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긴 글이 끝납니다.
이게 마지막 편이예요~
---------
분교에서 처절하고 찢어질듯한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총소리가 메아리쳤다.
불길한 얘감이 들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그 비명소리 때문인지 분교안에서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오자 마자 분교
뒤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분교 뒤쪽에서 난 비명 같았다.
나는 죽어라 하고 뛰어 갔다. 천천히 걷다가 뛰니까 더욱 힘이 들었다.
간신히 분교에 도착해서, 건물뒤로 헉헉거리며 뛰어갔다.
분교 뒷 뜰에는 스무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심할 정도로 불길한 예감을 억제할 수 없어 모여있는 사람들을 거칠
게 밀치고, 중앙으로 향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슨 이유인지 겁에 질려 있었다. 거기다 나의 처참
한 모습을 보고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참담해졌다.
중앙에 가니, 김반장이 보였다.
나는 김반장을 보고 무슨 일인가 물어보려고 했다.
김반장은 나를 보자, 재빠르게 나의 앞을 가로막고 더 이상 접근하지 못
하게 했다. 내가 그를 안 이래로 그렇게, 냉정하던 김반장이 그렇게 처참
한 표정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을 보니 무슨 일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반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죠?
왜 제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죠?"
"일한씨, 우선 내 얘기부터 들어봐!
좀 진정하고 얘기하세...
그건 그렇고, 이 몰골은 어떻게 된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정씨네 가족들은?"
나는 그 질문을 받으니 정신이 퍼뜩 났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정씨네에
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말해주었다. 같이 갔던 이 순경과 경규씨 그
리고 정씨네 가족들은 그 놈 손에 처참하게 죽어갔다는 것과 그 집 고깃
간에서 내 친구 재원의 시체를 발견했으나, 모두 타 없어졌다는 것까지
얘기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깊은 절망이 느끼는 것 같았다. 자기들도 곧 살해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 얘기를 듣고 김반장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게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일한씨, 그 창고에서 발견된 그 시체가 분명히 친구 재원씨가
확실한가요? 어둡거나 무서워서 잘 못 본 것은 아닐까요?"
"아니요.. 확실합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제가 본 것은
바로 재원이 그 친구의 반쯤 썩은 시체 맞습니다..
왜 그것을 자꾸 물어보는 것이지요?"
내 질문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나를 외면했다. 김반장마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바보라도 이 상황이면,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불안함을 느끼며 김반장을 다그쳤다.
"반장님!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죠?
얘기해 주세요... 무슨 일이예요?"
김반장은 나의 질문에 어렵게 입을 땠다. 평소의 침착한 김반장 답지 않
게 더듬거리며 얘기를 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충격으로 무너지듯 바
닥에 쓰러졌다.
"저... 일한씨... 모든 것이 제 잘못이예요....
죄송합니다.....
좀더 빨리 알아차렸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인데....
휴...
조금 전에 여기서 정화씨가 살해당했습니다.
그 놈에게요...
저는 여기 왔을때는 이미 그 놈의 낫이 정화씨를 난도질하고 있었어요.
제기랄!
그 놈은 저를 보고, 정화씨를 팽개치고 순식간에 저 어둠속으로 사라졌
어요. 총을 쐈지만, 그 놈은 다시 한번 유유히 사라졌어요..
미안해요.. 정화씨가 이렇게 된 것....
그런데 정화씨가 죽기 전에 그 놈보고 하던 외침을 제가 들었어요..
간절한 애원이었죠..
정화씨는 자기를 낫으로 내려치려는 그 놈을 보고 이렇게 소리쳤어요.
'재원씨!
제발! 이제 제발 그만해요!!
재원씨!!!!!'
내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재원씨라고 처철하게 외치던 정화씨의 목소리를...."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땅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정화씨가 죽다니...
재원이를 걱정해서, 고생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죽다니...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만류하는 김반장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정화
씨 시체를 보러 갔다. 피투성이가 된 정화씨의 얼굴을 보니, 더 이상 쳐다
볼 수 없었다.
모두 내 책임 같았다.
이제 까지는 이 마을 사람들이 희생자였다. 엄격히 따지면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던 사람들이 죽어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경우였다.바로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죽은 것이다.
그것도 친구의 여자 친구가....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분노, 슬픔, 절망, 공포, 증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뭘 어떻해 해야 하는 걸까...
나는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고, 김반장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냐고 힘
겹게 물어보았다.
"휴... 다 내 잘못이라네...
내 잘못...
일한씨 일행이 출발하고 나서, 우리는 분교 안에다가 남자 5명씩 한조가
되어 1시간씩 불침번을 서기로 했어요. 혹시 미친 살인마가 여기를 덮칠
지도 몰랐으니까... 그렇게 대비를 해놓고, 나머지 사람들과 아녀자들을
안심시켜 놓고 잠을 자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정화씨의 행동이 좀 이상했어요.
그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정화씨는 이상하게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고, 안절부절 하는 것이였어
요..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아요..
저는 일한씨를 걱정해 주고 있는 줄 알았아요.
아무일 없을 거라며 위로했지만, 정화씨는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창밖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일한씨를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정화씨가 나를 올려다 보며 이상한 질문을 했어요..
'반장님, 만약 살인범을 잡으면 어떡하실거죠?
혹시 그 자리에서 죽이시지 않겠죠?'
그 질문이 좀 이상했지만, 나는 솔직이 대답해줬어요..
'나는 겅찰의 입장으로써, 그 놈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의무죠... 하지만, 이렇게 고립된 상태에서 그 놈을 잡게되면, 희생자의
가족들이 가만히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은 나와 이 순경 둘밖에 없으니 분노한 마을 사람들을 막을 수 있
을지... 자신 없네요..
하지만, 경찰로써 저는 그 살인범을 잡을 수 있으면 잡아서 법대로
처리할 것입니다. 보나마나 이 정도면 사형이 뻔하지만...
잡을 수 없다면, 죽이기라도 해야줘... 그 위험한 놈은...'
내 대답에 정화씨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어요.
뭔가 굳은 결심을 한 사람처럼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것을 보았지만, 나
는 대소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리곤 정화씨 곁을 떠나 불침번 서는 마을
사람들을 살피려 교실을 나갔어요. 교실을 나갈 때 정화씨를 돌아보니
그때까지도 무엇에 홀린 듯이 창문을 뚫어지게 보는 것이였어요..
좀 이상한 예감이 들었지만, 무시했어요..
그리고는 정화씨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서는 잊고, 불침번 서는 마을 청
년들을 점검하며 담베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죠....
10분정도 되었나...
나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교실쪽으로 돌아왔어요.
교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뒤척이며 잠을 청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창가에 있던 정화씨가 보이지 않는 것이였어요..
나는 문앞을 지키던 청년에게 정화씨에 대해 물어보았어요.
화장실 갔다는 거예요.. 한 5분쯤 전에..
내가 바로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요.
다급하게 분교밖으로 뛰어 나왔어요.
그런데 뒷 뜰에서 비명소리가 났고, 그 쪽으로 뛰어갔지만 아까 말한 것
처럼 너무 늦었던 거예요..."
김반장의 말을 듣고보니, 정화씨의 행동에는 이해하기에 석연치 않은 구
석이 너무 많았다. 분명히 정화씨는 자발적으로 그 살인마를 만나러 갔다
가 살해당한 것이다.
그런데... 김반장의 말로는 정화씨가 죽어가며 말한 이름은 재원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까 내가 본 시체도 분명히 재원이었다.
알 수 없었다.
내가 전해준 소식을 듣고 경규씨의 가족들이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분위기와 함께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번져갔다.
몇몇 마을 사람들이 정화씨 시체를 부대로 싸서 치워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두려움과 슬픔보다는 그 살인마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오
르기 시작했다. 김반장도 정화씨와 자기 아랫사람인 이 순경을 잃은 것을
용남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침착하던 사람이 비를 맞으면서도 담배를 물고 연신 성냥불을 부
치려 하고 있다.
다행히 이장님이 나서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어느새 뒤 뜰에는 나와 김반장만이 비를 맞고 서 있게 되었다.
우리 둘은 아무말 없이 떨어지는 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안에서 정화씨를 간호해 주었던 아주머니가 나오더니 내게 쪽지
하나를 건네 주었다.
"아까 그 불쌍한 처녀가 학생 돌아오면 주라고 남긴 것 같아요.
잠이 들어 몰랐는데, 내 머리맡에 남겨 두었더라고요..."
그 얘기에 나도, 김반장도 최면에 깨어난 사람들처럼 눈이 빛났다.
접힌 종이에는 내 이름이 써있었다. 정화씨의 유서인 셈이었다.
나는 그 쪽지를 들고 분교안으로 들어왔다.
촛불 밑에서 정화씨가 남긴 글을 읽기시작했다.
<일한씨에게..
일한씨가 만약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저는 죽어있겠네요..
혹시 일한씨도 이 글을 못 읽게 된다면, 김반장님이 이 쪽지를 읽고있겠
죠.. 제발 일한씨가 무사히 돌아와 이 글을 읽기를 바랍니다.
일한씨...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철없이 따라온 저에게 신경쓰느라고 힘드셨죠..
