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에 관한 시모음 10)
달맞이 꽃 /정태중
서러운 눈물이 싫어
깊은밤 이슬이 되고
목놓아 울지를 못해
귀뚜라미 벗 삼았네
수줍어서 피지 않나
임의 향기 그리웠나
달빛에 고개 세우니
환한 미소 만발하네
달무리가 지기 전에
사랑 노래 불러보자
애처로운 그 이름은
밤에 피는 달맞이꽃
달맞이꽃의 소망 /장화순
달무리 진 그대를 사모합니다.
부끄럽고 부끄러워하지 못 하는 말
가슴속 뛰는 심장 소리를 듣고
내 눈을 보고 나를 알아주세요.
솜사탕 같은 달콤한 사랑으로
그대 혀 깊숙이 빠져들고 싶고
그 품 안에서 헤어나고 싶지 않은 맘
부드러운 나의 유혹에 흔들려보세요.
밤이슬은 촉촉이 내 몸을 적시고
초승달 그 새침한 입술은 멀기만 해
애타 하는 내 노란 가슴은 까만 밤
빈 들녘에서 서성이네요.
달맞이꽃 사랑 /한기봉
너와 마주친 눈빛에
가슴 아픈 서러움이
그리움으로 와
하얀 네 얼굴
사랑했다면
끝까지
사랑인 거야
사랑할 때는
이별할 때
아프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라고
그게 어디
사랑이니
사랑을 계산하고 하게
하얀 네 얼굴
사랑할 때는
내 영혼 다 바쳐
사랑해도 부족해
오늘도
밤마다
널 그리며 기다리는
달맞이꽃으로
피어나고 싶어라
달맞이 꽃 /안정순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랑
임을 향한 일편단심
온 밤을 지새우도록
임 모습 잃어버릴까
잠도 잊은 채
달 바라기 꽃
한없는 외 사랑
그 모습 애처롭구나
새벽잠에서 깨어난 고추잠자리
안타까운 마음에
위로를 하네
서럽기도 하련만
이슬 머금은 수줍은 미소로
기다림이 행복이라며
달 바라기 꽃
그 애달픈 사랑
저 달님은 아시려는지...
달맞이꽃 한 송이 /안정업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빈 소주병만 쌓아놓고
휘청 휘청 거리며 돌아오는 길
달빛이 낭자히 흐르면
어이할까나
별빛이 흥건히 고이면
어이할까나
7월의 서귀포는
와야 할 님이 아니 온다고
한번 간 님 영 못 온다고
달맞이꽃만 자지러지게 피었는데
그 꽃 한 송이
한 송이와 더불어 걸어오는 길
얼마나 행복한가?
달맞이꽃 /김인숙
사랑스러운 꽃님아
너도 예쁜 신발 신고
나처럼 걷고 싶고
때로는 놀러도 다니고 싶겠지
오늘은
내 마음을 담은 꽃신
네게 신겨 주고 싶어
저녁 강가에서 달님을 기다린다
달님을 기다리는 내내
행복한 느낌 꽃무늬로 찍어
네게로 전해주고 싶단다
달빛으로 빚고 설렘으로 엮어
어느새 노랑 달맞이 꽃신 만들면
이 밤 사뿐사뿐 아름다운 꿈길
행복한 미소의 너를 오랫동안
보고만 싶다
달맞이꽃 /김용준
닿을락 말락 꽃은 솟더니
달무리도 지는데 나지막이 웅크려 울며, 또 울며
단 하루만 남기네
처량함이 이엉 얹은 풀풀 박꽃 내음 같았지
마냥 손등도 볼살도 깨물어 주고 싶었어
난, 딱 한 번 이엉 얽어 굼벵이로 살고 싶었지
머리카락 치렁하게 선 그은 사무친 눈이
우멍한 내 눈을 읽고 있었어
달맞이꽃 /하은혜
누구시기에
이 빗속에 젖어
노란 나래를 살포시 접었는가?
비 내리는 가슴에
우산을 내려쓰고
가만히 다가가 눈인사하니
영롱한 눈물을 머금은 그녀
달맞이꽃!
