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안이 너무 더워서 잠에서 깻다.
후아... 오늘은 엄청 더울것 같다.
물(수돗물)도 0.5L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고 휴게소도 당분간 안보일 것 같다.
게다가 먹을건 싸구려 작은 비스킷 한봉지.
주유소 편의점에 식빵이 2.58달러인데 할 수 없이 샀다.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오늘따라 정말 힘들다.
어제 많이 이동해서 피로가 쌓인거 같기도 한데,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힘이 안난다.
게다가 앞타이어에 가시가 찔려서 빵구까지 났다.
다리 밑 그늘에서 빵꾸 떼우고 힘들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미국 Free way에는 가끔씩 U턴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거기엔 항상 표지판이 있다.
'이 곳은 정부 차량만 U턴을 할 수 있습니다.'
프리웨이에서 U턴하는 차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컨테이너까지 달고 있는 커다란 트럭이 여기서 U턴하고 있다.
'어딜 가든 법 안지키는 놈들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U턴하던 개념 없는 트럭이 내 앞에 멈추고 트럭운전사가 내린다.
트럭에 문제가 있어서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태워주고 싶다고 한다.
비어있는 컨테이너에 자전거를 넣고 같이 타고 가게 된다.
시원한 음료수도 주고 과일도 준다.
크하... 죽다가 살아난 맛.
'바닐라 스카이'영화의 마지막 부분 대사에 이런 말이 있다.
미래에도 결코 쓴 것 없이는 달콤한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쓴 것 이후에 달콤한 것을 느끼는 중이다.
오클라호마에 가는 중이라니까
자기는 트럭안의 컴퓨터로 회사와 연락해서 화물을 옮긴다고 하는데,
짧으면 3일, 최대 1주일 이내엔 오클라호마에 도착할 거라며
자기 트럭엔 2층 침대가 있고 전자렌지와 많은 음료수가 있는데
같이 트럭타고 다니며 몇일간 여행하지 않겠냐고 물어본다.
프리웨이로 계속 달려봐야 길만 이동하는 여행이 될 것 같고
트럭타고 이동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이 될 것 같기에 흔쾌히 수락!
처음엔 화물칸에 자전거를 넣었는데 짐은 트럭안으로 넣고 자전거는 뒤에 묶었다.
콘테이너는 자꾸 바뀌기 때문.
28살 이름은 Nathan(네잇응-_-이라고 하는 것 같다.)
2년동안 기도하며 쫓아다니던 여자와 결혼도 했고 6명의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걸까?
내가 지나가는 걸 봤을때 하느님-_-이 날 도와주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단다.
보통 트럭운전들은 무식한 사람들이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일이 편하고 돈도 많이 줘서 좋다고 한다.
네이튼은 절실한 기독교인이고 아프리카 북을 가지고 다니는데,
찬송가를 크게 틀어놓고 이렇게 북을 친다...
(찬송가 CD가 50장 정도 있었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괴로웠다.
노래에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Jesus, Christ 2개 밖에 없었고
아프리카 북소리도 내 취향에서 꽤 벗어나는 것이었다.
사진이 있는 기계로 네이튼의 회사인 Swift와 통신을 하고,
화물을 이동할 장소를 받는다.
네이튼의 말로는 Swift가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회사이고
1주일에 800달러나 준다며 날 스카웃 하려고 한다-_-.
미국에 있는 TA(travel center america)의 무료 샤워권을 주며 TA찾아서 샤워하자고 한다.
나도 뭔가 주고 싶은데 줄만한게 없어서 마지막 남은 짜파게티 줬다.
트럭에 있는 온도계를 보고 놀랬었는데
이날 온도가 화씨 108도
섭씨로 환산하면 42.2도
오늘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내가 탔던 곳에서 50마일쯤 떨어진 아마릴리오에서 다른 화물을 받아서 이동할 장소를 받았는데,
맥시코 국경 근처인 Laredo이다-_-!
이야기를 하며 저녁까지 달리던 도중
지평선 너머에서 빨간색 둥근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네이튼이 'balloon, balloon'이라길래 이 마을에 열기구가 있다는 걸로 생각했다.
'balloon'이 아니라 'moon'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보름달이 뜰 때 크게 보이는 현상인데,
들어보지도 못했던 걸 봤다.
(내공이 없어 사진 잘 못찍은게 아쉽네요)
붉고 엄청나게 크게 보이던 달
마을 중간에 크게 떠 있는 달이 정말 아름답다.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
달은 높이 뜰수록 점점 작아지다가 일반적으로 보이는 크기로 바꼇다.
(이틀 뒤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지평선너머로 크게 보이는 것도 봤습니다.)
그.런.데 네이튼 이녀석...
밤이 되니까 찬송가를 크게 틀고, 핸들을 북삼아서 두드리기 시작하는데
옆에 앉아 있기 정말 힘들다.
