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째 주에 갔어야 할 길이었는데...비가 계속 내리고 5,6월에 열려야했을 각종 모임과 학회가 이어지고 문중 시제까지 걸려 12월 첫주에 겨우 영남 알프스 6구간을 가게 되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멋지다는 이곳의 단풍은 이미 다 져버리고 한겨울로 들어서는 을씨년스런 회색의 날씨 속에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경주 산내면의 가장 오지 산수.심천 마을에서 심원사와 심천저수지를 지나 삼계리재를 올라 삼계리로 가서 문복산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가슬갑사터를 돌아 폭포를 보고 내려오는 6코스입니다...하지만 문복산은 이미 몇년전 이 코스를 가면서 다 둘러본데다 지금 입산통제중이란 소문이 있어서 가보지 못하는 대신 삼계리재에서 올라야 가깝고 비교적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옹강산을 둘러 삼계리로 내려가기로 변경하였습니다...그냥 고개만 넘기에는 심심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ㅎㅎ
원래 경주 고속터미널서 6시 50분 산내행 350번 버스를 타고 가서 7시 50분 심천행 지선버스를 갈아타고 들어가야만 하였지만 3명이서 택시비를 분담하기로 하고 8시에 경주 터미널에 도착, 택시를 탑니다. 기사님도 자신이 경주 출신이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건천, 산내를 거쳐 새로 뚫린 고갯길을 지나 지난번 힘들게 넘어왔던 재궁마을을 거쳐 산수를 조금 지난 일부분교 앞에서 하차합니다. 그리고 걸으면서 차츰 다리에 힘을 붙여봅니다.
일부분교 앞입니다...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지난번 마무리 했던 산수마을 버스정거장이 있습니다...일부분교는 아담한 학교인데, 아직 운영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부분교 앞길을 걸어가다보면 완쪽으로 멀리 심천마을이 보입니다...
뒤에 보이는 능선에서 가장 높게 솟은 산이 옹강산입니다...
이윽고 심천마을까지 도착합니다...
마을입구 정자에는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듯합니다...
참 정감있는 모습입니다...
한쪽은 까치밥인 듯한데, 저쪽은 아예 따지를 않았네요...
나무가 너무 커서 어르신들이 힘이 부치는 건지...
까치집까지 지어진 나무모습이 완전히 시골의 한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 마을의 오래된 나무들 가운데 으뜸은 바로 이 나무...500년 묵은 미루나무 입니다...
저 뒤에 옹강산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섭니다...
농사가 끝난 들녘은 휑하니 비어서 쓸쓸하기 짝이 없군요...
마을 밭 한중간에 놓인 고인돌의 덮개돌입니다...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해 안타깝게도 옹색한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또한 그래서 사람들과 더 친숙하게 함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이 끝나면서 멀리 저수지의 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심원저수지 물빛은 겨울의 황량함과 연기가 깔린 회색빛이 어우러진 산의 모습을 그대로 비쳐주고 있습니다...
저수지 맨 위쪽에 자리한 심원사가 고독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절 입구 하천 중앙에 놓인 큰 바위 위에는 기원탑들이 앙증맞게 놓여져 있습니다...
계곡 상류 쪽으로 멀리 삼계리재가 얼른 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합니다...
절 경내를 슬쩍 한바퀴 둘러봅니다...
심원사는 신라시대때 상당히 큰 사찰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자그마하게 복원되어 있습니다. 다만, 절 뒤편 계곡의 좌측편에서 능선까지는 모두 사찰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당시의 절세를 알만 합니다...
계곡 우측 산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는 조선시대 전,중,후기의 못생긴 부토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도밭 옆으로는 큰 목련이 있는데, 꽃눈이 마치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한 느낌을 줍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오솔길은 산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산림청 보호지역으로부터 이어진 임도가 크게 뚫려 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새롭게 조성된 모습입니다...
아직은 생뚱맞은 임도는 이리저리 굽이치며 산으로 올라가는데, 멀리 하얗게 삼계리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임도를 따라 걷는데, 어어...임도는 저 멀리까지 이어지고 옆으로 능선안부인 고개마루턱이 바로 옆으로 붙습니다...
자세히 보니 리본이 보이고 희미하지만 묵은 길도 보이네요...나무사이를 헤치고 올라가니 바로 삼계리재입니다...
세상 모든 오지의 갈림길에 표시를 해둔 준.희 두 등산인의 족적이 보이고 새롭게 새워진 삼계리재의 이정표에 옹강산은 불과 1.2km지만 여기서 해발고도 400m를 치고 올라가야만 하는 가파르고 잔자갈이 많아 미끄러운데다 낙엽까지 덮여 무지막지 오르기 힘든 산입니다...
뒤의 붉은 선은 아마도 심원사 절 소유의 땅임을 표시하는 경계선인 듯...
잠시 쉬었다가 옹강산쪽으로 향합니다...
낙엽이 뎦여 길이 희미하지만 곳곳에 리본 시그널이 있어서 길을 잃지는 않을 듯합니다...
사진으로 봐도 경사가 장난 아니지만 실제 느낌으로는 더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입니다...
길은 끝까지 계속 까꼬맥이 오르막이라 과연 힘든 산임니다...헉헉헉...
어느새 삼계리재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서담골봉이 눈높이를 맞출만한 높이까지 올라왔습니다...저 뒤편으로는 문복산의 능선이 희미하게 이어져갑니다...
