근성의 용이함을 들어 인간관계의 폭은 상당히 넓어졌다. 한친구의 미니홈피 게시물이 연결고리가 되어 다른 친구들에게로 건너건너 갈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원하는 동창들이나 지인들의 홈피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이러한 인맥을 기본으로 한 운영방침 덕분에 과거 온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친구가 늘어났다.
그리고 정말 '웬만한' 지인과는 '일촌' 이라는 나름대로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 일촌이란 서로의 블로그를 주기적으로 들를 의무를 부여함을 뜻한다. 우습게도 관리창에는 지난 달에 자신의 홈피를 방문하지 않은 일촌들의 이름이 나와 있고, 일촌평을 가장 많이 올린 일촌들의 이름도 순서대로 나와있기에 적어도 한 달에 한번쯤은 상대의 홈피에 들려야만 서운함의 눈길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친밀감이나 깊이 등은 오히려 얕아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소통의 방식은 방명록인데, 모든 방문객에게 공개되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그다지 많지도, 깊지도 않은 법이다. 마치 메신저에 등록된 많은 대화명 중 진실로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듯, 당신이 예의상 신청하고 수락한 그 수 많은 일촌관계속에서 진실로 소통하고 오가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오히려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사이버 세계, 그 열린 공간이 주는 외로움의 아이러니는 현실의 외로움보다도 더욱 깊숙한 아픔이 아니던가.
관음증 혹은 노출증
묘한 관계에 놓인 사람의 미니홈피를 찾아갔다가 이벤트에 걸려 흔적이 남는 바람에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가. 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의 교훈은 '헤어진 옛 애인의 홈피를 훔쳐볼 때는 꼭 로그아웃을 해라'가 아니라, '우리 욕망의 한 부분을 인정하자'이다.
불특정 다수의 미니홈피를 떠도는 바보는 없다. 방문객의 목적은 순수하게 게시물을 보고자 함이 아니고, 어떤 게시물이든 주인이 올린 것, 곧 주인의 흔적을 보고자 함이다. 이는 홈피를 이어주고 검색하는 키워드가 주제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가끔 랜덤 기능으로 찾아오는 제 3의 인물을 제외하고는 당신의 미니홈피를 찾는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당신을 알고 있거나, 알고자 하는 사람이며 이 알고자 하는 목적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외모를 재어보려, 사생활을 훔쳐보려, 간접적으로나마 한 개인을 재고 판단하려는 불순한 의도도 많음을 우리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예는 어떤가. 우연히 친구의 미니홈피에 놀러갔다가 그 동안 소식이 뜸했던 중, 고등 동창의 성형수술한 사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 견제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그의 홈페이지에서 경악한 경험 한 번쯤 다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의 생활은 완벽히 변신한 듯 보인다. 어쩐지 카운터으 ㅣ높은 수치도 얼굴 덕 좀 본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완벽한 관망은 될 수 없다. 훔쳐보는 이 보다 게시하는 이가 한 수 위에서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블로그가 운영자의 진정한 일기장이 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부터 열까지 방문객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선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관리의 지속성이나 만족도가 결정된다. 사진 한 장 한 장, 글 하나 하나 밑에 달리는 꼬리말에서부터 방명록에 남겨지는 방문자의 반응은 운영의 필수 영양소 같은 작용을 한다. 좀 더 많은 반응을 위해, 좀 더 높은 카운터의 수치를 위해 운영자는 열심히 봉사하고 애쓴다.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게 생각보다 즐겁고 짜릿하다. 방문객을 대충 짐작만 할 뿐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기에 더더욱. 자신을 향한 숨겨진 시선을 즐기며, 의도성이 담긴 게시물을 게시하기 시작한다. 능력 있고 분위기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하여 사진을 고르고 골라 올리고 인맥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어떤가, 당신도 그러한가?
당신이 이미 알고 있었으나 모르고자 했고, 몰랐으나 알아야 할 그런 속내들에 대해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고, 그것은 우리의 얼굴을 덮고 있는 여러 가지 허물을 벗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가면놀이의 피곤함은 오프라인에서만도 충분하다.
재미 혹은 자본주의
가장 씁쓸한 것은 사람들의 노출, 관음증의 욕망이 온라인상에서 발현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유저들의 심리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이다. 미니홈피에 태그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특성은 그만큼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이도 쉽게 인터넷상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잇다는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미지나 각종 소스, 배경음악 등 운영에 부가적으로 추가되는 요소들을 유저 본인이 생성하는 것이 아닌 구입하도록 하는 철저한 '소비' 중심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건 상당히 독점적이고도 일방적이다. 가입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블로그가 생성되고, 친절하게도 기본적인 아바타의 의류와 기본 스킨 한 두 개가 지급되어 있다. 지급되어 있는 기본 아이템을 활용해 재미삼아 미^-^라 불리는 아바타를 설정해 놓았다 치자. 그 미^-^가 거할 공간에 대한 치장과 전체적 분위기를 맞출 배경음악의 구입은 오히려 그렇지 않은 행동보다도 자연스럽다. 이렇게 발을 들여놓은 후, 남들로부터의 주목을 받고 싶은 욕망등이 덧입혀지면서 소비의 횟수와 액수가 차츰 증가해간다. 신선한 느낌을 위해서 주기적인 구입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싸이월드는 아주 영리하게도 미니홈피 메인 화면에 카인드, 페이머스, 에로틱 등의 수치를 그래프로 산출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이 중 카인드라는 수치는 타인에게 상품을 선물 할 때 마다 올라가도록 짜여져 있다. 수치의 상승을 위해 일부러 선물을 할 사람은 없겠지만(없을 거라 믿고 싶다), 개인의 인성적인 면까지도 수치적으로 판단 가능하다고 여기고 만인에게 암묵적으로 공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앞서 말한 블로그의 가치를 카운터(페이머스라는 수치)로 결정하는 오류와 더불어, 색색의 그래프로 충성도와 사용실적까지 표시하는 건 영 찝찝하다.
