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서강대, "지방캠퍼스로 세계화"…갈등은 '숙제'
'캠퍼스 신 지방시대'의 포문을 여는 대표적 대학으로는 '자타 공인' 국내 최고 대학 서울대가 있다.
서울대는 2007~2025년까지 세계교육의 허브 역할을 맡고 교육·연구역량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발돋움한다는 장기발전계획을 발표하며 매년 '캠퍼스 신 지방시대'를 향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서울대는 '미래사회 인재양성'과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 조성'을 목표로 경기 시흥시 군자지구 배곧신도시에 66만1000여㎡(약 20만평) 규모의 시흥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시흥캠퍼스는 지역특성화 개발사업자(SPC)인 한라건설이 배곧신도시 내 특별구역 24만9000여㎡(약 7.5만평) 부지에 670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설·분양해 얻은 수익금으로 66만1000여㎡(약 20만평) 부지에 캠퍼스 기초시설을 지어 서울대에 무상제공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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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박지혜 기자 |
이같은 방식으로 시흥캠퍼스 안에 ▲4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교직원 아파트 500세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500병상 규모의 병원·치과 ▲컨벤션센터, 도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흥캠퍼스를 관통하는 5가지 개념적 키워드는 융합·통섭·글로벌·소통·기여.
서울대는 이를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른 논리틀로 사안을 볼 수 있는 '눈'과 지역·외국·타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갖추고 베품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신입생이 국제캠퍼스에서 일정기간 거주하며 수업을 받는 '레지던셜 컬리지(RC)' 운영 여부다. 이는 시흥캠퍼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가장 큰 논란거리다.
RC는 미국의 하버드·예일·프린스턴, 영국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 세계적인 명문대들이 오래전부터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다.
학생이 교수와 함께 기숙사에 지내면서 문화와 예술, 체육, 봉사 등 전인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대책위)는 RC를 '전인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신입생을 기숙사에 강제로 묶어두는 기숙사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RC 제도'의 운영 여부와 함께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과 절차 등에 대해 학내 구성원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서울대 제55대 총학은 "대학본부는 2007년부터 시흥캠퍼스를 추진해왔음에도 본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현 시점까지 학생들과 아무 소통없이 22만평짜리 거대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며 합의 부족을 주장한 바 있다.
총학과 대책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 긴급행동과 '학생대표 100인 선언' 등을 통해 ▲의무기숙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을 것 ▲학내 구성원간 전면 재논의 ▲학내 구성원간 합의없이 실시협약을 맺지 않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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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동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내 포스코 그린빌딩. © News1 신창원 기자 |
이에 대해 대학본부 측은 수차례 학생들과 대화를 해오며 오해가 있었던 부분은 어느 정도 풀렸고 앞으로도 '교육프로그램 위원회', '대화협의체' 등에 학생위원을 포함시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시흥캠퍼스가 들어서는 현지 시민단체들도 역시 한라건설이 매입한 부지가격이 시흥시가 설정한 조성원가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흥시 군자개발과 관계자는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사업내용을 잘 모르는 부분이 있고 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달부터 시민, 시민단체, 시의원 등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내 구성원과 마찰 등으로 지방캠퍼스 건립에 갈등을 겪는 대학은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캠퍼스 신 지방시대'의 포문을 열고자 지난 2011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국제캠퍼스를 개교한 연세대도 역시 학내 구성원 등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연세대는 국제도시 '송도'라는 이점을 활용해 국제교류와 산학협력, 해외대학과 협력증대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올해 국제캠퍼스 언더우드 국제대학에 글로벌융합학부를 신설키로 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 교육 연구의 허브'란 목표를 위해 해외유학생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캠퍼스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도 해외로 떠날 필요없이 국제화를 경험하는 '인바운드 국제화'의 일환이었다.