삼십분 이상을 헉헉대며 가파르게 올라선 다음 길은 갑자기 순해지면서 남은 옹강산 이정표를 향해 갑니다...
마침내 옹강산 정상!!!
영남 알프스를 알게 된 2001년 이후 주봉들과 주위의 봉오리들을 지속적으로 타왔지만 먼 위치라 와보지 못했던 옹강산을 드디어 밟아봅니다...
시간이 11시 40분 정도였지만 배가 고파와서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하고 얼른 물을 끓여 컵라면과 김밥, 그리고 싸온 반찬들을 놓고 맛있게 먹은 다음 삼계리로 내려가는 빠른 코스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내려가는 길도 낙엽이 수북...하지만 올라왔던 길보다는 괭장히 수월한 하산길입니다...
그런데, 이 길에는 소나무가 잘생긴 늠들이 정말 많습니다...마치 잘 차려입은 연예인들이 기라성같이 서있다고나 할까...?
그대로 축소시켜 분재로 떠가고싶은 모습의 소나무들이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첫 갈림길...우측으로 내려서면 계곡길을 통하여 소진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옵니다...
우리는 그대로 직진!!!
문득 뒤를 돌아보니 잘 생긴 옹강산이 우리를 배웅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또 언제 보려나...?
대신 코앞으로는 문복산이 성큼 다가섭니다...
1100m의 높은 산이지만 순하디 순한 산이었습니다...진달래가 화들짝 피었던 문복산을 잊지 못합니다...
그렇게 가다보니 준.희님의 표식을 또 만납니다...중요한 갈림길 앞의 630m 봉오리입니다...
우측으로 가면 용둔봉을 지나 소진리로 가거나 역시 삼계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좌측은 조금 가파르지만 더 빨리 수리덤계곡길로 내려선다고 해서 그쪽의 길을 택합니다...
오른쪽으로는 멀리 수리덤계곡 입구의 펜션촌이 보이고 멀리 억산-운문산과 가지산으로 흐르는 높은 영남알프스의 촤고산군이 만드는 능선금이 보입니다...
아러한 것을 보고 가는 이 길이 오히려 영남알프스 둘레길이 아닌가...합니다.
길이 점차 가팔라지고 무엇보다도 잔자갈이 많은 미끄러운 길인지라 힘듭니다...발걸음에 힘이 들어가고...
이제 수리덤계곡 입구의 마을이 점차 뚜렷하게 보이면서 멀리 뾰족한 지룡산과 둥글둥글한 복호산의 대조적인 모습도 눈에 들어오네요...
길은 다소 힘들지만 소나무들이 만들어주는 멋진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어보는 여유를 부려봅니다...
이곳의 소나무들이 좀 더 잘 자라준다면 더없이 좋을 듯합니다...
경사가 한결 부드러워지더니 드디어 수리덤계곡길이 나타납니다...
우리가 내려왔던 낙엽쌓인 산길입니다...
녹음이 우거진 계절에 한번 더와보고 싶은 길입니다...
길을 따라 펜션촌들을 나옵니다...
수리덤계곡이 있는 산들이 멀리 보이네요...
큰길가에는 이렇게 계곡 입구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삼계리를 향해 도로를 따라 잠시 걸어나갑니다...
길목에는 성황당이 있습니다...
여기는 예로부터 가지산, 문복산 같은 높은 산들이 많아 호랑이도 많았고 계곡이 깊고 물도 많아 수해도 지고 해서 참 기도할 일들이 많았을 겁니다...
이제 삼계리에 도착합니다...
멀리 보이는 특이한 산이 바로 이곳에서는 형제봉이라 부르는 쌍두봉입니다...
다음 코스는 여기서부터 출발하게 될 것입니다...
옛날 운문사를 창건한 스님은 원래 운문사의 이름을 대작갑사로 하고 주위에 4개의 갑사를 더 세웠는데, 이곳에 천문갑사를 세우고 성황당 뒷길 등산로로 해서 문복산 가는 길에 가슬갑사를 세웠다고 합니다...
오늘 가보지는 않지만 가슬갑사는 바로 귀산과 추항이 화랑이 지켜야할 세속오계를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그래서 청도에서는 이곳을 세속오계의 발상지로 크게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해서 가슬갑사만 복원되지 못하고 빈터로만 남아있습니다.
다음 코스인 운문사까지 걸어가는 길에 저곳 천문갑사와 뒤의 폭포는 보고 갈 예정입니다...
보라색 어두운 선이 걸은 길입니다...
첫댓글 산을 보려면 들로가서 우러러 보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영알을 지대로 보고 .느끼는 남저님 ..부럽기도 하고 .
발도행 부산방 가족분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맹글고 겠시네요 ^^
수고 하셨습니다 ....
감사합니다...모 신문사에서 만들었던 길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가보고 있습니다...멀리 영알의 장쾌한 능선들을 보면서 옛날의 등산추억을 회상도 해보고 전체 산금을 종합적으로 볼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눈오기전에 부지런히 가야겠네요...ㅎㅎㅎ
남저님의 특집산행 멋집니다~^^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듯...
항상 안산 즐산 하세요~^^
감사합니다...이렇게 연결해서 가다보면 언젠가 통도사 입구에 다시 도착할 날이 오겠죠...모신문사에서 만든 코스지만 길이 묵고 없어져서 자료를 수집해서 다시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담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면서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