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광장 신인문학상 시상식 및 송년의 밤을 마치고
겸허히 땅으로 돌아가 모천으로 귀의하는 낙엽들은 금풍(金風)의 전리품이다. 나무에게 앞으로 닥칠 추위와 역경에 대비하라는 지혜로운 메시아를 금풍이 실어다 준 것이다. 이에 순응하는 자연은 부족해질 햇살과 물기와 자양분을 줄기에 집중하고 낙엽을 땅으로 보내 뿌리와 토양을 되살린다. 온몸을 드러내고(體露) 우주의 광활한 허공에 잎의 수식을 떨쳐내고 혹한에 정면으로 대면하고 본령을 튼실하게 키워내는 모습이 당당하다. 이렇듯 겨울의 문설주에서 자연은 스스로 지혜를 발휘한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샅바 싸움에서 겨울로 중심추가 기울고 첫눈 소식이 들리는 날 우리는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문학의 봄을 기다리는 송년의 밤과 씨앗을 수놓는 신인문학상을 거행한다. 체로금풍(體露金風)의 깊은 함의를 반추하기 좋은 시절에 우리는 지난여름 풍성해 보인 잎의 성찬을 걷어내고 나신으로 무대에 올라가 평가받고 담금질을 함께 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윤덕규 시인의 진행으로 문학광장사기 입장과 개회 선언, 국민의례를 거쳐 문학광장 송년회가 시작되고 서지혜 시인에 의한 연혁 보고는 17여 년간 순수문예지로 걸어온 길을 엄숙히 회상케 한다.
표천길 주간의 외빈 (이은집 한국문인협회 수석부이사장, 김중위 前 思想界 주간이자 초대 환경부 장관, 곽윤희 구로구의장, 김유권 구로오늘 신문 대표 등) 및 내빈 소개에 이어 김옥자 발행인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문학의 바다에서 문학적 발전과 결실을 이루는 문인들이 문화융성의 공로자임을 상기시키고 신인문학상 수상자들에 대한 박수를 이끌어낸다. 인사말에 이어 문학광장 최고의 권위상인 문학광장대상을 곽기영 회장에게, 문학광장본상은 김선균 황금찬 시맥회 회장에게 수여한다. 곽 회장은 최근에 야생 진드기에 의한 감염으로 힘겨운 투병 과정을 거쳤는데 다소간 위안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늘 문광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헌신하는 김선균 시인에게 수여된 본상은 늦은 감이 들 정도로 당연하다.
일정이 급한 곽윤희 의장은 축사를 먼저 하며 13남매의 막내 늦둥이로 태어난 가족사를 말한다. 본인의 태생적 장애 상태를 극복해 온 인간 역정의 서사를 전하며 자신도 나중에 문학인의 걷고 싶다는 솔직한 자기 고백에 감동을 주는 정치인의 모습이 신선하다. 김중위 前 장관은 20대 중반부터 한 시대를 풍미한 지성잡지, 思想界 편집장으로서 겪었던 잡지사의 고충을 말하면서 문학광장이 17년 이상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출간을 이어온 기적 같은 업적을 치하하였고, 김유권 구로 오늘신문 대표는 쇳물을 단련하듯 아름다운 글쓰기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 모두가 우리 문인들에게 금과옥조가 될 말씀들이다.
막간으로 진중한 열기를 식혀주듯 이주빈 바이올리니스트의 「고향의 봄」 외 1곡의 연주는 서서울 공원 행사 때의 물빛 흐름과는 또 다른 경쾌한 흐름으로 행사의 분위기를 돋워준다.
이어 시제 장원상 (작품명 : 독도) 시상은 이은집 문학광장 아동분과위원장(문인협회 수석부이사장)이 박춘자 시인에게 시상한다. 문학광장과 맺어진, 오래된 인연을 말하고 문학광장의 알찬 편집과 내용을 치하하며 계속 이어갈 인연을 약속하여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이어서 문화예술인상을 송순옥 문화예술원장이 김정희 교수에게 시상하고 우수문학상을 차명순 시인에게 필자가 시상하게 되었다. 필자는 축사를 통해 쉽고 빠르게 잊히고 타협되는 현실과 자본의 이윤 논리에 의해 사라지는 이면의 가치를 지켜내는 문학의 소중한 임무를 강조하고 오늘 만난 문학의 소중한 인연을 지켜나가 줄 것을 당부한다.
가을 시화전 대상의 시상은 김종귀 수필가와 이순분 시인, 천혜경 시인에게 곽기영 회장이 시상하는데 김종귀 수필가는 당선작을 쓰기 위해 생각하고 고쳐 쓰기를 거듭한 탈고의 지난한 과정을 수상의 기쁨으로 보상받는 심정을, 천혜경 시인은 중동에서 돌아와서 쓴 시로서 수상한다는 수상소감을 피력한다. 문학의 길을 들여놓은 이상 기꺼이 치러야 할 여정들이다.
