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월천신공님께서 재미있는 창작 무협소설을 올려주셨네요...
성의 있는 매매후기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계신 분인데, 이번에 창작 무협까지 영역을 넓히셨네요... 욕심이 많으신 듯 ^^;
요즘은 거의 읽지 못하지만 저도 예전엔 소일삼아 무협소설을 읽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무협 얘기가 나온 김에 전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무협에 비유해서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항상 제가 올리는 글의 서두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그냥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보다 하고 부담없이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식은 무협 세계와 많이 비교됩니다.
고수, 비급, 심법, 초식... 무협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팍스넷 필명에도 무협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주식시장의 상황 설정이 무협소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강한 힘과 비겁한 지혜를 모두 갖춘 작전/세력/기관/외국인들의 틈바구니에서
나와 가족의 행복을 지켜줄 생명과도 같은 돈을 걸고 혈혈단신으로 싸워야하는 개미의 운명은,
무딘 철검 한자루만 쥐고 9대문파, 흑도, 마교들이 장악하고 있는 강호무림에 홀로 서있는 무협소설의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무협소설은 주인공이 책의 서반부에서 환란을 겪고 이후 심산유곡 깊은 벼랑끝에서 전대 고수의 무공비급을 습득한 후 무림최고수로 등극하여 부모님 복수도하고 무림도 제패하고 뭐 그런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무협소설은 책의 제목과 주인공 이름만 다르지 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통속적입니다.
때문에 폭넓은 독자층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수십년간 만화대여소의 진열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하지만 제 기억속엔 일반 무협소설의 통속함을 벗어버린 좀 독특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용대운이란 작가께서 집필하신 <태극문>입니다.
워낙 유명했던 작품이라 무협소설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많이 기억하실 겁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대략적으로 <태극문>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태극문>은 100여년전 강호를 지배하던 최고의 문파입니다.
<태극문>이 부흥하던 시절 그 문파의 위상은 태산북두와 같았고 세력은 대강남북을 호령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흐르는 세월속에서 <태극문>은 쇠퇴했고 당대에 이르러서는 강호의 한귀퉁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태극문>에는 한가지 특이한 규칙이 있습니다.
무공을 배우고자 찾아오는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수제자로 받아들이고 <태극문>의 모든 비기를 전수해 준다는 점입니다.
<태극문>이 무림의 제일 문파로 명성을 떨치던 전대나 강호의 삼류문파로 전락한 당대나 이 규칙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문파는 자파의 독문절기를 외부인에게 비밀로 함은 물론이고 문파 내에서도 장문인이 될 후계자에게만 은밀히 전수하는게 상식입니다.
이에 반해 <태극문>의 문규는 매우 특이했습니다.
소설속에서 주인공은 무공의 큰 뜻을 품고 <태극문>의 수제자로 입문합니다.
지금은 비록 무림의 삼류문파로 전락했지만 과거한때 무림을 지배하던 <태극문>의 감춰진 비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태극문>의 문주는 주인공을 제자로 삼은 후 3년에 걸쳐서 문파의 모든 비기를 전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미 <태극문>에는 주인공과 비슷한 기대를 가진 젊은이들이 수백명 넘게 입문한 상태입니다.
<태극문>의 문주는 그들에게도 차별없이 똑 같은 약속을 합니다.
드디어 <태극문>의 수련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태극문>에서 가르켜 주는 무공이 너무 평범합니다.
100년전 무림을 지배했던 <태극문>의 경천동지할 무공을 기대하고 찾아온 제자들에게 강호의 시정잡배도 알고 있을 평범한 초식을 가르켜줍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요즘 어린이들이 배우는 태권도의 [태극1장] 정도를 가르켜 줍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태극문>을 찾았던 제자들은 그곳의 평범한 무공에 실망을 하고 하나 둘씩 <태극문>을 떠납니다.
그래도 일부 끈기 있는 제자들은 지금의 수련은 <태극문>에서 자신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흐르면 어느 시점에선가 <태극문>의 진찌 비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하에 계속해서 수련을 합니다.
약속했던 3년 중 2년이 흐릅니다.
2년이 흘러도 <태극문>에서 가르켜 주는 무공은 오로지 [태극1장] 뿐입니다.
많은 제자들이 그 사이에 <태극문>을 떠나 갑니다.
다시 6개월이 흐르고 대부분의 제자들이 지쳐 <태극문>을 떠나고 3명의 제자만 남습니다.
또 7~12 개월이 흐르고...
결국 주인공 한명만 <태극문>에 남게됩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결국 3년이란 긴 세월을 태권도로 친다면 [태극1장]만 수련하게 됩니다.
마지막 3년째 되던날 <태극문>의 문주는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동안 수련하느라 수고했다. 우리 문파의 모든 무공을 너에게 전수했다. 이제 하산하거라...........“
헐~~~~~~~~~~
[고려형], [금강형], [태백], [일진] 뭐 이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태극7장], [태극8장] 정도는 가르켜 줘야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허망하게도 <태극문>의 비기는 [태극1장]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약속한 3년을 채운 주인공은 <태극문>에서 하산을 하고, 강호에 출도한 후 무림제일인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어떻게 평범한 [태극1장]을 가지고 음양신공, 구양신공, 독고구검 등등... 강호를 주름잡는 절세신공들과 싸워 이겼느냐고요?
소설 <태극문>이 시사하는 바는 강호의 평범한 무공도 완벽하게 수련하기만 한다면 어떤 패도적인 무공과 맞서도 이길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속에서 주인공은 평범한 [태극1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수련했기 때문에
일반 무림인이 [태극1장]을 시전할 때 1초에 한번의 주먹을 내지른다고 치면
주인공은 한번의 공격에 36개 방위로 수십번의 주먹을 정확하게 내질러서 상대의 급소를 공격하는 걸로 묘사됩니다.
때문에 같은 초식이라도 주인공 손에서 시전되는 [태극1장]은 강호의 전설적인 무공들을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태극1장]에 쓰러지는 적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기가 평범한 [태극1장]이란 무공에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네가 사용한 무공이 진정 태극1장이란 말이냐?”
뭐 이런 대사를 남기고 저승길로 떠나갑니다. ^^;
결국 그동안 <태극문>이 쇠퇴했던 이유는 <태극문>의 절기가 약해서가 아니라 주인공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 평범한 절기를 완벽하게 수련한 제자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태극문>의 스토리를 짧게 적었는데 재미있으셨나요?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내용이 정확하지 않고 좀 틀리게 묘사한 부분도 있겠지만 소설의 중요한 핵심은 옮겼다고 봅니다.
<태극문>이란 무협소설은 결국 뭘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단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무협이 아닌 주식시장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볼때 우리 주변에는 기법들이 넘쳐납니다.
서적, 인터넷, 강좌, 등등...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태극문>의 수제자로 들어가서 비법을 전수 받아 무림의 최고수로 등극할 수 있듯이 주식시장의 투자기법을 습득해서 최고수로 등극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연마한 기법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때 기법을 의심하고 뭔가 신묘하고 절대적인 다른 기법을 찾아 헤매이게 됩니다.
자신이 습득한 기법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단순한 기법이라도 정통하기만 하다면 세력/작전/외국인들과 싸워 통쾌하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예전에 코드님이 추천하신 태극검재와 내용이 거의 동일한데다....주식매매하는사람에개는 정말 곰곰히 되새겨볼 글입니다..300% 공감합니다..
참으로 공감 가는 글이네요...잘 읽었읍니다.
재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