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비렁길 숲을 걸으며 외 1편
김 완
생계를 위하여 낚시와 나무를 했던
아찔한 금오도 비렁길을 걷는다
섬의 시간에 스미어 숲에 들어선다
어두운 숲속에 흩어져 있는 불빛
노랑 꽃잎 같기도 등불 같기도 하다
부조리한 생(生), 어둠 속 불을 밝히는
꿈의 파편들 발자국처럼 남아 있다
숲 밖의 세상은 저리 환하고 밝은데
햇살 한 줌 가닥가닥 나누어져
어두운 숲 흙바닥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의 여정과 노고를 생각한다
숲 밖 세상의 도(道)는 아득하고
오늘 길 위에 서 있는 나는 알지 못한다
시간의 흔적은 모두 상처의 기록이니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게 되어 있는 법
상상의 노랑 꽃잎 한 장 한 장 들추자
섬이 품어 온 기억의 서사들 돋아난다
사라진 부족의 비밀처럼 도시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만남과 부재가 부르는
기이한 감각 그리고 어떤 고통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기억만이 죽은 선조들과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이다
바다가 환히 보이는 곳까지 그가 따라왔다
지상의 말들
세상은 달아날 수 없는 곳이네
자신을 달래며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곳이네
지상에 낡은 무용한 것들과
늙어가는 자신을 지켜보는 것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기다리며
견딜 수 없는 세계에 기대
제 스스로 답답한 뫔이 들 때
누에보 다리로 간 헤밍웨이같이,
밤을 새워도 보편화되지 않는
감정의 잔여물을 만나 흔들릴 때
불안정한 다른 사람의 고백을 듣거나
자신을 위태롭게 할 시를 읽을 것
세상은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
말이 살아 있는 한 혼도 살아 있다네
궁리한 그대가 파도칠 때
지상의 말들이 가루로 부서져 내리네
김 완
1957년 광주 출생. 전남의대 대학원 졸업(의학박사).
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지상의 말들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등.
송수권 시문학상, 남도시인상 수상. 현재 (사)광주평화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