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 달빛을 머금은 입술로 02

[킷님]

30일 재생기간 만료

가사 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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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달빛을 머금은 입술로

W. KISS

온태양 한구름 남가을 화흑류 반묘운 나노리 홍 겸 한담세 이 별

“어라?”

이 홍겸디님은

분명, 분명히 아까 반드시 의궁의 교문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얼라리? 얼레?”

오잉? 어랍숑?

이 홍겸디님은

진짜, 진짜로 지금 어째서 단궁을 기웃거리려고, 의궁의 담벼락을 짚고 있는 것 같은데?

에에,

누가 나노리 오덕 아니랄까 봐서.

교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금세 변심해서는 돼먹지도 않는 변명투성이다.

기어코 이럴거였다면 다짐이나 하지 말지,

기어코 이럴거였다면 알람의 설정이라는 걸 하지 말았어야지, 물거품이다.

다른 땐 단궁이 콱! 소리 나게 싫다가도

역시

이럴 땐 뭐, 조금‥.

담벼락 하나 차이라서 이렇게 내사랑 나의 엔젤도 볼 수 있고,

우와, 우와! 너 요리 입궁이다!

이제 막 운동장 가운데로 걸어가고 있는 너요리는 눈 하나 찡그리고, 딱! 눈 하나로만 봐도 콕! 알 수가 있었다.

잘록한 허리와 짧은 교복 치마를 엉덩이에 걸치고 막 운동장을 걸어가는 나노리를 금방 발견 할 수가 있었던 홍 겸디는

“거기 가는 너요리는 잠깐 멈출까나~?”

절대 보고 싶었던 나노리를

순순히 교실로 들여 보내 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어서 홍 겸디는

“에이, 너요리 들었으면서 못 들은 척 하지 말까나~? 너요리!”

아 개씨발.

우리 천사, 존나 존나 예쁘다. 진짜 예쁘다용.

너무 너무 너무 예뻐서 환장하고 돌아가겠다고.

의궁과 단궁이 사이 안 좋은 건, 다른 학교들이 알고 있을 만큼 이미 유명한 얘깃거리라지만

물론 홍 겸디도 바보가 아니니 언제나 늘 항상 자각하고 있는 상식 중에 하나지만 ‘뭐, 어때?’

이 홍 겸디의 목소리가 단궁에 울려 퍼지자마자,

기지배들은 벌써부터 하악하악 거리면서 입에 거품 물고 난리가 났는데 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규칙도 모르는 사람들처럼 당장 달려와 이 품에 안기려고 버둥거리고 난리가 났는데, 뭘

난리가 났잖아? 저기 저 너요리만 빼고.

정작 제일 중요한 천사님만 빼고.

저런 기지배들 백 명 줘도 싫으니까 저기 저 한 명, 나의 천사님만 난리 나면 안 돼?

“너~요리! 애가 타는 홍 겸디의 목소리에 좀 돌아 봐 주시라고. “

진심, 이런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못 들은 게 아니라, 정말 못 들은 척 하는 거 다 티 났는데?

정말, 좋은 말로 할 때 그만 해라. 자기♡

나 화 나면 무서운 거 알지요~옹~?

“씨이‥.”

진짜 못 들은 척 하고 교실로 쏙 들어가려고 했는데,

어쩐지 나는 오늘 왜 이렇게 입궁을 일찍 한 건데?

라고 생각하는 나노리와는 다르게 홍 겸디는

빌어먹을 악몽 때문에 이런 횡재도 다 있네.

라고 생각한 홍 겸디는

앞으로 매일 이런 날이라면,

오늘부터 당장 그토록 싫어하는 악몽이라도 몇 백 만 번은 더 꿔주겠다! 그래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샘솟는다.

그만큼 난 나의 천사가 너무 좋으니까, 으히히.

결국 패배자가 된 나노리는 홍 겸디의 앞으로, 또 앞으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가까이 오라면서 손 하나만 까딱까딱.

마음껏 좁혀진 거리에 흡족한 표정과 함께 홍 겸디는 만족이다.