제게는 이 모든 일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섭고 괴로운 일들의 연속이
었어요.. 처음에는 재원씨를 찾으러 왔을 뿐인데...
우선 일한씨와 김반장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거짓말 하게 된 것에 대해서요..
사실 오늘 저는 그 집에서 살인범을 봤습니다.
피 묻은 낫을 든 재원씨였어요..
처음 봤을 때, 그 광기어린 눈빛과 무시무시한 표정 때문에 재원씨가 아
닌 줄 알았어요. 하지만 재원씨가 맞았어요.
재원씨는 정신 이상이 있는지, 처음에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낫으로
내려치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가 비명을 지르자, 가만히 나를 보더니
치켜든 낫을 내려놓았어요. 나는 계속해서 정신차리라고 절규했죠..
재원씨는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잡고 괴로워했어요.
그러더니 땅바닦에 무릎을 꿇고 괴로워하면서, 간신히 한마디 던졌어요.
목소리가 너무 음산해 딴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
'오늘.. 밤에... 보자.... 어디까지도....찾아간...다......'
그러더니 괴성을 질러대는 것이였어요. 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재원씨를
흔들면서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애원했어요.
그러나 방안으로 나를 무시무시한 힘으로 확 던져 버렸어요..
그리고는 기절한 것 같았아요.
정신차린 다음에 일한씨와 반장님이 내가 본 것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재원씨를 봤다고 솔직이 대답할 수 없었어요. 솔직이 말하면 재원씨를 살
려둘 것 같지 않았아요..
그리고 내가 아는 재원씨는 그런 살인을 저지르고 다닐 사람이 절대 아니
예요... 분명히 무슨 피치 못할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제가 재원씨를 만난다면, 설득해 볼 생각이예요...
예전에도 재원씨는 내 말은 잘 들어줬거든요...
무서워요...
하지만, 이 일은 제가 해야 할 일 같아요...
저기 재원씨가 온 것 같네요...
모든 일이 잘 되어 이 메모가 필요 없어지길 바랍니다.
일한씨,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제게 무슨 일이 나더라도, 재원씨를 끝까지 믿어주세요.....
그럼...>
결국 이 모든 살인을 저지른 것은재원이였단 것인가...
내가 본 재원의 시체는 무엇이고...
머리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솔직이 생각하기도 싫어졌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그 놈이 재원이라면, 반드시 내가 만
나야 할 것 같았다. 진실이 얼마나 두려운 것이라고 해도, 나는 그 진실을
받아 들여야 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김반장에게 그 쪽지를 건넸다.
김반장은 그것을 읽어보더니, 한 숨을 내쉬며 한마디 했다.
"결국 재원이라는 친구가 범인이구뇨...
그런데 왜 이 마을과 관계도 없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일까....
휴.... 이제 선택하는 것 밖에 안 남았군...."
"선택이라뇨? 무슨 선택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김반장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담담한 어조로 그 선택에 대해
말해 주었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죠.
하나는 이 분교에서 구조가 올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빗줄기도 약해진 걸 보니, 내일 날이 밝으면 본격적인 구조활동이 시작
될 것 같네요.. 헬기라도 올 것 같으니.. 그러니,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일단 접고 있다고, 홍수가 끝난 다음에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것이죠.
그때까지 그 살인마가 여기를 습격하지 않길 바라고, 또한 이 마을에서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것 뿐이죠...
다른 하나의 선택은....
그 놈을 찾아 잡던지, 죽이는 것입니다.
불가능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고, 아마 아무도 지원자가 없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이지요...
그리고 사건을 우리 손으로 마무리 지울 수 있다는 것이죠...
필요없는 것은 덮을 수 있고...."
나는 김반장의 얘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범인은 내 친구인 재원이였다. 그런데 이 상
황에서 고립이 풀리고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펼쳐지면,
마을에 얽힌 얘기는 모두 밝혀지고, 이 마을은 글자 그대로 유령마을이
될 판이었다. 누가 이렇게 끔직한 살인이 일어난 곳에서 살것이며 이사올
것인가... 그 이후에 벌어질 엄청난 일들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김반장
은 자기 마을이 그런 식으로 몰락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이었다. 또한 살
인마에 대한 김반장의 증오는 이제 한계에 다달은 것 같다. 경찰의 의무
라기 보다는 살인범에 대한 심판을 내리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이 마을의 장래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
았다. 또한 살인범에 대한 심판도 재원이라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한 다
음에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직 살인마로 돌변해 자기 여자친구마저 죽여버린 재원이를 꼭 만나야
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놈이 진짜 재원인지.. 재원이라면 왜 그
지경까지 갔는지...
끝 마무리는 내가 하고 싶었다.
결심을 굳힌 나는 김반장에게 내 결심을 말했다.
"저라면 두 번째 선택을 택하겠습니다.
저 혼자라도 그 놈을 쫓아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그 놈의 얼굴을 내 눈
으로 똑똑히 봐야 겠습니다."
김반장은 흥분한 나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한 마디 했다.
"목적은 다르지만, 나도 일한씨와 같은 선택을 하겠소..
나는 이제까지 그 놈을 범인으로 생각했소..
그러나 이제부터는 악마로 규정할 생각이오.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하는...."
나는 김반장의 그런 반응이 이외였다. 단지 마을의 장래를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김반장은 자기 부하를 자식 보다 더 아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명령을 받아 수행한 이 순경이 그렇게 끔찍하게 살
해당한 것에 대한 비이성적인 복수심이 발동한 것이다.
김반장은 냉정하게 나보고 간단히라도 상처 좀 치료하라고 했다.
거절했으나, 김반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자기도 준비할 것이 있으니 그 동
안 치료하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해주던 보건의는 내 상처들을 보고
좀 심한 편인지 한숨을 내쉬었다.
치료가 끝나갈 쯤에, 김반장이 들어왔다.
"일한씨, 치료가 끝나면 그 놈을 잡으러 출발하죠...
대충 필요한 것은 다 준비되었으니까...."
김반장은 이장을 설득해, 이장이 이 분교에 있는 마을 사람들을 책임지기
로 했다. 김반장은 분교 주변의 불침번을 8명으로 늘리고, 무슨 일이 있어
도 오늘 밤만은 아무도 분교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공언했다.
마을 사람들은 김반장이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불안해 왔지만, 김반장 대
신 그 놈을 잡으러 나가기 보다는 분교안에 남아 있는 것이 휠씬 좋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김반장은 묵직한 배낭 두 개를 준비했다.
하나는 내게 내밀었다.
나는 뭐가 들었냐고 물었다. 김반장은 짧게 대답했다.
"기름"
기름이 뭐에 필요한지 알 수 없었다. 하긴 그 놈을 잡으러 간다고 했지만
어디로 가야하는 아직 결정 못 한 상태였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김반장의 권총, 내가 가져온 망가질대로 망가진 칼빈
한 자루, 그리고 분교를 지키고 있던 칼빈 한자루 이게 다였다.
김반장은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우리는 김반장 권총 한자루만 가져가기
로 했다. 남아 있는 사람의 안전이 우리 둘보다는 휠씬 중요해 보였다.
솔직이 총없이 간다는 것에 불안했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그럭저럭 준비가 다 되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 김반장이 건네준 배낭을 매고, 다시한 번 한손에는 손
전 등을, 다른 한손에는 이 분교 창고에서 찾아낸 마지막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기름이 가득찼는지 배낭은 꽤 무거웠다. 김반장도 권총과 손전등
을 들고 배낭을 맸다.
김반장은 이장님에게 신신 당부했다.
"이장님, 절대로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작은 빈틈만 보여도 그 놈은 여지 없이 살인을 해 대니까요..
내일쯤이면 구조대가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버티시면 됩니다...."
우리는 분교를 나섰다.
한동안 흩뿌리던 비는 다시 거세지고 있었다.
묵묵히 분교 운동장을 가로 질렀다.
김반장은 분교에서 벗어나자 말문을 열었다.
"일한씨는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따라오는 것인가요?
짐작은 했을 거요...
그래요, 그 버려진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예요...
아마 우리는 그 놈을 거기서 만날 수 있을 거요..."
"그렇습니까....
대충 짐작은 했읍니다만은....
그런데 그 과수원 집에 그 놈이 온다는 확신은 어떻게..."
김반장은 씁쓸한 미소룰 짓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내 질문에 대
답을 해주었다.
"내가 가니까요...
어르신이 해주신 말 기억나요?
그렇게 말씀하셨죠.. 제 할아버지가 그 비극의 주모자 중에 한 사람이었
다고요..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에 관련되어
죽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증거가 있어요..
무당집에서도 발견되었고, 사과골 최씨네 집에서도 발견된 흔적이 있어
요.. 바로 검은 흙이죠...
이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토질이예요.. 이 마을은 거의 전부
황토흙으로 되어있어요.. 바로 한군데만 빼고...
맞아요... 그 검은 흙은 과수원 집 근처에서만 볼 수 있어요...
아까 이장님에게 물어봐서 확인했어요..
그 놈은 그 집을 거점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또한 기묘할 정도롤 희생자들을 잘 찾아내니까,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예
요..
내가 그 놈을 유인할 미끼가 되는 것이죠...
