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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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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그리움,좋은詩 스크랩 자전거에 관한 시
토마토 추천 0 조회 136 17.02.08 18:3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자전거

     가로등과 자전거 ㅡ 박옥현

        꽃은 자전거를 타고 ㅡ 최문자

        고장난 자전거 ㅡ 권혁웅

        골목길, 자전거를 탄 여자 ㅡ

        꿈의 페달을 밟고 ㅡ 최영미

        귀성길 ㅡ 문인수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ㅡ 안도현

        녹슨 자전거가 있는 풍경

     무의 페달을 밟으며 ㅡ 유하

     오래된 자전거 ㅡ 김승강

        2인용 자전거 타기 ㅡ 문숙

     자전거 ㅡ김명국. 목일신.박명용.이원수. 장인수.최을원.

        자전거가 있는 풍경 ㅡ 윤성택

        자전거 도둑 ㅡ 신현정

        자전거를 배우는 아버지 ㅡ 박후기

        자전거 체인 소리 ㅡ 강미정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 ㅡ 유홍준

        자전거 타고 가는 길 ㅡ 장석주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ㅡ 고운기

        자전거 타기법 ㅡ 김예강

        자전거 타는 사람 ㅡ 김기택

     푸른 나무 그늘 밑의 자전거 ㅡ 고성만

        푸른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바다 ㅡ 이상인

        푸른 자전거의 때 ㅡ 고재종

     하늘을 나는 자전거 ㅡ 송수권

 

 

 

  가로등과 자전거        박옥현

다닥다닥 고달프고 가파르게

붙어 사는 다닥집 오르막길

밤마다 굽어진 등으로

땅 한 평 어둠 한 평

움켜쥐고 서있는 가로등

 

언제부터인가

그의 헤진 가슴에 기대어

함께 늙어가고 있는 자전거

 

초저녁부터 동틀 때까지

둘이서 나누는 침묵의 긴 이야기

이제는 눈빛만으로

삐걱이는 관절 소리만으로도

서로의 세월을 읽는다

 

어둠이 사라지는 시간

그 어둑새벽 앞에

낡아가는 두 마음

희끗희끗 서로를 꼭 ! 닮았다

 

 

 

 

  꽃은 자전거를 타고           최문자

그녀가 죽던 날

꽃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녀의 남자가 입원실 현관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막 아네모네 꽃을 내리려고 할 때

그녀의 심장은 뚝 멎었다

꽃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영안실 근처로 갔다

죽을 자리에서도 타오른다는 아네모네가

놀란 자전거를 타고 앉아

헛바퀴만 돌리고 또 돌렸다

 

그날,

꽃은 온종일 자전거에게 끌려 다녔다

꽃을 태운 자전거는 참았던 속력을 냈다

꽃도 그녀처? 자전거를 타고 앉아

남자의 등을 탁탁 때리며 달렸다

꽃은 내부가 무너지도록 달렸다

마지막 꽃 한송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뭐라고 말했지만

바람이 그 말을 쓸어갔다

 

그날

빈 자전거 한 대

고수부지 잡석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고장난 자전거       권혁웅

고장난 자전거, 낡아서 끊어진 체인

손잡이는 빗물에 녹슬어 있었네

고장 난 자전거, 한때는

모든 길을 둥글게 말아 쥐고 달렸지

잠시 당신에게 인사하는 동안에도

자전거는 당신의 왼쪽 볼을

오른쪽 볼로 바꾸어 보여줬네

자전거는 6월을 돌아 나와

9월에 멈추어 섰지

바퀴살 위에서 햇살이 가늘게 부서지네

내가 그리는 동그라미는

당신이 만든 동그라미를 따라갔지

우리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지만

계절은 곧 바뀌었네

고장난 자전거, 9월은 6월을 생각나게 하네

뜯어진 안장은

걸터앉았던 나를 모를테지만

녹슨 저 손잡이는 손등에 닿은 손바닥을

기억하지 않겠지만

 

 

 

 

  

    골목길, 자전거를 탄 여자

소학교 일학년 어린아이처럼 문패를 단 대문들

 

어디나 곱게 깔린 아스팔트길로 자전거를 탄 여자 지난다

찌르릉찌르릉 하늘에서 우리는 경적같다

골목 한켠 비켜서서

페달을 밟는 뒷모습 야무진 엉덩이를 훔쳐본다

 

