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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의 일몰, 석모도 해명산
인천 강화군수정일 : 2021.10.21
바야흐로 등산의 시대다.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시간 불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산을 찾는다. 자연 속을 거닐고 일명 뷰 맛집에서 인생 사진을 찍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동참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육지와 연륙교로 이어진 석모도에는 일몰 산행지로 잘 알려진 해명산이 있다. 산행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무사하고 안전하게 ‘예쁨’ 장착하고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몰 풍경에 빠져본다.
산 정상에서 즐기는 일몰 촬영 놀이
세 개의 산이 있는 섬, 삼산면 석모도
해명산이 있는 석모도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다. 석모도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속하며, 강화군 서쪽 면에 인접해 있다. 강화도부터 석모도까지 약 1.5km 거리다. 석모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강화군 지역을 관통해야 하기 때문에 지도상으로는 가까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먼 거리처럼 느껴진다. 북쪽으로는 교동도, 서쪽으로는 불음도가 DMZ 접경 지역의 섬으로 자리하며, 석모도 북서쪽 역시 군사 경계지역이다. 2017년 연륙교인 석모대교가 완공되면서 배편으로 섬에 들어설 때보다 수월하게 섬에 들어설 수 있다. 교동도와 함께 육지와 이어진 섬 중에서 서쪽 가장 끝 섬인 셈이다. 하지만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다 보니 여전히 외지인이 많지 않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풍경은 섬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해명산 능선에서 바라본 섬 풍경
해명산 아래 보문선착장 풍경
석모도라 불리게 된 유래는 여럿인데, 물이 돌아 흐르는 모퉁이 혹은 돌이 많은 해안 모퉁이라는 뜻의 돌모로를 한자로 변경해 석모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석모도는 행정구역 상 강화군 삼산면에 속하는데, 삼산면이라는 이름은 세 개의 산이 있는 섬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세 개의 산은 낙가산(235m)과 상봉산(316m) 그리고 석모도의 주산인 해명산(327m)이다.
보문사가 있는 낙가산에서 바라본 석모도 서해
자주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석모도의 세 개 산을 종주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흙산이지만 중간마다 바위 구간이 여럿 있어 석모도라는 이름이 절로 이해되는 등산길이다. 연륙교가 놓이기 전 육지를 오가는 선박이 운행되던 석포리 선착장 앞 나루뿌리 지점이 많이 이용되는 산행 초입이다. 이곳에서 산을 올라 해명산 정상에 도착해, 능선을 따라 낙가산 정상과 보문사, 상봉산까지 종주 길이 이어진다.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5시간 이상은 걸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몰
석모도 일몰 명산, 해명산
산행이 익숙하지 않다면 체력과 상황에 맞게 하나의 산을 선택해 오르는 것이 좋다. 세 산 중 해명산은 정상에서 일몰을 보기 좋은 산으로 알려졌다. 섬의 동남쪽 끝에 있는 전득이 고개에서부터 정상까지 약 1.8km로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몰을 보기 위해 오른다면 일몰 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전에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일몰 산행에서 중요한 것은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서둘러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숲은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어두워진다. 또한 섬 속 산의 해발고도는 바다 위에서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육지에 있는 산의 높이와는 다르다. 이동 시간에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
등산로 중간마다 설치된 안전 신고 안내판
해명산 산행의 시작, 들머리는 전득이 고개다. 버스 정류장 앞 도로 맞은편에 넓은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 있다. 주차장 한편에 산으로 연결되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 해명산의 또 다른 명물인 구름다리가 나온다. 그리 높지 않은 구름다리는 건너기 어렵지 않고, 걸을 때마다 가볍게 흔들거려 약간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한다. 길이 험하진 않아도 오르는 동안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푹신한 흙길과 가파른 바위 구간이 뒤엉켜 이어지며, 길 중간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그리고 각각의 오름 끝에는 주변 서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 포인트가 나온다. 정상 도착 전 설치된 로프를 잡고 이동해야 하는 바위 구간도 있다. 줄을 잡고 오르는 것이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걸으니 금세 지나간다. 산행 시작 한 시간 정도 후면 327m 해명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해명산 들머리에 있는 구름다리
흙과 바위가 적절히 섞여있는 해명산 등산길
중간마다 즐겨보는 사진 촬영 놀이
마지막 암릉 로프 구간을 지나면 나오는 해명산 정상
해명산의 정상 표시목은 오랜 세월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어촌의 풍경 그대로다. 날마다 해가 지는 방향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정상 표시 옆 공터에서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태양을 조망할 수 있다. ‘가을이다!’라고 외치는 하늘이 다채로운 주황빛으로 물든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지만, 이제 하산할 시간이다. 하산 길에서 어둠이 점차 진해지는 섬 풍경이 자꾸만 걸음을 붙잡아도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태양이 수평선에 닿기 전에 시작하는 하산
일몰 전 하산 길에 보이는 서해 풍경
등산만큼 값진 오름, 보문사
산행이 버겁다면 석모도의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보문사를 찾는 것도 좋겠다. 보문사는 석모도 낙가산 자락에 자리한 기도 도량으로 잘 알려진 사찰이다. 신라 선덕왕 4년(635년)에 지어진 것으로 전하는데, 사찰이 있는 산 이름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 하여 낙가산, 사찰 이름은 관세음보살의 광대무변함을 상징하여 보문이라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문사가 이곳에 터를 잡은 유래와 관련한 전설이 있다. 한 어부가 22개의 돌덩이를 바다에서 건져와 산자락에 올려두었더니 갑자기 돌이 무거워져 그대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그 옛날 험난한 뱃길에 무사를 희망하는 어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전설이다.
