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말해줘] 09
S#1. 지하철 역 승강장
지하철이 지나가고 나면 승강장 벤치에 꼼짝없이 앉아있는 영채 위로
병수 : (E) 그 사람이 힘들어해... 그 사람이 힘들어해... 그 사람이 힘들어해...
벌떡 일어서는 영채
S#2. 지하철 역 앞
지하철 역사 빠져 나와 어디론가 가며 휴대폰 거는
영채 : 여보세요? 석관이니?
석관 : (F) 니 거 가만 기다리라. 우리가 기필코 뱅수를 데리고 갈끼다.
영채 : 이모가 쓰러지셨어. 위독하셔. 빨리 집에 들어와.
영채가 전화 끊는 것과 동시에
(E) 우당탕탕 마루를 뛰어오르는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이모~!!" 외치는 소리.
S#3. 하숙집 거실
부엌 쪽에서 양념이 잔뜩 묻은 고무장갑을 끼고 멀쩡히 걸어나오는 능옥, 태극기 등 농성 복장 그대로 달려온
아이들 : ... 이모...(하는데)
이층에서 인라인 가방을 들고 내려오는 영채.
을채 : 언니야...
영채 : (인라인 가방을 바닥에 사뿐 내려놓고, 허리에 손을 걸치고, 건들거리며) 니들 우정은 가슴 뜨겁게 생각한다.
근데 그럴 거 없다. 나 방금 전에 병수 버렸다, 완전히. 게임종료.
아이들 : .....
영채 : (건들 거리는 리듬은 안 끝났는데 더 할말은 없어 난감하다가) ....................... 오케이?
소리치고 밖으로 나가는 영채.
아이들 시선이 영채를 멍하게 따라가는데
능옥 : 네 이넘들!!!!!!!!
아이들 화들짝 놀라 능옥을 바라보면 능옥, 뭐라 야단 치려다 말고 조용히 말한다.
능옥 : 위로 헌답시구 느덜이 한마디씩 보태넌 것이 다 바늘이여. 느덜 다 합치머넌 바늘이 및 쌈이여? 지가 지발루다 와서
힘드니께 워치케 점 해 달라구 허거든 그때 만사 제치구 안아줘. 바늘루 찌르지덜 말구...
능옥, 한숨 쉬고 부엌으로 도로 들어가는데
아이들, 서로 얼굴만 쳐다 보는데
S#4. 공원
스케이트를 타고 스르륵 벤치를 향해 와서 벤치를 탁 짚고 돌아앉는 영채. 그 위로
병수 : (E) 그 사람이 힘들어 해.
벌떡 일어나는 영채. 천천히 스케이트 밀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영채. 번호 누르면
S#5. 인서트
휴대폰 액정에 "박아저씨" 뜬다.
S#6. 공원
영채, 액정을 보고 있다가 신호가 가기도 전에 갑자기 폴더를 닫는다.
움직이던 영채가 스르르 멈춘다.
영채 : ........
(E) 녹음 중인 음악 소리
S#7. 녹음실
부스 안에서 밴드 녹음 중이고, 부스 밖에서 엔지니어와 함꼐 앉아있는 희수.
희수, 뭐가 맘에 안드는지 잔뜩 찌푸리고 있고, 엔지니어, 희수 눈치를 흘긋 보며 기계를 다른 식으로 조작해 보고,
희수,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고, 엔지니어, 훅 하고 한숨 쉬는데,
희수 : (토크백누르고) 좀 쉬었다 합시다. 밥 먹구와.
안에 들어있던 사람들 악기 놔두고 헤드폰 벗고 나온다. 엔지니어와 밴드들 밥 먹으러 우르르 나가는데
엔지니어 : (좀 주눅 들어서) 같이 안가요?
희수 : 먹구와.
엔지니어 나가면, 혼자 남은 희수, 기계 위에 놓인 악보를 좀 짜증스럽게 집어서 오른쪽 의자로 던지듯 두고
담배를 찾는 듯 윗주머니를 뒤적이는데 똑똑. 노크소리.
희수 보면, 출입문이 살짝 열리고 영채가 고개를 빠꼼 들이민다.
영채, 히죽 웃는다.
영채 : (들어오며) 들어가두 돼요?
희수 : 벌써 들어왔잖아...(하며 자리 내어주는데)
영채 : (인라인 가방만 의자에 던져두고 신기하다는 듯 둘러보며) 이렇게 생겼구나아~ 녹음실 이라는게.
살벌하네 뭐.. 하나두 재미없다.
희수, 그저 보고 있으면,
영채,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가 밴드가 남겨두고 간 악기들을 퉁퉁 건드려 본다. 헤드폰도 머리에 써 본다.
희수, 부스 쪽으로 움직여 부스의 문을 쾅 닫는다.
부스 안과 밖에서 마주선 두 아이.
희수 : (낄낄 웃으며 기계를 조작한 후 토크백을 누르고) 노래 하나 해 봐라.
영채 : 예?
희수 : 잘 부르던 걸? 꺽꺽 울면서... 가관이더라.
영채 : ......
희수 : 불러봐.
영채 : 부르라면 못 부를 줄 알구? (고래고래) 비내리는 호남선~
영채 몸 흔들며 고래고래 노래 부르면 희수, 귀를 틀어막고 괴로워한다.
영채, 그 모습을 보며 깔깔 웃는다. 희수도 어이없어 웃는다.
웃다가 서로 본다. 웃음기 거두고.
영채 : 내가 무지 속상한 일이 있었거든요?
희수 : 너 요새 맨날 속 상하잖아, 임마.
영채 : 근데... 나두 모르게 아저씨한테 전활 걸구 있더라구요...
희수 : ...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영채 : 그 사람... 이랬어요... 병수가..
희수 : .......?
영채 : 지금까진 쭉, 조대표님, 조이나대표... 그렇게 불렀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사람.....이래요.
희수 : .......
영채 : 그사람이 힘들어하니까... 저보구 그사람 힘들지 않게 친구들 좀 데려가 달래요.
희수 : .....
영채 : 무슨 꽃이나 별이름을 말하는 것 처럼..... 그사람.... 이랬어요.
