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발스
라벨은 비인의 왈츠를 쓰려는 구상을 이미 1906년부터 가지고 있었다. 13년 후 (그 사이 세계대전을 치렀다) 라벨은 다시 이 계획에 손을 댔다. 본래는 생활에 있어 그의 기쁨을 표현하려 했던 이 무곡이 이번에는 죽음의 춤의 모습으로 그의 마음에 되돌아왔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러시아 발레의 유명한 흥행주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그의 발레단을 위해 라벨의 음악을 위촉한데서 비롯되었다. 이 작품은 1920년 완성되었다.
이 발레곡에 대한 라벨의 착상은 -1855년경의 왕궁의 정경이다- 그가 총보에 첨부한 주석에 설명되어있다. “빙글빙글 도는 구름 사이로 짝지어 왈츠를 추는 사람들이 힐끗 보인다. 차차로 구름이 걷히고 춤추는 사람들이 가득한 넓은 홀이 나타난다. 장면은 점점 밝아진다. 상들리에의 빛이 찬란하게 빛난다.
라벨의 관현악법의 회화적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빛의 고저를 음의 고저와 밀접하게 관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라 발스>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른 많은 요소들이 능숙하게 뒤얽혀있다. 비인의 마음(왈츠) -완전히 프랑스적 감성으로 불러일으킨 -은 처음으로 인상주의의 희미함과 그리고 끝에 가서는 후기 낭만파 관현악의 눈부신 음향과 결합되어 있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빛나는 왈츠가 여기서는 마지막 춤을 즐기고 있는 몰락해가는 세계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감정의 이원성, 라벨의 특유한 그 기묘한 달콤쓸쓸한 특성은 여기에서 유래되고 있다. <볼레로>와 마찬가지로 <라 발스>는 관현악의 크레센도(점점크게)의 습작이다. 그러나 보다 변덕스럽고 보다 미묘한 크레센도이다.
곡은 약음기를 낀 피아니시모(pp;매우작게)의 트레몰로(음 또는 화음을, 빨리 떨리는 듯이 되풀이 하는 연주법)로 시작된다. 멜로디의 단편들이 인상파적인 안개 사이로 떠올라 왈츠소리를 들을 듯 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가 귀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비인 왈츠의 속도로(Movement de Valse viennoise)"라는 라벨의 속도 뿐이다.
음악은 매력적인 왈츠 멜로디를 하나씩 계속 펼쳐내면서 힘을 모아가는가 하면 처음의 피아니스모로 되돌아가곤 한다. 라벨은 교묘하게 그의 재주를 아끼며 나아가다 격앙된 클라이막스에 가서는 그 당시의 관현악으로 가능한 모든 부딪치는 불협화음을 풀어 놓는다.
그가 왈츠의 찬미라고 비유한 이 끝부분은 공포와 파멸의 무곡이 된다. 거친 포르티시모(ff;매우 크게)들은 거의 녹음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이와 같은 불협화음적 내용의 극단적인 상승은 크레센도(점점크게)와 아첼레란도(점점 빠르게)로 더욱 부추겨진다. 곡을 흥분된 끝맺음으로 몰고간다. 라벨과 드뷔시 두 사람은 프랑스적인 감수성과 정신을 구현시킨 음악예술의 미의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20세기로 향한 문을 크게 열어놓았다.
http://www.youtube.com/watch?v=mcU8dC53qxc&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g_ZIgkq5S4c&feature=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