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은 구두가 있다. 심지어 그 구두를 노래한 팝송마저 작년 연말에 공개되었는데, 그 가사 내용을 살짝 엿보면―
"새빨간 구두창과 청바지를 입은 내 뒷모습을 봐. 난 내 루비탕을 신고 떠날테니 그 모습을 지켜봐."
연인과 헤어진 여자가 이별에 대처하는 모습을 노래한 이 곡은 알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의 신곡이다. 그녀는 작년 연말 각종 시상식 및 방송 공연에서 화려한 무대 안무와 함께 컴백 공연을 선보였는데, 아마 수많은 여자들이 그녀의 공연을 보며 희열을 느끼지 않았을까.
구두 모양의 침실에서 산타에게 전화를 걸어 구두창이 새빨간 신상 구두를 선물로 달라고 하며 시작하는 이 공연 무대의 중앙엔 '대형 구두'가 자리하고 있다.
무대의 주인공이 제니퍼 로페즈인지, 구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던 이 공연에서 그녀는 '루부탱'이라는 단어를 수없이(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려 45회) 외쳤고, 무대 막바지에 이르러 구두와 혼연일체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패션 잡지 '보그와 그 표지모델'을 찬양한 마돈나의 노래 [보그] 이후로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노래 제목으로, 그리고 이토록 수없이 반복해서 부른 노래는 제니퍼 로페즈의 [루부탱]이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눈에 띄는 색상은 바로, '새빨간' 레드.
제니퍼 로페즈의 무대 공연을 봐도 그렇고, 아래 그녀의 싱글 앨범 표지를 봐도 그렇고, 빨간색이 유난히 돋보인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노래 제목이 루부탱이기 때문!
아무리 여자 구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길거리를 새빨갛게 수놓은 구두를, 설령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해도 단 한번이라도 본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구두 자체가 새빨간 구두를 말하는 게 아니라, 구두의 아래를 떠받치는 '구두창의 색깔'이 새빨갛다는 걸 의미한다.
빅토리아 베컴과 비욘세 · 마돈나,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와 서인영을 비롯한 수많은 여자들의 '바닥'을 점령한 구두.? 이 구두를 만든 디자이너의 이름이 바로,
크리스챤 루부탱이다.
196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디자이너 '크리스챤 루부탱'은 12살 때부터 구두 디자인에 심취했으며, 이후 학업을 중단한 채 오로지 구두 디자인만 공부했다.
26살 때인 1991년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성용 구두 제품을 선보였던 그는 이듬해인 1992년, 첫 구두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이 디자인한 구두를 신고 런웨이를 걷는 모델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크리스챤 루부탱의 눈에 문득 띈 것은, 바로―
발톱을 새빨갛게 칠하고 있던 여자 직원의 모습. 그 순간 루부탱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예쁜 구두를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발톱을 꾸며야 할까.
내 구두가 아름다움의 마지막이어야 하는데!
그래서 루부탱은 직원을 시켜 빨간색 매니큐어를 가져오게 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이 만든 구두의 밑바닥, 즉 '구두창'을 새빨갛게 칠했다.
앞 모습뿐만 아니라, 뒷모습마저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어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생각했던 크리스챤 루부탱의 단 한 순간의 아이디어.
이 아이디어가 전세계 여자들의 구두창을 새빨갛게 통일시켰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구두와 페디큐어'의 한판 대결이었던 셈인데,
그래서인지 그는 이런 구두까지 선보였다.
구두창이 새빨간 것도 모자라, 구두의 앞코까지 새빨갛게 칠해버린 것. 여자들은 더이상 발톱에 무슨 색을 칠할까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지게 된 셈이다.
또한 구두의 앞코를 이렇게 살짝만 오픈함으로써, 그동안 발톱이나 발가락의 모양에 자신이 없었던 여자들도 당당하게 앞코가 오픈된 하이힐을 신을 수 있도록 구두를 디자인했다.
이쯤되면 디자이너 '크리스챤 루부탱'의 섬세함에 감탄이 절로 나올 법도 하다.
그가 얼마나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애썼는지, 또한 얼마나 여성들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그 진심까지 느껴질 정도라고 하면 그저 '오버'일까?
비록 '오버스럽다'해도, 분명한 사실은 '크리스챤 루부탱'은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
떠나가는 옛 남자친구와의 마지막 데이트를 위해 '루부탱 구두'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 미국 드라마 [도시에 사는 멋진 여성들]의 주인공 '캐리'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들이 많다. 또한 이런 부류의 여자들을 탓하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
그런데―, 캐리에게 지난 10여 년 동안 상처만 안겨줬던 남자 '빅'이 그녀에게 다시 청혼하기 위해 건넨 선물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구두'였다는 걸 통해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단어는
이해
가 아닐까.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면, 또한 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적어도 디자이너 '크리스챤 루부탱'처럼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드라마 속 멋진 남자 주인공 역시 그 마음을 이해할 때까지 무려 10여 년이 걸렸음을 볼 때 분명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발톱을 새빨갛게 칠하고 있던 여자 직원의 모습을 보고 그 여자의 마음을 헤아렸던 디자이너 '크리스챤 루부탱'처럼 그냥,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된다는 걸 또한 엿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요즘 여자들이 즐겨신는 구두의 밑바닥이 새빨갛게 된 이유가 그저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여자들의 아름다움을 헤아리고자 노력했던 '한 남성 디자이너의 마음'에 여자들이 매료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새빨간 구두창이 나온 지 이미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그저 '유행'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새빨간 구두창'은 상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심지어 노래 제목으로 불릴 정도로)가 되었다.
비록 국내엔 '크리스챤 루부탱'의 구두를 판매하는 공식 부띠끄도 없지만, 이 땅의 수많은 여자들은 오늘도 밑바닥이 새빨간 구두를 신고 거리를 신나게 걸어다니고 있다.
첫댓글 원숭이 볼기짝은 빨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0^](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0.gif)
루부탱 구두창도 빨개
나는 이렇게 유명한 사연을 이제야 알았다네....
생각못했었는데 이글을 보구나니 구두를 새삼보게되네 빨간바닦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