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둥이 철학
지금까지 방영된 옥탑방 고양이 전편들에 비해서
속도감이 많이 둔화되고,
참신성이라는 면에서는 가장 뒤떨어지는 6회였지만,
바람둥이에게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를
아기자기하게 보여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회인거 같습니다.
혜련과 정은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민을 보고 있자니
하염없는 웃음과 함께
바람둥이가 지켜야 할 철칙(?)이란 것이 이런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둥이 철칙 제 1조. 양다리는 끝까지 고수한다.
문화사업(?)에 종사하는 정은의 문화적 소양을 함양시켜주기 위해
경민이 영화 티켓 두장을 준비해 정은과 영화를 보기로 한날,
<혜련인 왜 꼭 나여야 하지?>하는 동준의 어리석은 질문에
몹시 마음이 상한 혜련이 경민에게 전화걸어 저녁에 만나자고 했을때,
그말에도 예스,
저녁에 영화관앞에서 보자는 정은의 말에도 예스,
그러면서 <난 왜 이렇게 거절을 못하지?>
한심한 듯 스스로에게 말하는 경민,
몸뚱이는 하나인데, 자기복제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위급상황을 해결할 묘책을 찾습니다.
배아프다, 갑자기 스터디가 생겼다,
오늘만 날이냐 다음에 보자...
온갖 핑계와 구실을 궁리하다가,
결국 생각해 낸 것이 정은을 찾아가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떨어보는 것이었죠.
경민의 머리꼭대기에 앉아있는 정은이
<오늘 약속 못지켜?>라는 말을 먼저 꺼내기까지
한쪽 다리 달달달~~ 떨고 있는 경민이 기껏 생각해 낸 핑계라는 것이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겁니다.
금방 들통나게 되어버릴 거짓말이지만,
어느 한쪽에게 상처를 주면 안된다는 바람둥이 철칙 제 1조를
경민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나 할까요?
바람둥이 철칙 제 2조. 매순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
정은과의 약속을 못지키는 것이 내심 미안했기에,
경민은 정은에게 그 순간만은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패스트 푸드점을 나서는 정은을 쫄래쫄래 뒤뚱뒤뚱 따라나와,
<잘가~~> 하고 손흔들며 개그맨 뺨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경민은
이제 혜련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못먹는 떡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던져주는 심정으로
혜련 모친께서 동준을 위해 산 셔츠를 경민에게 던져주는 혜련,
그런 속마음도 모르고 경민은 진심으로 감격합니다.
하지만 자기를 위한 선물인줄 알았던 셔츠안에서
혜련이 동준에게 쓴 카드를 발견하고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겠죠.
(갑자기 사슴같은 슬픈 눈망울이 되어버린 경민의 표정 보셨나요??)
그 쓰라린 배신감을 어렵사리 감춘채,
경민은 처음으로 혜련의 저녁먹자는 청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정은에게로 되돌아 옵니다.
바람둥이 철칙 제 3조. 폼생폼사, 스타일 구기는 일은 금물.
관대함과 너그러움으로 무장한다.
<정은이한테 전화해야지, 너 지금 어딨어?>
마치 랩을 하듯, 콧노래를 하듯 중얼거리며
춘천역으로 정은을 찾아온 경민이
정은과 함께 청량리 역에 내렸을때,
그리고 정은의 집까지 돌아오면서
<김치냄새 나잖아.. 쪽팔리게...> 하면서
무거운 김치통을 여자인 정은으로 하여금 들고오게 하는건
폼에 살고 폼에 사는 왕자님 체면에
김치통같이 냄새나는 물건을 들수가 없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 품위있는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정말 할일도 없는 광고회사 기획이사인 유동준이
저녁먹을 사람 찾으러 정은의 집까지 와서 기다리는 걸 보고,
속은 뒤집어지지만,
자기는 정은의 사촌오빠라고 소개해야하고,
오빠처럼 너그럽게 자기는 저녁 먹었으니,
<잘 갔다와아~>하고 관대함을 가장해야 하는 건 당연한 법입니다.