희수 : ........
영채 : 아무리 그래두 아주 조금은, 완전히 못 버리구, 병수 소매끝이나 바짓단 끝이나 그런 델.....
아무두 모르게 붙잡구 있었나봐여. 내가.
희수 : ........
영채 : 근데, 나.. 그거까지 완전히 놔 버리자구 작정하자마자 병수 바짓단 쥐구 있던 손이 너무 허전했나봐요.
곧장 아저씨한텔구 전활 걸구 있는 거 있죠?
희수 : 나와.
영채 : ....
희수 : 나와... 나와서 나한테루 와...
영채, 헤드폰 벗고 부스 밖으로 나온다.
희수 : 일루와....
영채, 희수 앞에 가서 선다.
희수 : 완전히 놔 버리겠다. 완전히 잊겠다. 완전히 지우겠다.. 그런 말은 그냥 니가 니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일 뿐이야...
정말루 완전히는 이세상 어디에두 없어 꼬맹아.
영채 : .......
희수 : 바짓단 놓자마자 허전해진 손으루 닥치는 대루 아무데나 덥썩 붙잡지 않구...
굳이 박희수한테 위로 받겠다구 굳이 박희수한테 찾아와줘서... 고맙다....
영채 : .......
희수 : 그정도면 됐다.
영채 : .........
희수 : 완전히가 아니라두, 그정도면 되지 않겠니?
영채 : .........
희수 : ......
영채 : ......
희수 : 하자.... 결혼.
영채 : ......
희수 : ......
영채를 보는 희수 얼굴 위에
이나 : (E 깔깔깔깔 재미있다는 듯 웃는 소리)
S#8. 레스토랑 (다른 날)
이나와 희수 마주 앉아있다.
이나 : 그게 정말이야? 정말 박희수랑 서영채가 결혼을 해?
희수 : .... 해.
이나 :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그렇게 됐다지?
희수 : 당신이 떠미는 바람에 나두 모르게 서영채란 의자에 퍽 앉았는데, 앉구 보니.. 편안했어...
너무 딱딱하지두 않구 너무 푹신하지도 않구, 적당히 안락하구 적당히 알맞은 의자.
이나 : (흥미진진, 또랑또랑) 그래?
희수 : 나 처럼 막 산 놈이 차지해두 괜찮은 의잔지, 차마 양심이 아파 한참 망설이긴 했지만, 이제부터 막 살지 않구
잘 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살다보면 나란 놈두 꼬맹이 닮아가 좀 예뻐지지 않을까...제발 내가 도둑놈인 걸 용서하소서...
예수님 부처님은 물론이구 우주 만신한테 빌구 있는 참이야.
이나 : (정말인가 해서 본다)
희수 : ...(진지한 얼굴) 왜?
이나 : 정말... 이란 말야 그럼?
희수 : 그럼 가짜란 거야?
이나 : ....
희수 : (본다)
이나 : (물 한모금 마시고) 이봐 희수씨. 그러니까 당신 맘이 진심인거야?
희수 : 물론이야. 당신은 진정한 사랑이란 걸 찾았는데 난 그럴 수 없다는거야?
이나 : 그러니까 그 아이를... 사랑한다는 거야?
희수 : 그 바보녀석이 왜 꼬맹일 사랑했는지... 알겠더라구.
이나 : ......
희수 : 당신한테 고맙게 생각해...
이나 : ....
희수 : 누군가를 진지하게 원하는 마음,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 누군가를 깊이 걱정하는 마음,
이른바 진심이라는게 뭔지... 알게 해 줘서.
이나 : (표정관리가 안된다 - 질투처럼 보인다)
희수 : 나라는 놈 입에서 진심이란 말이 나오니까 이상해?
이나 : (안절부절 못하는)
희수 : 설마.... (정말 혹시나...) 질투... 하니?
이나 : 왜....
희수 : .........
이나 : 어째서......
희수 : ........
이나 : 지금이니.......
희수 : .........뭐?
이나 : 하필 왜 지금이냐구.
희수 : ........
이나 : 이제야 그 녀석이 조금씩 날 염려하구 안스러워하기 시작했단 말야. 나한테 마음 열구 있는 힌트가 여기 저기 보인다구.
그녀석 마음 잡으려구 거짓말 같은 거 안만들어두 되겠다구 이제. 지금 그녀석이 서영채가 결혼 한단 소식 들어야 해?
희수 : (질투일까 하고 잠깐 희망을 품었었던 것. 좌절....)
이나 : 서영채가 감기만 걸렸대두 달려가던 녀석이란 말야.. 결혼은 감기따위가 아니잖아..
겨우겨우 서영채 한테 박힌 뿌리가 뽑히려구 하는데 왜 하필 지금이냔 말야!!!!!
희수 : 내 사랑스런 꼬맹이의 소망이야.
이나 : ... 소망?
희수 : 이해 못하겠어? 난 이해하겠던데. 그녀석 보란듯이 그녀석보다 먼저 결혼 해 버리구 싶은 심정, 끔찍하게 이해가 잘 되던데.
이나 : ......
희수 : 차라리... 잘 된 거 아니겠어?
이나 : ....
희수 : 각자 자기 짝이 누군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도록 확실히 각인 시키자구.
서영채가.... 김병수 옆자리에 선 사람은 조이나라는 걸 똑똑히 보게 하는 거야.
이나 : .....
희수 : 당신 그 바보녀석한텐.... 내 꼬맹이가 웨딩마치에 맞춰 나한테루 자박자박 걸어오는 걸... 보여주자구.
이나 : .....
희수 : .... 신혼여행두 같이 갈까? 나란히 서서 서로 반대편 객실 문을 열구 들어가면 끝내주겠네...
이나 : .....
희수 : .....
S#9. 세트장 안
스탭들 왔다갔다 한다. 나경림, 스탭 한명과 뭔가 의논하고 있다.
촬영 준비중인 박감독, 병수에게 시나리오 펼쳐 보이며 툴툴대고 있다.