현관마다 걸린 외등에 불이 켜지고

 

저녁 찬거리일까, 짐칸에 실린 장바구니

한 식구의 양식이 숨죽이며 따라간다

 

 

꿈의 페달을 밟고           최영미

내 마음 저 달처럼 차오르는데

네가 쌓은 돌담을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유산되는 꿈을 찾아서

잡을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이 깊어 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았다

 

                 드라마 ㅡ 로망스

 

 

   

     귀성길         문인수

앞차에 웬 헌 자전거 한 대 실려간다

끈을 문 트렁크 뚜껑이 질겅질겅

자전거를 씹는 형국이다

불가사리, 잘 십지도 않고 저렇게 한 청춘 삼킨거다

길이 길 잡아먹는 것 본다, 경부고속도로

나는 조수석에 기대앉아 지긋이

돼새김질에 빠진 하마다 자전거에 잠긴 길

막힌 길이 저 아가리에 오래 질기다

 

늙은 아버지가 이제 자전거를 받아 타고 주의 깊게 앞을 볼 것이다

여차 저차 비걱거리는 아들의 사정은 복잡하다 나는

차가 못 들어가는 풀냄새,

과수원 돌아가는 오솔길 그 어여쁜 꼬리 감추는데까지 페달을 밟으리

어느 농사 언덕 아래서는 또 자전거마저 끌고 공손히 몸 숙이는 일

사람이 두 발로 직접 걸어 올라갈만한 여지가 있다 듣겠다

 

                               이중섭 -    구상네 가족

                            (1916-1956)    (1919-2004)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안도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 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 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르르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퀴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 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녹슨 자전거가 있는 풍경        정도전(정영희)

                       ㅡ 하동 소재 작품상 대상 당선작

혹시, 보았나

평사리 자운영 날리는 언덕, 반짝반짝

생명의 실타래가 논두렁으로 이어지는 전봇대에

녹슨 자전거가 사람처럼 기대고 있는 풍경 말이야

세상의 바퀴를 돌려주는 쇠사슬이

내 아랫도리처럼 휑하니 벗겨져 있고

한여름 소나기에도 한기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안장도

온기 가신 사람마녕 주저 앉아 뒤집혀 있으니

네 붉은 눈물이 다 마를 때까지

그렇게 허수아비처럼 서서 눈만 껌뻑거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제 혼자 억지라도 굴러갈 수 있도록

어리석게 맨 땅을 밀어라도 볼 참인가

이유야 어쨌든 세상은 굴러가야 살 맛 나는 법

유통기한이 훌쩍 지난 용도폐기용이라면

우리도 언젠가 돌아가야 할 평사리에

내 뼈와 함께 꾹꾹 묻어버리게

그리하여, 거기 삶의 구속으로 상처받는 풀들이나

아주 가벼워질 수 있게 말이야

자운영처럼 거침없이 웃을 수 있게 말이야

 

 

    無의 페달을 밟으며

           ㅡ 자전거의 노래를 들으라1                    유하

두 개의 은륜이 굴러간다

엔진도 기름도 없이 오직

두 다리 힘만으로

은륜의 중심은 텅 비어 있다

그 텅 빔이 바퀴살과 테달을 존재하게 하고

비로소 쓸모 있게 한다

텅 빔의 에너지가 자전거를 나아가게 한다

나는 언제나 은륜의 텅 빈 중심을 닮고 싶었다

은빛 바퀴살들이 텅 빈 중심에 모여

자전거를 굴리듯

내 상상력도 그 텅 빈 중심에 바쳐지길

그리하여 세속의 온갖 속도 바깥에서

찬란한 시의 月輪을 굴리기를, 꿈꾸어왔다

놀라워라, 바퀴 안의 無가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희망의 페달을 밟게 한다

바퀴의 내부를 이루는 무가

은륜처럼 둥근, 생의 노래를 부르게 한다

구르는 은륜 안의 무로

현현한 하늘이, 거센 바람이 지나간다

대붕의 날개가 놀다 간다

은륜의 비어 있음을, 무를 쓸모 없다 비웃지 마라

그 텅 빈 중심이 매연도 굉음도 쓰레기도 없이

시인의 상상력을 굴린다

비루한 일상을 날아올라 심오한 정신의 숲과 대지를 굴리고

마침내 우주를 굴린다

길이여, 나를 태운 은륜은 게으르되 게으르지 않다

무의 페달을 밟으며

내 영혼은 녹슬 겨를도 없이 自轉하리라

 