네일로 잘 정돈 된 퍼플 컬러가 빛이 난다. 눈부시게.

가느다랗고 하양 손가락으로 앞 머리 없는 긴 생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예쁘게 걸어 온 홍겸만의 천사가 바로 코 앞이다.

“안녕, 천사야?”

“……”

“이렇게 결국 서방님 곁으로 올 거면서, 튕기면 못 써, 천사야.”

“……”

“엥? 그리고 서방님이 굿 모닝 하면 우리 천사님도 맑게 웃으면서 굿 모닝 하는 게 예의 아닌가?”

“안녕, 망할 홍 겸디?”

“에이, 자기. 그렇다고 어금니까지 꽉 깨물지는 말고, 아무리 예쁜 너라도 사각 턱은 사양이라고.”

“와씨! 홍 겸디, 디지고 싶으신가? 누가 너요리고 누가 천사고 자기고 서방이고 엔젤이고오!”

나의 어여쁜 엔젤, 폭발!

‘씨이, 우리 아빠가 어마어마한 돈까지 쥐어 줘가면서 만들어 온 뜻 깊은 이름이라고! 너요리 말고 나노린데‥.이씨,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아코, 무셔! 천사야, 폭발은 위험해. 맘마는 맛있게 냠냠 했어요~?”

“냠냠 안 했어요. 그리고 누가 말 돌리래?! 일루 와, 정말 디질래?”

“아코, 맘마를 거르면 안 되지! 그럼 어쩔 수 없이 뽀뽀 한 번만 해. 맘마를 안 먹었다니까 하는 수 없네. 먹었더라면 스무 번쯤 쪽쪽 인 건데.”

말 돌리는 건 홍 겸에게 일도 아니었다.

빠알간 입술을 쭈-욱 내밀고 눈을 착 감는다.

겸이는 샤뱡샤방 했다.

노리가 홍 겸디의 입술을 찰싹 하고 때리자 홍 겸은 놀라면서.

“실수했어! 빠져 나갈 수 없도록 상을 만들어 줄게용. 레이디, 어서 기대를 하란 말이야!”

담을 짚고 있지 않은 손은 저 멀리 손을 뻗는다.

그러자 정말 우습게도 그들은 단궁의 선배도 선도부장도 아닌 그러니까 의궁의 홍 겸디 손짓 하나에 조금 망설이나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

‘언제 망설였단 거야?’

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들은 교문 앞에서부터 지금 여기까지 엄청 난 속도로 세 명이나 몰려왔다.

어이없어.

“우리 천사님, 명찰 어딨어?”

“……..”

“저-런, 우리 천사님, 치마 길이는 정말 괜찮은 거야?”

“………”

“이게 뭐야? 게다가 손톱엔 멍이….!”

“야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노리의 아우성에도

“이런데도 어떻게 교문을 통과 할 수가 있었던 거지?”

“………….”

“아, 어떻게 통과 한 거지? 설마 우리 자기, 얘네 꿀밤이라도…”

“됐다! 잡아 가라. 나.”

아, 얼른

잡아가라니까?

자포자기 심정으로 후배들에게 손을 내밀며 노리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죄를 많이 지은 죄인처럼, 당장 입고 있지 않는 아니, 평생 입을 수도 없는 죄수복을 입고 있는 사람처럼 기운 빠진 천사라서.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져도 될 법 한데, 망할 홍 겸디 독종 같으니라고

조금쯤 그래 줬으면 해서 내밀지 않아도 될 손 내밀기 설정에 대체적으로 조금 애처롭기까지 했는데 어째서 넌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우고 있는 건데?

“너 요리‥.”

“왜, 망할 홍 겸.”

이럴 땐 최대한 애처로운 눈망울로, 눈에 습기라도 찬 것처럼, 그래! 쓸쓸하게 위를 올려다 보는 거야!

“살고싶냐?”

“죽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살고 싶다는 말은 아니야.”

좋아!

심리전이란 이런 거다.