그 놈의 보금자리로 들어가서...."
김반장의 얘기를 들으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추리가 틀리고 맞고를
떠나서 자기 목숨을 걸고 살인마를 유인하다니....
걸어가면서 김반장에게 물었다.
"그런 논리라면....
가족과 함께 살해된 그 이름모를 독립운동가의 원혼이 살아나 재원이의
몸을 이용해, 자기를 죽인 사람들의 후손들을 죽이고 있다는 얘기잖아
요.. 그것이 가장 논리적인 추리같긴 하지만...
이럴 가능성도 있잖아요?
재원이가 완전히 돌아버려 닥치는 대로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거요..
그리고 제일 큰 의문점은...
아까 분교안에서 알아차린 것인데, 희생자들 중에 그 집의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도 많았잖아요..
그건 어떻게 된 일이죠..."
"글쎄요...
그게 문제예요... 살인의 동기를 찾아낼 수가 없어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놈은 무작위로 희생자를 고르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주형사가 남긴 메모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특별한 답을 못 찾아냈어요...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 거예요.
분명히...."
사실 김반장의 추측은 비이성적인 면도 많았다. 하지만 내 스스로도 이
번에 그런 비이성적인 것을 많이 보와았기 때문에, 김반장의 그런 말을
믿을 수도 있었다. 이유도 없이 그 놈은 그 버려진 집에 꼭 나타날 것 같
았다. 그런데 기름을 가져가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반장님, 그럼 이 기름을 가지고 그 집을 태울 생각이신가요?"
"집을 태운다..
정확한 내 의도는 집을 태운다기 보다는 그 놈을 태운다는 것입니다.
그 악마같은 집과 함께...."
김반장이 그렇게 말하니까 섬뜩했다.
김반장은 이미 재원이일지도 모르는 살인범을 살려둘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모든 살인과 관련있는 그 과수원집을 태울 생각인 것 같
았다. 만약 범인이 진짜 재원이라면 나는 어떻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어느새 우리는 버려진 과수원 근처에 다왔다.
여기를 올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주변의 황폐한 모습만 봐도 그 버려진
집에는 뭔가 사악한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다. 여름이고 장마인데도 불구
하고 과수원 주변의 나무들은 말라비틀어져 있고, 길 주변에 난 풀들도
모두 시들어 있었다.
낮에 봐도 으시시한 집인데, 밤에 와보니 비교가 안 되었다.
이윽고 김반장과 나는 버려진 집 앞에 섰다.
김반장은 손전등으로 그 집을 비추어봤다.
이 집은 이제까지 수 많은 사람의 생명을 먹어치웠다. 그 살생은 아직도
계속되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 집의 정문이 지옥으로 가는 문같았
다. 긴장되기 시작했다.
뭔가가 버려진 집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그 살인마가 그 집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
다. 김반장도 긴장이 되었는지, 권총을 다 잡고 장전을 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다보고 한마디 했다.
"가죠.. 이 악몽을 종지부 찍으러..."
...우리는 천천히 그 집안으로 들어갔다.
김반장이 총을 겨누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문은 천천히 열렸다. 나는 김반장 뒤에서 손
전등 불빛으로 집안을 비췄다. 하지만 그 집은 빛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이, 여전히 깜깜했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그 집안에 발을 디뎠다.
이번이 내게는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이런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더구나 지난번에 왔을 때, 내눈에는 이 집에서 죽어
나간 사람들의 유령이 보였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쾌쾌한 냄새가 났다.
나와 김반장은 신중하게 불빛을 비춰가며 집안을 살폈다. 그때도 그랬지
만, 사방에 검은 핏자국이 보였다. 그 핏자국이 튀겨나갈때의 정경을 생각
해 보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최
대한 소리를 죽여 집안을 살펴보았다.
온 몸의 신경이 팽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김반장과 나는 천천히 부엌까지 살펴보았지만, 살인의 흔적만 보일 뿐 살
인범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김반장은 배낭을 내려 놓으면서 나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일한씨, 이제 준비하죠... 그 놈을 환영해줄...."
그러면서 김반장은 배낭안에서 기름통을 꺼내 집안 구석 구석에 뿌리기
시작했다. 나도 김반장을 따라 기름통을 꺼내 집안에 뿌렸다.
집안은 휘발유 냄새로 가득차게 되었다. 휘발유가 뿌려지자 나도 모르게
이곳을 불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이렇게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곳을 불태워버리고 싶어졌다.
김반장은 현관문과 우리가 있을 곳까지의 길만 확보한 채 나머지 집안에
는 기름을 뿌렸다. 성냥개비 하나면, 이 버려진 집은 순식간에 불타는 집
으로 변하게 될 것 같았다.
기름을 다 뿌리고 나자, 김반장은 등을 현관이 마주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벽에 등을 기대고 손전등을 껐다. 나도 김반장옆에 걸터
앉아 손전등을 끄고 방망이를 꽉 쥐었다.
그때부터 나는 죽음과 같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김반장은 권총을 꽉 쥐고, 라이터를 꺼내놓고 현관에 그 놈이 나타나기만
기다렸다.
김반장이 잡은 자리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부엌을 제외한 집안 전체가 한
눈에 보이고, 아무리 깜깜하다 하더라도 벽에 등을 대고 있으니 적어도
뒤에서로부터의 공격은 안심해도 될 것같았다.
나는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반장님, 그 놈이 나타나면 어떡하실 작정이시죠?"
"글쎄요...
우선 그 놈이 기름 뿌린 곳을 밟고 서 있게 만들어 꼼짝못하게 해야죠..
그 다음에 한 번 얘기해 보죠.. 그 놈이 도대체 어떤 놈이고 왜 이런 짓
을 했는지...
그리고는....."
김반장은 거기서 얘기를 멈추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그는 범인인 것을
확인한 다음에 성냥에 불을 붙여 범인을 태워 죽일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
렸다. 나도 그 범인이 재원이만 아니라면 그 즉시 태워죽이고 싶었을 것
이었다. 하지만 나는 정화씨를 죽인 것이 재원인지, 그리고 재원이라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야 했다. 만약 재원이라면, 김반장의 생각대로는 따
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줄기는 좀처럼 가늘어질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그 순가 번개가 쳤는지, 갑자기 주위가 순간적으로 환해졌다.
그 짧은 순간에 문 너머로 보이는 마당에 뭔가가 보였다.
낫을 들고 있는 검은 그림자였다.
김반장도 그 모습을 봤는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다음 순간 다시 주위는 깜깜해지고, 천둥소리만 들려왔다.
방망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김반장도 천천히 총을 들어 현관쪽을
겨낭했다.
긴장감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이 느껴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니, 귀에 모든 신경이 쏠렸다. 그 놈이
집에 들어오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쥐죽은 듯한 적막을 빗소리가
깨고 있었다. 하지만 그 놈의 인기척은 전혀 안들리고 빗소리만 들릴 뿐
이었다.
언제 나타날 것인가 불안에 떨면서, 암흑속에서 문ㅉ을 뚫어지게 보았지
만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긴장된 상태라서 그런지시간 감각이 전
혀 없었다. 우리가 그 놈을 보고 집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린지 1분이 지났
는지 10분이 지났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한참동안 그 놈이 집안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옆에 있는 손전등을 켜서 비춰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불안감이 고조되어 참을성의 한계까지 다달았다.
어쩌면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 지도 몰랐다. 그렇
지 않고서는 오는데 30초정도도 안되는 거리를 이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
었다. 하지만, 밖에서 이렇게 어두운집안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휘발유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비오는 날 집안에 들어
오기 전에는 그 냄새를 알기가 힘들었을 것이었다.
그 놈이 안들어오니, 김반장도 나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김반장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손전등을 집어들더니 켰다.
그런데 불빛에 비친 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 모두는 충격을 받았다.
그 놈은 흔적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불빛에 비친 것은 텅빈 현관문과 비가 내리는 마당이 전부였다.
분명히 집쪽으로 들어오던 그 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나도 손전등을 켜고 둘러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김반장도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얘기했다.
"일한씨, 우리가 뭔가 잘못봤나 봐요...
바보같이 너무 긴장해서 헛 것을 봤나....."
그때였다.
김반장이 말을 제대로 맺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
리더니, 손이 벽에서 튀어나와 김반장의 목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김반장이 등을 대고 있던 그 벽을 뚫고 두 손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갑작스런 공격으로 김반장은 두 손에 들고 있던 권총과 손전등을 모두 떨
어뜨렸다.
"어억! 어억!"
김반장은 발버둥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그 두손은 강철 갈고리처럼
김반장의 목을 무지막지하게 조르고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할 겨를 없이 있는 힘을 다하여, 벽에서 튀어나온 팔뚝을
방망이로 내려쳤다. 왠만한 사람이라면 뼈가 뿌러졌을 만한 충격이었을텐
데고 그 손은 아무 충격도 안 받았는지 계속해서 김반장의 목을 졸랐다.
발버둥과 저항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조금만 지체하면 김반장의 생명이
위태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방망이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침 김반장이 흘린 권총이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그 권총을 집어
들어 그 무지막지한 팔을 향해 쐈다.
