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월모임 주제 : 소화데레사의 기도 영성

[모세수사2]

소화데레사의 기도 영성

1. 소화데레사의 기도에 대한 이해

성녀가 ‘기도의 방법’에 대해 다루지는 않았지만 ‘기도’는 성녀의 작품 안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성녀는 ‘기도’라는 단어를 작품들 안에서 167번이나 쓰고 있으며, 더구나 『마지막 남긴 말씀』에서는 6번이나 발견된다. 그리고 동사 ‘기도하다’는 274번 발견된다. 여기서 우리는 기도에 대한 성녀의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다.

소화데레사는 자서전에서 기도에 대해 조금밖에 쓰지 않았고 기도 방법에 대한 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서전을 읽으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그리스도와의 관계 앞에 높인 성녀를 느끼게 된다. 성녀와 하느님과의 친밀은 아주 자연스럽고 단순한 의식에 연결되어 있다고까지 할 정도이다. 데레사에게 기도는 이런저런 영적 행위들 가운데서 하나가 아니고 하느님과의 친밀한 표현 그 자체이다. 그래서 기도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하느님과 자녀의 대화, 또는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꼭 들어맞는다. 그나마 성녀는 기도에 대해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제게 있어서 기도는 하나의 열정, 하늘을 한 번 우러러보는 것, 기쁨을 맛보면서나 시련을 당하면서나, 감사와 사랑을 부르짖는 것입니다.

위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성녀는 미리 준비한 그 무엇을 가지고 기도하기보다는 제약 없는 대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화쪽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성녀의 이러한 기도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기도로 나타난다. 주님께서 자기 자신을 한 개인으로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고, 영혼 속 깊은 곳에 숨어 계시는 예수님과 이야기하며 그 영에게 자신을 열어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신뢰에 찬 자연스럽고 단순한 예수님과의 대화였다. 기도에 대한 단순함을 미리 하듯 성녀는 위의 기도에 대한 정의를 말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제가 외우기에 ‘아주 부당한 성무일도’ 외에는 훌륭한 기도문을 책에서 찾을 용기는 제게 없습니다.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니까요...!

그리고 기도문 모두가 저마다 ‘제일 좋아’ 보입니다 ··· 그러니까 모두 다 외울 수도 없고,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도 모르고 해서, 저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아이들처럼, 아름다운 말을 쓰지 않고 그저 제가 하느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만 드립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든지 제 말을 알아들으십니다.

성녀의 기도는 물의 흐름과 같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기쁨이 있을 때 성녀는 하느님께 마음을 올렸다. 먼저 하느님께, 하느님께만 자신의 소망을 밝히고, 사람보다는 하느님과 대화하며, 정신이 괴로움으로 짓눌릴 때도 하느님께로 향했다. 육체의 고통으로 시달리는 밤마다 하느님과 함께 밤을 새우고, 수련자들과 대화할 때에도 영감을 얻으려 하느님께 갔다. 그리고 신앙을 거스르려는 저 큰 시련의 때에도 하느님을 의심하는 자신의 고뇌를 하느님께만 털어놓았다. 성녀에게는 기도가 존재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동작이며, 생활을 용솟음치게 하는 열기요, 영적 호흡이었다. 성녀에게서 기도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고 그분의 자녀가 되어 그분 현존 안에 늘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또한 예수님을 벗으로 여기고 드리는 기도였다. 한편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손수 기도하시도록 청하는 것이었다.

엄격히 말하면 성녀는 기도를 함에 있어서 자신만이 쓰고 있는 어떤 방법이 없다. 자서전이나, 편지, 시들을 보아도 기도의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고정된 기도의 방법이 없다는 것은 성녀의 영성을 특징짓는 중요한 것이 된다. 성녀의 기도의 길은 단순하고 자연스럽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유스럽다

마음의 기도에 있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성녀에게 기도는 연습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성녀는 자신의 기도가 묵상을 하고 있느냐 마음의 기도를 하고 있느냐에 대한 염두를 두지 않았다. 성녀는 오직 사랑하는 분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 기도했다. 이러한 성녀의 기도로부터 우리는 ‘기도는 궁극적으로 단순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기도를 하고 있는 우리의 행위에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우리를 사랑으로 초대하시는 주님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 성녀의 생애 안에서 기도

2.1. 수녀원 입회전

세 살 때부터 하느님께 아무 것도 거절한 일이 없는 데레사에게 하느님과의 단순한 일치는 바로 성녀의 깊은 생활이었다. 주님이신 하느님께서는 성녀가 가장 깊이 사랑하는 분이셨고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향하였으며 말없이 하느님과 말하고 있었다. 성녀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밀도 높고 진한 기도에 젖어 있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성녀가 다섯 살 때, 성녀는 자주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낚시 여행에 갔다. 때때로 성녀는 아버지를 따라하려 했으나 따로 떨어져 앉아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그때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성녀의 가장 자연스러운 묵상에 대해서 주목할 수 있다.