 

 

 

   오래된 자전거     김승강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마른 풀잎에 앉은 잠자리처럼

자전거에 가볍게 올라앉아 있다

자전거는 스스로 페달을 밟아

삐꺽거리며 언덕길의 정점을 향해 나아갔다

바람이 뒤에서 불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몸은 요람에 누운 아이처럼

가볍게 앞뒤로 흔들렸다

언덕길의 정점에 다가가자

할아버지의 양쪽 겨드랑이에서 잠자리 날개 같은

투명한 날개가 돋아났다

마른 풀잎에 앉았던 잠자리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할아버지도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이제 자전거는 혼자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언덕 아래에는 오래된 자전거들이 옆으로 쓰러져 누워 있었다

옆으로 누운 자전거의 바퀴살에

저녁 어슴름이 대머리 독수리처럼 엉켜 붙고 있었다

 

 

  

 

    2인용 자전거 타기    문숙

결혼이란 안장과 체인이 두 개 달린 자전거를 타는 일이지

앞사람이 페달을 밟아 뒷바퀴를 끌면

뒷사람은 발을 맞추면 된다네

마음이 합쳐지지 않으면 바퀴는 구르지 않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 보면

두 바퀴는 물고 있던 체인이 쉽게 벗어나기도 한다네

그럴 땐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체인을 걸어야 하지

앞바퀴와 뒷바퀴를 묶으며 기름때를 묻히기도 한다네

 

한 번 벗어난 체인은 쉽게 고정되지 않지

시간을 흘리며 생을 낭비하기도 한다네

짐이 돼버린 자전거를 끌며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지

지쳐 있는 두 사람은 목적지가 멀기만 하다네

 

각자 길을 되돌아보며

바퀴에 감긴 시간을 계산해 보기도 한다네

그러다가 문득 뒷바퀴를 돌려서 앞바퀴를 굴릴 생각을 하지

때로는 뒷바퀴가 앞바퀴를 밀고 가기도 ㅎ나다네

<너머> 2007년 겨울호

 

 

 

 

 

    자전거          김명국

자전거를 하나 갖고 싶다

차를 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나를 비웃을지 모르지만

바퀴와 페달만 괜잖다면 브레이크만 이상 없다면

헌 자전거라도 상관없으리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얼굴이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눈이 노루처럼 선한

긴 생머리의 여자라면 더욱 좋겠다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그 여자가 사는 마을길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날이 늘어간다면

나는 더 행복해질 수도 있으리

내가 나를 잊어버리게 참 하늘빛이 곱고도 맑은

그녀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써서

책갈피에 꽂아두는 날도 생기게 되리

 

멀리서 본 그 여자, 복숭아꽃을 닮은 여자

새참 때 미리 맞춰 광주리 머리에 이고

논둑길 따라 걸어가는

들꽃 이름을 나보다도 더 많이 아는 여자

갈수록 보리가 푸르러갈 때

저문 마을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가 지나간다면

빨랫줄에 널어둔 마른 빨래를 개며

앉아서도 들길이 훤히 다 내다보이는 툇마루에서

그 여자 무슨 생각을 할까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유채꽃밭에서

유채를 꺾어먹던 시절부터

당신을 좋아했노라고, 편지에 쓸 수는 없으리

나비가 훨훨 날아드는 모습을 보고

당신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소쩍새 우는 밤하늘에 은하수 별이 되고 싶다고

분홍색 편지지에 적을 수는 없으리

 

그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다

짐받이 뒤에 그녀를 태우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 갈 수만 있다면

구름이 뭉실뭉실한 산마루 언덕까지라도

다 달려가고 싶지만

산죽밭 끼고 강물 돌아 흐르는 물가까지 가서

소풍처럼 그녀와 점심을 먹으리라

이것이 내 평화라고, 유토피아라고

강물에다 대고 물수제비를 띄우며

까르르, 소리 지를 수도 있으리

 

자전거를 하나 갖고 싶다

그녀가 살던 옛집 마당에도 살구꽃 피고

달빛 환하게 감꽃이 털리는 밤.

 

어디든 달려갔다가 멈추고 싶은 곳에 멈출 수 있는

안마당에 괴어 놓은 자전거 한 대가 바로

나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명국

<그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태동출판사.

