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캐주얼 룩의 부활
Roll-up
뜨거운 여름. 뭘입어도 더운 계절이라지만 허구헌날 티셔츠에 청바지나 통넓은 면바지, 그리고 꼬질꼬질한 컨버스나 샌달만 찾는다면... 특히 당신의 성별이 남성이고, 20대 중반이 막 꺽이는 시점이거나 혹은 30대라면... 지금 당장 당신의 패션센스를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여성들이 남성의 신체부위중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넓은 어께와 가슴? 단단한 팔통? 말다리같은 근육질의 허벅지? 틀렸다. 정답은 예상밖으로 남자의 발목. 특히 복숭아뼈부위다. 클래식 수트를 입을 때에는 무조건 감춰야하는 부위지만, 캐주얼 차림에는 당신의 복숭아뼈를 적당히 노출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옥션이나 지마켓에서 9,900원짜리 7부 팬츠를 사라는 얘기가 아니다. 당신의 옷장에 잘 재단되고 노릇하게 워싱된 슬림 스트레이트 치노 팬츠나 데님진이 있다면, 발목이 살짝 보이도록 접어 입어라. 단, 부츠컷이나 밑단 폭이 22cm가 넘어가는 팬츠는 롤업의 대상이 아니니 그냥 얌전히 입도록 하고, 당신이 코메디언이 아닌 이상 롤업 팬츠를 입고 발목이 긴 양말을 신는 바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팬츠의 컬러는 너무 짙은 색상보다 채도가 낮은 파스텔톤의 컬러면 무난하다. 치노팬츠의 경우 화이트, 베이지, 라이트 브라운, 네이비. 슬렉스의 경우 블랙 혹은 그레이 계열. 데님진은 상의와의 매치를 생각하여 입으면 될 듯 하나, 너무 짙은 (특히 생지 데님) 컬러는 보기에도 더워보인다. 그리고 롤업팬츠가 도저히 부담되서 죽어도 못 입겠다면 폴로닷컴의 그들처럼 반듯한 면반바지도 좋은 선택이다. 울버린만큼 다리에 무성한 털이 없다는 전제하에.
Boat shoes
패션의 완성이 신발이라는 점에 대해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평생 바지단 속에 감춰져 있던 복숭아뼈를 이제서야 시원히 드러냈는데, 농구화를 신었다면? 생각만해도 당장 수갑을 채워 구속해버리고 싶다.
롤업팬츠와 매치할 신발이라. 사실 선택의 폭은 제법 넓다.
윙팁 슈즈, 태슬 로퍼, 화이트 스니커즈, 그리고 보트슈즈. 내가 고딩때 한창 꽃신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했던 이 보트 슈즈는 이름 그대로 보트에서 신기 위해 고안된 신발이다. 일반적으로 바디는 가죽, 아웃솔은 고무로 되어있는데, 미끄럼 방지를 위해 신발 바닥에 가로로 홈이 파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Paul Sperry 라는 사람이 자신이 기르던 개가 얼음이나 눈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신발에 개 발바닥을 흉내내어 홈을 파낸것이 보트 슈즈의 시초. 멋진 디자인덕에 원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캐쥬얼 슈즈로도 사랑받고 있는 이 보트 슈즈는 롤업팬츠 혹은 반바지와 최적의 궁합을 보여준다.
보트슈즈의 종류 또한 무척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레더, 스웨이드등의 소재로 된 바디. 그리고 브라운, 네이비등의 솔리드 컬러를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멀티 컬러의 경우 화려하고 이뻐보이지만 막상 신어보면 코디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으므로 되도록 무난한 색상을 고르도록.
재질이 캔버스으로 된 것은 보트슈즈라기 보다는 슬립온에 가까우므로 제품가격과 타협한답시고 퀄리티를 포기하지는 말자. 모양만 보트슈즈인 캔버스 재질을 선택하느니 반스 슬립온을 신는 것이 더 낫다. (보트슈즈는 한 시즌용이 아니니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 또 보트슈즈를 신을 때 중요한 것 한가지. 양말은 잠시 참아줄 것. 발목양말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발냄새가 염려된다면 남성용 덧신을 착용하거나 소다 가루를 슈즈 내부에 살짝뿌려서 신을 것.
▲ 보트슈즈의 본좌답게 그 이름도 길다. Band of Outsiders
▲ 보트슈즈하면 빠지지 않는! 네이비 스웨이드 재질과 에나멜 재질의 조화가 이쁘다. Sperry Top-Sider
▲ 날렵하고 쫀득해 보이는. 그러나 가격에서 GG. Lanvin
▲ 누가 폴아저씨 아니랄까봐 색감 참 곱다. Paul smith
Coordination
롤업+보트슈즈. 이 조합은 캐주얼하면서 댄디해보인다. 화려한 프린팅의 티셔츠보다는 차분한 피케 티셔츠나 파스텔 계열의 셔츠가 어울린다. 너무 심심해보인다면 벨트나 시계등으로 포인트를 주고, 휴가를 떠날 계획이 있다면 마린룩을 시도해도 좋다. 너무 어렵다고? 요즘 TV에서 지겹도록 나오는 초식남 캐릭터-결못남의 지진희, 또 커피프린스의 공유를 떠올려보자. 참 쉽다.
▲ 여름에는 이렇게! 휴양지에서는 이런 게이스러운 과감한 컬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
▲ 곧 찾아올 가을에는 니트등과 조합하자. 우려먹어야 할 것 아니야?
▲ 폴로 랄프로렌의 보트 슈즈 코디
아메리칸 캐주얼룩의 아이템들은 대체적으로 노멀하고 베이직하다. 때문에 코디하는 데 있어서 의외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의도로, 또 타인의 시선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를 염두에 둔다면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 캐주얼의 기본만 지켜진다면.. 그것에 클래식함을 곁들여준다면, 재미있는 소품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면 당신도 댄디가이가 될 수 있으리라. :)
출처 : Hyun's Blog
작성자 : Hyun's 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