그보다도 꽃 핀 풀밭위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깊은 생각에 잠겨, 묵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제 영혼은 참된 기도에 잠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바람의 속삭임이나 어렴풋이 들려오는 군악 소리가 모르는 새에 제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세상이 귀양지같이 생각되고 하늘나라를 꿈꾸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이 말을 두고 기도가 뭔지 알지 못한 채 해왔던 성녀가 참된 기도에 대해 내린 정의라고 해석해왔다. 그러나 성녀가 생각해낸 감각의 자료들은 성녀의 깊은 생각들이 아니다. 즉,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듣는 것으로 성녀의 깊은 생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성녀가 말한 “참된 기도”의 의미가 뭔지 알고자 한다면, “이 세상은 귀양지 같이 보였다”는 삽입구를 살펴야 한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들에 의해 성녀의 주의가 평온해진 사이에, 성녀는 고독에 열중했고, 성녀의 깊은 생각은 성녀가 참된 기도를 하도록 해주었다. 왜냐면 그것들은 하늘을 향한 영감을 주었고, 지상적인 것들에 대한 참된 가치에 대한 판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의 상태는 묵상이라 할 만하다. 왜냐면 그것은 추리라기보다는 수동적인 인상이나 직관의 연속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성녀는 묵상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기도를 했다.

하루는 풀밭 가까운 데서 천둥 번개가 쳤으나 조금도 무섭지 않고 도리어 좋으신 하느님이 바로 곁에 계신 것같이 느껴져 좋아한다. 이런 것은 참으로 관상이라 할 만한 기도이다.

또한 1878년 아버지와 함께 바다를 처음 보러 갔을 때에도, 바다의 웅장함과 파도의 큰 소리는 성녀가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관상하도록 이끌어주었다.

소화데레사는 여뎗살 반일 적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 당시 성녀는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잠재의식의 깊이와 숨어계신 하느님의 현존이 불러일으킨 침묵과 고독에 대한 갈망을 다음과 같은 장난으로 이끌어 낸다. “마리아와 데레사는 초라한 움집과 조그만 밀밭과 몇 포기 야채 가꿀 것밖에는 없는 은수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생활은 끊임없는 명상생활이었습니다. 즉 하나가 일해야 될 때는 다른 사람이 대신 기도를 바치던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합심한 가운데 침묵 속에 꼭 수도자 모양으로 이루어져서 아주 완전했습니다.” 이런 침묵과 고독이 밑바탕이 되어 있었기에 성녀는 기숙학교의 동무들 사이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1884년 견진성사를 받은 후 다시 기숙학교로 돌아온 성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쉬는 시간에는 흔히 나무에 기대어 진지한 생각에 잠긴 채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이러한 침묵에 대한 갈망과 일종의 외적 부적응은 하느님이 성녀를 소유하고 계시다는 것과 그들의 내적 생활이 이미 매우 깊고 강하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는 표가 된다.

