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 중에
기통으로 인한 성장 체험은 공공재다
라는 말씀이
이번(!)에야 제대로 와닿았습니다.
이래서 반복.. 반복학습이 중요한가 봅니다.
기통하는 과정에서 반려묘를 떠나보내며 느끼고 깨달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일기 몇 개를 간추렸는데도 내용이 깁니다.
그동안 도반 님들의 체험글들에 숟가락만 얹어 받아먹었습니다.
마음의 숙제였는데 이제야 저도 밥상 차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24.01.05.금(기통 D - 32)
키티가 사료도 안 먹고 잘 안 움직이고 토하고 물도 못 마시고
오직 보리싹만 먹는다.
며칠 그 과정을 관찰하고 적어놓고, 의심되는 병을 찾고 그러다가
아,, 내가 키티를 믿지 못하고 있구나,
스스로 이겨내려고 하는데 내가 무언가를 해주려고
걱정하고 전전긍긍하고 있구나,
키티 밥 먹어~라고 하는 대신
키티야, 고마워 사랑해! 를 말했다.
어차피 먹으라고 해도 못 먹으니
그저 사랑의 기운만 전해주면 되는 거였다.
2024.01.23.화(기통 D - 14)
키티가 아프면서 두려움에 걱정, 고민, 많은 생각들로 마음이 지옥같았다.
행복해 선생님께서 키티의 타로(동물타로)도 봐주시고,
내가 올린 카페 게시글에 빙그레 선생님께서 댓글도 달아주셨다.
그런데 분노의 폭풍이 휘몰아친다고 하셨는데 도저히 어디서 왔는지 찾을 수 없었다.
못 찾아서 그냥 인정하고 미고사하겠다고 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반가반가 사장님(키티에게 적절한 사료와 간식, 영양제를 추천),
병원 선생님들, 하늘동그라미 도반님들과 선생님들의 기공유와 응원..
너무나 감사하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미고사를 하는데
문득
내가 약하고 용기가 없어서 감정과 책임에서 회피하려고
스스로를 키티에게 <아줌마>라 불리길 원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키티랑 함께 하기로 했으면 보호해줘야지, 보호자로서.
이젠 스스로를 <엄마>라고 정의하고, 조금 더 용기내보기로 약속했다.
모든 걸 받아들이고 책임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거 같았다.
키티가 병원에서 수액 맞고 있는 동안 집에 와서 청소를 하는데,
물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키티가 토한 것들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다 만질 수 있고, 다 소중하고, 다 애틋하고,
뭔가 물건과의 벽이 사라진 기분.
머무는 공간에도 거리감이 좁혀져 제대로 대할 수 있는 느낌.
스스로가 부드러워지면서도 더 강해지는 느낌.
너무나 감사하다.
하물며 눈폭풍이 치는데도 감사했다.
다 괜찮았다.
2024.02.02.금(기통 D - 4)
결국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내가 내 입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날이. 그것도 엄마한테.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한테 생신날 찾아뵙는다고 전화를 하고 대화가 끝날 때
엄마가 먼저
"사랑해, 우리 딸."
이라고 하자
나도 용기내서
(아마도 그동안 하늘동그라미에서 미고사 연습을 안 했다면 절대로 못 했을 말)
"나도 사랑해, 엄마."
라고 했다.
그러고 전화 끊고 울컥~~~.
2024.02.03.토(기통 D - 3)
방금 명상하다가 느낀 거.
무릎 위엔 키티가 있고, 창밖 비오는 걸 보고, 예쁜 새들도 보고,
눈 감고 명상하다가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키티야~ 그만 일어날까?"하면서 키티를 내려놓고 다리를 주물렀겠지만
키티와 함께 고요와 침묵 속에 계속 머물고 싶었다.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리고... 문득..
아, 그동안 내가 다리 저리지 않고 완벽한 상태로 명상하기에 집착했구나,
수족냉증 없이 몸이 완전하고 건강한 상태에서 명상이 이뤄지기를 욕망했구나,
다리가 있기 때문에 저리기도 하고,
손이 있으니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 것이고,
뇌가 정상으로 작동하니 자연스레 잡념이 들기도 한 것인데,
이걸 교정하려하고, 부정하고, 완벽한 상태여야 한다고 집착했구나...
이게 나인데.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프고, 잡념도 많고,
최희정으로서 이걸 체험하고 있을 뿐인데,
계속 부정하고 고치려했구나...
그걸 깨닫고, 울컥하고, 내 몸에 미안하고,
그제야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봐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024.02.06.화 (기통 D - 0 : 873호)
키티가 어제 토하고 생전 안 하던 대변 실수까지 했다.
절하며 미고사하고, 새벽에 깨서 명상하고, 명상하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울컥 치밀어서 흘려보내기를 했다.
