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hell! 요르단전의 마지막 20분은 지난 11월에 있었던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전을 보는 듯 했다. 완벽한 혼란 그 자체였다.
스코어가 2-0이 되자 나는 요르단 원정에서 이기면 다음 라운드로의 진출이 확정될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2-2가 돼버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가던 데이트가 막판의 몇 가지 말실수로 인해 망가진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모든 경기가 그렇듯, 요르단전에서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찾아볼 수 있었다.
<긍정적인 측면>
1. 2골이나 넣었다
탄탄한 조직력의 요르단은 괜찮은 수비능력을 지닌 팀이다. 아시아의 그 어떤 팀도 요르단을 쉽게 뚫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기에 찬스가 왔을 때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한국은 그러한 모습을 실제로 보여줬다. 완벽한 기회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골을 성공시킨 모습은 긍정적이었다.
2. 이청용
첫 번째 A매치를 치르는 이청용은 요르단의 수비를 괴롭혔다. 이청용은 지금보다도 더 성공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선수이며, 박지성, 김남일 같은 선수들과 함께 뛰며 좋은 팀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3. 패하진 않았다
경기 후에는 꼭 진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한국은 최종 예선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남아공으로 가는 길에는 장애물들이 많겠지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4. 잘못된 점을 재빨리 고칠 수 있다
다음 경기까지 2~3달이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대표팀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잘못된 점을 수정해서 요르단으로 향해야 한다. 그곳에서 거두는 승리는 패배 같은 무승부의 기억을 거의 지워줄 것이다.
5. 요르단에게는 승리가 절실하다
요르단의 일격에 무너진 한국 수비진을 보고 난 뒤라 이런 말을 하기가 약간 꺼림칙하기도 하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요르단은 한국에게 더 많은 공간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
6. 새로운 햇볕 정책? 북한이 한국을 도와줄 기회다!
북한이 투르크메니스탄을 두 번다 이기고 요르단에게도 승리를 거둔다면, 북한은 마지막 경기의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굳이 서울까지 와서 애국가를 들으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실격패로 3-0의 승리를 챙길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별로 옳은 것 같진 않지만……)
6. 진정한 팬들을 보다
요르단이 득점에 성공했을 때도 변함 없이 응원을 한 팬들에게 ‘Good job’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욕을 하고 고함을 치던 팬들에게는 ‘Not so good job’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서포터라는 것은 팀이 응원을 필요로 할 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들이다. 팀이 위기에 처했는데 응원은 해주지 않고, 사이드라인 근처로 온 박지성의 사진만 찍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본부석 근처에 있던 몇몇 한국인들은 요르단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1. 리더십과 경기를 풀어나가는 지혜의 부재
축구 팀이라면 득점을 하기 마련이다. 89분 내내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팀도 골을 넣는 것이 축구다. 한국이 요르단의 첫 골에 반응했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부터 이제 대표팀의 루키라고만은 볼 수 없는 조원희, 오범석까지, 모두가 실점과 함께 모두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단 한 명도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혜로운 플레이로 상황을 헤쳐나가지도 못했다. 프로 선수들로 이뤄진 대표팀이었지만 경기 운영은 아마추어였다.
2. 리더십과 지혜가 없는 벤치
0-2로 지고 있던 팀이 1-2를 만들면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는 뻔하다. 만회 골에 성공한 팀은 더욱 힘을 얻어 동점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이럴 때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추격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을 선수들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벤치는 경험 많은 주장을 빼고 또 한 명의 수비 요원을 투입했다. 그런 상황에서 수비수들의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한국에게 필요했던 것은 공의 소유 시간을 늘리며 경기 템포를 잠시 죽이는 지혜였다. 한국이 조금만 더 지혜롭게 플레이했다면, 경기의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고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3. 스스로를 압박하게 됐다
이제 한국은 두 번의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요르단과 투르크메니스탄은 경기하기에 쉽지 않은 장소로 알려져있다. 더 이상의 실수는 없어야 한다. 요르단 원정에서의 패배는 상황을 무척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스로가 만들어 낸 심리적 압박과 싸워야 한다. 그러나 대표팀이 이러한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4. 수비
좀 더 나은 팀과의 경기였다면 한국은 졌을 것이다. 한국의 수비진은 상대의 도전을 받지 않았을 때도 왠지 불안해 보였으며, 실제로 상대가 공격을 해오자 순식간에 무너졌다. 우리는 그 동안 한국에 와서 경기하는 팀들이 단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는 장면을 수 없이 봐왔다.
요르단전에서의 수비는 평소보다도 더 좋지 않아 보였다. 감독의 입장에서 수비는 가장 첫 번째로 신경 써야 할 부분임과 동시에 가장 강화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비는 믿을 수 없이 약했다.
5. 전술
요르단 정도의 팀과 홈에서 경기하는데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4백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첫댓글 한국에는 괜찮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