1부 행사는 한 해 동안 멋지게 활동한 문인들의 결실에 성찬과 격려의 시간이다. 수상자는 영광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벗겨진 몸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시간이다. 스스로 과연 성찬을 받을만한가 반추하는 계기가 되고 된서리에도 당당히 맞설만한 銳筆(예필)이 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일 것이다.
막간의 축하 시간이 다채롭다.
박명희 낭송가의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도종환) 낭송은 대나무와 난초가 그려진 수묵화 같은 한복과 잘 어우러진 잔잔한 쏘나타다. 김정희 교수의 도라지 타령에 맞춰진 고전무용에 이어 오늘의 주인공인 신인 문학상 수상작 하나를 송순옥 시인이 낭송하는데, 수상작은 「시작하는 힘」(양채원)이다. 나의 등단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나의 졸시 「물 위를 걷기」 낭송도 송시인이 하였었다. 이어 내가 좋아하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이주빈 바이올리니스트의 움직임에 충실하여 바이올린 4개 현을 타고 흐른다. 임소리 외 2인의 오카리나 합주다. 오늘은 가요다. 「나는 행복한 사람」, 「아빠의 청춘」이다. 환갑을 지나고 인생 2막 청춘의 시작이니 나는 행복이다.
축하 무대가 끝나고 오래 기다린 신인 문학상 시상식이 유재기 박사의 심사평과 축사로 시작된다. 대통령 자문위원 연수를 평창에서 마치고 긴 시간 마다하지 않고 행사를 빛내주기 위해 온 것이다. 문학광장이 문예지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열었던 일화, 황금찬 시인 가르침에 따라 시를 쓰고 대통령연설문 작성의 이력 등 문학광장과의 인연을 피력한다. 102기의 신인문학상은 유재기 박사와 천이진 자문위원이, 103신인 문학상은 정덕조 자문위원이 수고한다.
김수연 시인은 자제분들의 뜨거운 축하 속에 시로서 김수연 하면 멋진 시인이란 소리 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로 수상소감을 대신하였고, 유제현 시인은 시를 50년 동안 버리지도 못하였는데 문학광장을 통하여 꿈을 이루었으니, 앞으로 더욱더 많이 써가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힌다.
장만식 시인은 20년 재수 끝에 등단의 문턱을 넘었다는 기쁨을 밝히며 진솔한 소감을 피력한다.
김춘자 시인은 문학광장에 시인으로 등단하고 또다시 수필로 등단한다. 시를 쓰다 보면 수필을 쓰고 싶다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수필로 글쓰기의 기본이 구축되었고 그 토양이 풍요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심미안의 추구가 심화되다 보면 그림도 구상에서 추상으로 깊어져 가듯 글쓰기도 언어의 은유와 함축이 심화되면 자연스레 운문인 시학으로 깊어지게 된다는 생각이다. 언어미학의 꽃인 시가 함의하는 장점은 음미할수록 깊어지고 독자들에 따라 각양의 모습으로 해석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직설즉답 식 글은 서술이고 산문일 뿐이다. 아무리 미사여구의 행갈이를 전개한다고 해서 운문인 시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아직도 은유 되지 않은 문구를 늘어놓고 시의 행렬에 전시하는 시인들도 많으나 그것이 공모전에서 작품성으로 인정받지 못함은 당연하다. 필자는 그래서 시인들이 쓰는 수필이나 에세이의 품격을 인정한다. 실제로 읽어보면 그렇다.
임혜경 수필가는 글을 쓰면서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자기 반문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겸손한 수상소감을 밝힌다. 이번 등단으로 더욱 자신감 있는 정진이 뒤 따르기를 기원한다.
김혜미 동화 작가와 앵채원 시인의 문학 사랑과 평생 문학 하며 살겠다는 수상소감들은 그들의 고운 얼굴처럼 보드랍다.
평택에서 오느라 늦은 최경순 시인은 본인의 시 「한 송이 연꽃」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신인 작가들에게 축하의 헌시로 선물하며 오늘 행사의 대미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계묘년 한해는 문학광장의 100돌을 기념한 5월 문학제를 수많은 외부 인사들과 시민들의 참여 속에 서 서울 호수공원에서 성황을 이루었고 그 밖의 문학 행사, 봄가을 시화전 및 문학기행과 문학광장의 문우들의 각종 문학상 수상 및 출판 등으로 활약이 두드러졌던 한해였다.
문학광장의 일원으로 기쁜 마음이다.