울고 걱정하고..
아주 생쇼를 하다가 어제 키티 약처방도 잊고 와서 오늘 일찍 동물병원 다시 가서 가져오고.
어제 끔뻑한 허리(평소라면 병원 안 가고 쓰러질 때까지 참았겠지만)에 통증이 올라와서
한의원 가서 물리치료 받고 나왔는데,,,
카톡이.. 어마어마...
"디오티마 님, 기통을 축하합니다..."
드디어 기통이 되었구나.
사실 살짝 기대하고 욕심냈던 지난 달에 안 되고,
뭐 언젠가는 되겠지,
되려면 차라리 늦게 되어서 기통 번호나 외우기 쉽게 특이했으면 좋겠네,
이런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마음을 비우니 바로 되었다.
뭔가 기분이 좋다.
감사하고 기쁘고.. 그래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오후 4시 4분에 절운동 알람이 울려서 절하며 미고사를 하는데
또 문득,
달라진 것은 없고,
오직 내 마음만 달라졌구나.
내 마음이 널을 뛰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구나,
키티는 여전히 아파서 힘없이 누워있는데
오늘 아침만큼 걱정이 되진 않았다.
변한 게 과연 없을까?
모든 게 변했구나.
배경을 이루는 공간과 일상의 시간조차도 그대로인 듯하지만
그대로임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변화하고 있었다.
24절기가 그렇고, 하루의 밤과 낮이 그렇고.
오늘 새벽,
키티가 잠깐 움직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물을 마셨다.
아!
물 마시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니구나!
감사하구나!!!
기쁨이고 감사였다.
2024.02.18.일 (기통 후 12일)
방금 키티가 기운이 없음에도 식탁에 앉아있는 내 무릎 위로 겨우 기어올라왔다.
그때 알았다.
무릎 위로 올라와 함께 한다는 게 엄청난 기적이고 행복이었다는 걸!
그게 행복인 줄도 모르고 온전히 함께 있지 못하고,
다리가 저리고 할 일이 있어서 키티가 언제 일어나나 안절부절.
키티는 내게 쉬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가만히 자기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키티는 사랑을 주고, 깨닫게 하고, 내 인생을 풍부하게 하고, 세계를 넓혀주며
나 자신을 살피라고 다독였다.
미고사를 하다보니 그제야 내가 제대로 보였다.
아만, 교만, 자만으로 똘똘 뭉쳐져서 내가 나를 못본 거였다.
열등감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잘난 척을 했고.
남편한테도 답답해하며 벌컥 화를 냈었고, 동물병원도 믿고 맡기는 척했지만 실상은 믿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게 내 책임이었다.
키티와 함께 하는 시간들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두려워서 회피하고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고, 내 감정 속에 빠져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키티는 또 얼마나 두렵고 슬펐을까..
함께 있는 이 시간,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끼며 지금 순간에 머무를테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
철없이 굴고 감사할 줄 몰랐던 어른이었던 내 모습도 그게 최선이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 감사한 거구나.
감사함이 이거구나.
매일매일 매순간 알아차리고 성장하고 깨닫고 있구나.
어제의 나를 탓할 필요도 없고
그저 지금의 나를 알아차리고 순간을 감사하면 되는구나.
다 괜찮고
다 감사하구나.
키티가 오랜만에 무릎 위로 올라온 감격스러운 순간,
숱하게 올라왔어도 기적이고 행복인 줄 몰랐다가
오늘 알았다.
2024.02.20.화. (기통 후 14일)
어제부터 키티에게 아버지의 유고집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난 그동안 그 책을 편집해 만들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를 깨달았다.
40중반에도 철 못들고, 교만하고 자만한 딸내미였구나.
50 넘어서 키티에게 읽어주면서 그제야 글들이 제대로 와닿았다.
책 읽어주다가 펑펑 엉엉 울었다.
아버지의,,
그래. 너도 나중엔 깨닫겠지..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어제 키티를 병원에서 수액 처치하게 하고
(병원장은 수술포기. 그저 편히 집에서 호스피스하는 걸 조심스레 추천했다)
맡기고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번뇌. 번뇌. 번뇌.
생각이 고통이구나...
예전 좋았던 기억들까지
슬픔과 자책감으로 만들어버리는 고통이었다.
지금,
키티가 있는 풍경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모든 게
기적이고 행복이고 평화고 고요고 감사였다.
그걸 못 느끼니
느끼게 해주려고 이런건가...
내게 감사가 없었나..
단 한 번의 체험이 이해를 넘어서 온전히 알아지게 하는구나.
기쁨이 큰 만큼 삽질로 바닥을 파들어가는 슬픔도 큰가보다.