박감독 : 여기서부터......(몇페이지 빠르게 넘기고) 여기까지 딱 요 시퀀스만 고쳐주면 되는데 정형수 이자식은 아예 전화기두
꺼 놨어요. 나 참. 각색작갈 쓰라나 뭐라나.. 내가 지 이뻐하는 거 알면 좀 보답을 해얄거 아니야.
내가 술두 얼마나 많이 샀는데... 부탁해 김피디. 김피디가 잘 좀 구슬러 봐, 쓴사람이 고쳐야 한다구, 이건.
병수 : .....
박감독 : ....? 이봐 김피디.
병수 : 예? 예. 제가 지금 전화해 보겠습니다.
박감독 : 어라?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전화 죽여놨다니까아?
병수 : 아.. 예... 그럼 형수형 집으루 가보겠습니다.
박감독 : 땡큐~ 김피디 최고!
박감독 엄지 손가락 들어보이고 병수,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세트장 입구에 서 있는
이나 : .....
S#10. 세트장 밖
이나와 병수 서 있다.
병수, 놀라서 얼이 빠져있다.
이나 : 우리 영화 음악 감독...박희수씨하구....박희수씨 알지? 내 오랜 친구야. 영채가 OST홍보하면서 만나기 시작했던 모양이야..
병수 : .....
이나 : .....
병수 : .....
이나 : ..... 병수야?
병수 : ... 정작가 만나야 해요. 연락이 안된대요...
이나 : .....
병수 : .....
이나 : 불안해 하지 않아두 되는 거니 나?
병수 : .... 시퀀스 하나를 고쳐야 하는데... 형수형이 각색작갈 쓰라구 한대요. 감독님은 꼭 형수형이 고쳐줬음 하시나봐요.
이나 : .....
병수 : .....
박감독 : (E) 조대표!!!
보면 세트장 현관에서 박감독이 손짓하고 있다.
박감독 : 조대표 왜 시간 안지켜! 벌써 한시간째 기다리구 있잖아!! 김피디 뭐해? 정형수 잡으러 안가?
두사람 뭐야! 결혼 날짜 받아논 사람끼리 투샷으루 서 있으면 바로 애정행각인거 몰라?
김피디! 거기서 프레임 아웃! 조대표! 나 있는 쪽으루 프레임 인!
이나, 박감독을 보고, 다시 병수 보는데,
병수 : 다녀오겠습니다.
이나, 그런 병수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박감독 쪽으로 옮기는데
병수, 이나가 박감독과 함께 세트장 안으로 사라지고 나면 달린다!
S#11. 성곽길 (밤)
달려 올라가는 병수
S#12. 하숙집 앞 (밤)
달려와 서는 병수. 헉헉대며 영채의 창 쪽을 본다.
안절부절 못하던 병수, 마침내 집안을 향해.
병수 : 영채야!!! 영채야!! ..... 영채야!!!
병수, 영채의 창을 향해 영채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런 병수의 뒤로 영채가 나타난다.
병수, 확 뒤 돌아보면, 영채 서 있고. 영채 옆에 희수 서 있다.
병수, 두 사람을 본다.
영채 : ........ 무슨일이야.
병수, 영채를 보고, 희수를 보고,
희수, 병수를 보고, 영채를 보고,
영채, 병수를 보다가..... 병수의 눈을 보며.. 희수의 손을 잡는다.
병수, 충격을 받은 듯.
영채, 그런 병수를 꼿꼿이 보고 있다.
희수, 영채가 잡은 손을 가볍게 풀고, 영채의 어깨를 팔로 감쌌다 내리며
희수 : 할 얘기가 있나본데, 난 그만 갈께. 내일 봐.
희수, 병수를 일별 하고 간다.
병수, 그런 희수를 보다가.... 영채를 본다.
영채 : (E) 사실이야. 나 그 사람(강조)하구 결혼해.
S#13. 성곽
병수와 영채 서 있다.
영채 : 할거야. 너보다 먼저 할거야.
병수 : 나...... 나 보라구 하는 결혼이면..... 하지마.... 안돼...그건.
영채 : 안돼?
병수 : 니 인생을 함부루 내 버리지 마.
영채 : 인생을 내버려? 누가? 내가?
병수 : 그 사람을.. 사랑해?
영채 : 너는.... 사랑해서 결혼 해?
병수 : ......(말문이 칵 막히는데)
영채 : 들어갈래. 잘가. (하는데)
병수 : (그런 영채의 팔을 나꿔채고) 고작 나 같은 놈 때문에! 고작 나같은 놈이 미워서! 고작 나같은 놈 보란 듯이!
니 인생 전체가 걸린 문제를 함부로 결정해 버리는거야?
영채 : 고작 너같은 놈이 없어졌는데 고작 너 같은 놈이 있던 자리는 고작 그만큼이 아니야.
살아있는게 신기할 만큼 까마득하구 아득해. 그 사람은... 그 까마득한 걸 절반 쯤으루 줄여줄 수 있을 거 같아.
병수 : 결혼은, 그럴 거 같아루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영채 : 그럼 이건 어떠니. 고작 너 같은 놈이 날 할퀸 자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솓구쳐. 피는 니가 냈는데.... 닦아주려는 사람은.....
그사람이야. 피가 철철 흐르다가두, 그 사람한테 가면, 내가 피가 나구 있다는 걸 잠시라두 잊게 돼.
영영 같이 살면... 영영 잊을 수 있을지두 몰라...
병수 : ....... 좋은... 사람이야?
영채 : 물론이야.
병수 : .....
영채 : .....
병수 : (더이상의 핑계를 그만두고, 가장 밑 바닥의 소리로) .... 안하면... 안돼?
영채 : .... 안했으면... 좋겠니?
병수 : .....(끄덕)
영채 : ..... 너는 하구... 나는... 안하구?
병수 : .....
영채 : 나한테... 올 수 있어?
병수 : .....
영채 : 니가 지금 나를 덥썩 안구 도망이라두 칠 수 있는 놈이었다면, 이렇게 되지두 않았어.
병수 : .....
영채 : 차라리 니가.. 자기 아일 가진 여자한테.. 그 아일 지워라.. 하구 말할 수 있는 놈이었다면... 좋았을거야.
병수 : .....