연세대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제캠퍼스는 2A단계가 완성된 상태로 과학기술약학관, 인문사회관, 기숙사, 종합관, 도서관 등 총 18개 건물이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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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역세권 조감도(붉은선안이 서강대 건립 예정부지, 사진=남양주시) © News1 |
연세대 국제캠퍼스의 '뜨거운 감자'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RC다. 개교와 함께 시작된 RC는 점차 확대돼 2012년 1,2학기 각각 2000여명 신입생들이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했다.
올해에는 신입생 전체(40000여명)가 1년간 국제캠퍼스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제캠퍼스 개교로 연세대의 '국제교류' 위상과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학내외 구성원들의 불만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특히 국제캠퍼스 개교로 인한 기숙사비 추가 부담, 여전히 부족한 기숙사 공간 등 문제는 학교 차원에서 해소해야할 과제다.
이와 함께 최근 신촌 상권이 크게 위축된 데에는 신입생들의 국제캠퍼스 생활도 한몫을 해 주변 상인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김두환 민주노점상연합회 서부노련 사무처장은 "보통 3월이면 '학교특수'라는 게 있었는데 이제 특수를 찾아볼 수 없다"며 "구매력이 있는 신입생들이 빠지면서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캠퍼스 조성으로 세계화를 꿈꾸는 대학은 또 있다.
서강대는 경기도 남양주에 캠퍼스를 조성하고 오는 2018년까지 입학정원 500명 규모의 '세계대학'(가칭 SOWUUS·Sogang World University of Underprivileged Students)을 설립해 무료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서강대는 세계대학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학생들에게 한국의 성장경험을 교육해 전세계에 한국문화를 전파하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무료교육'을 위해 세계대학의 운영비용은 공적개발 원조, 해외 진출기업, 국내외 NGO 등 지원·기부를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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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국제캠퍼스 전경. © News1 |
세계대학은 2015년 착공할 남양주 캠퍼스에 들어선다. 남양주캠퍼스는 와부읍과 양정동 일원에 231만㎡(약 70만평) 규모로 들어서는 양정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구역 내에 설립되고 3단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1단계는 학생·교직원 2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부지면적 14만2149㎡(4만3000평)에 설립될 예정이다. 3단계까지 추진되면 학생·교직원 5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36만5066㎡(11만평) 규모로 확대된다.
서강대는 단순한 대학이전이 아니라 국내외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의 자발적인 유입이 이뤄져 대학과 지역의 동반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대학'을 꿈꾸고 있는 서강대지만 일부에서는 남양주캠퍼스 규모가 기존 마포캠퍼스보다 커져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2013학년도 서강대 총학생회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생회 측은 또 신입생 이외 단과대나 학과가 남양주로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남양주캠퍼스 건립에 필요한 예산이 어느 정도이며 이를 어떻게 조달한 것인지를 학생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도 학내에서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서강대 남양주캠퍼스는 100% 그린벨트 내에 부지를 두고 있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경희대·건국대, 기존 캠퍼스 '탈바꿈'…학내외 구성원 갈등 '여전'
새롭게 '제2·제3 캠퍼스'를 조성하는 대학과 달리 이미 건립된 기존 캠퍼스를 새시대에 맞춰 탈바꿈 하는 대학들도 있다.
경희대는 지난 2007년 7월 경기 용인시의 수원캠퍼스 명칭을 '국제캠퍼스'로 변경하고 연구와 교육, 실험 등 분야에서 국제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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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건국대 글로컬 캠퍼스. © News1 |
이에 따라 경희대는 지난 2011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본교와 분교 통·폐합을 승인받아 지난해 3월부터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통합했다.
경희대는 이를 통해 학문간 융·복합 및 교류확대를 가속화하고 서울캠퍼스의 경우 인문·사회, 의학, 기초과학, 순수예술 등 순수학문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캠퍼스의 경우 공학·응용과학, 국제화, 현대예술·체육 등 응용학문 중심으로 특성화한다.
이같은 경희대 '국제캠퍼스' 명칭 변경은 학내 구성원의 오랜 참여 끝에 얻은 결과다.