하느님 사랑에 온통 차 있던 성녀의 마음에는 아주 일찍부터 기도하고 싶은 원의가 싹트고 있었다. 성녀는 아홉 살 때부터 묵상하는 법에 대해 알고자 하였고, 그 이후에도 성녀의 묵상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으나, 가르쳐 주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성녀는 이미 참된 묵상을 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루는 수녀원 학교의 선생 수녀님 한 분이, 쉬는 날 혼자 있을 때에 무엇을 하느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침대 뒤에 휘장으로 쉽게 가릴 수 있는 빈자리가 있는데, 거기에 가서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무얼 생각하지?“ 하고 물었습니다. ”하느님도 생각하고,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영원이라는 것도 생각하고 어떻든 생각해요!... 제가 알지도 못하면서 묵상을 하는 것이고, 이미 하느님께서는 은밀히 저를 가르치고 계셨음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참을성 있게 자신의 탐구를 계속하던 이 어린 소녀에게 그 당시 기숙학교의 앙리에트 수녀는 성녀의 기도생활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녀의 나이는 12살이 조금 못 되었으며, 이때부터 품고 있던 기도에 대한 단순한 생각을 일생동안 지켜 나가다.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작은 새를 묻고 난 뒤 갑자기 데레사가 나를 보면서 ”수녀님, 수녀님들은 어떻게 묵상하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글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아마도 데레사처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데레사가 저녁때 아침부터 떨어져 있던 아빠에게 가을 때처럼 말이에요..... 데레사는 아빠 목에 매달려 좋은 점수의 성적을 보여 드리고 기뻤던 일, 어려웠던 일 등을 모두 이야기해 드리지요? 나도 하느님께 똑같이 해요. 하느님은 아버지잖아요. 하느님 바로 곁에 있다고 생각하며 데레사처럼 작은 자가 되어 흠숭하고 이야기하지요. 나는 마음으로 묵상하거든요. 그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데레사는 잠자코 나를 바라보다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좋아하며 떠나갔습니다.

묵상방법을 배우게 된 앙리에트 수녀와의 저 결정적 주고받음에 대해서 데레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한 일이지만, 이 밖의 다른 방법에 대하여 특기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어쨌든 가르멜 입회후 성녀는 기도에 대하여 확실하게 설명한 사모 데레사 성녀의 저서들 가운데서도 가장 접근하기 쉬운 『완덕의 길』을 읽었을 것이며, 이것은 앙리에트 수녀가 가르쳐 준 것과도 아무런 모순이 없음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성녀의 벗이었다. 기숙사에서 아버지가 데리러 올 때까지 성당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성녀는 친구인 예수님과 친교를 나눴다. 이런 오랜 동안의 예수님과의 친밀한 관계는 첫 영성체를 할 때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성녀는 첫 영성체후 이렇게 말을 한다. “벌써 오래전부터 예수님과 어린 데레사는 서로 바로보고 서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바라다만 보는 것이 아니고 융합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둘이 아니었으니, 데레사는 물방울이 큰 바닷물 속에 사라지는 것같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수 혼자만이 남아 계셨으니, 그분은 스승이요 임금이었습니다.” 사실 성녀는 첫영성체 때부터 신비적 상태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데레사는 몇 번 인가 깊은 잠심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기도는 소박하게 덮여 있어서 이상한 현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신비스런 현상은 그녀의 생애에서 진정 예외의 것이었습니다. 단순, 소박, 이것이 그녀의 방법이었습니다.”

1886년 성탄절의 회개 후 성녀는 셀리나와 더 깊이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당시 저녁마다 망루에 올라가 셀리나와 함께 나누었던 영적 담화를 살펴보면 성녀의 기도에 대해 알 수 있다. “참말 우리는 걸음도 가볍게 예수님의 자취를 따랐습니다. 예수께서 우리 영혼에 듬뿍 뿌리신 사랑의 타는 불꽃과, 우리에게 주시는 달고도 독한 술은 잠시 지나가는 물건들을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였고, 우리 입술에는 하느님께서 불어넣으신 사랑이 가득한 입김이 풍기었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는지는 모르나, 그때 우리 영혼의 넘치는 정은 모니카 성녀께서 그의 아들을 데리고 오스티아 항구에 가셨을 때, 하느님의 기묘한 창조물을 보고 황홀경에 잠겨 있던 그 성녀의 영혼의 넘치는 정과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큰 성인들이 받으신 만큼의 큰 은혜를 받은 것 같습니다.”

한편, 성녀의 기도에 영향을 주었던 것들이 있다. 먼저, 성녀는 상본에 의해서도 감동을 받았다.그리고 어린시절부터 토마스 캠피스의 『준주성범』에 매력을 느꼈으며, 이 책은 성녀가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하게 여겼다. 또한 가르멜 수녀원에서 아버지에게 빌려준 아르맹종 신부의 『현세 삶의 마지막과 내세 삶의 신비들』이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성녀의 이런 기도들이 단지 기쁨만 있고 깊이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왜냐면 성녀의 어린 시절동안의 영적인 삶이 기본적으로 깊이가 있다는 것은 성녀의 메마름과 어둠이 있었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887년 성녀가 외숙부인 이시도르 게렝씨로부터 가르멜 입회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하게 된다. 이때를 회상하며 성녀는 이렇게 적고 있다. “저는 가슴이 에이는 듯한 슬픔을 안고 물러나왔습니다. 제게 위로를 주는 것이란 오직 기도였습니다.”