보문사 경내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
보문사 극락보전과 눈썹바위
일주문을 지나 보문사 경내까지 다소 가파른 길을 지나야 한다. 오름 후에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보문사 석실이다. 석굴사원인 석실 안에는 삼존상, 관세음보살상, 나한상 등이 봉안되어 있다. 석실의 시작 역시 어부들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불상들을 하나 둘 굴 안에 모아놓기 시작하면서라고 한다. 어민들로부터 시작된 바람이 보문사 경내 곳곳에 차곡차곡히 쌓여있다. 보문사의 중심 전각인 극락보전 앞마당을 지나면 보문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마애관세음보살이 새겨진 눈썹바위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총 419개의 계단으로 가파른 바위산을 지그재그로 올라야 비로소 도착한다. 한 단씩 올라 고개를 돌리면 광활한 서해 풍경이 한눈에 든다. 오름의 수고가 바로 사라진다.
마애관음좌상이 있는 눈썹바위로 향하는 419 계단
419 계단 중간에 자리한 쉼터에서 바라본 풍경
바위에 단단히 새겨진 마애관음좌상
눈썹바위에 다다르면 석벽 위에 단단하게 새겨진 마애관음좌상을 볼 수 있다. 마애관음좌상은 1928년 당시 주지스님이 새긴 것으로 높이 920m, 너비 330m의 거대한 크기다. 그 앞으로 많은 불자가 각자의 염원을 바라며 기도하는 모습에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는 또 다른 감동이 인다. 그리고 마애관음좌상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올망졸망한 섬들이 바다에 선을 그리는 서해의 독특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낮은 산을 오르는 것만큼 쉽지 않은 길을 지나 도착한 바위, 그 아래에서 맞이하는 일몰 풍경 역시 석모도만의 매력적인 장관이다.
등산 패션의 시작과 끝, 무조건 안전!
가을철 등산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뱀이나 산짐승과 마주할 수 있으니, 발아래를 잘 살피며 걷는 것이 좋다. 아무리 낮은 산이어도 기능성 신발을 착용하고, 가능하다면 스틱과 같은 등산 장비도 갖추는 것이 좋다. 발목의 맨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긴 양말을 착용하고, 체온 변화에 따라 벗고 입을 수 있는 여분의 겉옷도 지참하자. 산에 갈 때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의류나 신발을 착용해 외부에 자신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전망 좋은 곳에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일몰을 기다리는 동안 체온 유지를 도와줄 모자와 겉옷은 필수
일몰 산행의 필수 준비물, 랜턴
따뜻한 물과 간단한 간식을 챙기고 쓰레기는 되가져오기
휴식을 취하는 동안 체온 유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움직이는 동안 흐른 땀이 사라지면서 몸의 온도를 급격히 낮추기 때문이다. 보온병에 뜨겁지 않은 따뜻한 물을 채워 가지고 오르는 것도 방법이다. 너무 뜨거운 물은 바로 마실 수 없으니 적절한 온도의 물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간단한 간식도 주머니에 채우고, 쓰레기도 다시 주머니에 채워 내려오는 것도 잊지 말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둠 속을 밝혀줄 랜턴을 지참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절대 혼자서는 오르지 말 것.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낮은 산이어도 일몰 산행이 아닌 한낮의 산행을 권한다. 중간마다 나오는 바다 풍경만으로도 섬 속 산행의 묘미는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무사히 하산한 후 섬의 서쪽 어느 해안가에서나 석모도의 낙조를 마음에 새길 수 있다.
여행정보
석모도
주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 문의 : 강화군 032-930-3114
강화군 문화관광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
해명산
주소 :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전득이 고개
보문사
주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 / 문의 : 032-933-8271
숙박
석모도 자연휴양림 :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 서로 39-75 / 0507-1387-1102 / www.foresttrip.go.kr/indvz
유니아일랜드 골프&스파 리조트 :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어류정길 117번길 15 / 032-933-9330 / www.uniisland.com
아르미르리조트 풀빌라&글램핑 :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북로 330 / 032-934-8200 / www.aramirresort.com
음식점
노지식당 : 김밥, 국수 /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북로 282 / 0507-1345-0488
석모 바람길 11th : 젓국갈비, 대하구이 /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동로 229 / 0507-1371-3473
신송당 : 제빵, 카페 /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어류정길 212번길 7-4 / 0507-1388-0882
글·사진 김애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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