경희대는 지난 2005년 9월부터 2007년까지 양 캠퍼스 총학생회가 참여해 총 13회의 캠퍼스 명칭변경 통합실무위원회를 진행했다.
또 교수, 직원, 학생, 동문대표 등이 참여한 캠퍼스 명칭변경 추진위원회는 2007년 4월20일 제3차 회의에서 국제캠퍼스로 명칭변경을 의결했다.
2007년 5월 캠퍼스 명칭변경에 관한 학생 총투표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2007년 6월 경희학원장, 법인이사장 등을 고문으로 하고 총장이 총괄위원장으로 참여하는 국제캠퍼스 비전선포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지역명을 탈피해 대학 특성을 캠퍼스 명칭으로 사용한 국내 최초 사례"라며 "주요 대학이 계획 중인 '국제캠퍼스'를 현실화해 선도적인 국제화 이미지를 구축하고 세계수준의 대학경쟁력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건국대도 역시 기존 건립된 '충주캠퍼스'를 건립 31년만인 지난 2011년 '글로컬(GLOCAL)캠퍼스'로 변경했다.
글로컬(GLOCAL)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로 우리 말로는 '세방화(世邦化)'를 뜻한다.
건국대는 '글로컬 캠퍼스'로 명칭변경에 맞춰 학사구조 개편도 역시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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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 News1 |
이에 따라 2013학년도부터 경찰학과와 다이나믹미디어학과, 영상미디어전공, 영어학과, 관세물류전공 등을 신설하고 의생명화학과 등 10개 학과를 5개 학과로 통합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학특성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건국대 글로컬 캠퍼스는 대학의 중장기계획에 따라 교내에 '글로컬 강의동'을 신설할 예정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2200평 등 강의동을 통해 점차 늘어나는 학생수에 대비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연면적 2700평 규모의 단과대학 리모델링 등 교육환경 개선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건국대의 캠퍼스 내 변화에는 '학내 구성원과 마찰'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존재한다.
김재훈 건국대 글로컬 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학과구조 개편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라며 "사회가 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과를 통폐합해 미래를 보장하는 부분은 긍정적이나 취업만을 목표로 구성원 동의없이 학과구조를 개편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리하게 학과구조 개편을 단행하다 보니 교수진과 강의실 문제, 커리큘럼 미비 등 구조적인 면에서 완벽하지 않다"며 "개편에 구성원과 동의절차가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 지방캠퍼스 조성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한 발판"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의 지방캠퍼스 건립 추세에 대해 김선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주요 대학들의 지방캠퍼스 건립 추세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캠퍼스 조성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학내외 구성원과 갈등 등에 대해 "방법의 문제"라며 "마찰이나 갈등 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대학들이 세계화를 꿈꾸며 캠퍼스를 건립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직 성공한 사례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시작부터 단순한 잣대로 '된다, 안된다'를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대학들의 시도가 교두보가 돼 우리나라 대학들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대학캠퍼스 건립은 단순히 지방에 캠퍼스를 확대해 전공을 분산하는 등 캠퍼스 수를 늘리는 것에 목적이 있었으나 지금의 캠퍼스 건립은 '세계화' 등 분명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단순히 캠퍼스를 짓는 해당 지역의 학생을 포섭하기 위해 캠퍼스를 건립하는 대학은 없다"며 "대학 저마다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캠퍼스 조성 사업 등에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 대학의 해외캠퍼스 조성은 금지돼 있다. 그는 "지금의 대학캠퍼스 건립 등이 성공할 경우 한국 대학의 시장이 대단히 커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한국 대학만을 생각하면 안된다"며 "중국과 아세안 등 더 넓은 곳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대학캠퍼스 성공사례를 보면 해외캠퍼스와 국내캠퍼스가 하나의 캠퍼스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말레이지아에 해외캠퍼스를 건립한 영국 노팅엄대학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캠퍼스 건립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과 정부가 하나가 돼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며 "대학 차원의 사전대비책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상생'으로 조성할 수 있는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