수녀원 입회전의 성녀의 기도는 단순했고, 자연스러웠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기도 안에서 성녀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체험했다. 이러한 성녀의 기도는 관상적이기까지 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성녀의 초기에 나타난다. 확실히 성녀는 그 당시 꿈 많고, 고독을 좋아했으며, 단지 몇몇의 친구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스럽게 성녀가 홀로 있음을 좋아하게 했으며 순수한 종교적 성찰과 기도에로 열려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2.2. 수녀원 입회 후

수녀원 입회 후에 성녀는 자신이 직접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즐거워 보였던” 가르멜의 고유한 생활을 틀림없이 발견하였다. 자신의 내면 세계와 봉쇄 생활 사이의 조화를 발견하고는 그 가난함에 행복해 했으며, 이 삶에 대한 절대적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입회 전 처음으로 묵상을 시작한 시기에 새로 만난 하느님과의 대화가 간단하며 감격적이었다면, 가르멜에 입회한 다음부터는 규칙적으로 긴 묵상 시간을 갖게 되면서 건조함과 공허함 등을 느꼈다. 수녀원 입회 후 성녀의 기도생활에 대해 잘 설명한 글이 성녀의 언니가 쓴 『권고와 추억』에 나타나있다. “그녀의 전 생애는 헐벗은 신앙 속에 흘러갔습니다. 기도 중에 그녀보다 위로를 받지 못한 영혼은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7년동안 가장 메마른 묵상 중에 지냈다고 나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므로 연중 피정이나 매달 피정이 그녀에게는 하나의 고통이었습니다..... 이런 건조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메마름으로 인해 좋으신 하느님께 더 많이 드릴 수 있는 것을 기뻐하며 그녀는 묵상에 더욱 열심할 뿐이었습니다.”

2.2.1. 성녀의 메마름 체험과 기도

성녀가 수녀원에 들어오자마자 위로는 사라지고 메마름이 시작되었다. 수도서원을 앞두고 피정을 할 때 (1890년 8월 29일)에도 감각적 위로는 없었다. 성녀는 “이 피정 동안에 저는 위로를 받기는 고사하고, 더할 수 없는 무감각, 거의 버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맛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여전히 제 작은 배 안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아마 저의 영원한 큰 피정이 있기까지는 깨지 않으실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또한 기도난 ‘영성체 후 기도’를 하는 동안에 졸았다고 고백한다. 특히 영성체후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동안, 감사 기도를 드리는 그 시간에 성녀는 어느 때보다도 더 심한 메마름을 체험한다. 그리하여 끝날 시간쯤 되면 성녀는 천사들을 불러 자신의 메마른 감사를 “보상해 달라”고 요청한다.혼자서 묵주기도를 할 때, 로사리오의 신비를 아무리 묵상해도 그 정신을 고정시킬 수가 없으며, 성모님을 그렇게 사랑하는 데도 왜 그렇게 기도를 잘 드릴 수 없을까 자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녀는 이렇게 메마름 상태에서도 기도를 놓지 않았다.

성녀는 다음과 같이 메마름 중에서 드리는 자신의 기도방법을 설명해 준다. “정신이 심한 무감각 상태에 있어서 하느님께 결합할 수 있는 생각을 하나도 끌어내지 못하게 될 적에는 ‘아주 천천히’ 주의 기도를 외우고 다음에 성모송을 외웁니다. 그러면 이 기도문들은 저를 기쁘게 하고, 빨리 백번을 외운 것보다도 훨씬 더 제 마음을 풍족하게 합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악마가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악마가 나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기도할 수가 없습니다. 오직 저 성모상을 바라보면서 ‘예수님’할 뿐입니다.“ 이 맛없는 기돈은 소박하고 단순한 기도이며 가난한 자의 기도이고 순수한 기도이다. 더구나 이것은 대다니 큰 선익을 낳는 은총이다. 성녀 자신도 이러한 기도들이 자신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었고 영혼을 양육시켰다고 한다.