                  

      자전거      목일신(1913-1986)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자전거     박명용

번들거리는 자전거를 샀네

고목처럼 쓰러지지 않고 잘 배워

무사히 타게 될지 마냥 두렵네

날마다 힘겹게 달리는 석탄 기관차에서 고개를 내민

얼굴 까만 기관사가 너무 눈부셔

언젠가는 나도 저 자리에 앉아

세상을 달려보리라 생각했던 나

또 어느 땐가는

하늘 높이 나는 비행기를 아득히 올려보면서

하얀 빛살에 몸 싣고 세월을 나르리라 다짐도 했었네

그러나 잎 지는 가을날

땅 위에서 두 발로 비행기보다 더 빨리 달려온 내가 발견됐을 때

나에게는 이미 한 대의 헌 리어카도 없었네

가슴 깊숙이 유년을 감추고

이제야 서서히 구르는 자전거를 들여놓은 나

며칠이 지나도 기억에 붙잡혀

손바닥만한 자전거 안장에도 한 번 오르지 못하네

손잡이만 반짝거리고 있네

나, 지금이라도 자전거를 굴리면

바퀴살에 햇살이 실려서 돌아갈지

머리 속에서 바퀴만 돌고 있네

 

  

 

      자전거      이원수(1911-1981)

달 밝은 저녁에 학교 마당에

오빠가 자전거를 배웁니다

 

비뚤비뚤 서투른 오빠 자전거

뒤를 잡고 밀어 주면 곧잘 가지요

 

중학교 못 가는 우리 오빠는

어제부터 남의 집 점원이 되어

 

쏜살같이 심부름 다닌다고

달밤에 자전거를 배운답니다

                                        짱구 엄마 아빠

  

        자전거           장인수(1968 - ) 충북 진천.

물 속에 처박힌 세발 자전거를

수초가 핥고 있다

잠자리 유충의 놀이터가 되고

물고기의 식당이 되고 있다

핸들과 바퀴의 제어를 벗어나서

강물이 마련해준 개흙 신방에서

새살림을 꾸린다

개흙에 반쯤 파묻힌 세발 자전거

붕어 새끼들의 유치원이 된다

 

 

      자전거                   최을원(1961-)

길가 철책 너머, 오래 방치된 자전거를 안다

잡풀들 사이에서 썩어가는 뼈대들,

접혀진 타이어엔 끊어진 길들의 지문이 찍혀 있고

체인마다 틈입해 화석처럼 굳은 피로든,

한때는 자전거였던 그 자전거

 

한 사내를 안다 새벽,

비좁고 자주 꺾인 골목을 돌아 돌아서 우유 한 병 조용히 놓고 가던 반백의 왜소한 사내,

수금할 때면, 고맙구먼유, 열 번도 더 하던 사내,

유난히 부끄럼 많던 그 사내,

무섭게 질주하는 도시

어느 초겨울 미명의 새벽 차도를 끝내 다 전너지 못한 그 사내

 

그 노래를 안다 빙판 언덕배기 나자빠진 자전거,

깨진 병 쪼가리들 만지작거리며 오랫동안 앉아 있던 그 노래,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고 흘러

 

낙엽 한 잎 강물에 떨어져 멀리고 떠내려 왔는데,

가끔씩 새벽 속에서 흥얼흥얼 노랫가락 들리고 창을 열면 낡은 짐자전거 한 대 저만치 가는,

참 오래된 그 노래를 나는 지금도 안다

             내일을 향해 쏘라 1969년

 

 

    자전거가 있는 풍경       윤성택

넘어지고 나서 무엇을 보고 있었나

깨진 상처가 욱신거리는 거울 안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나무로부터 식음을 전폐한 잎들

마지막이라는 듯 혼신을 다해

흔들리는 바람을 그려냈다

그때마다 물감을 다한 잎들이

빈 팔레트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아까부터 벤치에 부려진 사내가

신문지를 덮고 잠들었고

바닥의 술병마저 오후를 자전하다 멈춰 섰다

어쩌다 이 고요가 캔버스가 되었을까

햇살은 죄다 껍질을 가진 채 반짝거렸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굴절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기억 속에 불빛 하나 켜놓고

영원히 진열될 것 같은, 한바탕

바람이 그려지고 있었다

모두 먼지로 휩쓸려 흐려지고 있었다

이젤처럼 천천히 일으켜 세우자

자전거에 달린 금이 간 거울에서

툭,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자전거 도둑       신현정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페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를 사이사이 바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자르르 하르르  