필자는 환갑을 넘기면서 새로운 인생 2막을 단출하고 좋아하는 일에만 몰입하며 살고 싶다. 하지만 도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만히 두지 않으니, 걱정이 앞선다. 일례를 들면 10여 년 맡아온 산악회 회장직을 내려놓게 되어 홀가분해졌는데 검사장, 법원장, 법전원장, 정관계 인사 수두룩한 동기회장직을 떠밀려 맡게 되었으니 한숨 앞에 지뢰밭이다. 문학의 적들을 적당히 달래서 멀리 보내는 무공이라도 연마해야겠다.
문학광장 문우님들의 내년에는 더 큰 영광 있으시라!
갑진년 새해에는 문학광장의 모든 식구가 건강하시고 풍성한 문학적 결실을 이루 시기를,
그리고 한국문학의 무궁한 중흥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11월 19일 문학광장 이사장 정규범 拜
첫댓글 모든 일정을 뒤로 하시고
늘 문학광장의 길잡이가 되어주시어 항상 감동이 앞섭니다
등단식 행사장에 있는듯 생생한 그림을
그려주시어 또한 깊은 감동을 받네요
이사장님...낮에 빽빽한 일정속에도 깊은 새벽
잠도 못주무시고...
행사후기 올려주신 소중한 마음 고맙습니다
네 일요일 산행 후 뒷풀이가 길어져 늦게 후기 올렸습니다. 오탈자도 많을 겁니다.
문학광장의 큰집을 견실하게 지켜주시는 발행인님의 열정과 헌신은 길이 남을 문학사로 이어질겁니다. 늘 감사합니다.
정이사장님 토요일 행사날 뵈오니 반가웠습니다 또한 여러모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한주도 건강하시고 가정의 안녕과 행복과 행운이 가득 하시길 바라며 오늘도 건강유의 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
고생들 많으셨고
제 등단식했던 것이
오늘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되었더군요.
우리 문광과 우리 순수문학을 위하여 또 하나의 주춧돌을 단단히 놓아주신 여러분들게 축하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축하드리며 고맙습니다.
향원익청이듯 함게하시는 고운마음이 향기를 더해갑니다. 감사드립니다. 글을 통한 소중한 인연입니다.
오예 ㅡ
한해동안의
총결 보고 잘 읽고 갑니다 ㅡ
수고 많으셨습니다 ㅡ 꾸우벅!!!
함께 공명하고 마음 싣는 정성에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겨울 나시고 늘 좋은 일 만드시는 일상 되길 빕니다
정규범 이사장님 늘 감사합니다. 환갑 축하하구요^^
먼 길 오가시고 시상과 수상 모두 애쓰셨습니다. 온전한 건강 회복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행사 때도 수고하시고 행사 후에도 깊은 가을길을 걷는 것 같은 멋진 후기를 남겨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마도 우리 김선균 위원장님의 후기도 곧 올라오리라 생각됩니다^^
행사진행과 정리 늘 수고가 많습니다. 문학광장 본사의 수상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햐~ 그리도 바쁘신 가운데 명필로 새겨놓은 후기는 참으로 최고입니다 ^^
감사합니다
표주간님 늘 모든 구석 챙기고 살피시는 은덕은 무어라 말할수 없지요. 문학광장의 보배 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사장님 생동감 있는 멋진 행사 후기 잘읽었습니다
행사때마다 묵묵히 솔선하시는 부학장님, 일정상 뵐수 없어 아쉬웠답니다.
결 좋은 시향은 문광의 좋은 영향으로 작용할 겁니다. 감사 합니다.
와~실제보다 더 멋진 생생후기와 한해를 돌아보는 훌륭한 글 감동입니다~♡♡
환갑을 맞이하신 이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이번 송년의 밤이 풍성한 결실로 저 또한 기쁜 한 해였습니다
새해 건강하시옵고 행복하십시오~~♡♡
뒷풀이 장에서 짧게라도 이야기 나눌수 있어서 많이 좋았답니다.
열정으로 문광을 사랑하시는 박시인님, 내년에도 맑은 향기 많이 베풀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사장님 행사 때마다
그 자리에 계셔서 정말 좋아요👍
송원장님 행사장에서 눈인사만 하고 낭송의 모습을 통하며 마음 전했는데 언제 또 사진을?
그 동안 저에게 음양으로 많은 정성과 사랑을 주셨는데 받기만 하여 죄송하답니다.
불립문자이듯 널리 혜량하시라 생각 합니다. 늘 건강한 일상이길 빕니다.
참석치 못한 사람들
눈에 보이는 후기
잘 담아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곽위원장님 잘지내시죠?
조만간 뵙게 되겠지요^^
옮기신 거쳐에 적응 잘하시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공로상 수상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