성녀는 메마름 가운데서도 확실한 관점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그때그때 채워주신다는 것이었다. 성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제 허원식 피정은 그 다음 피정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메마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의합하고 가장 높은 덕을 닦는 방법을,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때 하느님께서 명백히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먹을 것’을 미리 장만해 주시기를 원치 않으시고, 시시각각으로 아주 새로운 음식을 먹여 주신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건만, 그 음식이 제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는 다만 제 작은 마음속에 계신 예수께서 친히, 제 안에서 행하시는 은혜를 주시고, 그 시간에 제게 시키고 싶으신 것을 모두 생각나게 해주시는 걸로 믿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은혜에 대해 성녀는 ‘주부적인 지식’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은 어떤 ‘신적인 통교’라고 여겨진다.

메마름에 대한 성녀의 가르침의 핵심이자, 기도에 대한 성녀의 전체 시각은 셀리나에게 1889년 7월에 보낸 편지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 씁쓸하고 고뇌에 찬 이 세상에 머물며 계속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하지만 훗날... 우리는 한 시간 안에 항구에 다다르게 될 테니 얼마나 기뻐! 아! 영원 내내 마주보며 예수님을 묵상하게 될 테니 얼마나 좋아! 그런데 예수님께서 우리의 영혼을 모든 피조물에서 이처럼 떠나게 하시기 위해 무슨 일을 하셨을까? 아! 그분은 우리를 힘껏 한 대 치셨어. 하지만 그건 사랑의 매였지... 하느님은 감탄할 만한 분이시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분이셔요. 그러니 우리 그분을 사랑하자...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것이면 무엇이든 그분을 위해 고통당할 만큼 그분을 사랑하자. 영혼의 슬픔이라도, 무기건조함, 괴로움, 표면상의 냉랭함까지도. 아!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랑의 감미로움을 느끼지 못하면서 그분을 사랑하는 것을 참으로 큰 사랑이야!

성녀가 이 글을 쓸 때는 열여섯 살이었는데, 이 편지는 놀라울 정도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왜냐면 아버지가 이미 요양원에 들어가 있어서 성녀와 그의 가족들은 이미 깊은 상심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성녀는 이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이 고통 넘어 자기 가족들을 순수하게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사랑을 본다.

결국, 성녀는 메마름의 기도 안에서도 자신에게 집중하기보다 하느님께 사랑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우선시 했던 것이다. 자신의 의지보다 하느님의 의지를 으뜸으로 여겼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예수님의 ‘작은 공’ 또는 ‘장난감’ 이라 했다. 장난감인 자신을 예수님께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도록 내어드린다는 이 표현을 통해 성녀는 하느님께 대한 자신의 온전한 포기와 함께 하느님께서 이 봉헌을 받아들이셨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성녀의 생활과 기도와 가르침에서 사랑이 첫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묵상 기도에 대한 많은 빛을 주고 그 실천을 도와 준다. 기도에 전념하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우선 기도는 사랑하는 것이라는 근본원리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매일 일어나 모든 사건을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기도 안에서 마음의 흩어짐, 피로, 무력감, 유혹, 심지어 기도를 집어치워버리고 싶은 유혹도 사랑과 접촉하면서 사랑에 바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사랑의 완전한 영향아래 하느님께 맡기는 것이다. 묵상은 무엇보다 사랑하는 것이며,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따라서 묵상은 지성이 아니고 마음으로 해야 하며, 초자연적인 사랑으로 하느님께 쏠리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3. 끊임없는 대화

“단순한 사람에게 복잡한 방법은 맞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듯이, 성녀에게 있어서 기도는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호흡과 같은 것이었다. 성녀의 언니 셀리나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데레사 수녀의 하느님과의 일치는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하느님께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도 그러했습니다. 간혹 하느님의 현존을 잊고 지내는 때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아주 단순하게 대답했습니다. ”오! 아닙니다. 3분 동안이라도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고 지낸 때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내가 놀라는 표정을 하자 그녀는 “누구든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생각하지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끊임없이 기도할 수 있었을까? 늘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녀의 기도는 불가능하게 보이기만 한다. 이에 대해 성녀는 자신의 비결을 얘기해주고 있다. 사실 성녀는 제의방, 빨래방, 수부, 식당 등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의무에 온통 정신을 쏟아야 할 때에도 어떤 일로도 흔들리지 않고 조금도 흩어지지 않았다. 즉, 성녀에게 기도는 하나의 수업과정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도 결코 하느님의 현존을 보존하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너무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 일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역시 하느님의 현존을 보존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성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으로 일합니다. 즉 ‘열성’을 가지고 일합니다.” 비록 일 때문에 묵상에 참석 못하더라도 속으로라도 묵상을 해야 한다고 성녀는 생각했다. 왜냐면 묵상시간은 바로 하느님의 시긴이기 때문이었다.d 결국, 성녀가 끊임없이 기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에서 오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성녀의 수련자였던 삼위일체의 마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공동체 생활의 일상적인 모든 작은 일들을 충실하게 행합으로써 그 안에 계신 좋으신 하느님을 사랑했고 고통 속에서든 기쁨 속에서든 언제나 영혼의 평화를 간직했어요. 모든 것을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죠.”

