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임마누엘 신부
연중 제22주일
신명기 4,1-2.6-8 야고보 1,17-18.21ㄴ-22.27
마르코 7,1-8.14-15.21-23
예수님의 사랑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좋은 것이 될 수도, 안 좋은 것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돈이 그렇지요. 돈으로 굶주리는 형제들을 살릴 수 있지만, 반대로 이 시대의 돈은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합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핵에너지도 그렇습니다.
원자의 핵을 분열시킬 때, 속도를 천천히 분열시키면 원자력 발전이 되지만, 그 핵을 연쇄적으로 순식간에 분열시키면
원자폭탄이 되는 것이지요.
또 여름에 파리를 잡는 파리채도, 자녀로 인해 화가 나신 부모님 옆에 있으면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교육의 길잡이(?)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사용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나쁘게 사용되는 경우들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들도 좋은 것을 나쁜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고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규정은
그들의 소중한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율법에 견줄 만한 위치에 놓인 것은 또 아니었습니다.
손을 씻는 것에 대한 규정은, 단지 정결한 희생 제사를 드리는 제사장들에게만 적용될 뿐이었습니다
(탈출기 30장 18절-21절 / 40장 30절-32절).
그 외의 일반인들이 식사 때 손을 씻어야 한다는 규정은 후대의 지도자들이 발전시킨 분명한 ‘사람의 전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율법학자들은 그 전통을 사람들을 깨끗하게 하는 데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웃을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입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라는
그들의 질문에는 그 전통에 대한 소중함과 애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하는데 왜 당신들은 안 해?’라는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자신들이 따르는 전통의 정신을 잊은 채, 그것을 지키는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으로, 사람들을 가르는
판단의 잣대로 자신들의 전통을 전락시켜버린 것입니다.
전통이든 율법이든, 그 목적이 하느님을 경배하는 데 있어야지 이웃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 안에서 나와 그를 더럽히는 것’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 엘백성에게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무엇을 보태서도 안 되고 빼서도 안 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판단’이라는 사람의 규정을 보태는 것, 그것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여름날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의 필터를 깨끗이 청소함으로써,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 우리를 더럽히지 않고 자신과 세상을 깨끗하게 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대전교구 박종민 임마누엘 신부
2021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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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
연중 제22주일
신명기 4,1-2.6-8 야고보 1,17-18.21ㄴ-22.27
마르코 7,1-8.14-15.21-23
마음의 더러움을 정화하는 방법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정결함에 대해서 강박 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일상생활 안에서 정결함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규정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식사 전에 손을 씻는 정결 예법을 어겼다고 비난을 받습니다.
그 비난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정결 예법의 근본정신이 육체가 아니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우리도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깨끗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스스로를 성찰해 보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수많은 더러움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 마음의 더러움을 정화 시킬 수 있을까요?
어떤 신자 자매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자매님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배우자도 능력 있는 사람이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러운 것’에 대해서는 병적일 정도로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뇌성마비 아이들 목욕 봉사를 가자고 했습니다.
정말 싫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습니다.
죽고 싶은 심정으로 친구가 목욕시키는 것을 거들고 있을 때, 뇌성마비 아이가
봉사자들이 손쉽게 목욕을 시킬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비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사람인지, 이 아이가 얼마나 순결한 영혼인지 깨달으며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 이후 친구와 함께 봉사활동을 계속하였습니다.
사실, 그 자매는 당시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봉사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기쁨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의 내면은 상처투성이고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고 싶어서 성당에 나옵니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습니다.
기도가 부족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나누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우리의 상처를 가난한 이들, 곧 나처럼 상처투성이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보면 어떨까요.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루카 복음 11장 41절)
의정부교구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
2021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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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재 요셉 신부
연중 제22주일
신명기 4,1-2.6-8 야고보 1,17-18.21ㄴ-22.27
마르코 7,1-8.14-15.21-23
자비로 씻기고 덕으로 씻어야
제자들이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예수님도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드신 적이 있으십니다 (루카 복음 11장 38절).
어쩌면 오늘도 예수님은 씻지 않은 손으로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드셨고,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제자들을 비난함으로써 예수님을 질책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더러움’을 받아들이십니다.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신 분이신데, 더러움이라고 마다하시겠습니까?
예수님에게 있어 손을 씻지 않아 생긴 더러움은, 우리가 당신과 함께 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였기에,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였기에,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위해 헌신하였기에
우리 몸에 묻은 먼지들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더러움’은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진정으로 우리를 더럽히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코 복음 7장 21절-23절).
이러한 것들은 자신의 입과 행동을 통해서 밖으로 나옵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남이 나에게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이 아파했습니까?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에게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이 아파했겠습니까?
남의 손에 묻은 먼지를 보지 말고, 나의 입과 행동으로 드러난 자신의 더러움을 바라보십시오.
그러나 절망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손을 씻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듯,
더럽혀진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과도 분명 함께 계실 것입니다.
우리의 더러움을 씻기 위해, 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 오신 자비의 하느님이시기에….
그러니 예수님의 자비에 이 나약한 자기 자신을 맡기십시오.
그리고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을 귀담아 들읍시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야고보서 1장 27절).
예수님의 자비는 분명 우리를 씻기십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 또한 자신을 씻어야 합니다.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한 희생과 봉사로, 그리고 마음 안의 악한 것들에 물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는 삶으로 가능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자비로 씻기고, 자신의 덕으로 스스로 씻어야 함을 기억합시다.
수원교구 원우재 요셉 신부
2021년 8월 29일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에서 참조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