제대로 맞았는지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하지만 그 팔은 김반장의 목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총구를 아예 그 팔에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피가 사방으로 튀어 김반장과 나는 피범벅이 되었다.
그제서야 그 팔은 김반장의 목을 놓고 벽너머로 사라졌다.
쿵하고 떨어진 김반장은 헉헉거리며 몸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했다.
그 팔이 사라지자 나는 더욱 공포를 느꼈다. 언제 어디서 그 놈이 덮칠줄
모르기 때문이다.
김반장은 몸을 가누기도 힘든 것처럼 주저앉아 계속되서 헉헉댔다.
나는 김반장옆에 서서 권총을 든 채로 손전등으로 사방을 비춰가며 그 놈
을 찾았다.
여기저기서 그 놈이 왔다갔다하는지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밟는듯한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권총을 든 손이 나도 모르게 덜덜 떨려왔다.
어디서 그 놈이 나타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마치 사냥을 앞둔 인디언들이 사냥감이 겁에 질리
게 하기 위해 지르는 위협적인 소리처럼 들렸다.
원래는 우리가 그 놈을 잡으러 왔는데, 이제는 상황이 거꾸로 된 것이다.
발자국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뒷걸음질쳤다. 김반장은 그제서야 기침을 하면서 간신
히 몸을 일으켰다.
"반장님! 괜찮으세요?"
"콜록!콜록!!.. 나는 괜찮아요... 그런데 그 놈은?"
나도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이 집안에 그 놈이 있는 것은 확실하
지만, 어디서 우리를 노리고 있는 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김반장에게 권총을 건네주었다.
아무리 손전 등을 사방으로 휘둘러 봐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벽에 얼룩진 핏자국만이 보일 뿐이었다.
김반장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내게 나지막히 얘기했다.
"빨리 여기에서 나가 불을 질러요..."
나는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여기에 있다간 언제 그 놈에게
당할 지 몰랐다. 우리는 사방을 경계하며 뒷걸음질로 현관으로 향했다.
갑자기 그 삐그덕 거리는 발소리가 멈추었다.
집안에는 우리둘의 발자국만이 울렸다. 그 놈이 움직이는 소리가 멈추자
두려움이 더욱 느껴졌다. 그 놈이 저 어둠 속 어디선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 빈틈만 보이면 어디선가 나타나 우리를 덮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자 다리마저 후들후들 떨렸다.
마음만 같아서는 뒤돌아서 후다닥 뛰어서 나가고 싶었다. 뛰어가면 5초도
안걸려서 이 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가 뒷덜미를
낚아챌 것 같아, 돌아서 뛰아나 갈 수 없었다.
사방을 경계하며 한발씩 천천히 뒷 걸음질 쳤다.
불빛에 비추어 지는 곳에는 움직이는 것이라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문까지 3미터 남짓 남았을 때였다.
이제 다 왔다고 약간 안도감이 느껴질 때, 어둠속에서 뭔가가 나를 향해
확 덥쳐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재꼈다. 하지만 왼쪽 어깨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피가 튀겼고 들고 있던 손전등을 놓쳤다.
몸을 피하면서,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로 나를 공격한 것을 휘둘러 쳤다.
한손으로 쳤는데다가, 자세도 흐틀어져서 강한 충격을 주지 못한 것 같았
다. 하지만, 나를 공격한 그 놈은 나의 반격에 움찔하더니 옆에 있는 김반
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우선 옆으로 몸을 피하고, 상처가 난 왼쪽 어깨를 만져봤다.
길게 ㅉ어져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떨어진 손전등을 급하게 줏어 그 놈 쪽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그 놈은 나를 공격한 후, 쉬지않고 김반장을 공격했다. 하지만 김반장이
날쎄게 옆으로 피하고 권총으로 한 방 쐈다.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놈은 현관앞에서 우리의 길을 막아
섰다. 한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낫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어깨
상처도 그 낫으로 찍은 것 같았다.
우리는 다시 벽쪽으로 뒷걸음질쳤다.
김반장은 그 놈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겨누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손끝 하나라도 움직이면 머리통을 날려 버릴거야!
빨리 낫을 내려놔!!!"
그 놈은 김반장의 말대로 하는 것인지, 아닌 것이지 그냥 우리의 퇴로만
막고 가만히 서 있었다. 현관 앞에 버티고 서서 우리들을 내보내지 않겠
다는 듯이 서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미치광이 살인마가 우리앞에 나타난 것이다. 수십명을 잔인하게
난도질한 미친놈이 이제 우리를 죽이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나와 김반장 역시 이제는 살기 위해서 그 놈과 사투를 벌어야만 되는 상
황으로 몰렸다.
도대체 어떤 놈인가 궁금해졌다. 정화씨가 본 것처럼 이 놈이 바로 재원
인지, 아니면 내가 본 것이 진짜 재원이 시체고 이 놈은 재원이마저 죽여
버린 다른 놈인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손전등을 그 놈의 얼굴로 향했다.
그 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큰 충격으로 머리속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지고 미치광이의 얼굴이었지만,
그 놈은 확실히 재원이였다.
무시무시한 빛이 나는 광기어린 눈빛과 살기를 풍기는 표정을 하고 있었
지만, 재원이가 맞았다.
그럼 아까 내가 본 썩어가는 시체는 어떻게 된 일인가...
설마설마 했는데, 살인마는 재원이였던 것이었다.
나는 더듬 더듬 말을 했다.
"재원아....네가..네가... 왜... 여기....여기 있는거야.....
왜...이런..이런...지짓을 하고....."
재원이는 나의 질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우리를 노
려볼 뿐이었다. 그런데 김반장은 내 손을 움켜쥐며 이해하기 힘든 말을
했다.
"일한씨... 재원이라뇨...
어디 재원씨가 보여요? 자세히 봐요 저 놈은 재원씨가 아니예요.."
김반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재원이가 맞았
다. 하지만 김반장도 재원이의 사진을 봤기 때문에 재원이를 알아볼 텐데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김반장은 권총을 재원이에게 계속해서 겨누며, 낫을 버리라고 명
령했다. 하지만 재원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우리를 노려보기만
했다. 재원이의 무반응은 오히려 우리를겁나게 했다.
김반장은 두려운지 아니면 불안한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당장 낫을 내려놓지 않으면 머리통에 구멍을 내 주겠어!!"
재원이는 그 말을 따르기는커녕 아무말 없이 한발을 우리쪽으로 내딛혔
다. 재원이가 우리쪽으로 움직이자, 우리는 무시무시한 위압감과 공포를
느꼈다. 특히 재원이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 공포심은 극도에 다달은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재원이를 설득해보려 했다.
"재원아! 정신차려! 제발!
이 새끼야! 뭐하는 짓이야!!!"
재원이는 아무 반응이 없고, 오히려 반응을 보인 것은 옆에 있던 김반장
이었다.
"일한씨!
저 놈은 재원인가 뭔가하는 친구가 아니라니까요!
재원인가 그 친구가 서른 살이 넘고 흰 한복을 입고다니냔 말이예요!!!"
김반장의 신경질적이고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니 나는 혼란에 빠질 수 밖
에 없었다. 내가 보고 있는 재원이는 청바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런
데 흰 한복이라니...
나와 김반장 둘중 하나는 엉뚱한 것을 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 놈이 낫을 천천히 치켜들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지금, 그런걸
따질 새가 없었다.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우리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공포
를 느꼈다.
김반장은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두 손으로 권총을 잡아 그 놈의 다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그 놈의 왼쪽무릎에서 피가 터졌다.
그 놈은 앞으로 넘어져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김반장은 조심스럽게 총을
겨누며 한 번 더 경고했다.
"이번엔 진짜 머리야!
그러니 낫을 빨리 버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재원이는 김반장의 경고에도 꼼짝을 않
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을 보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재원이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럴수가! 극도의 공포에 의한 환상인가...
옆에 있던 김반장도 신음소리와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당...신....은... 이 집 주인...이었던.... 한병...식...
이럴수가...."
김반장의 말에 나는 더욱 놀라 수 밖에 없었다. 불과 몇초전에 내 눈에
재원이었던 놈이 한순간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니...
그것도 과수원 살인 사건때 머리가 발견되지 않은 시체였던 한병식씨의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모든 논리와 이성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어깨에 난 상처에서 나는 통증도 까맣게 잊게 되었다.
그렇게 큰 충격을 받으니, 오히려 생각은 단순하게 한군데로 모였다.
이 지옥에서 살아나가는 것으로....
한병식의 얼굴을 한 그 놈은 무릎에 맞은 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낫을 쳐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김반장은 이번에는 총을 놈의 머리로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가까운 거리에서 쏴서 그런지 김반장의 총알은 정확히 그 놈의 머리를 관
통했다. 피가 사방으로 터지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엄격히 말하면 지금 김반장은 살인을 저지른 샘이었다. 김반장은 정당방
위를 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그 놈을 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놈이 그렇게 떨어져나가는 것을 보니, 이유모를 승리감까지
느껴졌다.
우리는 손전 등을 비추면서 천천히 쓰러진 그 놈에게로 다가갔다.