 

 

    자전거를 배우는 아버지        박후기

파밭에 고꾸라진 아버지가

파꽃처럼 짧게 쳐올린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자전거와 함께 일어서는 저녁이었다

 

어린 내가

허리 부러진 대파와 함께

밭고랑에 드러누워

하옇게 웃던 밤중이었다

 

식구들이 깔깔거리며

대문 밖을 내다볼 때

입 벌린 대문 깊숙한 곳에 매달린 알전구가

목젖처럼 흔들렸다

 

아버지!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지 마세요

아버지를 태운 자전거처럼

한쪽으로 기운 살림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환한 파밭의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늘 같은 자리만 맴도는구나

벗겨진 체인을 끼우고

손으로 페달을 돌리며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는 허리 부러진 파를

뒤란에 옮겨 심었다

흙 속에 뿌리만 묻은 채

옆으로 누워 잠자는 대파들처럼

식구들은 옹기종기

한 이불 속에 대파 같은 다리를 묻고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많이 배웠지만

아버지 보다 많은 것을 알진 못했다

 

 

 

        자전거 체인 소리          강미정

그 아이는 두 발 자전거를 탄다

발이 잘 닿지 않는 페달을 밟으며 몸이 쏠리며

삐뚤삐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바퀴살을 돌린다

아이는 쌩쌩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는 날을 당기며

자신의 중심을 향해 달려간다

아슬아슬 끝없이 멀어지는 아이의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나는 체인 소리가 참 좋다

나는 그 아이만 볼 때도 있다

아이가 굴리고 가는 바퀴살만 볼 때도 있다

짐칸에 앉아 아버지의 허리를 껴안던 아이

고정시킨 자전거를 타고 페달 밟는 연습을 하던

그 길을 가르며 다시 자신의 중심을 향해 돌아올 아이

어제는 자전거 의자의 빗물을 손으로 쓱 훑어내며 서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비에 젖지 않게

얼른 방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맨몸으로 부딪히는 모든 것들은 불안해,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늦은 시간까지 아이의 우산이 씌워져 있던 자전거

비 속을 자전거와 함께 한참을 서 있던

그 아이가 굴리고 가는 맨발의 체인 소리가 참 좋다

아이가 지나간 뒤 한 동안 몸 흔들고 있는 강아지풀

떨리지 않고 흐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상처가 스민다는 것>. 천년의 시작.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             유홍준

눈이 없는 사람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둘 지 모르는 개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일치감치 부모의 눈알을 후벼 먹은 후레자식들이 휘파람을 불며 모여 들었다

제멋대로 각목이 쟁여져 있었다

훔쳐온 자전거가 벌겋게 썩어가고 있었다

개만도 못한 자식들이 자전거 체인을 벗겨 흉기를 만들고 있었다

담배를 돌려 피우며 팔뚝을 지지고 있었다

비린내가 풍겼다

고기는 팔고 비린내만 달고 온 어머니

돈에도 비린내가 난다

돈에도 비린내가 나 빠지지 않는 사람냄새에 진절머리 쳤다

눈 없는 아버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손목에 체인을 감아쥐고 무엇을 후려치고 싶은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전거 타고 가는 길    장석주

저문 시골길을 민간인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시골의 길들이 그러하듯이

인생의 길들은 비포장이다

길 양켠 웃자란 고추밭 위로 털뭉치 같은 어둠이

툭툭 떨어져 쌓인다

저 아래 물이 가득 찬 금광저수지에 뜬 달은

은박지를 오려붙인 것 같다

달 아래 새들은 세계의 어떤 쓸쓸한 징표처럼 날아간다

뻑뻑하기만 한 가난도 조금은 헐거워지는 밤

어디선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고운기

흙 묻은 자갈이 낮잠 자는 옛길

새로 만든 도시의 사람 드문 골목길

강둑 기슭에는 꽃을 내려놓고 푸르게 움돋는 개나리 잎

뺏길 뻔하다 겨우 살아남은 언덕길

 

나는 자랑같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좀 흩날리면서

 

돌아오지 않을 강물과 인사도 나누다가

 

거슬러 거슬러

입에서 터지는 대로

거슬러 거슬러 가슴에 담은 정이

묵은 대나무처럼 솟구치도록

 

 

 

