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 하나입니다 】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 '다라표'라고 하는 위대한 승려가 있었습니다.
다라표는 머리가 총명할 뿐만 아니라 정진력도 굉장히 투철한 분이어서,
십사 세에 출가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년 동안 용맹정진을 해서 십육 세에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성취했습니다.
아라한과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습니다마는, 불교에서 공부하는 모든 과정과
명상 과정을 거쳐서 삼명육통三明六通을 했다는 말입니다.
삼명육통은 과거에도 통달하고 미래도 비추어 보고,
또 자기 번뇌의 뿌리를 뽑아버렸을 때 얻습니다.
아라한과는 기적적인 지혜입니다.
자기 공부는 다 했으니까, 다라표 스님은 봉사할 것을 지원했습니다.
손님들이 오면 손님들을 바라지하는 심부름꾼으로 자처했습니다.
전기가 없는 때라, 밤에 손님이 오면 촛불 등으로 불을 밝혀야 했습니다.
그러나 신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화광삼매火光三昧라,
몸에서 불을 내는 삼매를 내가지고, 왼손으로 불을 비추면서
오른손으로는 이리저리 가리켜서 지도했습니다.
삼매를 닦아서 초월해 버리는, 우리 인간의 번뇌성을 초월해 버리는 그런 단계에
이른 분들은, 단지 다라표 스님만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수행자도 공부를 잘 했으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데,
사실은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지, 본래 못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진력이 부족해서 여실히 못 닦아서 그렇지, 원래 못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성은 아라한도를 성취하면, 누구나 다 삼명육통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성은 정말로 끝도 가도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것인데,
중생들은 아라한도를 성취할 만하게 제대로 닦지를 못할 뿐입니다.
제대로 닦는 길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우선 철저하게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이른바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는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계율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하면,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생리生理와 심리心理가 본래 둘이 아니라서 서로 상응하기 때문에,
음식을 함부로 먹으면 우리 마음도 흐리멍덩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도 오염이 됩니다.
그래서 철저한 계율로 해서 준비작업을 하고,
그 다음에는 불교말로 하면 삼마지三摩地라, 삼매三昧에 들어야 합니다.
삼매라는 것은 명상을 말합니다. 보통 명상은 삼마지, 삼매라고 못합니다.
초보적인 위빠사나나 관조하는 초보적인 명상을 해서,
우리 마음이 분열되지 않는 오직 일념으로 흘러가는 것을 삼매라 하지요.
삼매에 들어야 비로소 자기를 초월합니다.
삼매에 온전히 들어서 삼매를 성취해야 자기를 초월해 성자가 됩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특수한 사람만 성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할는지 모르나,
옛날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분도 성자라고 하지 않습니까?
소크라테스는 길을 가다가도 가만히 서서 엑스타시스(ekstarsis)라,
명상에 잠기고 망아忘我적인,
자기를 잊어버리고 자기를 초월하는 경지에 들어갔습니다.
깊은 사유를 하면, 모든 것이 다 인연 따라서 잠시간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 관념이든 내 몸뚱이든 눈에 보이는 현상계는
결국 자기라고 고집할 것도 없고,
자기 소유를 주장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이 자기라는 에고나 소유를 주장하지 않고서 생활한다면,
부조리가 생겨날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자기라는 에고가 생기면,
거기에 내 남편, 내 아내, 내 재산, 내영역이 따르겠지요.
그래서 철학이란 것은 철저하게 사유해야 합니다.
끝까지 투철하게 사유해 나가야,
이른바 인생과 우주의 본바탕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본래적인 본바탕을 안다고 할 때는,
결국 무아를 체험한 것입니다.
기독교와 불교와 이슬람교의 어떤 종교도
별도로 따로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리가 하나기 때문에, 종교도 하나입니다.
진리는 하나기 때문에, 종교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2001년 5월, 국제철학대회 법어] 말씀 中에서
매사와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