영채 : 차라리 니가... 자기 아일 유산한 여자한테... 이제 아이가 없으니 그만 가 보겠다... 하구 말할 수 있는 놈이었다면...
지금 몹시... 편했을꺼야...
병수 : .......
영채 : 미워할 수 있으니까.
병수 : .....
영채 : 맘껏 미워할 수 있으니까....
병수 : .....
영채 : 그래서 너는 ... 나쁜 놈이야. 나쁜 놈이야.
영채, 돌아서서 간다.
병수, 안타까운 마음으로 영채를 확 잡아보려 하지만 영채는 이미 가고 있고,
차마 더 영채를 잡을 수도 없어 잡지도 못하지만 뻗었던 팔을 거두지도 못하는 병수.
한참만에 팔을 거두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성곽 위에서 아래로 쿵 착지하며 병수 앞을 가로막는 한준.
병수, 별로 놀라지도 않고 눈을 들어 한준을 보는데 한준, 주먹으로 병수의 뱃구레를 퍽 지른다.
병수, 뒤로 쿵 쓰러진다.
한준, "영채!!! 영채애~!!!" 부르며 영채를 향해 달려간다
병수 : .....
S#14. 정형수네 작업실 (밤)
병수, 작업실 문에 기대서 안을 보며 씩 웃고 있다.
정형수와 오상무를 비롯한 영화사 직원들, 담배연기로 넉구리를 만들어놓고 화투노름을 하고 있다.
정형수가 왕창 땄다. 정형수. 희희낙락 딴 돈을 거두어 들이고 오상무 등등 에이씨. 투덜거리는데
병수 : 형수형-.
정형수 : (보고) 오 니가 어찐 일이냐?
오상무 등 화들짝 놀라 털고 일어난다.
병수 : 댁으루 찾아갔더니... 형수님이 여기 가르쳐 주셔서요..
정형수 : 형수는 나가 정형수제. (하며 돈을 슥슥 주머니에 집어넣고)
오상무 : 김병수! 나 아냐! 오해하면 안돼! 우리두 정작가 잡아오라는 박감독의 특명을 받구 왔는데,
우리가 정작가한테 잡혀버린 거라구. 우리 여기서 놀구 있었던 거 아냐!
병수 : (그저 웃으면)
오상무 : 아 이 사람들이, 말 좀 해봐! 나 여기서 논 거 아니지?
직원1 : 논 거 아니구 그저 시나리오 수정 방향에 대해 토론을 좀 했죠. 화투장을 손에 쥐구!
오상무 : (이걸 확 그냥! 노려보고는) 우린 김병수한테 맡기고 얼른 가서 일 보자구. 김병수! 빠이팅!!
오상무, 직원들 다 끌고 나가면
정형수 : (미처 못 챙긴 돈을 조아라 마저 챙기면서) 나가 박감독 그 인간이 이래서 얍실 하다고 하는 것이당께.
아 지가 말빨로 나를 못이겨 묵겠으니까 병수 니를 보내는 것 봐라. 니하고 이약하먼 나가 맴이 약해져서 안됭께,
니는 차 한잔 마시고 언능 가 잉?
S#15. 동장소 (시간 경과)
찻주전자를 기울여 병수의 찻잔에 찻물을 따르다가 뚝하고 멈추는 정형수.
정형수, 병수를 본다.
정형수 : 참말이여? 영채가 결혼을 한다고야?
병수 : (끄덕인다)
정형수 : (보다가, 따르던 차를 마저 따른다)
병수 : (그 찻잔을 보고 있다)
정형수 : 마셔.
병수 : ...예. (찻잔 잡는데)
정형수 : 나가 늘그막에 영화에 꽂혀갖고 영상원에 입학을 안했냐. 나 졸업반 때 느그들이 새내기로 들어왔시야.
그때 잠깐 늙은 정형수가 새파란 서영채를 짝사랑한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기억 날랑가 모르겄네 이.
병수 : .....
정형수 : 왜. 늙은 대학생 정형수가 한허고 새파란 서영채만 보고 있응께.
병수 : ......
정형수 : 그래갖고 한동안 영채가 나만 보머는 싱뚱생뚱허고 피허고 안하디야?
병수 : ....
정형수 : 그란디, 나가 서영채만 본 것은 아니거든? 왜. 서영채는 항시 김병수랑 항꾼에 있응꼐.
병수 : ......
정형수 : 나가 짝사랑 한 것은 서영채가 아니라 서영채랑 김병수의 심장이었시야.
병수 : .....
정형수 : 영채가 병수 심장 속에 병수가 영채 심장 속에 가시박고 있는 것을 내가 안봐부렀냐. 느그들만 보며넌
그 가시가 나를 살살 찌르고 문대갖고 맬겁시 내 심장까지 쩌리쩌리하고 몰캉몰캉 해지더랑께.
병수 : .....
정형수 : 느그들은.... 서로의 심장 속에 백힌 가시 아니냐....
병수 : ....
정형수 : 근디 인자 그 가시 확 뽑아분져라. 어차리 못돌이킬 것이고, 몸은 딴디다가두고 마음만 영채한테 한허고 가시박고 있으면
그것이 더 사람 할 짓이 아니여. 아 언제까지 영채한테 못 헐짓 하고 있을것이냐, 아가, 독허게, 아조 독허게 마음 먹고..
뽑아부러...(이렇게 말 하면서 막 자기가 운다. 안경벗고 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병수 : ...... 뽑아두 ..... 자라나면요...
정형수 : 이?
병수 : 우리가 박아논 가시가 아니라... 첨부터 심장이 키우구 있던 가시라면요...
정형수 : .....
병수 : 잘라내두... 안에서 또 자라구 또 자라구..... 자꾸자꾸 자라는 가시면요.
정형수 : 으미 징헌거.......(또 운다)
병수 : 제가 내논 영채 상처에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데, 그 피 닦아준 사람하구 .... 결혼 한대요.
정형수 : ....
병수 : 인생을 내버리듯이 그러지 말라구, 마치 영채 인생을 염려하는 것 처럼 화를 냈는데.
