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고종석의 문장>
1. 접속부사를 빼고, 쉼표를 쓴다.
-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하지만 등 뺄 수 있는건 다 뺀다.
- 접속부사를 쓴 다음에는 쉼표를 쓰지않고, 긴 문장에서 이어질 때, 한 호흡을 쉬기 위해서 쓰면 좋다.
2. 일본식 조사를 뺀다.
- '의', '적', '~에의', '~로', '~에 있어서', '~에 있어서' 등을 뺀다.
* 스위스의 호수의 빛깔의 아름다움.
> 스위스 호수 빛깔의 아름다움.
*영주에의 추억
> 영주를 추억함 or 영주 생각
*해겔에 있어서의 노동개념> 해겔의 노동개념.
3. '들'을 남용하지마라
- 복수임을 '들' 없이 표현 가능하면 빼라.
* 세종이 꽃들
> 세 송이 꽃
- '들'은 자유롭게 사용가능하다.
* 여러분들 조용히 먹읍시다.
★여러분 조용히들 먹읍시다.
* 여러분 조용히 먹읍시다들.
고종석과 함께하는 작문 수업
Koh, Johng-Seok,高宗錫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의 문장 고종석 지음 알마 2014
모든 뛰어남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타고나는 겁니다. 음악이나 수학은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수학이나 음악과는 다릅니다. 충분한 훈련이나 연습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글이 나아집니다. 특히 산문가들의 경우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건 글쓰기가 재능에 달린 게 아니라 많은 부분이 훈련에 달려 있다는 걸 뜻합니다. 재능도 필요하지만,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겁니다.
1 글은 왜 쓰는가? 오웰은 생계 때문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네 가지 동기에서 글을 쓴다고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입니다. 순전한 이기심이라는 건 말 그대로 돋보이고 싶은 욕망입니다. 두 번째 동기는 미학적 열정입니다. 세 번째로 거론한 글쓰기의 동기는 역사적 충동입니다. 마지막으로 거론한 글쓰기 동기는 정치적 목적입니다. 15-18pp
장폴 사르트르는 언어에 두 종류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 사물의 언어라는 건 그야말로 사물 그 자체인 언어입니다. 아무런 목적이 없는 언어. 굳이 목적이 있다면 자기만족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글이 사물의 언어입니다. 대표적인 사물의 언어는 ‘시’를 꼽았습니다. 도구의 언어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언어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담은 언어. 이 도구의 언어가 ‘산문’입니다. 28p
롤랑 바르트는 글쓰기를 ‘자동사적 글쓰기’와 ‘타동사적 글쓰기’로 나눴습니다. 29p
흔히 가장 위대한 수학자라고 불리는 Carl Friedrich Gauss, 1777~1855의 유명한 예를 들어봅시다. 가우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얼마 뒤, 선생님이 산수 시간에 어린이들에게 1에서 100까지 다 합하면 얼마가 되는지 계산해보라고 했답니다. 선생님은 당연히 시간이 한참 걸릴 줄 알았는데, 가우스란 어린이가 “5,050이요”라고 즉석에서 말해버린 겁니다. 선생님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이 아이가 원래 답을 알고 있었나, 하는 의심도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꼬마 가우스에게 5,050인 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가우스가 대답했습니다. “첫 수인 1이랑 마지막 수인 100을 더하면 101이고, 두 번째 수인 2와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수인 99를 더해도 101이고, 세 번째 수인 3이랑 마지막에서 세 번째 수인 98을 더해도 101… 그래서 101×50 하니까 5,050입니다.” 꼬마 가우스는 이 수리능력을 어디서 배운 게 아니라 타고난 것입니다. 문제가 제시된 순간, 수학적 추상능력이 곧바로 발동해버린 겁니다. 37-8p
마르크스하고 엥겔스가 쓴 《공산당선언》의 서문 첫 문장은 다 아시지요?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이렇게 인상적인 말이 없습니다. 하나의 유령이 지금 유럽을 배회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 47p
장면은 박정희가 쿠테타를 일으키니까 수녀원에 숨어버렸어요. 미군 부대에 숨은 것도 아니고요. 케네디가 “도대체 장면 어디 갔어?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데 어디 갔어?” 이러다가 결국 사태를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도망 안 갔으면 수습됐을 겁니다. 미국이 박정희 쿠테타군을 진압했겠지요. 50p
<러브스토리>의 첫 문장이 어떻게 됩니까? What can you say about a twenty-five-year-old girl who died? That she was beautiful. And brilliant. That she loved Mozart and Bach. And the Beatles. And me. 스물다섯 살에 죽은 여자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녀가 예뻤다고. 그리고 총명했다고. 그녀가 모차르트와 바흐를 사랑했다고. 그리고 비틀즈를 사랑했다고. 그리고 나를 사랑했다고. 60p
카뮈가 쓴 <이방인>이라는 소설은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61p
말하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글 쓰는 기술도 논리학과 수사학에 기초를 둡니다. ‘logic’과 ‘rhetoric'
수사학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 수사는 화장을 하는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수사법 종류에 수십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비유법 해놓고서 비유법 안에 직유법과 은유법과 제유법과 대유법, 또 이어서 비유법 말고 과장법, 점층법, 억양법 같은 게 있습니다. 다 잊어버리세요. 레토릭, 수사학이라는 것은 그냥 비유입니다. 비유법 말고 다른 법이 있는 게 아니라 수사학은 다 비유에 속하는 것입니다. 비유라는 건 크게 은유와 환유로 나뉘는데, 결국 근본으로 들어가면 환유도 은유의 일종입니다. 그렇지만 은유와 환유의 구별은 아직까진 엄격히 합니다. 그러니까 수사학이라는 건 은유와 환유에 대한 공부인 것입니다.