이러한 내적 평화와 더불어 성녀는 전통적인 방법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은 성서를 통한 방법이었다. 성녀는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성서를 열심히 읽었으며, 성서에 대한 큰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성녀의 언니 즈느비에브 수녀는 수녀원에 입회하기 전에 구약서어의 몇 군데를 발췌하여 베껴둔 노트를 수녀원에 입회하자 동생인 성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성녀는 거기에서 묵상과 독서의 양식을 길러냈는데, ‘작은 길(잠언 9,4)도 이 노트에서 발견하였다. 성녀는 수시로 성서를 펴 들고 몇 구절씩 읽곤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자신의 영혼 안에 새길 수 있었다. 성녀는 사랑을 찾기 위해서만 성서를 봉독하였기 때문에, 성서 구절마다 배어있는 복음의 정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충동에 자신을 맡김으로써 예수님 안에서 뵈옵는 하느님을 어떻게 사랑한 것인가를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성서를 통해 성녀의 마음은 하느님을 사랑하겠다는 열망이 가득 찼으며, 이 열망은 하루 일과 중의 모든 행동에 능동적이며 효과적인 역할을 다하였다.

일상적으로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 기도는 별개의 행동이 아니다. 이것은 지성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며,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중단 없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한 지속적인 행동은 가능하다. 성녀에게 집중과 기도, 이 양자는 하느님의 사랑을 획득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이것이 그녀가 기도 중에 하느님과의 순수한 만남을 설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기도는 성녀의 생명이었다. 만사에 있어서 하느님을 즐겁게 해드리겠다는 성녀의 열망과 성녀의 기도는 동일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즉, 사랑이었다.

4. 관상기도로 이끔

관상기도란 바로 사랑으로 가득 차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스럽고 관심어린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다. 마리아는 어린이처럼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사랑으로 가득 찬 눈으로 단순히 그분을 바라보기만 했다. 관상기도는 바로 그런 것이다.

성녀는 여섯 살 때 바다를 처음 본 후에 예수님의 눈에서 자신의 영혼을 멀리하지 않을 결심을 한다. 예수님의 시선아래 산다는 것 이것은 곧 예수님을 바라보며 산다는 것이다. 날개가 아주 엉성한 작은 새가 사랑의 태양을 향해서 날아가고 싶지만 불가능할 때, 자기의 무능력을 한탄하는 대신에 자기 신적 태양을 눈 여겨 바라보는 것처럼, 성녀는 자기의 시간을 다하여 삼위일체이신 사랑의 태양에 마음을 정하여 똑바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특별히 그 중심을 차지하는 예수님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성녀에게 기도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리아처럼 예수님의 시선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었다. 성녀는 오직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해서 하느님 앞에 머물러 있었다. 이렇게 하느님 앞에 있는 것은 관상적 머무름이다. 관상이란 무엇보다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이고 그분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상은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 그분의 얼굴을 응시하고 그분 자신을 응시하는 것이다. 성녀는 하느님의 생각과 방식을 알고 그분의 취향을 알아내어 거기에 맞추기 위하여 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성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의 얼굴은 나의 빛이요 나의 숭배입니다.”

수녀원 입회 전 하느님을 향한 성녀의 눈길을 초기에는 대단한 열성과 기쁨으로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수녀원 입회 후 메마름은 시작되었다.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메마름은 성녀를 그처럼 위대한 관상가로 만들어 주었다. 왜냐하면 성녀의 기도가 순수한 신앙만으로 지탱되었기 때문이다. 관상이란 진리, 곧 하느님게 대한 단순한 눈길이다.

