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6.25라 그런지 강론이 6분 25초네요...)
신명 30,1-5; 에페 4,29―5,2; 마태 18,19ㄴ-22
+ 찬미 예수님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오늘로 74년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전쟁으로 13만여 명의 군인과 24만여 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학살된 민간인도 12만여 명에 달하는 등 50만 명에 가까운 분들이 돌아가셨습니다. 북한군은 52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민간인 28만여 명이 숨졌습니다. 유엔군 사망자 3만여 명, 중국군 사망자 13만여 명을 더하면, 한국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는 너무나 많습니다. 또한 70년이 넘는 분단의 시간 동안, 수많은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이 남북한의 자유로운 왕래를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라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전쟁이 일어나도 과학자는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그 말씀을 많이 들어서 저는 정말로 과학을 전공할 뻔하기도 했는데요, 여덟 살의 나이에 전쟁을 겪은 아버지께 전쟁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쟁은 이렇듯 70여 년 전의 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젊은이가 군대를 가야하고, 군대에서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육로로는 다른 나라에 갈 수 없기에 섬나라와 다를 바가 없는 생활을 하며, 분단이 지속될수록 내 편과 네 편,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마음의 분단이 우리 안에 자리 잡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신명기의 말씀은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미사 때 봉독되는 독서이기도 한데요, ‘너희가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와서,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 말씀을 들으면, 하느님께서 너희를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어떤 말씀을 들어야 할까요? 바로 오늘의 복음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무엇이든’ 대신에 ‘무슨 일이든’으로 번역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무엇이나 다 이루어 주신다’는 말씀이 아니라, 복음의 앞 단락에서 말씀하신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8,18)라는 말씀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마음을 모아 청하면, 묶여 있는 매듭을 풀어주신다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다교 전통에는, ‘두 명의 유다인이 모여 함께 율법에 대해 얘기하면, 거기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신다’는 격언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율법이 아니라 당신 이름으로 모이라고 하십니다. 당신 이름으로 모인 곳에서, 제자들의 기도는 이제 예수님의 기도가 됩니다.
교황님께서는 2014년 8월 19일, 우리나라 방문을 마치시고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시며, 이 말씀에 대해 이렇게 강론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온 민족이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간청을 하늘로 올려 드릴 때, 그 기도는 얼마나 더 큰 힘을 지니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오늘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 가자 지구에서는 공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며,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하버트 후버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전쟁은 나이 든 사람들이 일으킨다. 그러나 싸우고 죽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Older men declare war. But it is the youth that must fight and die.) 어떠한 정치지도자도, 전쟁이 일어나면 직접 총을 들고 참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와 부모님들의 피눈물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우리 마음에서 마음의 분단을 걷어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 사람이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사고방식이,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건 안 좋은 생각’이라는 사고방식이 마음의 분단입니다.
오늘 2독서의 말씀에 귀 기울여보겠습니다.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https://youtu.be/vtHq5bAbRXY?si=Cl4LnyOtgXq4Wbll
모짜르트, 키리에(자비송) Kv. 341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