은유란 무엇이냐? 야콥슨에 따르면 유사성에 기초한 비유입니다. 환유란 무엇이냐? 야콥슨에 따르면 인접성에 기초한 비유입니다.
“직유는 은유의 아주 가난한 사촌이다, 아주 가난한 친척이다” 71-73p
2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1 흔히 유럽에서 3대 천재 가문으로 꼽히는 집안이 있습니다. 소쉬르 집안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른 두 집안은 음악가 바흐 집안과 자연과학자 베르누이 집안입니다. 91p
스티븐 핑커는 ‘사피어와 워프, 저 사람들은 사기꾼이다. 우리는 영어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어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어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생각의 언어language of thought로 생각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생각의 언어’란 영어나 중국어나 한국어 같은 자연언어의 기저에 있는 공통언어입니다. 이 공통언어를 핑커는 mentaless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인식하는 데 사용하는 언어는 똑같다는 것입니다.
영어에 'be'라는 동사가 있지요? be동사를 스페인어에서는 두 가지로 구별합니다. be동사에 해당하는 단어가 스페인어에는 'estar'와 'ser'둘이 있습니다. estar는 존재나 일시적 상태를 뜻하고, ser는 영구적 상태를 뜻합니다. 그래서 예컨대 ‘You are pretty’라는 영어를 스페인어로는 두 가지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estar 동사를 써서 ‘Estἀs guapa’라고 말하면 ‘너 (오늘 특히) 예쁘네’라는 뜻이고, ser 동사를 써서 'Eres guapa'라고 말하면, ‘넌 미녀야’라는 뜻이 됩니다. 물론 이 두 문장을 영어나 한국어로 직역해서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이나 한국인이 두 가지 표현의 의미 차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그리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108-9p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같은 요일 이름들, 수소니 산소니 같은 원소 이름들, 연설이니 재판소니 같은 말들은 죄다 네덜란드어를 일본 사람들이 한자어로 옮긴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여, 우리식 발음으로 읽고 있는 것입니다. 113p
접속부사를 빼면 문장에 힘이 생긴다. 117p
‘-的’은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다. ‘적’이란 말은 일본 사람들이 영어 접미사 ‘-tic’을 ‘데키’라고 번역한 걸 우리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적 대화’, 여기서 ‘적’을 뺄 수는 없습니다. 119-120p
‘매우 사적인 대화’, 이때는 반드시 ‘인’을 넣어야 합니다. ‘사적’은 관형사인데 우리말에서 부사가 관형사를 수식하면 굉장히 어색합니다.