단순하다는 것은 장식이나 부수적인 것 등을 절대로 섞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렇게 볼 때 성녀의 관상은 아주 단순하다 어떠한 장식도 꾸밈도 없다. 오로지 눈길만이, 아무런 맛도 광채도 없는 눈길만이 있을 뿐인데, 이것은 곧 진리에 대한 단순한 눈길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완전한 관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한다. 광선이 한쪽 창문에서 다른 쪽 창문으로 나갈 때 그 사이에 공기가 먼지에 싸여 있다면 빛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공기가 아주 맑으면 빛은 보이지 않으나 창문을 통과하고 있다. 이렇듯 관상이 순수하고 단순할수록 그 관상은 더욱 탁월한 것이라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말한다.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노는 작품들 안에서 영혼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 여정은 세속을 떠나 자기 자신의 내부로 향하는 여정이며, 정화를 통해 덕을 쌓아가고 그래서 결국 하느님께 대한 신적 관조에 이르는 여정이다. 요한 가시아노는 영혼의 여정을 복자바함에서 단순함으로 가는 여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때로 소용돌이 속에서부터 고요함으로 가는 여정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 여정의 초기단계에서 인간의 마음은 여러 생각들, 혹은 악마가 불어넣어 주는 생각들의 폭풍으로 갈피를 못 잡는다. 그러나 마음이 고요해지면 기도 안에서 끊임없이 하느님께 집중할 수 있다. 이처럼 관상이란 오랜 동안 묵상을 실천하는 단계를 거친 영혼이, 신비적으로 메마름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도달하는 경지를 뜻한다는 측면에서, 성녀의 기도는 관상적이라 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직접 성녀를 ‘관상가’라고 하시며, 성녀는 가르멜 이라는 비밀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의 길이와 넓이와 높이의 깊이를 깨달음으로서 관상생활의 아름다움을 신학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말씀하신다. 그것은 그리스도께 온전히 축성함, 교회의 신랑, 모든 것 위에 하느님의 수위성의 긍정 등이다.

5. 교회적인 기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녀는 교회를 알게 하고 사랑하게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성녀는 어린시절부터 기도와 전례적 예식에 참여하도록 교회에 의해서 양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첫 고백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첫 영성체와 견진성사를 받을 준비를 하면서 성녀는 신앙의 진리를 위한 예외적인 사랑의 증거를 했다. 또한 성녀는 교리서를 거의 한 마디 한 마디 다 배웠으며, 그 생애 말기에 성녀는 마친 신앙선서에 아무런 보류 없이 매달린다는 표현으로서 자신의 피를 가지고 사도신경을 썼다. 성녀는 이렇게 말한다. “오, 저의 예수님!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어머니이신 교회를 사랑합니다. 깨끗한 사랑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행동이 다른 사업을 모두 한데 모은 것보다도 교회에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짧은 몇 줄속에 하느님과의 친밀, 교회 의식, 무사 무욕한 사랑의 사도적 역할이 충분히 표현되어 있다.

성녀의 삶 전체가 그러했듯이 성녀의 모든 기도는 사도적이었다. 성녀는 똑바로 예수님께 갔지만 그것은 모든 형제들을 위한 것이었다. 자신을 아예 도외시한 이 기도는 영혼들을 구하기 위한 하느님의 사업이 되었다. 성녀의 타인들에 대한 사랑은 곧 그들이 주님을 사랑하게 하려는 열성과 일치한다. 그들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주님을 사랑하는 그들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며, 참된 형제애는 이웃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성녀의 ‘첫아이’ 프란지니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로마여행을 하고 난 뒤부터 사제들을 위해 기도했던 열성은 유명하다. 이 열성은 성녀가 가르멜에 입회하게 된 특별한 동기들 중의 하나이다. 한 예로 성녀는 가르멜회 신부 이아생트 루아종을 위해 말년에까지 기도하였다. 그는 괴로운 사정 때문에 수도생활을 그만두었다. 성녀는 1897년 8월 19일 마지막으로 받아 모신 성체를 그를 위해 바쳤다. 이렇듯 프란지니로부터 시작된 죄인들과 불신자들, 사제들에 불성실하거나 미지근한 사제들, 그리고 선교사들에 대한 걱정은 그녀의 용기를 고무하였고, 또한 고통을 갈망하게 까지 하였다. 성녀는 아주 자주 이 중심 사상을 다루어 셀리나 언니와 수련자들의 열성을 분발시킨다.