기쁨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슬픔도 크게 슬퍼하지 않는 경지란 도대체 뭘까.
결국 도달해야 하는 곳인가.
2024.02.21.수 (기통 후 15일)
우리 키티, 보리 이파리도 먹었다!
오늘 새벽에 물도 먹고!
새로 딴 캔에 물 부어서 입 근처에 기울이니
국물도 먹고!
바로 손톱 같은 예쁜 똥도 싸고!!!
모든 게 기적같은 일이고
감격스러운 기쁨들이고
행복이고
모든 게 완벽한 순간들이다.
키티의 똥으로
깨달음이 줄줄이 사탕 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똥을 싼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동안 아들녀석이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했던가.
(엄마가 참 미안하다. 내 딴에는 훌륭한 엄마, 양육자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오만인지. 철없고. 어제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어쩌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 속에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었다니..
그렇게 내가 원하는 평화와 고요.
계속 구하고자 밖으로만 밖으로만 눈을 돌렸으니 찾아질 리가 없지.
누워있는 키티의 뒤통수에서
평화와 고요함을 찾았다.
그저 내 속에 다 있었구나,
원래 다 가졌다는 게 이런거구나,
그냥 언제든 빼쓰기만 하면 된다는 선생님 말씀이 이거구나..
어제의 나는 몰랐던, 오늘의 나는 알게 된, 엄청난 진실!
저 떨어지는 빗물들도 너무나 신기하고 기적같고,
그 창 앞에 누워있는 키티,
완벽한 순간,
완전한 느낌.
수족냉증이 없었다면 따뜻한 커피잔을 쥐고 느끼는 기분을 제대로 알았을까,
디스크나 측만증이 없었다면 내 척추에 관심이나 가졌을까,
몸이 아픈 이유도, 몸마음에 관심을 갖고 살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걸 요즘에서야 알았으니.
이제 알았으니 실천할 일만 남았다는 게 얼마나 쉽고 간단한 일인가.
그냥 모든 게 다 완벽하구나.
다 괜찮은 거구나.
남의 허물이 진. 짜. 로. 내 거였구나, 내 허물이었구나!!!
사실 이 부분에서 많은 걸림과 저항이 계속 있었고
지식적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이었는데
이제서야 정말 그렇구나~
를 깨달았다.
예수님, 부처님, 하늘님의 눈에 우리가 과연 부족하고 단점이 있는 인간으로 보일까?
전혀 아닐 거다.
신의 눈으로 본다면 그냥 우리 인간들이 사랑으로만 보일 거 같다.
존재 자체만으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스승의 존재, 신의 존재.
나를 단 한 번만이라도 쳐다봐준다면, 그 눈빛을 한 번만이라도 받아본다면,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일이 일생에 한 번만이라도 생긴다면,
나의 모든 게 완전해지고 완벽해질 거라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이젠 조금씩 알아지고 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게 바로 그런 것이라는 걸.
남의 허물이 다 내 거였고,
그런 내가 부족하지만(사실은 완벽하지만) 그 사실도 인정하고,
진짜 완벽한 나(큰선생님의 깊은 나)를 내 안에서 찾고 알아내고,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바라봐주면 된다는 걸.
그래서 빙그레 선생님이 거울보고 웃어주라고 그랬구나!!!
거울보고 사랑 고백하라고,
그랬구나.
신의 눈빛이 내 눈빛이었구나.
세상에나!
그거였구나!!!
키티가 물을 먹고
무릎 위로 올라오고
똥을 싸고.
이런 행동들이 내게 기쁨과 행복, 감동과 깨달음을 주다니..
키티가 내게 정신 차리라고, 일찍 좀 정신차리라고 온 몸으로 말해줬구나.
키티를 위해 기공유를 해주셨던 행복해 선생님과 덕분 선생님, 그리고 우리 대구1지원 도반 님들께 감사와 사랑 전합니다.
키티를 천도해주신 행복해 선생님, 가슴 깊이 감사드려요!!!
깨달음으로 이끌어주신 큰선생님과 빙그레 선생님께 존경과 사랑드립니다.
디오티마님^^
사랑합니다 💜
나를 깨어나게 하는 힘.
자신사랑하게된것 격하게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덕분에 작년 겨울부터 몇 십년 만에 목욕탕에도 가게 되었습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디오티마님 체험담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기통으로 인한 체험이 공공재라는 말씀을 다시한번 새겨봅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디오티마님 많은 체험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디오티마님의 한걸음 한걸음 성장해 나가시는 모습이 공감이되면서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같이 공부하는 도반으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길이 든든함을 느끼게됩니다 너무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반려묘와 더불어 생활하면서 번민하는 모습,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일상을 기록한 글에서 성장의 과정을 봅니다. 많이 공감하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