자전거 타기법             김예강

어둠 속에 쓴 석봉의 글자 한 획을 필사한다

한여름 체육공원광장에 편안히 누운 석봉의 글자 한

획 위로 아슬아슬 겹치려다 벗어나는 서툰 붓질

페달 밟기를 익힌다

 

고수의 고함이 연못 저 편 어둠 속 석봉 어미의 한 말씀처럼 머리를 친다

석봉어미의 벼린 칼이 함부로 허공을 베지 않듯

허공에서 바닥을 바닥에서 허공을 건넌 그 간격의 속도를 익힌다

 

한지 위에 획을 따라가듯 내 시선이 한지에 스미는

먹물의 결 같을까마는

내 숨이 골라지면

바퀴도 천천히 숨을 고르는 법

 

힘을 빼야 들리는 바퀴의 말귀

힘을 빼야 들려줄 수 있는 나의 심장 뛰는 소리

한 획에서 한획 사이 허공을 향한 붓의 시선

바닥의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힌다

 

 

자전거 타는 사람                김기택

ㅡ 김훈의 자전거를 위하여

 

당신의 다리는 둥글게 굴러간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무릎으로 발로 페달로 바퀴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굴러간다

당신이 힘껏 페달을 밟을 때마다

넓적다리와 장딴지에 바퀴 무늬 같은 근육이 돋는다

장딴지의 굵은 핏줄이 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근육은 바퀴 표면에도 울퉁불퉁 돋아 있다

자전거가 지나간 길 위에 근육 무늬가 찍힌다

둥근 바퀴의 발바닥이 흙과 돌을 밟은 때마다

당신은 온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어 헝클어뜨린다

당신의 자전거는 피의 에너지로 굴러간다

무수한 땀구멍들이 벌어졌다 오므라들며 숨쉬는 연료

뜨거워지는 연료 땀 솟구치는 연료

그래서 진한 땀 냄새가 확 풍기는 연료

당신의 2기통 콧구멍으로 내뿜는 무공해 배기가스는

금방 맑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달달달달 굴러가는 둥근 다리 둥근 발

둥근 속도 위에서 피스톤처럼 힘차게 들썩거리는

둥근 두 엉덩이와 둥근 대가리

그 사이에서 더 가프르게 휘어지는 당신의 등뼈

 

                                                    자금성

 

    푸른 나무 그늘 밑의 자전거       고성만

이더든

마음 내키는 곳에서

머물렀다 가길 바라던

지난 날 나는

삶이

자전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빨리 가다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는

엉덩이 사이에

작은 의자를 끼우고

넘어 질 듯 뒤둥거리면서

잘도 굴러가는 은빛 바퀴

 

다투어 새잎이 피어나는

가지 아래

얌전히 놓인

신사용 자전거는 누구의 것일가

거너편 부동산 아저씨가 받쳐놓았을까

 

너와 함께

그늘에 앉아

푸른 오후를

기다리고 싶다 

 

 

   푸른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바다        이상인(1961-) 담양

아침이면 섬마을에 수평선으로부터

푸른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바다가 있다

밤새 깜박깜박 졸던 등대불이

깜짝 놀라 빨개진 눈을 부비고

신기한 듯 뒤따라 날아오는 갈매기 떼들

비자금 선창에 내린 푸른 자전거는

숨가쁘게 달려왔던 출렁이는 길을 바라보며

따르릉 철썩 종소리를 내본다

드디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섬언덕을 올라가고

멸치처럼 말라붙은 섬마을 사람들의 삶은

푸른 자전거의 푸른 바퀴가 지나간 자리마다

피가 도는 지느러미를 꼼지락거리며

이리저리 헤엄쳐다닌다

눈꼽낀 개들이 돌고래처럼 흘러다니고

파도소리를 가지고 놀던 코흘리개 아이들이

통발을 깁던 노인들이

자전거의 푸른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기인 해안선이 바퀴살에 모두 감기어

푸른 자전거가 멈출 때까지

바다는 섬마을의 깊은 자궁 속에

곤히 잠들어 있는 바람소리 울음소리 같은 것들을

일깨우고 다닌다

 

                        

    

    푸른 자전거의 때     고재종

말매미 말매미 떼 수천 마력의 전기톱질로

온 들판을 고모해대어선

콩밭에서 콩순 따는 함평댁의 등지기 위로

살 타는 훈짐 피어 오르는 오후 술참때

 

