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릴 긁적이며 말하자 코르도 새삼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있는 푸른 옷의 남자가 소리쳤다.
"자아, 어쩔텐가! 얌전히 항복하면 용서해주마! 신을 모독한 죄는 쉽게 씻어지지 않는 것이나 신은 관대하시기도 하다! 어쩔텐가!"
…웃기고 있네. 누가 항복한대? 당신들이야말로 얌전히 항복할 궁리나 하시지?
'프로테스탄트를 알고 있나? 대륙 최고의 광적인 종교집단이지. 유일신을 믿으며 그 신을 모독하는 자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하는 실로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정신병자라도 생각할만큼 심한 정도의 사람들이지. 그들과 마주치면 되도록 빨리 몸을 피하는게 좋을걸세. 아무리 카릴, 자네라도 쉽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일세. 그들이 장미십자회라는 위대한 이름을 알아볼 수 있을리도 만무하고 말이지.'
장미십자회의 에스테르 - 제1인자 -, 카인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다. 프로테스탄트는 정부에서도 골치를 썩이고 있을 정도의 집단이었다. 다만 그 세력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쉽게 잡아들일 궁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근데 하필 세르지오 산맥으로 떠나는 도중 얼마 가지도 못한 페나르 숲에서 만나다니……. 오늘은 운이 안좋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도 코르는 어느새 검손잡이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프로테스탄트들도 푸른 로브 사이로 각기 스펠과 발검(拔劍)을 준비하고 있었고. 실은 저들도 일류의 전투집단들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거야 다 알 수 있찌.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은 광범위하지만, 프로테스탄트 중에서도 이렇듯 그들 말로는 '신의 검' 이라 불리는 자칭 신의 대행자는 별로 없었던 것이다.
신의 검을 무슨 수로 구별하냐고? 그거야 뭐, 이렇게 검빼들고 설치려 드는 녀석들 보면 뻔한 거 아니겠어?
그렇다면 일반 프로테스탄트는 위험할 거 없지 않느냐, 라고 할 지 모르는데. 그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 무서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앞의 경우에 해당하는 자를 보면,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자신들의 집단을 이용해 '신의 검' 을 부른다는 것이다. 신의 검 개개인이 일류급인 그들의 특성상 신의 검을 막아낼 수 있는 집단이나 개인은 흔치 않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재수없게 걸려든 경우도 귀찮아 지는 것이지.
어라? 시작했나?
"이단자들! 각오해라!"
"……."
코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전투시에는 말이 없어야 한다. 쓸데없는 말은 일순간 헛점을 제공할 뿐이다. 더불어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한가닥의 에너지도 뺏기는 것이 된다……. 라고 카인에게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상 그것은 대단히 효과적이기도 했다. 어떤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코르의 크리사오르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은제인 이것은 비록 양산형이긴 하지만 코르에게 커스텀으로 맞추어져 있어 상당히 그가 쓰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양산형인 만큼 강도나 검의 재질은 다른 크리사오르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크리사오르가 태양빛에 의해 반짝이며 프로테스탄트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프로테스탄트들은 적잖이 당황한 듯 외쳤다.
"애송이가… 크윽!"
막 코르가 한 사람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푸른 로브 사이로 붉은빛이 번지고 있었다. 크리사오르에 의해 정확히 심장을 관통당한 프로테스탄트 한 명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프로테스탄트들의 얼굴은 이제 확실히 일그러져 있었다.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대륙 전체를 통틀어 이들을 단신으로 상대하며 이렇듯 자신에 차있을 만한 상대는 많이 잡아야 채 7백이 되지 않았다. 벌써 한명이 쓰러지고, 두명이 쓰러지고 있었다. 이어 세번째 동료가 쓰러졌다. 그들의 눈이 위험하게 번득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프로테스탄트. 3명이 쓰러진 지금 현재 신의 검은 10명이었다. 물론 이것이 그들 프로테스탄트가 자랑하는 '신의 검' 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쨌든 적잖은 전력이긴 했다. 10명 중 7명이 앞으로, 3명이 뒤로 빠졌다.