‘학교문법’이라는 건 말 그대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문법입니다. 학자들에 따라 문법이론이 제가끔 다른데, 초중등학교에서 그 문법들을 다 가르칠 수는 없으니 가장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는 문법체계를 표준으로 삼아서 통일된 문법을 가르칩니다. 그런 표준적 통일 문법이 학교문법입니다. 학교문법에서는 한국어 ‘-이다’를 조사로 분류합니다. 서술격 조사 입니다. 그런데 ‘-이다’는 보통 조사하고는 다르지요? 우리가 보통 조사라고 하면 ‘이’ ‘가’ ‘는’ ‘은’ ‘을’ ‘를’ ‘에게’ ‘부터’ ‘까지’ 이런 말들이 떠오르는데 ‘이다’는 그런 부류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이다’를 조사로 분류했을까요? 그것은 ‘-이다’가 항상 체언(명사나 대명사나 수사) 뒤에 붙기 때문입니다. 조사의 중요한 특징 하나가 체언 뒤에 붙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다’는 다른 조사와 달리 활용을 합니다. 120-1pp
명사 뒤에 접미사 ‘적’이 붙어서 이뤄진 말을 학교문법에서는 관형사로 분류합니다. 형용사나 동사처럼 체언을 수식할 수는 있지만, 활용을 하지 못하니까 관형사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국적 결단’ 할 때의 ‘애국적’은 관형사입니다. 그런데 ‘애국적인 결단’ 할 때의 ‘애국적인’은 명사 더하기 조사(서술격 조사 ‘-이다’)로 분석합니다. 즉 ‘애국적인 결단’에서 ‘애국적’을 명사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는 좀 납득이 안 되시지요? 그렇지만 문법학자들의 생각은 간단합니다. 뒤에 조사(‘인’)가 붙었으니, ‘애국적’이 체언인 건 확실하고, 대명사도 수사도 아니니 명사라는 거지요. 그러니까 ‘애국적’은 한 단어(관형사)이지만, ‘애국적인’은 두 단어(명사 더하기 조사)입니다. 121-2
자! 여러분들 조용히 먹읍시다들. 이런 현상을 문법학자들은 ‘들’의 복사 copy라고 합니다. 129p
‘나름’은 아직까지 학교문법에서는 불완전명사, 의존명사로 분류합니다. 그래서 홀로 쓰일 수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 ‘그 나름대로’ 이렇게 써야 합니다. 문법은 바뀔 수 없는 철칙이 아닙니다. 문법학자가 옳다고 하는 대로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말을 하면 문법학자가 그 말의 원리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나름’이 부사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름 행복해’ ‘나름 잘 하고 있어’, 이렇게 말입니다. 136-7p
‘우리나라’는 반드시 ‘한국’이라고 써야 합니다. 저널리즘이라는 건 모두에게 다 개방돼 있는 것입니다. 어떤 신문을 어떤 특정한 국적의 사람들만 읽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몇 퍼센트’ 이런 표현은 신문에서 써서는 안 됩니다. ‘한국 국민소득이…’라고 써야합니다. ‘우리 정부는’도 안 됩니다. ‘한국 정부는’이라고 써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하는 순간, 이미 주관이 들어간 겁니다. 155p
3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Ⅱ 세상에 동의어라는 것은 절대 없습니다. 유의어가 있을 뿐입니다. 뜻이 비슷한 말은 존재해도 뜻이 완전히 겹치는 말은 없습니다. 162p
예전에 ‘식모’라고 불렀던 사람들은 ‘가정부’라고 부르다가 요즘은 ‘가사도우미’라고 합니다. ‘보험외판원’은 ‘생활설계사’로 부르고, ‘차장’은 ‘안내원’으로 부르고, ‘광부’는 ‘광원’으로 부르고, ‘청소부’는 ‘환경미화원’으로 부르고, ‘정신지체아’는 ‘학습곤란자’라고 부릅니다. 이런 식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던 말을 버리고 중립적 또는 긍정적 뉘앙스를 담은 말을 쓰는 것을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합니다. 175p
사실 여러분은 주어 뒤에 ‘는/은’을 붙일 것이냐, ‘이/가’를 붙일 것이냐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이미 다 있습니다. 어떨 때 ‘이’를 쓰는 게 좋고 어떨 때 ‘는’을 쓰는 게 좋으냐, 하는 것에 대한 지식이 여러분의 뇌 속에 이미 내면화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는 ‘는/은’과 ‘이/가’의 용법을 구별하는 게 끔찍한 일일 겁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내면화하고 있는 한국어 문법을 ‘이론으로서 배워야’ 하니까요. 다시 정리하자면 ‘는/은’은 격조사가 아니라 보조사지만 (뜻을 섬세하게 만드는 조사지만, 그래서 대부분의 격에 쓸 수 있지만) 주로 주격에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주격 조사 ‘이/가’를 쓸 것이냐, 아니면 보조사 ‘는/은’을 쓸 것이냐는 여러분의 한국어 (모국어) 감수성에 맡기면 된다는 것입니다. 179p
한국어나 영어에서는 따옴표를 “ ” 이렇게 쓰는데 독일에서는 ” “이렇게 쓰는 거 아세요? 반대죠. 스페인의 구두점 사용법도 재미있습니다. 스페인어 문장에서는 물음표를 ¿ ? 이렇게 두 번 붙여요. 문장 뒤에 하나 붙인 다음에 문장 앞에도 ¿를 붙여요. 느낌표도 마찬가지로 ¡ !를 문장 앞뒤로 붙입니다. 재미있죠? 숫자 표기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는 천 단위마다 쉼표를 찍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처럼. 그런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쉼표 대신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 대신 소수점을 쉼표로 표시하죠. 185p