저기 신작로 하학길을

은륜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막내 녀석

그 씽씽 그 의기양양

문득 허리를 펴다 가늠한 함평댁의 입이

함박만하게 함박만하게 벌어질 때

 

때마침 목덜미를 감아오는 바람자락과 함께

푸르고 푸른 풋것들이

환호작약, 온갖 손사래를 쳐대는 것이었다

 

 

 

      하늘을 나는 자전거      송수권

조롱조롱 이슬방울이 맺힌 도린길

넌지시 휘파람 불며 자전거를 달리고 싶다

앞바퀴 살 뒷바퀴 살 맞물고 도는 길

가을은 찌, 찌르 찌르 풀섶 위에도

훨훨 나비물을 뿌린다

코스모스 꽃잎들이 흔들리고 갈꽃들이

낮은 포복으로 둑방길을 올라와 손을 흔든다

결코 직선으로 갈 수 없는 길

곡선 속에만 슬픔이 있고 추억이 있고 방아깨비와

대낮의 건달들이 숨어 산다

그 길의 끄트머리에 허름한 너와집 한 채

시래기를 매단 벽에는 설피가 흰눈을 부른다

산마루에 자욱한 연기 소겡 한 마을이 잠긴다

아 하늘을 나는 자전거 태백산맥이 저물고

동해가 저물었다

삼척군 동활면 동활리 그 어둠 속을 자전거

한 대가 새처럼 날아 내린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공중의 길, 새의길

 

 

 

 

 

둘째가 중동 이마트에서 나오면서 언잖아했다.

둘째가 세워둔 바로 옆에 자기 자전거와 똑같은 자전거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으로 샀는 그 노랑색 자전거는,

다른 빈 자리가 있었는데도 어떻게 상식없이 똑같은 자전거를  나란히 세워두느냐고 화를 냈던 자전거는,

어느 날  누군가가  슬쩍 해갔다.

둘째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자전거도둑을 아니 밝고 화려한 그 황금색 자전거를  찾았다

거리에 쌩쌩 달리는 자전거마다 내 껀 어디 있나 ... 눈에 불이 날 정도로 신경을  썼었다

중학교 때 모토로라 휴대폰을 산 지 1주일만에 분실하고 극도의 상실감에 시달렸던 소심한 둘째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나와 원룸에 살면서 다시 새자전거를 사달라는데 전에 쓰던 자전거를 고쳐주었다

수능이 4개월밖에 안남았으니 잠깐 타고다니라고...새거 사봤자 또 잃어버릴 걸 ..벌써 몇번째냐 ...

그랬더니 이번에는 둘째가 전에 타고 다녔던 중고 삼천리자전거를 요상하게 만들어버렸다.

니껀 우짜고 ..그건 또 어데서 났나?

엄마, 이거 내 자전거 맞아..둘째가 싱글거린다.

진시황제 무덤에서 꺼낸듯이 야릇한(음산한) 분위기의 누런(똥색.누리끼리한) 색으로 락카칠을 했단다.

너무 촌빨 날려서 못타고 다니겠다고 자기화(특성화) 한 것인데

수학학원에서도 원장쌤한테 미친놈이라는 소릴 듣고 ..총무 누나에게도..무서우니까 제발 학원 밖에 세워두란 말을 들었다고.

또 분실하면 안된다고 10층(수학학원)까지 모시고 간 자전거가 여러 사람을 으스스하게 했다는데 ..

아닌게 아니라 고대유물처럼 어디 깊은 땅 속에서 기어올라온 듯한 ..

기발하다는 정도를 넘어선 정신세계를 의심받아야할 ..그로데스크한 ..

체인. 손잡이.  바퀴까지 ..자전거 전체를 누렇게  칠해서   고물 덩어리같이 ..

고놈 참..나하고 취향이 같네 그려...같잖아서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짐짓 화를 냈다

야!  제발 좀 이제 자중하고 살자 ... 튀지 마 ...조용 조용 살자....

대학가면 오토바이 산다고 용돈에서 조금씩 모으고 있다는 둘째.

아, 오늘 해운대 가서 둘째한테 말해야지 ..커피프린스에 이언이 .. 절대로 ...오토바이는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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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2.08 22:41

    첫댓글 유하님이 우리 황토빛 회원이신가요 ?

  • 작성자 17.02.09 18:47

    글쎄요...
    아마도 동명이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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