밤에만 피어난다는 그녀를
비 내리는 날에 마주치다니
인생의 비가 내리는 날에
인생의 밤을 지나는 날에
그녀를 그리워하며
긴 시를 쓰고 싶어졌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동병상련처럼
달맞이꽃 /김영주
이슬 내린 숲 능선
달빛 훤하게 비춰 이면
거닐며 가는 발길
미연(美戀)에 머물었다
서산에 달이 차서
달빛 가득 내려오면
울먹이는 밤새들이
산속에서 슬피 울고
정답고 아쉬운 추억
꿈결 같은 그리운 시절
달빛 속 바람으로
아련히 떠올리면
스치며 지나가는
미풍으로 날리는 바람
환한 미소 함빡 보이고
그리운 임의 소리 들려오네!
달빛 가득 비춰 보이는
소박한 산골 마을
그리움 간직한 사연
달맞이꽃 되어 피어나네.
달맞이꽃 /임영준
그리움이 깊어
꽃이 되었다
처연히 바라보기만 해도
님은 휘영청 반겨 주지만
짙은 밤은 매정하게
고개 돌린다
여명에 무늬진 가슴으로
님을 보내고
눈물 몇 방울로
하루를 잉태하지만
도저히
해갈할 수 없어
우리는 꽃이 되었다
달맞이꽃을 꺾다 /김종제
저 보듯 하라며
물 밟고 한참을 걸어가
섬에서 달을 꺾어주던 그 여자
내가 그 여자 가냘픈 허리 분질렀다고
달맞이꽃으로 다시 피어나겠다던 그 여자
당신은 분명 바다 위에 홀로 떠 있으니
저는 하늘 위로 떠오르겠다던 그 여자
머리끝까지 젖어들 것이므로
물 갈라지는 시간에 만나자고
꽃 꺾어주고 가 버린
그 여자 첫 울음 소리 같은
꽃잎이 열렸다
그 노오란 빛깔이 황천 같아서
우물 같은 그 어둠 속에 잠긴다
어쩌면 환생일지도 모를 달맞이꽃
내 가슴에 품었다
달이 출렁 가라앉더니
두둥실 섬 하나 솟아오른다
어쩌면 전생일지도 모를 달맞이꽃
내 손에 뚝 꺾였다
밤이면 그 여자 만나겠다고
서둘러 물 같은 세상을 걸어간다
내가 섬이라고 말하면서
달빛으로 몸 환하게 비추어준 그 여자
나를 오랫동안 품었던
달맞이꽃 그 여자 맞이하려고
날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달맞이꽃 새아씨. /황우 목사 백낙은.
노란치마에 꽃단장하고
오실 님 마중하려
속살 보이도록 가슴팍 열었는데
하마 날 잊으셨나!
먼 길이라도 떠나셨나!
친구와 회포라도 푸시는가?
샛별이 길 밝혀도
우리 님 오시지 않고
애꿎은 애기먼동만 바라보네.
새벽종 울린 후에야 오시는 님
새벽꿈 꾸다 깬 달맞이꽃 새아씨
토라져 새촘하니 돌아누웠답니다.
* 달맞이꽃 : 여름에 노란 꽃이 밤에만 피었다가 아침에 지는 꽃.
* 샛별 : 새벽에 동쪽 하늘에 가장 밝게 보이는 별, 금성.
* 애기먼동 : 이제 막 터오는 새벽먼동.
* 새벽꿈 : 새벽에 얼핏 꾸는 짧은 꿈.
달맞이꽃 /박현영
해가지고 달이 떠오르면
노란 꽃잎 하늘하늘
달님 향해 피어오르지
달빛 사랑 머금고
은빛 그리움
사르르 펼치며 날아올랐다
밤의 요정들이 들려주는
노랫소리 휘감고 내려
노란 야화되어 사랑을 불태운다
어둠이 밝아오면
꽃잎에 은구슬이
방울방울 아롱져 흐르지
달빛 꽃잎에 물들고
불타는 초야에 묻히어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잠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