김반장이 한병식이라고 한 그 놈은 뒤로 쓰러진 채로, 시체처럼 뻗어 있
었다. 나는 몽둥이를 들고, 김반장은 권총을 겨눈채로 발로 그 놈을 툭툭
찼다. 하지만 그 놈은 진짜로 죽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손전등으로 그 놈 얼굴을 비췄다.
아까는 분명히 재원이었는데, 피투성이가 되어 잘 알아볼 수 없지만, 지금
은 난생처음 본 중년의 사내 얼굴이었다. 너무 이상했다.
김반장도 이 살인마의 생사가 궁금한지 권총을 겨눈채, 무릎을 꿇고 그
놈의 맥박을 잡기 위해 목에 손을 대었다.
나는 옆에서 손전등으로 그 놈을 비추고 있었다. 피 때문에 미끌어서인지
김반장은 한 번에 맥박을 못 잡고 여러번 집ㅎ다.
결국 김반장은 나를 돌아보며, 모든 것이 끝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휴.... 이제 다 끝났군요...
이 놈 여기서 죽었네요... 모든 비밀을 간직한채...."
그 순간 나는 무슨 일이 발생했느지 잘 알 수 없었다.
단지 보였던 것은 피투성이가 되어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그 놈이 눈을
갑자기 뜬 것이다.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김반장은 뒤돌아 나를 보고 있어, 그 놈이 눈을 뜬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다. 소리를 질러 김반장에게 경고하고 싶었지만, 너무 놀라서 그런지 목소
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놈은 누운채로 오른손에 쥔 낫을 들어 김반장을 향해 휘둘렀다.
내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그 놈쪽을 돌아보던 김반장은 작
기를 향해 휘들러지는 낫을 보고 총을 든 손으로 막았다.
김반장의 오른 손은 총을 쥔채로 떨어져 나갔다.
사방에 피가 튀기고, 김반장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그 놈은 상체를 일으켜 쓰러진 김반장을 향해 다시 한 번 낫을 처들었다.
나는 타자가 야구공을 때리듯이 상체를 일으킨 그 놈의 머리를 힘껏 내려
쳤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 놈은 다시 한 번 뒤로 자빠졌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고통스러워 하는 김반장을 부축해서 부엌ㅉ으로 달려갔다. 예전에
여기 왔을 때 부엌에서 과수원으로 나가는 뒷문이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난
것이다.
김반장을 어깨에 매고, 손전 등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야구방망이는 들고
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방망이를 버리고 부엌쪽으로 향했다.
김반장은 심한 출혈과 고통으로,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는 것 같았
다. 나 역시 어깨에서 피가 계속흘러나왔지만,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언뜻 뒤를 돌아다 보니, 그 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았다.
다급해졌다.
나는 김반장을 부축해서, 부엌쪽으로 갔다.
필사적으로 이동했다.
부엌으로 들어간 나는, 과수원 쪽으로 난 뒷문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분명히 내가 뜯어낸 그 뒷문이 없어진 것이다.
손전 등을 사방으로 비춰봤지만, 나갈 곳이라곤 한군데도 안 보였다. 하다
못해 창문도 없어졌다. 지난 번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당황하고 겁이 났다.
이 집은 마치 우리들가 나가길 원하지 않는 듯이 모든 출구를 없앤 것 같
았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나는 김반장을 부축한채로 헉헉 거리며 출구를 찾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피로 얼룩진 벽 뿐이었다.
마루쪽에서 부엌으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너무 무서워져서 어떻해 해야 할지 몰랐다.
지옥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점점 다가왔다.
나가는 문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무기 될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쓸만한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우선 김반장을 벽에 기대어 놓고 무기로 쓸
만한 것일 찾았다.
부엌이라는 것이 생각이 나자, 찬장을 뒤졌다.
녹슨 식칼이 하나 나왔다. 급한 김에 그 식칼을 들어 마루 쪽을 노려봤다.
식칼을 든 손이 덜덜 떨려왔다.
이윽고, 삐그덕 소리가 바로 눈앞에서 들려왔다.
나는 손전등으로 소리가 멈춘 쪽을 비춰보았다.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재원이도, 이집 주인도 아니었다.
중학생 정도의 아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낫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의 광기어린 눈빛을 보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벽에 기대고 있던 김반장이 힘겹게 말을 했다.
"너...는....지.철...이..잖아....
너...는....죽었는...데........."
나는 김반장의 말에 다시한번 충격을 받았다.
지철이라면, 이 집에서 살해당한 과수원집 아들이였다. 그런데 그 애가 내
눈앞에 낫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 애는 스르르 미끄러지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겁에 질린 나는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식칼을 있는 힘껏 지철을 향해 던
졌다. 운이 좋았는지 그 식칼은 정확히, 그 놈이 들고 있던 낫을 정확히
맞추었다.
"쨍그렁!"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놈이 들고 있던 낫을 떨어뜨렸다. 나는 이 틈을 놓
치지 않고, 몸으로 그 놈을 들이 받았다. 어깨의 심한 충격을 느끼고 나가
떨어졌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보니 그 놈도 저쪽 구석에 넘어져서 바
둥거리고 있었다. 벽에 기대어 있는 김반장을 부축해 다시 마루쪽으로 도
망쳤다. 이 때를 틈타 현관으로 이 집을 벗어나면 될 것 같았다.
김반장도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내 부축을 받아 자기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현관까지는 길어봤자 10미터도 안되는 거리였지만, 엄
청나게 멀게 느껴졌다. 내 손에 든거란 것은 건전지가 다해 희미해지는
손전등밖에 없었다.
문앞에 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무시무시한 힘으 느
껴지며, 우리 둘은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온몸이 우리기 뿌려놓은 기름에 범벅이 되었다.
미끄러운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해 몸을 가누어 우리를 잡아당긴 것이 무
엇인가 봐야했다. 손전등은 저기 떨어져 있고, 김반장도 옆에서 기름투성
이가 되어 바둥거리고 있었다.
나는 손전등을 들어 사방을 비추어 보았다.
내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흰 소복을 입은 처녀가 피묻은 낫을 들고 서 있는 것이었다.
김반장의 얘기가 없어도, 나는 직감적으로 그 여자가 재원이도 본 적이
있는 지희라는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김반장 역시 지희라고 중얼 거렸다.
피 투성이가 된 채로 낫을 들고 우리를 바라보는 그 여자를 보니 소름이
끼쳤다. 아무런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지옥같은 공포에서 벚어나지 않으면 나도 곧 미칠 것만 같았다.
뒷걸음질 치다가 뭔가 발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뭔가가 보다, 구역질이 날뻔 했다.
권총을 쥔채 잘려나간 김반장의 손이었다. 끔찍한 광경이었으나, 지금 내
게는 권총이라도 필요했다.
이를 악물고, 손을 뻗쳐 김반장의 잘려진 손에서 권총을 빼려고 했다. 워
낙 세게 쥐고 있었는지 총이 잘 안빠졌다. 총구를 잡고 몇번을 흔들다보
니, 김반장의 손이 휙하고 저기로 날아가 버렸다.
나는 피묻은 권총을 떨리는 손으로 잡고, 아무 말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여자를 향해 겨누었다.
그 여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 하는데, 김반장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
다.
"일한씨.... 총쏘지 마세요....
이제 한발 밖에 안남았어요.....
그 총알은 이 집에 불을 붙일 때 써요......
내가 저 놈을 잡고 있을테니...."
총알이 한발 남았다는 말에 절망감마저 느껴졌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총알이 백발이 있어도 모자를 상황인데...
김반장은 이제 왠만큼 움직일 수 있는지, 자기 웃옷을 벋어 잘려나간 팔
목을 둘둘 감았다. 그리고는 비장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여기서 우리 둘다 살아나가기는 힘들겠소...
내가 저 놈을 잡고 있을테니, 일한씨는 이 집에서 나가 총으로 마루를
쏴요! 그러면 이 저주받은 집은 저 악귀와 함께 불타 없어져 버릴 테니,
어쩌피 우리 마을 일이고.... 나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살기도
힘들 것 같으니.... 살게 되면, 우리 가족에게 안부나 전해 주쇼..
특히 내딸 현지에게..."
김반장은 유언 같은 말을 끝마치고,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무시무시한 기
세로 그 여자에게 달려갔다. 그 여자는 싸늘한 표정하나 안 바뀌고 낫으
로 달려오는 김반장의 왼쪽어ㄲ를 찍었다. 피가 튀기고 김반장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김반장은 어깨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
는데도 불구하고 그 여자를 붙잡고 있었다.
"일한씨!!!!!! 빨리!!! 빨리!!!!!
제발!!!! 나가줘!!! 제발!!"
김반장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내 귓청을 때렸다.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갈등이 생겼다. 나는 어떻헤 해야 하는 것일까..
김반장은 그 여자에 의해 낫으로 난도질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반장은
끈질기게 그 여자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김반장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계
속되었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었다.
이를 악물고 한 손에 총을 든 채로, 현관으로 뛰기 시작했다.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난도질 당한 김반장은 결국 목숨이 다했는
지 고개를 떨구었다. 그 여자는 김반장이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다가 안
되니까 낫으로 김반장의 손을 잘랐다.