운영진의 진정한 저의야 확실치 않지만, 확실한 것은 이렇게 팔리고 있는 가상화폐는 하루에 1억원어치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도토리 한 개가 100원에 해당한다고 할 때, 이는 실로 엄청난 액수이다. 덩구이 이 수입이 알짜배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돈과 현물을 1:1로 교환하는 일반적인 매매와는 달리, 이는 가상의, 관념의 상품이므로 재료비도, 생산비도 들지 않으며 반품이나 재고 등의 위험요소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는 1:1이라는 매매체계가 무너져 있다는 것을 뜻하며, 증폭되어 가는 수요만이 시장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싸이월드 안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끊임없이 시각과 청각의 이미지 아이템을 사고팔며 선물하고 수치를 올린다. 이런 현상은 오프라인에서도 벌어진다. 경품이 과거 문화상품권에서 싸이월드 도토리 교환권으로 교체되고 한 통신사의 20대 요금제에서는 아침마다 도톨 줍기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상식적으로 일개 한 사이트의 가상화폐가 이토록 효용송이 커질 수 있는다.
지금까지 써 내려간 이 내용들이 친근함과 사이좋음을 가장한 운영진의 의도적인 술수라고 읽혀진다면,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건드려 주머니를 연 것처럼 느껴진다면,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인가.
결국 싸이월드는 오프라인의 자리까지 꿰차고 올라가 그 관계들의 연장이 되었다.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매매가 너무도 실제 같아서 정말 cyworld 라는 도시가 존재하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당신이 더욱 강하게 cyworld 의 시민으로서 실제성을 가지게 되는 만큼씩 운영진의 통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그 지점에 돈이 놓여져 있다면, 그래도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인가.
그리고, 남은 이야기...
싸이월드를 그만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러한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새로이 시작하는 친구들의 수와도 비례한다. 메인에 그 동안 찾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만이 남겨져 있기도, 어느새 일촌 목록에서 지워져 있기도 해 놀라곤 한다. 왜 일까. 관리가 귀찮고 지겨워졌다는 간단한 이유서부터, 잔뜩 써내려간 전 애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소식을 알리기 싫은 그 누군가가 내 홈을 알아버려서, 마음을 쏟아놓기에는 너무도 작은 그 공간을 통해 자신이 파악되는 게 싫어서 등등 중단의 이유야 다양하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혹시 그 사람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가상세계에서 슬픔의 냄새를 짙게 혹은 옅게나마 맡게 된 건 아닐까 하고. 이것이 중단 이유의 숨겨진 공통점은 아닐까 하고. 당신은 어떤가. 당신 내면의 욕망으로부터 얼마나 건강한가. 타인고 ㅏ얼마나 소통하고 있다고 장담하는가.
나는 이 글을 준비하고 써 가는 내내 현대인들의 감춰진 욕망과 소통이 단절된 외로움을 보아버린 것 같아서, 나 또한 예외는 아니기에, 내 미니홈피의 시한부 연장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짐작컨대 문 닫을 날이 얼마 안 남앗다. 곧이다, 곧.
ㅋㅋㅋ 제가 쓴글은 아니에요~ 제일 하단에 보믄 출처_중앙대학교 교지 - 중앙문화- 마흔일곱번째 라고 있지요~ 단순 싸이로써는 정말로 굉장한 아이템이지요.. 그런데 도를 넘어선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다른 미니홈피를 가는 것도 아닌데 컴을 키면 무조건 미니홈피를 띄워야 않불안하데나요..헛헛.. 할말을 잃었죠..
첫댓글 음... 쥔장님이 쓰신 글인가여...? 무척 비관적인 시선인듯...
ㅋㅋㅋ 제가 쓴글은 아니에요~ 제일 하단에 보믄 출처_중앙대학교 교지 - 중앙문화- 마흔일곱번째 라고 있지요~ 단순 싸이로써는 정말로 굉장한 아이템이지요.. 그런데 도를 넘어선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다른 미니홈피를 가는 것도 아닌데 컴을 키면 무조건 미니홈피를 띄워야 않불안하데나요..헛헛.. 할말을 잃었죠..
넘 길어여...쩝...^^
도토리가 비싸다는것만 빼면 꽤나 괜찮은 싸이트라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여기에도 싸이 중증 환자들 몇분 계시네요.. 호호호호호호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