“그래? 난 또.”

“…..?”

“살고 싶어 하는 줄 알고, 어쩔까 고민했는데 그런 게 아니라니까 다행이고. 일단 안심이고.”

“뭐?”

“뭐해?”

고갯짓으로 노릴 가리키자 단궁의 1학년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어-허! 잡아가라잖아? 얼른.”

마지막 말은 결정타였다.

이제는 정말 하는 수 없다.

신입생들은 이미 홍 겸이 엄청 잘생겨서 이거나 무서워서거나

혹은

나노리가 어마어마하게 예뻐서 이거나 무서워서거나 그 무엇이든

그들은 이제 정말 하는 수 없이 떨리는 손으로 노리를 규칙 위반 명목 아래로 잡아갔다.

아무 죄 없는,

언제나 늘 항상 매일 그 둘의 장단에 놀아나기만 하는 신입생들은 죽을 노릇이다.

그런 신입생들의 마음을 헤아릴 생각조차 없는 노린, 그들을 뚫어져라 노려만 보다가

이미 담벼락 뒤로 숨어버린, 이미 없고 만 홍 겸디를 향해 말한다. 것도 꽤나 씩씩거리면서

‘저게- 진짜 죽어 봐야지?!! 어?’

한 번을 안 봐주지, 그냥. 이 딴 상 누가 받고 싶기나 하데? 진짜 저게 단궁고야? 의궁고야?

진짜 짜증나, 짜증난다 망할 홍 겸.

‘구르미는 잘 돌봐주는 거야? 물론 담세 놈이 있다지만, 뭐.’

‘내 앞에서 지금 누구 얘기 하는 건데, 일루 와 봐, 정말 죽고 싶어?’

‘질투 부리지 마, 천사님이 아무리 예뻐도 내 1순위는 우리 구르미야!’

‘어쭈구리, 끝까지 나 앞에 두고 이런다 이거지? 다시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도 난 천사님이 영원히 애지중지 하는 오빤데, 뭘 또.’

‘붕시나, 그거 말고 걔 내 단짝 만드는 거 다시 생각 한다고. 그리고 니 나한테 애지중지 오빠 아니거든?’

머리 위로 들은 손이 저리다.

곧 있으면 아팠다가 무감각이 될 텐데, 지금은 죽을 것처럼 아파온다.

그 딴걸 부탁이라고 하다니.

“아주 짜증난다고‥.”

아, 팔 아파!!

<달빛을 머금은 입술로>

아직 다 타지도 않은 담배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버림 받는다.

곧 더 태워도 얼마큼 더 태울 수 있을만한 담배는 바닥에 떨어지고, 그녀의 힐이 다가와 불씨가 모두 사라지라고 짓이긴다.

그녀의 화는 고스란히 담배에게 죽음을 줬다.

불을 만난 것도 연기를 피우려는 것도 모두 할 수 없도록 죽음과 함께 바닥에서 뭉개져 버렸다.

‘후‥.’

마지막 남아 있던 연기를 뱉던 그녀가 자신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여자 아일 거만하게 내려다 보면서 묻는다.

“뭐?”

“…….”

아무 말 없는 그 아이의 입술은 떨고 있다.

온 몸을, 입술을, 그리고 온 마음이 불안하다.

제발, 화 내지 말아 줘‥.

눈치 보던 것도 멈추고 눈을 꼭 감아 버린다.

숨도 제대로 못 쉬겠어,

네 눈빛이 마치 날 금방이라도 잡아 먹어 버릴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은 그 아일, 그녀는 봐 줄 생각이 전혀 없다.

“건방 진 거야?”

“………..”

“아님, 내가 누군지 몰라?”

“………..”

“왜 이렇게 비싸게 굴어?”

“………..”

“네가 누군지 몰라? 넌 내 꼬봉이란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주워먹은 소식을 한 번 더 말해 달라는데, 그게 문제야?”

바닥에 주저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그 아일,

그녀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눈 높이를 마주한다.