가만생각해보니... 그저 못견디겠는 거였더라구요. 영채가... 다른 남자랑..(괴로운 듯 잠깐 눈을 감고) 상상두 못했어요...
정형수 : ......
병수 : 영채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알 거 같아요...
정형수 : ....
병수 : 잘라낼게요, 가시... 자라나면 자르구, 또 자라나면 자르구. 심장이 멈출 때까지... 잘라낼게요... 그래야겠어요...
정형수 : 흐으으으으 (통곡한다)
병수 : .....
울고 있는 정형수를 가만히 보고 앉아있는 병수.
S#16. 올인원 외경 (밤)
인서트
S#17. 올인원 숙직실 (밤)
어둠속에서 정형수 앞에 가만히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는 병수.
불이 켜진다. 병수, 보면. 이나가 들어와 불을 켰다.
이나 : 잘 다녀왔니?
병수 : ...(끄덕)
이나 : ....영채한테?
병수 : ....
이나 : (웃으며) 미안. 나 꼭 의부증 환자 같지?
병수 : .......
이나 : 여기서 지내는 거 이제 그만 하구, 집에 들어오지 않을래?
병수 : .....
S#18. 성곽 (플래시백)
6회의 S#32에서
영채 : 니가 갈데가 없는데 어쩌나 잠깐 걱정두 했었는데 이제 내가 그런 걱정 하는 건 주제넘는 일 맞지?
병수 : ....
영채 : 그치만 너무 빨리 조이나씨네 집으루 들어간다든가 하는 건... 그건...
병수 : 회사...
영채 : .....
병수 : 회사에서 잘게.
영채 : .... 그래 고맙다.
병수 : ....
S#19. 올인원 숙직실 (밤)
이나 : 응? 안들어올래?
병수 : .... 들어갈게요.
이나 : (좋다) ... 고마워.
병수 : (짐 싸기 시작하는)
이나 : .....
이나 : (E) 나 또 해보고 싶은 게 있어.
S#20. 올인원 건물 밖 (밤)
병수, 짐가방 들고 이나와 함께 이나의 차 쪽으로 가고 있다.
이나 : 믿거나 말거나, 난 이른바 예쁜 사랑이라는 걸 못 해봤어, 해보구 싶어. 나이 먹어 이러는 거 챙피한 일이니?
병수 : 뭘, 해 보고 싶은 데요?
이나 : 좀 챙피하긴 하지만 말 한다?
병수 : 해요.
이나 : 콧소리 내며 애교 부리는 거.
병수 : ... 또요.
이나 : 곰인형이랑 초컬릿 같은 거 선물 받는 거.
병수 : ... 또요.
이나 : 팔짱 끼구 데이트 하는 거.
병수 : ... 그리구요.
S#21. 달리는 이나의 차 (밤)
이나 운전하고,
이나 : 영화관에서 영화두 보구. 거 있잖아, 왜. 무섭지두 않은 공포영화 보면서 무서운 척 꺅! 소리지르며 안기는 거.
병수 : ... 또 있어요?
이나 : 또 뭘 했니? 영채랑은.
병수 : .... 영채... 의식하지 말아요.
이나 : ......
병수 : 나두... 안할게요.
이나 : ...
병수 : 안하구 싶어요..
이나 : ..(보는)
병수 : 영채랑 나.. 각자 다른 길루 가구 있는 거... 확실해요. 그러니까... 불안해 하지 말아요.
이나 : ... 병수야.
병수 : .....
이나 : 고맙다.
병수 : .... 콧소리루 말 해야죠.
이나 : .... (보는)
병수 : .... 콧소리루 말하구 싶다면서요.
이나 : .... (웃는)
병수 : .... (저도 웃는)
이나 : 그렇게 늘 웃어주라... 참 좋다 니 웃음...
병수 : ...
이나 : 그리구... 떨린다...
병수 : (보면)
이나 : 너랑 같이 집에 가는 거....
병수 : ......
이나 : .......
S#22. 필상의 집 외경
마루에서 방 안을 엿보고 있는 경채와 빈채 보인다.
S#23. 필상의 마루
경채와 빈채가 궁둥이를 뒤로 빼고 방문을 빠꼼 열고 방안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서로 보겠다고 토닥이면서. 그 위로
정숙 : (E) 만나소. 만나는 기는 머라 안할낀데...
S#24. 필상의 방
영채와 희수, 필상 부부 앞에 앉아있다.
애들이 밖에서 뺴꼼히 보고 있다.
정숙 : 일년이라도 이년이라도 만나고 나서 그때도 맴이 안벤했다카모, 그때 기쁘게 허락 해 줄 끼구마.
필상 : 보소, 우리 영채는, 지금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이라요.
희수 : ....
필상 : 각중에 덮고 있던 이불이 없어지가 아뭇꺼나 덮고 싶은 맴인기라. 겨울 이불인지 여름이불인지도 모리고.
필상, 일어서서 나간다. 정숙, 따라나간다.
두 아이 뒤에서 문에 탁 닫히면
영채 : ... 미안해요.
희수 : 넌 이불이 아니구 누더기나 신문지다... 이렇게 말씀 하실까봐 겁났어.
영채 : ....
희수 : 아직 겨울이불인지 여름이불인지를 모르겠다는 말씀이시지 넌 이불두 아니다가 아니잖아.
영채 : ....
희수 : 안믿어두 상관은 없지만,,, 이런 자리 처음이야.
영채 : ....
희수 : 괜찮아. 재미있어. 나쁘지 않군.
영채 : 정말이에요?
희수 : 한 일주일 쯤 이러구 앉아있음.... 될까? 열흘?
영채 : .....
희수 : (웃는)
영채 : (웃는)
S#25. 필상의 마당 (밤)
희수, 서 있다.
경채랑 빈채가 희수를 올려다보고 있다가 칫 하고 자기들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영채, 자기 방 문을 열고 살며시 나오려고 하면, 방 안에서
필상 : (E) 니 어디 가노!
영채, 찔끔하고, 희수,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S#26. 이나의 집무실
이나, 전화로 뭔가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병수 쓱 들어와 초컬릿 놓고 나간다. 곰인형과 초컬릿.