몇일간 쓰게 될 내 침대
미국은 땅이 워낙 크기 때문에 트럭 안에 침대가 있다.
내 짐을 다 옮겨놔서 좁은데 텐트보다는 편하다.
네이튼의 트럭은 2007년식이서 상당히 깔끔하다.
(내가 많이 더럽혔다-_- 피부가 벗겨지고 있어서)
가던 길에 간식 사먹고 달라스 조금 넘어서 잤다
늦잠자다 일어나니 네이튼이 먼저 일어나서 운전하고 있다.
프리웨이에 2차선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차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집을 트럭에 싣고 다닌다-_-
폭은 넓고 속도는 느린데다 높아서 다리 밑으로 갈때 아슬아슬하다.
미국 트럭은 무전기가 있어서 서로 통신할 수 있는데, 통신하며 통과했다.
저런 집 가격이 4천 만원 정도.
TA를 찾아서 무료 쿠폰으로 샤워를 하러 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네이튼의 트럭이 안보인다.
친절한척 하며 나에게 호의를 배풀어 준 후 안심시키고 샤워하게 만든 후
내 짐을 통채로 가져가버린 것이다.
안에는 현금도 많고 노트북, 카메라, 여권도 있는데...
여행을 준비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
라는 내용을 여행기에 넣으면 재미있을것 같아 넣었다.
네이튼은 주차장 안쪽의 잘 안보이는 곳에 주차해있었다.
처음에 주차한 곳은 기름 넣는 곳이라 오래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
이 날도 찬송가 크게 틀어놓고 핸들 두드릴것 같은 기미가 보이길래
침대 속으로 숨어 들어갈려고 하니까 찬송가를 끈다.
내가 싫어하는 걸 눈치챈 것 같다.(휴...)
네이튼과 Swift Volvo트럭.
이 트럭 기름을 150갤런, 550리터까지 넣을 수 있다고 한다.
기름이 60만원어치 들어간다;;;;
물론 네이튼의 돈으로 넣는게 아니라 회사에서 컴퓨터로 번호를 주고
번호를 입력하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다.
(미국 주유소는 직원이 없고 모두 셀프. 기름 넣는데 엄청오래 걸리곤 했다.)
네이튼은 트럭안에 새끼 고양이도 키우고 있다.
내 발 자주 깨물던 놈.
이 날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 먹었는데
내겐 너무 비싼음식-_-이라고 했더니 내일은 월마트에 가자고 한다.
네이튼은 항상 많은 부분에서 내가 편할 수 있도록 신경써줬다.
휴대용 DVD, 휴대용 게임기(1980년대 게임들이 대부분이지만)도 주고
트럭에 있던 라면과 통조림을 먹을 때도
나는 항상 2배 정도 많이 먹었다.
이틀 뒤의 일이지만 한번은 혼자서 잠시 나갔다 온다더니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왔는데
자기는 조그만 치즈버거 한 개 먹고 내건 더블치즈버거 2개 사온적도 있다.
또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보이면 조그만 라면이라도 하나씩 주곤 한다.
이 날 Laredo에 도착해서 스위프트 터미널(트럭들 주차하고 휴식시설들 있는 곳)에서 잤다.
스위프트 터미널에 들어갈땐 CCTV가 있는데 찍히면 안된다길래 침대로 숨었다.
무료로 샤워도 할 수 있고 휴식공간들도 많았는데 인터넷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쉬웠다.
여기서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 날은 이동할 수가 없다.
네이튼은 장시간 운전을 했기 때문에 10시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불법이기 때문.
월마트에서 먹을거리 좀 사와서 스위프트 터미널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 날 트럭의 온도계는 화씨 119도를 가르키는데
썹씨로는 48.3도.
여름이 다가오고 있으니 더 더워질거고
오클라호마 이후에 갈 곳은 더 남쪽에 있는 멕시코인데;;;;
네이튼에게 다음 목적지가 도착했는데 동쪽 끝에 있는 North Carolina.
거기까지 갔다가 오클라호마로 간다고 하는데
계산해보니 10일 넘게 트럭에 있어야 할 것 같아 도저히 못갈것 같다고 했다.
렌즈 수리 빨리해서 다음 목적지로 떠나야 하는데다,
여행기도 거의 안 써놓은 상태이고
트럭 생활이 꾀나 지루했기 때문.
네이튼이 회사에 경로를 바꿔달라고 요청해서 결국은 오클라호마로 가게 된다.
트럭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사진은 내게 줄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네이튼과
선물로 주던 카드게임, 트럭카드.
Laredo 떠나는 날.
일단은 화물을 싣고 달라스로 가고 거기서 물건을 더 받은 후
오클라호마 밑쪽을 지나게 되는데 나는 거기서 내리게 된다.
요즘엔 찬송가 크게 틀고 핸들 두드리는거 대신에
요즘엔 자동차, 일본제품, 한국제품, 중국제품(All is made in china 네이튼이 자주하던 말)이야기를 한다.