다 헝클어진 그 아이의 머리 채를, 힘을 주어 억지로 자신을 보게 한다.

입가에 묻은 피는 이미 말라서 굳어 버렸다.

“야.”

“….”

“왜 잘만 하다가 꼭 한번씩 내 성질을 건드리는데, 어?”

‘씨발.’

거친 욕설과 함께 부어있던 그 아이의 뺨을 한 층 더 안쓰럽도록 내리친다.

벌써 세 번째다.

붉어진 뺨에 손을 가져가지도 못 하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잇는다.

그토록 그녀가 원하던,

그렇지만 결코 기쁜 소식이 아닌

그토록 원하던 그 녀석의 정보,

그렇지만 결코 기쁜 소식이 아닌

나쁜 소식은 꼭 두 번씩 듣는 그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꼬봉은 눈을 감는다.

그녀의 표정이 또 다시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져서 봄임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진다.

태양과 반 묘운이 가는 곳 어디든 그 둘이 중심이 되어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사실이지만,

정작 태양과 묘운은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는 걸 대단히 싫어하는 성격인데- 지금 이 년이 나한테 뭐라고 두 번이나 쪼는 거야?

몰락한 년을 아끼고 있다면서

전교생이 득실거리는 그 곳에서 선포를 했다느니

그 사실만으로도 난 쇼크가 쇼크인데 뭐?

지금 둘이, 것도 단 둘이서 디앤드에 같이 있다고?

‘말도 안 돼!’

“내 라커룸에서 코트 가져 와.”

가 볼래,

가서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 할 거라고.

“뭐 해?”

“흑류야‥.”

“가지고 오랬지.”

하는 수 없다는 듯 주저 앉아 있던 꼬봉은 힘겹게 일어섰다.

코드를 가져오라는 주인과도 같은 흑류의 말을 거스른다면‥생각 하기도 싫다.

어느 새 가녀린 몸 위에 꼬봉이 얹어 준 코트를 쓰다듬고서,

다시 한번 이를 앙 다문 채 단발 머리가 찰랑이도록 걷는다.

가만 안 둬.

몰락한 년 주제에 감히 우리 태양이랑?

어림없다.

한 침대에 나란히 있기라도 한다면

난 결코 널 용서 할 수가 없을 거야.

햇살이 내려앉은 바닥엔 구두 소리가 울린다.

디앤드로 갈 수 있는 연결통로 마저,

마치 성처럼 커다랗고 웅장해서 작은 구두 소리 하나에도 커다랗게 울린다.

조그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왔던 디앤드 앞엔,

반 묘운이 떡 하니 성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서 있다.

참, 운도 없지.

저 문지기를 어떻게 뚫지?

라는 생각보다

난 어서 확인 해 봐야 해.

라는 생각이 앞 섰다.

일단은 모른 척 디앤드에 더 가까워졌다.

…. 

….

왔긴 왔다만,

정말

이 영리한 반 묘운을 어쩌지?

아무리 그녀가 마녀라도 반 묘운 앞에서는 긴장이 된다.

조금쯤 한 눈이라도 파는 것 같아서

벨이라도 누르려는 심산이었지만 시도 해 보지도 못 한 채 정지다.

절대 한 눈 팔 리 없는 반 묘운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녀는 어리석었다.

온 태양한테 눈이 멀어서,

눈이고 입술이고,

몸이고 마음이고,

모두 줘 버려서 나는 빨리 확인 해 봐야겠는데.

바보처럼 어리석은 짓이라니.

“내가 보이지 않아?”

“아, 너무 눈이 부셔서 잠깐 안 보였었나 봐.”

당장 칸에 달려가도 손색이 없을 만한,

가식을 입힌 뛰어난 표정과 연기였지만

우수에 가득 찬 눈빛으로

모두 하나 같이 서서 기립 박수를 보내오기는커녕

“돌아 가.”

냉담했다.

골드라이터를 손 안에 굴리면서 장난을 친다.

“거기에 계속 있어도 들여 보내 주지 않을 거야.”

“……..”