이나 전화통화 계속 하면서 병수도 보고 초컬릿도 본다.
S#27. 필상의 학교 앞 (오후)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대꾸해주며 퇴근해 나오는 필상.
교문 앞에 서 있는 희수.
필상, 희수를 보고는 돌아서 다른 길로 간다.
희수, 한 숨 쉬듯 웃는데 다른 길로 갔던 필상이 온다. 희수, 자세 바로 하면
필상 : 니 우리 영채 아끼나?
희수 : 그렇습니..
필상 : 아끼는 마음이 가슴 속에서 깊으모, 대답이 나오기까지 한참 걸리는 기다. 니는 마음이 얕은 가비제.
저쪽으로 휙휙 가버리는 필상.
다소 어이없는 희수.
S#28. 공원
산책하듯 걷는 이나와 병수.
이나, 병수의 팔짱을 낀다.
병수, 팔짱 끼기 편하도록 바지 주머니에 손 집어 넣는다.
S#29. 필상의 집 앞
필상의 집이 보이는 곳에 희수가 서 있다.
필상과 정숙, 영채네 세 자매가 목욕가방을 가지고 집에서 나온다.
희수를 스쳐 가는데 영채와 희수 눈 마주치면
희수, 영채에게 찡긋하고, 필상, 정숙을 쿡쿡 찌르고 세자매 데리고 사라지면
정숙 : 큼.큼. 니 우리 영채 아끼나?
희수 : (한~~참만에) 그렇...(하는데)
정숙 : 안 아끼는 가 보제, 대답을 몬 하는 걸 보이.
하고 가버리는 정숙.
희수, 푹 웃는다.
S#30. 영화관
영화도 보고 있는 이나와 병수.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음향이 꽝! 하면 꺅! 하며 병수에게 안기는 이나.
그래놓고 저도 웃긴지 마구 웃는 이나. 병수도 웃는다.
S#31. 필상 집 앞 (밤)
희수, 서 있다. 밤 하늘 보며 왔다갔다 서성이고 휘파람도 휘~ 불고 하다가 문득
희수 : 니 우리 영채 아끼나. (지가 물어놓고 손가락 하나하나 꼽아 오초를 센다) 예. 아낍니다....
다시. 아끼나.. (하나 둘 셋 삼초를 센 다음) 아낍니다... (하다가)...(푹 웃고 다시 휘파람 휘~ 불며 서성이는데)
필상 : (E) 밤에 휘파람 불모 뱀 내온데이.
희수 보면, 필상이 대문 앞에 나와 서 있다.
S#32. 선술집 (밤)
필상과 희수, 술잔 놓고 마주 앉아있다.
필상,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시고,
희수는 잔뜩 긴장해 그런 필상만 보고 있다.
필상 : (갑자기) 니!
희수 : (화들짝) 예! (하며 손가락 꼽을 준비 하는데)
필상 : 우리 영채 아끼는 마음, 함부러 생긴 기 아이제?
희수 : (예상문제가 아니다. 당황하는데)
필상 : ... 와 대답 않노? 함부로 생깄드나?
희수 : 아끼는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는..너무 사적인 이야기라 아버님께두 말씀 드릴수가 없습니다만,
지금 현재, 절대 영채를 함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낍니다. 앞으루두 그럴 겁니다.
필상 : .... 우리 영채 사정 다 안다이까네 내 솔직하게 말 할란다.
희수 : 예.
필상 : 영채한테 물었드이 니 부모님은 큰 행님이 모신다카데.
희수 : 예.
필상 : 그라모 영채 살던 하숙집에 드가 안살래?
희수 : ... 허락 ... 해 주시는 겁니까?
필상 : 영채 점마 아직 옳은 정신으로 갤혼 한다카는 기 아이다. 살면서 사울 일(싸울일)도 있일끼고, 어긋날 일도 있일끼다.
느그들은 오래 알아온 기 아이라 더 그랄끼다.
희수 : ...
필상 : 어른 그늘에 있으모 한분 어긋날 일은 피할 수 있고, 두분 어듯날 일은 한분만 어긋날 수 있다.
희수 : .....
필상 : 하숙집 어른, 느그들 어긋나지 않게 보살피 주실끼다.
희수 : ....
필상 : 영채가 첫정 느낀 아랑 함께 살던 집이라, 니가 싫다 할 수 있다. 그래도 애비 맘으로, 어른 그늘이 필요해가 그렇다.
희수 : ......
필상 : 싫나? 싫으모 말 해라.
희수 : 싫다구 하면... 어떻게 됩니까?
필상 : 결혼 못하제..
희수 : ... 하라시는 대루... 하겠습니다.
필상 : ... 니 ...
희수 : 예.
필상 : 잘해라.
희수 : 예.
필상 : ........
희수 : ........(F.O)
S#33. 웨딩 의상실 앞
턱시도 마네킹과 웨딩드레서 마네킹이 나란히 서 있는 진열장을 보고 있는 희수와 영채.
S#34. 의상실 안
영채와 희수 들어온다.
직원이 어서오세요~ 인사하는데
두개의 탈의실 문이 나란히 열리고, 턱시도를 입은 병수와 웨딩드레스 입은 이나가 동시에 나온다.
놀라는 네 사람.
영채, 턱시도의 병수를 본다.
희수, 웨딩드레스의 이나를 본다.
S#35. 레스토랑
웨이터가 두개의 큰 메뉴판을 가지고 와서 이나와 병수 앞에 하나, 영채와 희수 앞에 하나 놔 주고 기다린다.
메뉴판을 펼치는 네 사람. 메뉴를 넘겨보는 두 커플.
병수의 시선이 메뉴판을 넘어 앞자리의 영채에게로.
영채의 시선이 메뉴판을 넘어 앞자리의 병수에게로 가면 병수가 자기를 메뉴판 너머로 보고 있다.
영채의 시선이 병수 옆자리의 이나로 가면, 이나는 병수를 보고 있다가 영채를 본다.
영채, 시선 내려 메뉴를 보면, 희수의 손가락이 쑥 들어와 메뉴 하나를 짚는다.
희수 : 이거 어때?