'무슨 속셈일까.'
저들은 대륙에서도 흔하게 보기 힘든 마검사(魔劍士). 그렇다면 뒤로 빠진 3명은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코르의 머리가 순간 빠르게 회전했다. 그러나 별 방법은 없었다. 앞의 7명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인검(魔人劍)처럼 보이는 붉은색 검신 7개가 은빛의 크리사오르를 느리지만 서서히 제압해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돼!'
"흡!"
짧은 기합을 넣으며 코르는 크리사오르를 확 뒤로 뺐다. 프로테스탄트들은 순간 움찔했지만 곧바로 비어버린 코르의 몸에 마인검을 찔러넣었다. 허나 걸려든 것이었다.
"차앗!"
코르는 몸을 낮게 숙이며 순간 옆으로 회전하며 상대의 측면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미처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방금 뒤로 뺀 크리사오르를 거두어 그대로 아래쪽에서부터 위쪽으로 그어버렸다.
"크아악!"
어떤 면에서는 성공이었지만,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실패였다. 코르는 이 역습으로 인해 드디어 10명 이하까지 신의 검의 인원수를 끌어내릴 수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체력이 더욱 빠르게 소진되어간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장미십자회 소속검사인 코르라고 해도 이렇듯 차륜전으로 나가는 상대들을 상대할때 체력이 무한적이거나 그러지는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전투다. 스포츠나 기타 다른 종목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어찌됐든 이렇게 하여 한명을 더 벤 코르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일단은 시간을 좀 벌어야 했던 것이다.
'카릴은 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그러나 순간 프로테스탄트들의 반응이 이상해졌다. 더 이상 차륜전을 펼칠 의지가 없다는 듯 그들 역시 뒤로 빠지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설마!'
그랬다. 뒤로 빠진 3명을 잊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렁차게 울려지는 스펠!
"어스퀘이크(earthquake)!"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플레임 노바(Flame Nova)!"
세 가지의 스펠들. 막을 수 없다!
쿠과과과광!!!
"코르 녀석,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카릴!"
물론 녀석은 꽤 잘 하고 있었다. 허나 방금 날아온 세개의 6~7써클급의 고위마법들을 막지 못한다면 그대로 골로 갔을게 뻔하니… 한마디로 다 나의 공이란 것이다! 푸하하하!
"왜 이제 나타난 거야?"
…딴생각하다가 그렇게 됐다면 좀 우습겠지? 결국 난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그냥 그렇게 됐어 바보야! 조심해! 다이아몬드 스피어(Diamond Spear)!"
순간적으로 난 뒤에서 또 한번의 스펠을 날리려고 하는 프로테스탄트들을 보며 수인(手印)을 맺어 빙한계 5써클 다이아몬드 스피어를 날렸다. 스펠을 미처 채 구현하기도 전에 수많은 얼음의 창들을 맞고 3명 중 2명이 허무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난 곧바로 또다시 수인을 맺었다.
"샤이닝 애로우(Shining Arrow)!"
카릴 데 샤이니즈의 전매특허! 2써클 샤이닝 애로우 2백발 난사! 실제로 이 마법은 1써클 매직 애로우(Magic Arrow)를 조금 개량해 마법 자체가 태양빛을 흡수해 마력을 좀 적게 들게 하는 것이다. 마법으로 틀을 구성하고 그 안에 태양빛을 채워넣어 파괴에너지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어찌됐든 낮에는 확실히 마력이 적게 들었다. 물론 밤에는 별 수 없이 All 마력이지만. 하지만 이러한 낮에는 이렇듯 수백발을 난사하는것도 가능하다. 프로테스탄트들은 결국 샤이닝 애로우를 그대로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이러면 수사를 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사실 이 라드리페아 제국이 통치하는 구역은 거의 미드가르드 대륙 전체이므로 일일이 통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잡으려고는 하지만 실제는 그냥 웬만한 경우 내버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