그러고는 뛰어나가는 나를 향했다. 다음은 내 차례라는 생각이 드니 다리
에 힘이 빠지고 잘 달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기름에 미끄러져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내 눈앞에는 낫이 보였다.
어느새 그 놈이 쫓아온 것이었다. 저기 떨어져 있는 손전 등에 비춰진 그
놈의 모습은 더 이상 지희라는 여자가 아니었다.
장교 계급장의 군복차림의 사내 모습이었다. 역시 피투성이가 되어 나를
내려치려고 했다. 나는 상체만 일으킨 채로 바둥거리며 뒷걸음질쳤다.
현관까지는 1미터도 안 남은 거리였다.
그 놈은 천천히 낫을 치켜 들었다.
이제는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고 다움 순간 닥쳐올 무시무시한 고통에 대비했
다. 하지만 '퍽'하는 소리와 들러더니, 낫이 내려쳐지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죽은 줄만 알았던 김반장이 몸을 날려 그 놈을 덮친 것이었
다. 그 놈은 갑작스런 충격에 기우뚱했다.
하지만,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이제 정말로 죽어가는 김반장에게 다가
갔다. 그러더니 낫으로 김반장의 머리를 내려쳤다.
나는 끔찍해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머리속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몸을 날려 현관밖으로 뛰쳐나왔다.
지옥과 같은 집안에서는 아직도 그 놈이 불과 1분전만해도 사람이었던 김
반장으로 고깃덩이로 만들어 난도질하고 있었다.
나는 분노와 공포로 눈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쥐고 있던 총으로 집안 마루를 대고 쐈다.
다음 순간 불이 확 났다.
불은 삽시간에 집안 전체로 붙었다.
낫을 들고 있던 그 놈도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거세지는 불꽃으로 더 이
상 집안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리고는 있었지만, 기름에 붙은 불은 그 저주받은 집을 활활태우고
있었다.
나는 기어서 마당으로 나와서, 그 불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환청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집이 타는 소리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사람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게의치 않았다. 지금 그런 소리를 신경 쓸 정신적, 육체적 힘
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그 불타는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머리속이 텅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은 지독한 악몽같이 느껴졌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
무것도 없었다. 불은 더 거세게 붙어, 그 집은 비명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통쾌함과 승리감이 느껴졌다.
그 집이 무너지는 것을 보니, 내 몸에 난 상처가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상처들을 보니, 내가 겪은것은 꿈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때였다.
불에 타고, 무너져서 거의 폐허가 된 그 과수원집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
가 들렸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으니 했으나, 한 번 더 들리는 것이었
다. 자세히 보니 불꽃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보니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절망감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무너진 집 사이로 불꽃 속에서 사람 형태를 한 것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었다. 설마.... 그 놈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더 이상 도망칠 힘도 의욕도 남아있지 않았다.
멍하니 딴 사람일을 쳐다 보듯이 그 놈이 불길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두려움이 극도에 다다르면 오히려 담담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주저앉은 채로 가만히 그 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 놈은 온 몸에 불이 붙은채로 불길속에서 나왔다.
비 때문인지 불길속에서 나오자 마자, 그 놈 몸에 붙었던 불은 모두 꺼졌
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저항할 생각도 못했다.
불길에 비친 그 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화상으로 끔찍할 정도로 일그러지고 상한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재원이었
다. 다시 재원이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재원이는 여전히 한 손에는 낫을 들고 있었다.
천천히 내 앞에 서서 낫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끝까지 알 수 없었던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재원이, 아니 그 놈은 낫을 치켜든 채로 내 질문을 듣고, 동작을 멈추었
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우리고... 우리는....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놈이 마지막으로 던진 대답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무슨 의미일까....
뭔가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 놈의 낫은 내 머리를 향해 내리쳐 졌다.
마지막으로 그 놈의 끔찍한 얼굴에서 기분나쁜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암흑이었다.....
...사방이 모두 흰색이었다.
흰색... 분명히 검은 암흑이었는데...
여긴 어디지....
나는 어떻게 된 것이지..
아무런 기억이 안 났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 하얗고 흐릿했다.
내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인가....
눈을 뜨고 초점을 맞춰보려고 애썼다. 사방에 보이던 흰색이 점점 형태를
갖추어 갔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부모님, 동생, 지영이.... 그리고 흰 옷을 입은 의사와 간호원들...
여기는 병원이었다.
내가 눈을 뜨자, 모두들 놀라고 웅성되었다. 어머니와 지영이는 눈물을 글
썽거렸고, 의사와 간호원은 바빠 움직였다.
내가 왜 병원에 있게 되었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갑자기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그 버려진 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분명히 그때 그 놈이 나를 향해
낫으로 내려쳤는데... 나는 간신히 힘을 내어 물어보았다. 그러나 대답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그 마을에는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이 물에 떠내려가 죽었고 또 어떤 사
람들은 창고에 난 불을 끄다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 정신이 이상
하게 되어 그 마을로 돌아간 재원이와, 재원이를 찾아간 정화씨, 그리고
파견나온 두명의 경찰 이 순경과 김 반장도 희생자에 껴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을 사람들을 도와 창고에 난 불을 끄다가 머리를 다쳐 사흘동안
혼수상태였다는 것이었다. 그런 나를 이장님이 구해 준 것이고...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살인이라든지, 버려진 집이라든지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은 깡그리 사
라졌다. 흥분한채로 내가 경험했던 것을 다 얘기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믿
어주지 않았다. 단지 머리를 다친 충격으로 내가 좀 이상해진 것으로 보
았다. 내가 강하게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주변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이
더욱 이상해졌다. 부모님은 재원이의 죽음이 나에게 충격을 준 것으로 믿
고 있었다. 지영이 만은 나를 믿을 것 같았지만, 그렇게 잔인하고 끔찍했
던 일들을 지영이에게 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 닥치자, 내 자신도 나를 믿을 수 없어
졌다. 내가 경험한 일들이 진짜였는지, 아니면 혼수상태때 꾼 악몽인지 혼
동이 갈 정도였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 모든 일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그렇지만 그 마을로 돌아가기 전에는, 내 얘기가 진실이라고 증언해줄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몸도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곳으로 가겠
다면 부모님이 병원에서 나를 내보내 줄리 없었다.
답답하다 못해, 내 정신상태가 진짜로 붕괴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점점
그 일들을 진짜로 내가 경험한 것이가에 대한 자신감도 사라지기 시작했
다. 내가 경험한 일들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새로운 일들이 내 경험인 척
하고 들어온 것이다. 아무도 내 말을 안 믿게 되니, 점점 성격이 광폭해지
고 쉽게 흥분되었다. 그리고 밤마다 제대로 자는 법이 없었다. 끔찍했던
시체들, 지옥 같은 과수원 집, 재원이가 낫을 들고 있던 모습, 김반장의
최후...
온갖 끔찍했던 기억들이 꿈속에서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나도 모르게 점
점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보다 못한 부모님께서 나를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게 했다.
필요없다고 거부했지만, 반강제로 정신과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나는 매우 신경질적인 상태에서 정신과 담당 최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최선생님은 적대적인 환자인 나를 처음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부드러
운 목소리로 내가 경험한 모든 일을 차근차근 얘기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적대적인 감정으로 아무 얘기도 안 하려고 했지만, 최선생님은
내 얘기를 정말 믿는 사람같아서, 나도 모르게 모든 일을 얘기하게 되었
다. 최선생님은 내 얘기를 다 믿는 것 같았다. 아니, 믿기지 않아도 믿으
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런식으로 한 사람이라도 내 얘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니,
내 스스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내
얘기를 안 믿어주는 것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최선생님의 상담을 받고 나니,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온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몸에 난 화상과 어깨 상처도 거의 다 치료되었
다. 최선생님의 완치라는 싸인과 함께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
퇴원하자마자, 나는 우선 알아봐야 될 일을 생각했다.
바로 그 마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진상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생각난 곳이 있었다.
바로 대한 심령학회였다. 그곳은 친구인 윤석이가 활동하던 곳이었다.
나도 준석이의 형의 고귀한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라든지 은희의 괴기한
경험때문이라던지 해서 몇번 찾아가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별로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곳을 운영하고 계시는 박변호사는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분이었다. 그 분은 자기 가족을 불가사이한 일로 여
인다음에 사재를 털어 이 학회를 만들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이도 자기 형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고시 공부도 포기하고 이 학회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일본으로
식인사건으로 해결하러 간 윤석이가 몇 개월째 실종된 상태여서, 윤석이
소식이라도 물어볼 생각으로 그 곳을 찾아갔다.
마침 계시던 박변호사는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윤석이에 대한 특별한
소식은 없었다. 박변호사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 그 마을에서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모두 얘기
했다. 듣는 사람이 지루할 정도로 자세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박변호사는
내 얘기끝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다 들어주었다.
그러더니 오히려 더 자세한 사실을 알기 위해 자기가 직접 그 마을에 갔
다 오겠다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그 정도까지는 할 필요없다고 만류했
지만, 박변호사는 자기가 연구하는 일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며 그 마을
을 갔다 오겠다고 했다. 사흘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안절부절하며 사흘을 기다렸다.
이윽고 약속시간이 되어, 대한 심령학회로 찾아갔다.