영채 : (그런 희수를 보며, 끄덕)
희수 : (웨이터에게) 우린 이거요.
웨이터 : 예.
희수, 메뉴판 접어 웨이터에게 주면서 앞을 보면,
병수, 희수와 영채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쑥 일어나고 이나의 시선이 그런 병수를 따라가고 있다.
이나 : 왜?
병수 : 손... 씻으로요.
병수는 영채와 희수를 스쳐 화장실로 가고, 이나의 시선이 병수를 쫓고 있고,
그런 이나의 시선을 영채가 보고 있고, 희수는 그런 이나와 영채를 본다.
S#36. 레스토랑 화장실
병수, 거울을 보고 가만히 서 있는다.
S#37. 레스토랑
병수는 화장실 갔다.
이나 : 청첩장은 ... 찍었어?
영채 : (희수를 보면)
희수 : (안주머니에서 청첩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는다)
S#38. 인서트
이나가 펼쳐 보는 청첩장
S#39. 레스토랑
이나 : (화사하게 웃으며) 축하해.
희수 : 고마워.
영채 : ....
이나 : (영채에게) 나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 사심없이 물어볼게, 도움 청하는 거야.
영채 : ... 네
이나 : 병수... 가끔 자다가, 흐느끼더구나.
영채 : ... 같이.. 살구 있어요?
이나 : 응
영채 : ......
희수 : .......
이나 : 어떡하면 되지 그럴땐? 속수무책이야. 자기가 우는 지두 모르구 우는 거 같아.
영채 : 환경이 변하면 잠시 그래요. 울진 떠나 처음 하숙집에 들어갔을 때두 그랬구...
암튼 적응할 만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예요.
이나 : ..... 그렇구나.
희수, 묻는 이나에게도, 대답하는 영채에게도 화가 난다.
희수, 의자를 뒤로 빼서 다리를 꼬고 길게 앉는다.
이나도 영채도 그런 희수를 눈치채지 못한다.
영채 : 심한날은.... 수건 따뜻하게 적셔서 얼굴 닦아주구 (울컥 하지만 참고) ... 토닥토닥... 옆에서 안구 토닥이면 다시 잠 들어요..
아기처럼...
희수 : (꼰 다리를 떤다)
이나 : .... 그렇구나.... 그리구... 또 내가 알아야 할 일이 있으면.... 가르쳐 줄래? (하는데)
병수, 돌아와 앉는다.
영채, 병수를 보다가... 일어서서 화장실로 간다.
희수 : (다리 떨며) 영채는 뭘 좋아해요?
병수 : ......네?
이나 : (희수를 노리듯 보는)
희수 : 울진 대게 말구, 또 잘 먹는게 뭐죠? 도움 청하는 거예요.
이나 : .......(있는 힘껏 희수를 노려보는데)
희수 : (약 올리듯) 맛있는 걸 많이 먹이구 싶은데, 입이 짧은 거 같아서, 원.
병수 : 안짧아요.
이나 : ......
희수 : (다리 떨던 것 멈추고) 그래요?
병수 : 뭐든지 잘 먹어요. 해산물은 다 잘먹구, 김치에.. 젓갈이 많이 들어간 것만... 못 먹습니다. 젓갈이 많이 들어간 김치에서는
비에 젖은 아빠 양말 냄새가 난다면서....(하고는 울컥해서 벌떡 일어나) 속이 안 좋습니다. 실례할께요.
병수, 후다닥 화장실 쪽으로 뛰어가는데
이나, 병수를 보다가 희수를 힘껏 노려보며 무슨 말인가 하는데,
희수, 차갑게 웃으면서 다리를 떤다.
S#40. 화장실 앞
영채,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병수가 영채를 지나쳐 화장실도 지나쳐 출입문 밖으로 뛰쳐나간다.
S#41. 레스토랑 앞
병수 뛰쳐나오는데 뒤에서
영채 : 병수야.
멈추는 병수. 돌아보는 병수. 그런 병수를 보는 영채 위에
희수 : (E) 당신 참 잔인한 여자야.
S#42. 레스토랑 안
희수 : 어떻게 꼬맹이 한테 그런 걸 물어볼 수 있지?
이나 : 난... 진심이었어. 난 정말 병수가 걱정되구 궁금해서 물어본 거란 말야.
희수 : 당신한테 그런 질문을 받구 대답을 해야만 하는 꼬맹이는!
이나 : 그러는 당신은... 내 앞에서... 어떻게... 병수한테 그런 걸 물어볼 수가 있어? 복수 하는 거야?
희수 : (약 올리듯) 나두 정말... 영채가 뭘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그래서 물어본 거야.
이나, 희수를 힘껏 노려보고, 그런 이나 위에
영채 : (E) 아무래도 우린 다 같이....
S#43. 레스토랑 앞
영채와 병수가 마주보고 서 있다.
영채 : ... 병이 든 것 같아.
병수 : ...... 그런 것 같아....
영채 : 수습할 수 있어?
병수 : .....
영채 : 이렇게 뛰쳐나가버리면... 다음 일... 수습할 수 있어?
병수 : .....
영채 : 돌이킬 수 없으면... 그냥 미쳐서 가는 거야... 미친 척 하구.
병수 : .....
영채 : 화장실에서 생각한 게 그거야, 훌륭하지?
병수 : .... 봐야 해?
영채 : ...어?
병수 : 니..... 결혼식.........
영채 : 어.... 봐줘... 나두 ..... 볼래... 니 결혼식.
병수 : 너무 . ... 아프다...
영채 : 아파야지, 아파야.. 잘라내지.
하며 영채, 슬프게 웃는다.
그런 영채를 보는 병수의 눈에서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F.O)
S#44. 호텔 안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에 실려서 올라가고 있는 병수
S#45. 호텔 안 영채네 예식장 복도
에스컬레이터 에서 올라온 병수, 예식장 앞에 선다.
안은 텅 비었고, 직원들이 예식 준비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는 병수.
S#46. 영채네 예식장 안
직원들이 바닥에 버진 로드를 깔고 있고, 병수, 그 길을 밟아 예대 앞에까지 간다. 일하던
직원 : 손님, 예식은 두시간 후에 있습니다.