“내가 귀찮게 되는 일은 없도록 해 줘.”

얼굴엔 짜증이 난다고 어렴풋이 써 있었다.

그래도 포기 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디앤드에 있는 온 태양을

포기 할 수 없다고.

“확인하러 왔어, 확인만 하면 돼. 그러니까 들여 보내 줘.”

“돌아가라고 했잖아.”

“안에 누가 있는 지만, 응?”

그 때었다.

거대한 성 벽이 내려오는 것처럼 웅장하게 문이 열리면서,

결코 아니길 바랬던 한 구름과

자주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브라운관에서 비치는 익숙한 그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인터뷰 중 온 회장을 엄호하면서 양 옆을 지키고 서 있던 아키와 루시,

온 회장 소속의 수행원들이 어째서 온 회장이 아니라 그 년과 함께 것도 디앤드에서 나오는 건데?

의문이지만

것도

내가 예상하는 바가 아니길 바라면서

한 구름이 눈에 비치자마자 날뛰는 소처럼 돌진한다.

당장 이 곳이 어디라는 것도, 여기에 온 태양은 없지만 반 묘운이 있다는 것도 새까맣게 잊어 버릴 만큼, 흑류의 눈 앞은 암흑이다.

아무것도 안 보여,

그 정도로

난 네가 민감해, 씨발.

“거기까집니다.”

뭐?

하아.

둘 다 깔끔한 검은 정장의 차림이다.

한 명은 여자에다가 유럽의 뉘앙스가 풍겼고 금발의 머리는 포니테일 스타일로 깔끔하게 묶여 있었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딱 보아도 일본인이라는 게 느껴졌으며 짧은 흑발에 왁스로 깔끔하게 뒤로 넘긴 스타일에 마찬가지로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남자였다.

그들은 손 하나 까딱이지 않고서

마녀가 구름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저지했다.

기분 나쁘다.

내가 무기인냥 구름의 뒤에 서 있던 그들은 빠르게 구름을 숨긴다.

흑류는 인상을 구겼다.

“비켜, 저리 안 비켜?”

앙칼진 목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은 그들은 마치 태생이 구름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이들처럼 굴었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다 밀어 버릴 거야!

“무모한 짓이야. 그들은 온 태양 아래 있는 녀석들이거든. 그래도 덤빌 셈이야?”

그런데 왜?

그런 녀석들이 왜, 어째서 우리 태양이 밑에 있다면서 그를 보호하지 않고 저런 거지 같은 년을 끼고 도는 건데! 왜 그래?

“걸음을 옮기시죠, 아가씨.”

화가 잔뜩 난 흑류가 여러 번 구름과 아키 그리고 루시까지 노려본다 한들,

그들은 삐약이 수비대란 임무 외엔 아무것도 보 잘 것 없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더 화가 나는 건 흑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과

금발의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임에도 만류하고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믿으라면 믿을 만큼 언어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것.

나도 한국 사람인데 언어로 눌려 버리고야 말았다.

가만 안 둬, 정말.

<달빛을 머금은 입술로>

자신의 뒤를 따르는 아키와 루시를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난 그 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이런 일이 아니라도‥.

간혹 뒤에서, 그들의 손에 들려진 무전기를 통해 간간히 장난을 해오는 온 태양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

아키와 루시는 적절한 대답으로 응해주면서, 마치 내 그림자가 두 개쯤 더 늘어난 착각이 들만큼 그들은 집요하게 자신의 뒤를 한 시도 놓치지 않는다.

이 것마저, 싫다.

네 방식이라면 더 더욱.

네 사사건건의 감시라면 더욱.

이제 이 녀석들이 나를 보호 해 줄 거라는 둥

이런 환대는 처음이라는 둥, 지금 당장 이 녀석들을 거절한다면‥.

뒤에 말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모두 다 선정적인 단어만 콕콕 집어서 얘기하는 그 입술도.

전부 나를 위한다는 말이 거짓이기를 바란다.

나는 네가 나를 조금이라도 위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정말 그랬으면 하는데.