박변호사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찾아해매던 것에 대한 해
답아닌 해답을 들려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진실을 숨기고 있더군요...
일한씨가 경험했던 일들을 없었던 일로 만들었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고...."
"도대체 왜 그 모든 일을 숨기고 있는 것이죠?
이해가 안 되요.... 그렇게 커다란 사건을 어떻게 숨기는 것이죠?"
"휴... 그러니까 인간이 무서운 것이죠...
작년 쯤인가 그 마을에 온천이 발견되었데요..
대기업이 투자해 대단위 위락시설을 조성할까 검토중이었고..
그런 소문만으로 땅값이 10배는 넘게 뛰었데요...
잦은 홍수 때문인지 투자하기로 한 대기업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다시
땅값은 떨어졌데요.. 그런데 정부에서 홍수방지 댐을 짓기로 해서 다시
한 번 개발붐이 불고 땅값이 치솟았대요...
그리고 대기업이 결정을 내리고 발표하는 것이 이번 달말로 예정되었다
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수십명이 끔찍하게 죽어나갔다는 살인 사건의
장소로 알려줘봐요. 대기업의 투자는 없는 일로 되고, 그 마을 글자그대
로 유령마을이 되겟지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 스스로 그 무서운 진실을
숨기기로 했대요... 나도 지나가는 얘기만 들어서 확실한 것 모르겠지만,
그 마을 이장이 주도를 했데요.. 자기 자신도 희생자의 아버지인데도 그
일에 앞장섰다는 군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죠..."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박변호사 말이 사실이라면 너무 황당한 일이었
다. 그런 식으로 진상을 은폐하다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박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그 마을에서는... 진짜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죠?
제가 경험했던 일들을 도대체 어떤 일들이었고..."
"Multiple Personality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예? Multiple Personality라... 잘은 모르지만, 다중 인격자라는 얘기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심리학적 용어로 한 사람안에 여러 종류의 인격이 내제되
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주로 연쇄 살인범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
이죠.. 평상시에는 온순하던 사람이 특정한 자극만 받으면 흉폭한 살인자
가 되는 경우인 셈이죠.. 아마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다중 인격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묘사를 한 소설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제가 그 마을에서 경험한 것과 무슨 관련이 있죠?"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이 진실이라고는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
만 최대한 논리적으로 조사해보았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저 자신은 일한씨가 경험한 모든 일을 믿습니다.
그런 증거도 있고요...
우선 우리는 일한씨가 이야기 해준 것들을 시간 순으로 쫓아갔습니다.
제일 먼저 있었던 비극, 즉 그 독립 운동가의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부터
조사해 봤습니다. 여기저기 뒤져 그 독립운동가의 이름은 천기홍이며 실
제로 일제의 감시를 받으며 경기도 작은 마을에서 연금생활을 했다는 기
록을 찾아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기록은 그 이후에는 없습니다. 그 이
후에는 아무도 그 사람과 가족에 대한 생사에 대해서 모른다고 했다는
군요. 결론적으로 그 독립 운동가는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상식과 과학의 벽을 허물고 논리라는 단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제 추리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때로는 상식과 과학이 이런 사건을 이해
하는데 걸림돌이 되곤 하니까요..
1910년대 어느날 독립운동가 일가족이 몰살당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과 증오에서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아
마 씨족사회의 전통이 강한 마을이었나 봅니다. 모든 일은 거기서 시작
되었습니다. 자기 일생을 바쳐 민족과 독립을 위해 투쟁했는데, 그 민족
의 무지에 의해 살해된 천기홍이라는 독립운동가는 그 깊은 원한으로
영적인 존재로 그 과수원 집에 남게 되었습니다. 복수의 악귀가 되어..
너무 깊은 원한으로 기회만 되면, 복수를 실행했죠. 그 집앞을 지나거나
그 집에서 기거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많은 사람이 그 집에서 죽어나갔
죠..
그 때문인지 80여년동안이나 그 집은 버려져 있었습니다.
90년대 초에 성일여관 주인이 그 집을 가지고 자기 친구인 한병식씨에게
사기극을 준비합니다. 훌륭한 과수원이라고 속여서 임자 없는 집과 과수
원을 한병식씨에게 팔았습니다.
한병식씨 가족은 그 집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내력을 가진 것도 모르고
행복한 생활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악귀는 한병식씨 가족을 가만두지
않죠.. 한병식씨의 부인이 이유도 모르는 병으로 죽게 됩니다. 그 악귀의
저주일 수도 있겠죠... 더욱 불행한 것은 한병식의 끔찍했던 부인 사랑이
었습니다. 맏딸 지희마저 시집가게 되자, 큰 상실감과 허전함을 느낀 한
병식씨는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로 마을 무당에게 부탁해 죽은사람을 되
살리는 의식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 의식은 죽은 부인을 살려내지 못하고, 바로 복수를 노리는
독립운동가의 악귀를 살려내죠...
그 살아난 악귀가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죠.. 한병식씨 가족을 그 희생자
가됩니다. 우선 자기 복수를 행해줄 매개체를 찾은 것입니다. 자기가 들
어가서 복수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사람의 몸이었죠... 그 악귀는 처음
에 한병식씨의 몸에 들어가 아들인 지철과 사윗감인 안중위를 죽입니다.
그러나 한병식씨는 끝까지 악귀에게 조종되지 않고 자살을 기도합니다.
그래서 악귀는 딸인 지희에게 들어가고, 악귀의 힘으로 지희는 자기 아
빠인 한병식씨의 머리를 자릅니다. 하지만 지희는 여자였고 연약했
기 때문에 강력한 원한과 증오심을 가진 악귀가 더 이상 머물 수 없었습
니다. 악귀의 뜻대로 움직이기에는 너무 연약한 여자였습니다. 그 여파로
지희라는 미치게 되었죠..
그 악귀는 다시 버려진 집에 머물면서 자기가 들어갈 수 있는 희생자를
노립니다. 운이 나쁘게 그 희생자가 바로 일한씨 친구였던 재원씨가 됩
니다. 악귀는 재원씨의 몸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재원씨 몸에 들어간 것은 그 독립운동가의 악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악귀에게 죽음을 당한 한병식씨, 지희, 지철, 그리고 안중위까지 그 악귀
와 함께 재원이의 몸으로 빙의하죠..
악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머지 희생자들도 원한이라는 극단적인 감
정만 가진채 재원씨의 몸에 들어가죠...
거기서 부터 살인이 다시 시작됩니다.
첫 번째 희생자는 여관주인, 바로 한병식씨를 속인 사람입니다. 또한 정
신이 나간 지희를 겁탈하고 농락한 사람입니다. 지희의 시체를 부검한
의사를 만나봐 얘기를 들어봤는데, 임신중이었다고 합니다. 그 여관주인
의 만행이었죠.. 이 사람은 한병식씨와 지희의 복수로 살해당합니다.
독립 운동가의 악귀가 저지른 일이 아닙니다. 단지 원한을 증폭시키는
매개체 역할을했을 뿐이고, 한병식씨와 지희의 원혼이 저지른 살인이
됩니다. 다음 희생자는 정미소 김씨였습니다. 김씨는 생전에 한병식씨와
사이가 나뻤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한병식씨의 복수였습니다.
다음 희생자는 탈영병, 우연으로 보이기 쉬운 살인이었습니다만 나름대
로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그 탈영병의 부대를 조사해 본 결과 공교롭게
도 안중위와 같은 부대였습니다. 안중위의 주변을 조사해보니, 중위로 복
무할 당시 그 탈영병은 안중위와 아주 나쁜 관계였다고 했습니다. 지나
친 비약일 줄 모르지만, 이번에는안 중위의 살인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재원씨가 꼭두각시였을 것입니다.
그 즈음 재원씨 역시 살해되었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요...
악귀는 살해를 계속함에 따라 더 이상 몸이 필요 없어 졌습니다. 희생자
들의 기를 이용해 자기 나름대의 물리력을 가진 하나의 매개체를 만들었
으니까요.. 그것은 무당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그 검은 흙에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비에 씻겨 찾기 힘들었지만, 일한씨 말대로
그 무당집 근처에 검은 흙이 약간 발견되었습니다. 그 흙의 기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 방식인데... 그 결과를 보니 그 흙에는 인간
의 기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믄 일인데... 서양에서는
골램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과수원 집에서 발견된 검은 흙이 모여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살인을 하고
다닌 것입니다. 원귀들이 모여 복수의 살인을 위한 물리적 개체가 만들
어진 것입니다.
그때 부터 본격적인 살인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정체를 알만한 무당을 죽이고... 그 자리에서 낫을 사용한 방법을
보면 두 사람 이상이 낫을 쓴 것처럼 보였다는 것은 바로 여러명의 원혼
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자기 가족을 몰살한 사
람들의 후손을 찾아 죽입니다. 그 마을 어르신이라는 사람까지....
그때 재원씨 친구라는 정화씨가 범인을 목격하죠.. 그때 아마 재원씨는
이미 죽어있었을 것 입니다. 그 상황에서 정화씨가 어떻해 살아ㄴ나고
요?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해요.. 정화씨는 어느 누구의 살생부에도
포함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정화씨는 그 악귀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재원씨의 혼에 영향을 미치니까
요.. 그래서 정화씨 눈에 보인 것은 재원씨의 형상이었고, 또 정화씨를
죽일 때 나타난 것도 재원씨의 형상이었다는 것이죠..