병수, 아무소리도 안 들리고 그런 병수를 이상하다는 듯 보는 직원,
비어있던 이름판에 이름을 붙이고 간다. 신랑 박희수 신부 서영채.
병수, 그 이름판을 보다가 신랑 이름을 가리며 선다. 병수 옆에 '신부 서영채'라는 세로 이름.
병수 : ......
S#47. 병수네 예식장 안
버진 로드를 걷어내고 있는 직원들.
이름판에서 신랑 김병수 신부 조이나라는 이름표를 떼어내고 있는 직원.
폭죽의 잔해와 떨어진 꽃 이파리들.
예식 이후의 텅 빈 객석 저쪽 구석 의자에 홀로 앉아있는
영채 : ........
그 위로 (E) 비행기 소리.
S#48. 착륙하는 비행기
인서트
S#49. 바닷가 호텔 외경
인서트
S#50. 영채와 희수의 객실
밖에서 문이 열리고,
직원, 두사람을 데리고 들어와 짐을 놓고 키를 키박스에 꽂으며 두사람에게 "편히 쉬십시오"하고 문 닫고 나간다.
희수 : .....
영채 : .....
영채, 천천히 와서 침대 모서리에 엉덩이를 조금만 걸치고 앉는다.
희수, 보고 서 있다.
희수 : 꼬맹아...
영채 : ......네.
희수 : 그렇게 멀찌감치 ..... 떨어져 앉지 않아두 돼.
영채 : ......
희수 : 이상두 하지... 니가 참 예쁜데두... 널 안을 수 있을 거 같진 않아.
영채 : .... (천천히돌아본다)
희수 : 한 귀퉁이 떼어내구 피 철철 흘리는 너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니...
영채 : ......
희수 : 걱정하지 마라. 꼬맹아.. 시간은 ... 충분해.... 그냥... 상처입은 들짐승처럼 서로 가여워하는 걸루...
당분간 그걸루 이 가혹한 시간을 어찌어찌 보내보자.
영채 : ....
희수 : ....
영채 : .... 아저씨.
희수 : .... 응.
영채 : .... 나한테... 왜 그렇게 관대해요?
희수 : .... 잘 ... 모르겠는데...
영채 : ....
희수 : ....
영채 : 아저씨... 좋은 사람이에요.
희수 : .. 별루 동의하지 않지만... 고맙다.
영채 : 고마워요.
희수 : (미소)
영채 : (미소)
S#51. 해안도로
달리는 병수와 이나의 차
이나 : (E) 나한텐 여기가 너무 서러운 장소야.
S#52. 유채꽃밭
이나와 병수, 제주도에 도착해 데이트 중.
이나 : 기억나? 니가 손을 내밀길래 손을 잡아주겠단 얘긴 줄 알구 나두 내 손을 내밀었는데,
넌... 내 다른 손에 있는 영채 핸드폰을 가져가더구나.
병수 : ...
이나 : 기억.. 안나?
병수 : 나요...
이나 : 그때 이후루 나 .. 쭉 마음이 팥죽처럼 들끓었더랬어.
병수 : .... 그랬어요?
이나 : 태어나서 처음으루, 내가 날 통제할 수 없었어. 병수야.
병수 : ....
이나 : 통제할 수 없는 조이나가 과연 조이난가... 생각해 볼 틈두 없이... 믿을 수 없을 만큼 ... 격렬했어.
병수 : ....
이나 : 나 좀 봐. 나 좀 봐 줄래?
병수 : (이나를 마주보고 선다)
이나 : 넌 여전히.. 어쩔 수 없이.. 내가 아닌 다른 여자 아이 하나를 떠올리느라.. 날 보고 있대두 날 보고 있는게 아니란 걸 알아...
병수 : ... 나는 늘... 다 들켜버리는군요.
이나 : 너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 만큼 흙탕물이 아니니까.
병수 : .....
이나 : 근데 이제는 .... 어쩔수 없어. 병수야, 우린 결혼을 했어.
병수 : ....
이나 : 그러니까.. 이제야 말루 너는 내 사람이니까.. 기다릴 수 있어.
병수 : ....
이나 : 기다릴께. 니 마음이 나한테 올 때까지....
병수 : ....
이나 : (손 내민다)
병수 : (보면)
이나 : .... 이제 다른 쪽 손엔 아무것두 없거든?
병수 : ......(잡아준다)
이나 : ......
S#53. 호텔 로비
이나와 병수, 로비로 들어와 체크인 카운터로 간다.
저쪽에서 하강하고 있는 유리 엘리베이터 안에 영채와 희수 들어있다.
이나와 병수, 체크인을 마치고 돌아서면,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영채와 희수가 나온다.
놀라서 얼어붙는 영채와 병수. 이게 무슨 상황인가, 잠깐 생각하다가,
이나를 보며 얼굴이 확 사나워지는 희수. 침묵을 깨고.
이나 : (화사하게 웃으면서) 무슨.... 이런 우연이 다 있지?
네사람, 서로 보는데,
희수, 이나를 보며 아무도 몰래 사나운 눈길을 보내고,
이나, 그런 희수에게 여유잇게 웃어보이고 있다.
희수, 기가 찬데.
S#54. 호텔 후원
이나의 팔을 잡아끌듯 데리고 오는 희수.
희수 : (낮고 험악한 소리로) 이게... 무슨 짓이야!
이나 : (팔을 뿌리치며) 놔 이거!
희수 : ... 당신 정말...
이나 : 당신 생각 아니었어?
희수 : ....뭐라구?
이나 : 나란히 서서 서로 반대편 객실 문을 열구 들어가면 끝내주겠다면서?
희수 : ... 어이가 없군...
이나 : 왜? 훌륭한 아이디어라구 생각했는걸? 각자 자기 짝이 누군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도록 각인시키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 있어?
희수, 분노로 이나를 노려보고 있는데
S#55. 후원이 보이는 곳
그런 희수와 이나를 의아한 듯 보고 있는 병수. 후원과 이어진 건물 유리통로다.
병수 뒤로, 영채가 서 있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