<달빛을 머금은 입술로>

벌써 3교시라니.

나 하나로도 그 불쾌한 시선들을 받아 칠 자신이 없는데, 둘이나 더 달고 수업에 임하는 꼴 이라니.

거절 하고 싶었는데,

거절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그 녀석의 거만함 때문에 아키와 루시를 받아 들이고 말았다.

망설이고 있던 교실문을 열자,

예상대로 모두의 시선이 날카롭게 와 닿는다.

분위기는 제로,

지금까지 비어져 있던 자리로 향하면서 수업이 진행 되길,

바람에도

불구하고 끊겼던 수업은 도저히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다.

그리고,

국사 선생님의 입술이 느리게 움직인다.

“한 구름?”

“….”

“뒤에는 누구…”

질문은 구름에게 이어졌지만 정작 대답하는 건 아키의 몫인 것 같았다.

평소 집 말곤, 밖에서는 입술을 떼지 않는 구름이라는 걸 모르고 있지는 않으니까.

“저희는 신경 쓰지 말아 주십쇼.”

이렇게 말하면 대화가 끊기고, 또 끊겼던 수업이 진행 될 거라 생각했다.

대부분 그러니까.

그러나 이 국사는 뭔가 다르다.

집요하게 말을 덧붙여 온다.

“아니, 신경이 쓰이는데..요?”

“태양님의 지시입니다. 구름님을 엄호하라는.”

“아, 그럼 내 수업 말고도‥? 앞으로 그렇게 쭉~?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그렇습니다. 신경은 쓰이겠지만 부디 관심 갖지 말아 주십쇼.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쐐기를 박은 아키었다.

그 역시 귀찮은 일은 만들고 싶지 않은 듯 수업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미 수업은 방해 받았고, 교사의 표정은 물론 반 아이들까지도 웅성거리는 분위기다.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던 플레이 보이는 어느덧 정착이라는 걸 하려는 듯

유독 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그녀가, 반 아이들은 물론 전교생에게 눈엣가시 임은 틀림없다.

게다가

엄호라니, 아키와 루시마저 눈엣가시이고,

태양님의 관여에,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힐 수 없을 거라는 분노감과

그토록,

우월하신 태양님의 지시가 고작 ‘삐약이 보호대’라니.

아무리 예쁜 구름이라지만,

그녀의 예쁨을 부정하는 그들에게서 구름은 가여운 미운 오리 같은 거랄까.

…그냥 의궁에 있을 걸,

내 손을 잡고서 놓지 않는 가을의 곁에 있어야 했는데

되돌릴 수 없는 후회가 된다.

단궁에 오지 말 걸….

<달빛을 머금은 입술로>

점심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텅 빈 교실엔 구름과 아키, 그리고 루시. 단 셋뿐이다.

시간이 흘러도 움직이지 않는 구름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아키는 조심스러웠다.

“구름님, 점심 시간 입니다만‥.”

입을 열지 않는 구름이라는 걸 잠시 잊을 뻔 했다.

마치 달을 잃어 버린 별처럼, 구름은 책상에 힘 없이 엎드린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정말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식사를 거를 판이다.

혹여나 그랬다간,

태양님에게 엄벌이라도 커다란 사단이라도 내려질까 오금이 다 저린 아키는 다시금 행동을 번복하려는 때에.

“모두 나가.”

그가 등장 한다.

커다랗고 위엄 있는 혹은 웅장한 스테이지 위로 톱스타가 거만하게 등장하는 것처럼.

[초보마법사]

제가 일등이네요ㅎㅎ너무 재미있어요!!이제서야 인물들을 알게 됐어요!!작가님!!감사합니다~~

[킷님]

감사는뇨, 댓글 달아 주셔서 제가 감사 할 따름이예요. 앞으로도 쭉쭉 읽어 주세요♡

[mosena1104]

재미있어요~

[킷님]

'mosena1104'님 댓글 감사해요. 3편은 ㄷ ㅓ욱 재미있을 예정이니 그 때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