복잡하죠... 쉽게 이야기해 보면, 그 악귀는 정화씨를 봅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려고 합니다. 원한관계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자기의 일부분을 이루는 희생자, 즉 재원씨의 혼이 정화씨를 보
더니 괴로워하며 자기를 분열시키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위험
인물인 정화씨를 죽여야 했죠. 정화씨를 죽이기 위해서는 재원이의 모습
으로 접근 하는 것이 쉬었고...
그러다가 중학생 아이가 살해당하죠.. 그것은 지철이의 원한에 대한 앙갚
음이었습니다. 작은 원한이라도 억제할 수 있는 이성이 없는 상태에서
더욱 증폭시키는 상황이 되어 살인은 심해집니다.
이 순경도, 고깃간 정씨도, 이장의 아들도, 경규라는 청년도 모두 그 독
립 운동가 원귀의 복수였습니다.
결국 김반장도 그 복수의 희생자가 된 것이고....."
나는 박변호사의 설명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복수극이 있다
니...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여러 가지의 원한에 대한 복수를 하다니...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해졌다.
"변호사님, 그 논리가 맞다고 해도 몇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는데...
재원이가 죽은 다음에도 그 악귀라는 놈은 계속해서 낫으로 살인을 하고
다녔어요... 제가 직접 보기도 하고 습격도 당했어요..
그런데 사람이라는 매개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귀신 스스로가 물리적인
힘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말이죠...
우리는 귀신이나 영혼에 대한 근거없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령은 반투명하고 공중에 둥둥떠서 다닌다는가, 아니면 귀신
은 만질 수도 없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몸을 빌린다고..
그것이 유령이나 귀신에 대한 고정 관념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면, 물리력을 행사한 유령에 대해 많이 나와있습니
다. 그러한 유령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인간을 괴롭힙니다. 인간을 죽
이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지요.... 다시 말해 원한이라든가 복수의 의지가
강한 원귀일수록 더욱 큰 물리력과 실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가 그렇죠..."
"그렇다면, 그렇게 모습을 자주 바꾼것도..."
"예, 그렇습니다.
만일 사람의 몸에 여러 귀신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모습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경우에는 아예 자기들이 만들어낸 매개체
이기 때문에 모습이 여러번 바뀐 것입니다. 희생자와 가장 관련있는 모
습으로..."
"그런데 말이죠... 저는 왜 안 죽었지요?"
"글쎄요...
아마 일한씨 역시 그 악귀들과 원한관계가 없어서 아닌가요..
아니면, 그 집을 불태움으로써 그 악귀들이 정말 없어진 것일지도
모르고...."
"그럼, 그 악귀는 이제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진 것인가요?"
"그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 버려진 집의 폐허에 가보았을때는 더 이상 사악한 기운은 느껴
지지 않았지만... 없어졌길 바랄 뿐입니다...."
박변호사의 말을 들었지만, 모든 것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수 많은 의문과 불가사이한 일들의 정답을 모두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
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것은 환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변호사는 아직도 석연치 않는 듯이 의문에 찬 모습으로 나가는 나를 보
고 한마디 충고를 해주었다.
"일한씨,
너무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는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을 전부 이해하려 하면, 저 같이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는 일입
니다. 제 생각에는 그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알기 위해서는, 어쩌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정도로 모든 것을 접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많은 의문도 남았지만, 너무 큰 상처를 남긴 일이었다.
재원이와 정화씨가 이번 일로 죽었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한참을 그 상처에서 헤어나오니 못했다.
그래도 그 마을 가람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모든 것을 감추려고 하는
지는 알아야 했다.
그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소개를 하니, 전화 받기를 좀 꺼려하는 것 같았다. 우선 나는 혼수상태
였던 나를 구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뭘요.. 일한씨...
그때 참 위험했어요...
다음날 날이 밝아 구조대가 도착했어요. 소식이 끊긴 김반장과 일한씨를
찾아봤죠.. 그랫더니 그 집은 잿더미가 되어 있고, 일한씨는 마당에 쓰러
져 있는 것이었어요.. 어깨에선 피를 흘리면서....
의사 말이 조그만 늦었으면, 출혈과다로 죽었을 거라는 하더군요...
다행이예요..."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왜 모든 사실이 바뀌어 있는지..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장은 한숨을 내쉬더
니 얘기를 시작했다.
"일한씨...
일한씨 모르게 모든 것이 변해서 미안하게 되었소...
하지만, 알다시피 나 역시 아들을 이 사건으로 잃었소.. 그런 나도
이렇게 사건이 정리되는 것에 동의했소..
생각해 봐요.. 우리가 보고 경험한 그대로를 얘기한다고 누가 믿겠소..
80년도 넘은 귀신이 살아나와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고...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오히려 이 마을만 버려질 거
요.. 온천 개발은 커녕 마을 자체가 없어진다고...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하기로 동의했소.
그날밤 김반장과 일한씨가 떠난 다음에 분교에서 결정한 것이요..
우리는 단지 홍수와 화재로 희생자가 생긴 것으로..."
그 말을 듣고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잘 생각해보면, 마을을 위해서하긴 보다는 돈을 위해서 결정한 일 같았다.
"그러면, 이장님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그 마을에서 계속 살 생각이십니까?"
내 질문에 이장은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궁색한 대답을 했다.
"어짜피 온천이 개발되면, 우리는 이 마을에서 떠날 수 밖에
없게 되잖소... 우리가 여기서 장사를 할 것도 아닌데...."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을 사람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살인사건을
숨김으로써, 온천 개발로 하늘높이 치솟은 땅값을 받고 땅을 팔아버리고
그 저주받을 마을을 떠날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이유모를 분노를 느꼈
다. 당장 진실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하,하,하..
일한씨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요?
그런데 하나 좀 물어봅시다. 그 모든 것이 도대체 뭐요?
귀신 얘기... 사람들이 그것을 믿을까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홍수와 화재ㄸ문에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한는데.. 이 세상에서 일한씨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있어봤자 다 죽었잖소..
김반장도, 이순경도, 친구도, 정화라는 여자도...
이제 모든 것을 잊고, 공부나 하슈...
학생으로 돌아가란 말이요..
이제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
화가 났지만, 이장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일을 정리해 언론사에도 보내고, 경찰에
도 보냈다. 그러나 내가 그들에서 받은 것은 미친놈 취급이 전부였다.
방법이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내 생활로 돌아왔다.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란 쉽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치료약은 역시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니까, 나 역시 거기서 있었던 일이 잘 생각나지도 않고 어쩔
때는 그 살인사건이 이장이 말한 것처럼 홍수와 화재로 발생한 것으로 생
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모든 것이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생각없이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뉴스는 내 몸을 얼어붇게 만들었다.
"...시체는 XX마을의 이장인 고성주씨로 밝혀졌습니다.
온천 개발관계로 관계자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집으로 돌아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살인에 쓰인 도구는 낫으로
밝혀졌고, 시체옆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고성주씨는 온천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봤다고 합니다. 또한 내일 이사하기로
되어있어, 온천 개발 관계자들과 송별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일 낫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 같은 마을 최지
석씨의 살인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온천 개발에 관련된 이권 다툼이
있었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끝>
첫댓글 우와 진짜 섬뜩하네요!!!ㅠㅠㅠ 재밌게 잘 읽었어요 ㅎㅎㅎ
헉 ....... 그럼 이장죽인건 마지막에 죽은 경찰혼인거에요? ...
아니죠 아직 그 독립운동가 등등 원귀들이 죽지 않은거죠 ㄷㄷㄷ...
이거 책으로 읽었는데 재밌었어요ㅋㅋ
2222222222222222222222 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ㅋ
우왕 막 빨려들어가넹,,
이거 보는데 오타가 심하게 많다는걸 알아 차렷어요!ㅋ
재밌게봤는데 ㄸ,ㅉ 는 대체 뭡니까;;;
때찌..........아닐까요
아읽느라죽는줄알았어요 ㅠㅠㅠㅠㅠㅠ 몇시간에 걸쳐서 ㅠㅠ그래도 재밋었음 !
와.. 재미있다ㅠㅠ
아재밌어요.................................................
오와 ..................다봤어요 ..............................아 소름..................모든것이 다시 시작된다니 ㅜㅜㅜ 아 무서워요
최고다... 두시간걸쳐서 다 봤어요 진짜 재밌네요... 영화로만들면 대작일것같은 너무 징그러워서 문제겠지만...유일한씨 시리즈 다 빌려서 봐야겠어요!!!
이거 영화 나왓잖아요~ㅋㅋㅋㅋㅋ
저 이거 끝까지 다본다고 오늘 학원도 늦고;ㅋㅋ잘봤습니다!ㅋㅋ
스릴넘치고정말재미있었습니다.
엄청 뒷북이지만 그전에 재원이라는 사람이 병원에있다가 왜급작스럽게 마을로 가서 살인을하는거죠.....1편마지막에 평화로운표정으로 자고있다가 갑자기 눈뜨는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