영혼들의 구원과 보편적인 지복에 대한 열성은 성녀의 다음 두 편의 글에서 잘 나타난다. 첫 번째 글은 성심의 마리아 수녀에게 쓴 자서전 원고 B 중에서 선교에 대한 열렬한 갈망을 표현한 대목이다 그리고 두 번째 글은 공자가의 마리아원장 수녀에게 쓴 자서전 원고 C중에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성녀가 신앙의 시련을 겪을 때 쓰여 진 것이다.이 글에서 보듯이, 성녀는 ‘죄인들의 식탁에서 빵을 먹는 것이’ 행복하였고, 죽을 때까지 이 시련을 홀로 견디어 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영혼들을 위해 받는 고통이 성녀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통을 받고자 하는 성녀의 열망은 열한 살 때인 두 번째 영성체 후부터이다. 영성체 전날 저녁 대모인 마리아 언니가 성녀에게서 인자하신 하느님께서 괴로움에 걸리게 하지 않으실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영성체 한 다음날 성녀는 괴로움을 받고자 하는 간절한 원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많은 십자가를 지우실 거라는 확신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때까지는 괴로움을 ‘사랑하지’ 못하고 괴로워했었는데, 그날부터는 정말 괴로움에 대해서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고통을 받고자 하는 이 큰 소망은 멸시되고 무시되고 싶은 의지로 변한다. 그러나 성녀느 고통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성녀는 고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냥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할 방법으로써 단순히 생각했던 것이다. 성녀는 자신의 성소가 죄인들의 구원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고통만이 죄를 속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고통을 받는데 동의하며 점점 더 고통을 받을 것까지도 동의한다. 그래서 속죄의 소명은 고통의 소명이 된다. 성녀는 예수께서 십자가를 통해서 영혼들을 자신에게 주시려고 하신다는 것을 알아들은 것이다. 성녀는 영혼에 대한 사랑에 불타 예수님을 모방하려고 영혼들을 위한 속죄의 고통을 당하려고 한다. 이것을 외적으로 표시하려고 성녀는 자신의 수도명을 보충하게 된다. 그래서 아기 예수와 성면의 데레사가 된다. 즉, 성녀는 예수님을 따라서 속죄 의미로 고통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성녀의 초점은 인간들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맞춰져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영혼들을 구한다는 것은 인간들의 죄와 망은으로 낙심하신 하느님게 대한 대접을 당신께 대한 그녀의 사랑으로 보상해 드리기 위해서이다. 한마디로 하느님의 사랑이 무시되고 이해받지 못해서는 안된다. 하느님의 사랑이 이렇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비감히 느껴 성녀는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에 자기를 바치는 ‘봉헌문’을 쓰게 된 것이다. 성녀는 예수님의 피가 무익하게 흐르는 것, 이를테면 예수께서 쓸데없이 고통을 당하시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성녀는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갈망, 자신의 사랑으로 ‘인간들의 망은과 며리를 보상해 드리려는’ 갈망을 끊임없이 갖고 있었다. 수난을 당하시는 그리스도의 고통 앞에서 성녀의 측은한 마음은 예수님을 닮으려는 욕구로 나타났다. 예수님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견딜 수 없는 나머지, 예수님을 ‘위로해 드리려는’ 성녀는 사랑하는 그분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당연히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고통의 또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나누는 의미에서의 고통인 것이다.

죄인들의 영혼, 성녀와 똑같이 봉헌된 수련자들의 영혼, 사제들의 영혼, 그리고 그녀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작은 영혼들과, 주께서 성녀의 영혼에 결합되기를 바라신 모든 사람들이 성녀의 기도아 하늘스럽게 된 성녀의 사랑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사랑의 불이 제 마음을 사르면 사를수록 더 ‘저를 끌어당기라’고 말할 것이고, 제게 가까이 하는 영혼들도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사랑하는 이의 향기를 따라 빨리 달리리라’고 느낍니다. 사랑의 불이 붙은 영혼은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요.” 성녀는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와 교회와 그리고 전 세계의 것이 되었다. 이것이 기도에 대한 성녀의 성실성이며, 기도하는 소명의 절정이공 결실이다.

끊임없는 기도생활은 세상을 구속하는 십자가에 자신을 주는 것으로서 최고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성녀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나 위로나 보통 이상의 은총을 원하지 말기를, 더구나 사랑까지도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원치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냐하면 “사랑은 모든 성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사랑은 모든 것이고 사랑은 모든 시대와 장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인격을 투신하는 기도의 성소, 그것은 사랑이다. 고통 중에 사랑 자체를 증명하고, 사랑 그 자체를 완성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세상을 구속하는 최고의, 최강의 힘을 지닌 고통은 먼저 기도생활에 있고 그 안에서 길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