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대, 금기 깨는 기업들
국내 상공 비행하다 돌아오는
'이색 비행 상품' 에어부산 출시
항공권 무료 변경 잇따라 도입
백화점은 조리식품 배송 서비스
"코로나 끝나도 전으로 못돌아가"
에어부산은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 다시 이륙지로 돌아오는 이색 비행 체험 프로그램을 오는 10일 출시한다. 흔히 '비행'이라고 하면 A지역에서 B지역으로 도착하는 건데, 고정관념을 깨고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남해안 상공을 거쳐 제주 인근까지 2시간 30분 비행한 뒤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국내 최초 시도"라며 "향후 국제선 상공 비행 및 일반인 대상 관광 비행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생사 기로에 높인 기업들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는 티켓 변경.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고, 고객들이 찾아왔던 명품 패션업체들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카카오톡에 입점해 고객들을 맞고 있다. 재계에선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들이 금기를 깨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콧대 높은 명품업계도 인터넷 노크
미국 유나이트디항공은 지난 30일 (현지 시각)미국 내 항공권 변경 수수료를 영원히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전까지 국내선을 변경할 경우 200달러(약 23만7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스콧 커비 CEO는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통해 고객을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에어부산은 지난 2일까지 부산 출발 국제선 16개 노선의 항공권을 구입하면 예약 후 최대 2회까지 여정을 변경하더라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행사를 했다. 이전에는 여정 변경 시 3만~5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제주항공도 지난 7월 국제선 항공권을 대상으로 여정 변경 수수료를 1회 면제하는 행사를 벌였다.
코로나 위기 속에 콧대 높은 명품 업계도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샤넬은 지난 7월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문관에 입점했다. 31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샤넬'을 검색하자 38개의 상품이 나타났다 샤넬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향수,핸드 크림, 로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생존을 위해 이전에는 없었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는 1일부터 주변 1.5km내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객이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면 1시간 내 배달해 준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은 1대1 채팅을 통해 고기 두께, 굽기 정도까지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온라인몰(현대백화점 투홈)에서 백화점 전문 식당가에서 즉석 조리한 식품을 집으로 곧바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2주간 주문건수가 오픈 이후 2주간과 비교해 100% 이상 늘었다"며 "목표 건수도 50% 이상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종식돼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은 코로나 시대 생존 전략 차원을 뛰어넘어 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소비 환경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는 곧 '90% 이코노미'를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 사태로 기존에 창출했던 경제 규모의 10%를 잃게 될 것이란 얘기다.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로 시대가 급변하면서 기업들은 기존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라이브 방송을 도입했는데, 최근 코로나 사태로 담당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주 1~2회 진행하던 라이브 방송을 최근에는 월 40회 이상으로 늘렸다. 지난 21일에는 롯데백화점몰의 라이브방송 채널(100LIVE)에서 스위스 명품시계'태그호이어'를 판매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4세대 쏘렌토 출시 행사 때 전문가들이 고객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을 해주는 온라인 토크쇼 방식을 활용했다. 또 4세대 카니발 출시 행사는 증강현실(AR)기술을 접목해 직접 자동차를 보지 않더라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온라인 카니발 출시 행사에 접속한 인원만 15만명이 넘었다"며 "과거 출시 행사와 비교해 접근성은 오히려 좋아지면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이러한 방식의 행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기업들이 저성장, 인구 감소와 함께 '비대면 서비스'를 향후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주요 트렌드로 여기고 그에 맞춰 전략을 짜야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경제 2020년 9월 1일 석남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