6년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물론 그때는 대통령 후보였습니다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안창호 씨’라고 대답했어요. 굉장한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안창호라는 위인 뒤에 ‘선생’이 아니라 ‘씨’라고 붙여서 자기가 그분이랑 맞먹는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죽은 사람, 돌아가신 분 뒤에 ‘씨’를 붙이는 것은 한국어에서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아무리 높이고 싶어도 을지문덕 씨, 강감찬 씨, 유관순 씨, 이렇게 쓰지는 않습니다. 죽은 사람에게는 ‘씨’를 안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197p
6공화국은 어떻게 태어났나요? 1987년 6월항쟁을 통해서 태어났죠? 그전까지는 5공화국이었습니다. 전두환 씨가 대통령하던 때는 5공화국이었어요. 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화국 숫자를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왕정복고 이후에 다시 공화정이 수립됐다거나 헌법이 근본적으로 바뀐다거나 해야 공화국 숫자가 바뀝니다. 예컨대 5공화국 헌법과 지금 헌법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5공화국 헌법에서는 대통령을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를 통해 뽑았습니다. 국회의 권한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그 헌법 개정이 근본적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공화국의 숫자도 바꿔서 제6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209p
4 JS느님, SNS를 부탁해! 파롤은 실천적인 것이고, 그래서 창조성이 있는 것입니다.
‘칼’의 중세 형태 ‘갈’은 현대어 ‘갈치’라는 말에 남아 있습니다. 갈치는 원래 칼처럼 생겨서 이름 붙은 것인데, 아직 ‘갈치’는 ‘칼치’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끔 칼치라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또다른 예를 들자면 코를 중세 15세기 언어에서는 ‘고’라고 했는데 지금은 ‘코’라고 합니다. ‘고’라는 말은 ‘고뿔’이라는 말에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고뿔은 감기라는 뜻입니다. 234-5p
한국에서는 국방부장관이 다 군인 출신입니다. 장관은 민간인이지만 그 사람들이 다 군인 출신이에요. 게다가 꼭 장군 출신이죠. 그건 좀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국가에서 군대는 민간인들이 통제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는 군인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국방부장관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여성도 합니다. 군대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국방부장관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냥 군인 출신도 아니고 꼭 별자리 출신들이 국방부장관을 합니다. 281-2p
게리 레드야드가 ‘grammatological luxury'라고 했거든요. 바로잡으면 ’문자학적 호사‘입니다. 289p
5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나는 한국에서 어떤 낱말들을 가장 좋아할까?’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골라보는 일은 우리말 사랑의 첫걸음입니다. 저도 예전에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글에서 제가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열 개를 꼽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고른 낱말 열 개는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그윽하다’였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일단 글의 재료가 되는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합니다. 어휘를 늘리는 방법 하나는 사전을 자주 들춰보는 겁니다. 김수영 선생도 생전에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산문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이었습니다. 306-8p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보면 아멜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한 민족이 노예 상태에 있을지라도 그들이 자기의 언어를 보존하고만 있다면 감옥의 열쇠를 지닌 것과 똑같다.” 311p
조선어학회를 이끌던 양반이 이극로라는 분입니다. 호가 고루인데 경남 의령 분입니다. 해방 뒤엔 최현배라는 분이 조선어학회를 이끌게 됐는데, 조선어학회라는 말을 그대로 쓰기가 불편한 정치 상황이 되자, 이름을 한글학회로 바꿨습니다. 사실 한국어학회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한글학자’라는 이상한 말도 생겨났습니다. 312-3p
흔히 <홍길동전>을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건 최초의 한국어 소설이라고 고쳐 불러야 합니다. 316p
6 고종석과 함께하는 작문 수업
[출처] 글쓰기 2 (고종석의 문장)|
*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