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상행 조 흥 제
남한에서 제일 아름다운 산은 어디일까? 말할 것도 없이 설악산이다, 1000m 미만의 산은 어디가 아름다울까? 서울에서는 북한산, 도봉산, 경기도에선 가평의 운악산, 충청도에선 논산에 있는 대둔산, 전라도에서는 영암에 있는 월출산, 경상도에서는 청송에 있는 주왕산이다. 회사 다닐 때 회사 레저클럽 산악회에 들어 주왕산에 가 봤다.
1982년11월23~24일. 지난 20일 조일산악회에서 경북 청송에 있는 주왕산에 다녀왔다. 주왕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뛰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는 산으로 익히 알고 있어 이번 1박2일 예정에 어려움을 무릅쓰고 참가 신청했다 20일 5시 회사 앞에서 회원들과 무궁화 관광에서 세 내온 버스에 21명의 회원이 동승했다. 어둠이 깔리는 서울 거리를 박차고 성남을 거쳐 이천 휴게소에서 휴식, 가락국수로 식사를 대신하고 칠흑 같은 어둠을 쉬지 않고 차는 달린다. 충주, 문경새재, 이화령, 안동을 지나 줄기차게 달리는 차창밖엔 가로등이 명멸하고 괴물처럼 달려들었다 멀어지는 시커먼 산들이 과거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안겨 준다. 비포장 도로의 덜컥거림의 한 시간여 만에 어는 정류장에 도착했다. 다 왔으니 내리란다. 시계를 보니 11시45분. 6시간 30분을 달린 셈이다. 이곳은 달기약수탕이라는 유명한 약수터이다. 약수터는 3군데에 약수가 있고 수량이 많지 않아 항상 붐빈다고 한다. 천곡여관에 여장을 풀고 여관 아줌마에게서 약수 한 컵을 얻어 마시니 쓴맛이 난다. 약수다. 잠자리에 드니 타부서에서 모인 사우들끼리 여러 가지 모르는 것도 들을 수 있고 얼굴만 알던 사우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뜻이 깊었다. 21일 새벽 6시30분에 기상. 세수하고 나오니 얼음이 얼었다. 부지런히 약수탕에 가서 약수 한 컵 마시고 물통에 받아 가지고 오니 식사가 나왔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약수로 밥을 지었기 때문이며 약수로 지은 밥은 밥맛이 좋고 소화도 잘된다고 한다. 서둘러 승차. 비포장 도로 13㎞를 달려 주왕산 입구에서 닿았다. 공원을 통과하려고 하니 배낭은 벗어 놓고 가란다. 일행과 옥신각신하는데 월간 산 박광성 차장이 와서 큰 소리 치니 경비원이 어리둥절 한다. 그 통에 몇 명은 통과하고 몇 명은 나중에 왔다. 입구에서 보니 건너편 산위에 괴상한 바위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름하여 기암(旗岩), 주왕산의 간판이며 얼굴이다. 계곡을 끼고 흐르는 맑은 물, 병풍같이 하늘을 찌를듯이 둘러선 석벽, 연화굴이라는 곳을 지나니 좁은 길목에 하늘을 보기 힘든 높은 계곡이 가로 막아 도로 나가 큰 길로 갔다. 절경임이 틀림없다. 칼을 세워 놓은 것 같은 급수대, 시루 같은 괴암을 지나니 구름다리가 나온다. 조금 가니 폭포, 제1폭포란다. 전설의 고향에 나옴직한 선녀들이 하강하여 목욕 했음직한 새파란 깊은 물속 자갈까지 보인다. 폭포는 크지 않다. 서울서 멀리 떨어진 관계로 관광객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를 포함하여 모든 관광객이 탄성을 발한다. 한참 가니 폭포가 나오는데 제3폭포란다. 폭포가 꽤 길다. 입구에 오니 6~7m 쯤 되어 보이는 물 밑에 자갈과 모래가 낱낱이 드러나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아! 물이 저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 상당히 깊은 물의 수심을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오염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염된 물만 보고 살아 온 사람으로선 산뜻한 느낌이다. 이어 제2폭포, 2단 폭포로 1단에서 복숭아 같이 생긴 형상의 바위가 파진 곳으로 물이 떨어져 2단 폭포가 되었다. 그곳에 올라 사진 찍으려 하다가 실패하여 그 앞에서 찍었다. 이어 주왕암에 도착, 중국 당나라 때 난을 일으켰던 주왕(周王)이 쫓겨 이곳까지 와서 신라군에게 살해되었다는 전설이 담긴 주왕산에 주왕굴을 보러 갔다. 주왕굴은 굴 밖에 폭포가 쏟아져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굴 안에 숨어 있던 주왕이 세수하러 나갔다가 신라군에게 발각되어 죽음을 당했다는 슬픈 사연이 담겨진 곳이다. 이어 등산이 시작되었다. 꽤 가파르다. 육산(陸山)의 가파름은 암산(巖山)의 가파름보다 더 오르기 힘 드는가 보다. 70˚ 경사는 충분히 될 것이다. 한참 오르니 능선이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계속 능선을 타니 정상이 나온다. 이곳이 720m의 주왕산 정상이다. 정상은 다른 산과 다름없다. 각자 가지고 온 간식을 꺼내 먹고 사진 촬영 후 출발, 조금 내려오니 석벽의 연속이 보인다. 올라 올 때 보았던 그 장엄하고 감탄했던 그 바위들이다. 시간관계로 감상하지 못하고 총총히 하산. 주방천 가 어느 식당 옆에서 점심 준비. 3시30분 출발. 안동에서 안동댐으로 차를 몰았다. 팔당이나 청평 같은 댐이 나온다. 그곳을 지나 조금 오르니 비니루 산 같은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거대한 댐이다. 높이 83m의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는 흡사 산 같다. 그 위에 오르니 물은 저만치 밑에 보인다. 잠깐 감상하고 문경으로 갔다. 문경새재 이화령을 넘는다. 칠흑 속을 달리는 차중에서 회원들은 곯아떨어지기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충주를 지나 어제 저녁 먹던 이천휴게서에서 정차, 가락국수로 식사를 때우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경부고속도로에 나와 조금 오다 꽝하고 차체가 심한 요동을 한다. 우리 차가 앞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앞 유리창이 깨지고 출입문이 잘 안 열린다. 간신히 열고 나가니 우리가 받은 차는 광주고속버스로 범퍼 판이 찌그러졌다. 그 차는 다른 고속버스에 승객을 태우고 우리 차에 와서 운전수와 타협한다. 사고 원인은 타이탄이 광주고속 앞에 튀어 나와 광주고속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우리 차도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미처 정차하지 못해 충돌했다는 것이다. 범아관광에 우리를 태워 주어 11시30분 한남동에 내려 자정이 넘어 집에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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