기아가 예전엔 아주 안좋은 차였는데 조금씩 나아져서 지금은 좋다는 말,
대우가 미국에서 완젼 안좋은 차였었다는 말,
포드차를 3대째 가지고 있는데 맨날 고장난다는 말 등등등...
오후에 출발하기 시작해서 조금 이동한 후에 잤다.
이 날도 역시 늦잠-_-자서 일어나니 네이튼은 운전하고 있다.
달라스에 있는 배터리회사에 도착해서 짐을 싣는다.
내가 좋아하는 오토바이 배터리 회사.
카와사키 Z1000 +_+ 배터리인거 같다.
배터리회사에서 화물을 싣고 다른 곳에서도 화물을 받았는데,
회사 실수로 화물이 바껴서 동쪽으로 가야 하기에 오클라호마로 못가게 됬다고 한다.
더 이상 시간낭비 할 수는 없어서 여기서 내리기로 한다.
처음에 날 태울때 3~5일정도면 오클라호마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날 태우기위해 했던 거짓말이었던것 같다.
(여행기 쓰면서 경로 보니까 목적지 근처로 지나갔었네요.)
5일 동안 옆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해도 지루했었는데
항상 먼거리를 혼자서 이동했으니 얼마나 심심했을까?
네이튼도 나와 지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을거고
나도 좋은 경험을 했다.
오클라호마 목적지 까지 200마일(320km) 정도 남았다.
달라스에서 벗어난 후에 캠핑할려고 했기에 밤 늦게까지 달려야 할 것 같다.
해가 지고 나서도 자전거를 타는데 이 도로가 좀 위험한 길이다.
도시라서 퇴근하는 차로 복잡한데 출구가 너무 많은 길이라서
출구를 지날때 마다 위험하다.
프리웨이도 아닌데 압박감은 훨신 심한 길을 따라간다.
내 앞에 캠핑카 한대와 승용차가 멈추더니 누가 내린다.
밤길이 너무 위험한데 자전거가 다니길래 멈췄다며 자기 차에 타라고 한다.
캠핑카에는 아기도 있고 애들이 있길래 믿음이 가서 탔다.
히치하이킹해도 태워준다는 사람들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선뜻 타라고 하던 고맙던 분들
날 보고 멈췄던 DAVID 목사님
공군시절에 일본에 온적이 있었고 간접적으로 한국에 대해 알고 있다.
인터넷이 되길래 블로그를 보여드렸는데,
왜 영어로는 안쓰냐고 물어보며 영어 버젼도-_- 만드는게 어떠냐고 한다.
홈페이지 내용을 못 보는게 아쉬운지
번역기까지 써보시는데 성능이 너무 안좋다.
목사님의 부인은 캐나다 사람인데, 15살 연하이다.
(목사님 능력 짱!)
목사님의 딸
목사님의 아들...
날 유심히 관찰하곤 했다-_-
저녁 식사
돈주고 사먹는 음식보다 현지인들의 집에서 먹는 음식은 훨신 맛있다.
샤워도 하고 빨래도 했다.
오클라호마로 간다니까 근처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고 가격이 40달러라며
버스표를 사준다며 계속 타고 가라는데 미안해서 계속 거절했다.
날 걱정해서 도와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
빈 방을 내주며 침대 시트를 새걸로 갈아주시는데
더러운거 좋아한다고 원래 있던 시트 쓸려고 했는데 끝까지 새걸로 갈아주신다.
어제 타고 왔던 캠핑카.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목사님이 나한테도 어린시절이 있었을거라며 기억나는지 물어본다.
내 어린시절 동생과 놀던 때가 생각난다.
이 아이들과 비슷했었는데...
아침 식사먹고 친척집에 전화하니 데리러 온다고 한다.
어제부터 날 유심히 관찰하던 존.
자기 자전거를 내 자전거 옆에 주차해놨다^^
존이 들고 있는 것은 어제부터 나한테 선물해준다던 모세DVD.
친척이 찾아왔고 자전거 싣고 가려는데
존이 자기 자전거도 싣고 같이 갈려고 한다;;
데이비드 목사님의 가족들과 작별인사하고 떠났다.
오클라호마에 도착
한국식 부페 '부산'
한달만에 밥 먹는다.
물론 배터지도록!
군대에 한달 간의 훈련소 기간이 있는 것처럼
이번 여행의 훈련소를 수료한 느낌이다.
당분간 친척집에서 쉬며 렌즈도 수리하고 필요한 물품들도 구입해서
멕시코로 출발할 예정이다.
2008년 5월 19~24일
사용금액 : 식빵 2.58 + 음료수(네이튼 것과 내 것) 3.88 + 버거킹 5.62 + 식빵,과자 3.49 = 15.57달러
이동거리 : 47.82 + 43.03 = 86.85km
자전거 세계일주 총 이동거리 : 1833.17km ( + 트럭이동거리 1800km정도 자동차 350km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