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에서 조금만 걸으면 마인강이다. 강변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근처 벤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강아지와 함께 가벼운 조깅을 하는 사람들. 서울 한강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느끼는 낯선 정겨움은 더욱 크다. 현대적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지만, 이곳에서는 결코 도시의 번잡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상큼한 ‘에벨바이’를 마시고, 괴테를 만나다
작센하우젠(Sachsenhausen)으로 가기 위해 마인강의 다리를 건넌다. 태양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다.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 도착한 작센하우젠이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어디든 들어가야 한다. 질서정연한 목골(木骨)가옥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알트-작센하우젠(Alt-Sachsenhausen)에는 점들과 다양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이윽고 전통 음식점에 들어서 우선 간단히 소시지와 맥주를 주문한다. 독일의 소시지가 유명한 건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 마찬가지로 유명한 독일 맥주는 도시 혹은 마을 단위로 맥주를 담그는 법이 달라 도시 특유의 감성이 투영된 환상적인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끽할 차례다. 슈바인 학센(Schweins Haxen)은 우리나라의 족발과 비슷한 요리로 당근과 셀러리, 양파 등과 곁들여 나오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웰빙 음식으로도 알맞다. 또 다른 족발 요리인 아이스바인(Eisbein)은 소금에 절인 돼지 뒷다리를 맥주에 삶은 다음 향신료를 첨가한 요리. 돼지고기의 누린내가 적고 육질이 부드럽게 씹힌다. 양배추를 식초에 절인 싸우어크라우트(Sauerkraut, 독일식 김치)와 감자, 양파 드레싱이 함께 나와 푸짐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부른 배를 문지르며 한탄하고 있기엔 아직 부족하다. 이번엔 프랑크푸르트의 명물인 사과주 ‘에벨바이(Ebbelwei)’를 마셔볼 차례. 프랑크푸르트 전통 사과주의 역사는 25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오래됐다. 느긋한 포근함에 휩싸여 마시는 사과주는 톡 쏘는 상큼함과 친절한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까지 느낄 수 있다. 빵과 과자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브레첼 빵의 짭조름한 맛도 곁들이면 사과주와 함께 최상의 궁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