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샤 존자의 명상요결-11＞삶의 흐름에 들라

<관점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달리 해석된다>이태원에서 압살사고(crushing disaster)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엄청난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두 가지로 반응한다. 첫째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왜 그런데 몰려갔느냐면서 사고를 당한 젊은이를 탓한다. 일부 기성세대는 핼러윈이라는 외국에서 들어온 축제도 못마땅하고 이태원이란 지명조차 싫어한다. 이태원은 동성연애자들이 모이는 곳이라 여긴다. 그런 곳에 젊은이들이 무슨 즐거움을 찾겠다고 밤늦게 나갔느냐고 나무란다. 그러나 이건 청년문화에 대한 몰이해이며 몰인정한 태도이다. 젊음이니까 즐거움을 찾고 축제를 즐긴다. 젊은이들이 생기발랄하고 유쾌하며 긍정적으로 살아야 그 사회가 밝고 건강해진다. 두 번째의 태도는 부모가 된 심정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부모들은 자식 같은 젊은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게 정부와 지방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해마다 이태원에서 벌어지는 핼러윈 축제에 모이는 군중의 안전은 당연히 관리되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반성해보면 실시간 보행자 밀집 규모(monitoring crowd volume in real time)를 모니터링해서 분산시킬 행정력이 없었구나, 아니 그럴만한 의지가 없었다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불의의 사고로 청년들의 목숨을 잃게 만든 건 우리의 共業공업이다. 모두의 책임이니 우리 각자는 양심의 고통받아야 한다. <제도권 힐링의 잘못을 알아차려 몰입하는 삶을 살라> -고려대 윤성식 행정학 교수의 강의를 듣고 정리된 사유①내면의 소리를 들으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그게 자신의 욕망이 속삭이는 소리인지, 부모와 사회에 의해 세뇌된 말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함부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내면의 소리에도 외면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말고 단지 들을 때 들을 뿐 거기에 듣는 자(주관이라는 실체)도 없고 들리는 소리(객관이라는 실체)도 없음을 관찰하라. 평정과 부동에 머물라.②주인이 되라, 주인공이 되라는 말이 그럴 듯하다. 자신의 욕망이나 분노와 고정관념(무지와 고집)이 주인이 되어 나를 끌고 가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자기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주인이 있기나 한가? 어떤 것도 자신의 주인공으로 붙잡지 말라는 게 無我라는 가르침 아닌가? 주인으로 살자거나 주인공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관찰자가 되어라.나는 모든 관계를 끊고 홀로 선 주인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상황에 휘둘리기만 하는 환경의 노예도 될 수 없다. 나는 상황과 의지가 서로 어우러진(調應된)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③자유의지는 환상이다. 모든 상황과 인간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자신만의 자유의지로 살 수 있다는 건 환상이다. 인간사 일체가 중중무진으로 연결되어 발생하기에 절대적 의미에서 순수한 자유의지란 없다. 만일 있다면 그건 자신의 개인적인 관점과 이익을 초월한 차원에서 나오는 의지일 것이다. 그건 모든 중생의 고통을 연민히 여겨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싶다는 의지, 일체중생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 그래서 자신이 부처님과 같은 지혜와 자비를 개발하리라는 결심이다. 이것은 생명에 대한 무한한 봉사라고 할 것이다. 대승불교에서는 이것을 보리심이라 한다. 자기중심적인 자유의지는 없다. 대신에 보리심이라는 초아超我적인 의지를 일으켜 정진할 뿐이다.④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항상 옳은 건 아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지는 건 아니며, 설령 이루어진다 해도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행복을 넘어선 행복을 누리고자 한다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1934~2021, 크로아티아 탄생, 미국 국적)는 몰입하는 삶을 살라고 했다. 몰입(in the flow)하라.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삶에 뛰어드는 사람의 성격은 자기 목적성으로 충만해 있다. 일 자체가 좋아서 할 때 그런 행위를 ‘자기 목적적(autotelic)’이라 한다. 몰입의 키워드는 목표와 집중과 즐거움, 이 세 가지다.*목표: 삶의 질을 끌어 올려주는 것은 내적 동기부여(이것을 하고 싶다)든가 외적 동기부여(이것을 해야 한다)든가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이다.*집중: 몰입을 가져오는 활동으로 요가, 춤, 사랑, 음악, 지적활동, 운동, 영적인 친구, 대화*즐거움: 러너스하이(Runner`s high). 춤, 사랑, 노래, 독서, 운동, 대화에 빠져 무아경을 체험하는 즐거움생명의 거대한 흐름(진화, 보현불의 불가사의 해탈경계)의 큰 틀 안에서 일상생활의 의무에 집중할 때의 몰입경험은 지금 여기에서 열반을 누릴 수 있다. *우주적 근원 속에서 쉬는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선정보다도 더 깊고 넓게 해방된다.대원만 수행(족첸)에서는 텅 빔(空性)을 두 가지로 말한다. 작은 텅 빔(minor emptiness)과 큰 텅 빔(great emptiness).‘작은 텅 빔’은 관찰자를 관찰한 결과 드러난 텅 빔으로, 어떤 행위자도 없으며, 이렇다 할 아무런 주재자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행위의 주체가 부재하다. 고유하고 자족적인 관찰자는 부재하다. 내면 깊은 곳에 침묵하는 주시자, 영원의 주시자는 없다. 자아의 부재를 ‘작은 텅 빔’이라 한다.‘무엇, 무엇이 부재하다’라는 인식은 아직도 개념화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부재의 개념마저 놓아버려야 한다. 텅 빔과 텅 빔이 아닌 것, 존재와 비존재, 유와 무, 공과 색의 개념을 넘어서면 그게 ‘큰 텅 빔’이다. *아상가(Asanga, 4c, 불교학자)존자가 이렇게 가르쳤다.“고요를 성취할 때(선정에 들었을 때) 당신은 감정과 개념을 놓아버린 무-형상(無相)으로서 어떤 주체와 객체의 분리도 없는 의식 상태에 단지 현존하라.” 덧붙이는 말: 큰 텅 빔이란? 의식할 대상이 없어지니 의식이랄 것조차 없다. 별달리 감각될 대상이 사라지니 감각에서 자유롭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대상이 없으니 마음도 대상으로부터 자유롭고, 몸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조차 없는 상태이다. 이른바 光境俱沒광경구몰하니 復是何物부시하물인고? 마음-비춤과 대상-경계가 함께 사라지니, 이것이 무엇인가?  *작은 텅 빔은 알라야식으로 돌아가 머문 상태이다. 그러므로 생사윤회의 근원으로 돌아가 머물기 때문에 지극히 고요하고 평안하지만, 윤회의 원인인 근본 무명은 아직 그대로 잠복해있다. 과거에서 물려받은 습관력 즉, 업력이 씨앗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함장식, 종자식이라 한다. 이것을 구경의 경지라 여겨서 여기에 머물면 안 된다. 이것은 ‘우주적 근원’의 모사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