(신난다 하고 사라지는 동준과 정은을 보고
그런다고 진짜 가냐? 하는게
비록 솔직한 속마음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바람둥이의 마지막 철칙이 있으니...
철칙 제 4조. 그녀의 바람끼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아무리 너그러움을 가장해도,
이거야말로 결국 모든 남자들의 무의식적 심뽀입니다.
(이 문제에 들어가면 바람둥이냐, 바람둥이가 아니냐 하는 건
정말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말죠.^^;;)
그렇기에 나하고 관계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희희낙낙하는건(?)
두눈뜨고는 봐줄수가 없는 겁니다.
시원한 칼국수에 쏘주까지 한잔 걸치고 동준과 데이트하는 정은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경민,
세탁기 위에 고이 올려두었던 분홍색 리본을
쓰레기통에 쳐박았다가, 다시 집어들었다가,
잠을 청해 보았다가...
이젠 입장이 완전 뒤바뀌어버린 경민,
정은이 들어오자 잠든척 하다가,
짐짓, <왜, 더 놀다오지?> 능청을 떨지만,
맘속으로는 정은이 딴남자와 시간보내는걸 받아들이고 싶지않죠.
(경민이, 아직 멀었습니다.
맘고생 훨씬 더 해야 할걸요?^^;;)
그래서 대사관 파티 간다는 정은에게
거기 가면 외국사람도 많이 올텐데, 영어 못해서 짤리면 어떡하냐고,
은근히 정은이 파티에 못가게도 해보고,
정은이 경민에게서 배운 춤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동준과 멋드러지게 왈츠를 추고 있을때,
<얘는 왜 전화를 안받는거야,
안오면 안온다고 전화를 해야될거 아냐> 하고
괜히 애꿎은 전화기에다 신경질만 부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기에
혜련에게서 차이고(?)나서 다시 정은과 약속했던 영화관으로
부리나케 달려와,
예전에 뮤지컬 공연장에서 혜련을 기다렸듯이
정은을 기다릴때,
보란듯이 자신을 남겨두고 멋진 차 타고 사라지는 동준과 정은을 보며
허탈과 분노를 느낄수밖에 없는 것이죠.
(아, 그 바람둥이의 쓸쓸한 최후(?)가 결코 밉지만은 않으니,
정말 이 콩깍지를 어쩌면 좋습니까?)
그래서 금방 정은에게 전화걸어 <야근중이겠네?> 쏘아붙이고,
집에 돌아온 정은에게,
<너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자기는 혜련이가 저녁 먹자는거 거절하고,
정은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오늘만은 너한테 신뢰를 지키려고 했는데,
<자기는 딴놈하고 영화보러 갔드만...>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이죠.
비록 바람둥이이긴 하지만 사내대장부 자존심에 어찌 혜련이가
자기를 찬밥취급했다는 얘기를 또 늘어놓을 수가 있겠습니까?
자기는 할거 다 하고 돌아다니면서도
너하고 난 다르니까,
난 그래도 넌 그러지 말라고,
정은의 사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드는건...
정말로 이 남자가 바람둥이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정은이 말처럼 정은을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그거야말로 앞으로 두고봐야 할 일이겠죠?
2. 결정적 장면
할머니가 고기 사먹으라고 준 돈으로 산 세탁기를 보고
고마운 속마음은 감추고 전기세부터 걱정하는 살림꾼 정은이
눈의 피로도 풀어주고 정신집중도 잘되게 해준다는
수험생 영양제를 살면시 전해줄때,
자는척 하고 있다 그 영양제통을 열어보며,
<야, 이거 샀어...>
숨죽인 목소리로 키득거리며 좋아하는 경민의 표정,
정말 죽음입니다.
게다가...
심심해서 야한 사이트에 가서 본 관람료를
정은의 핸드폰으로 결제한 경민에게 정은이 내린 벌,
부분 삭발 당할때, 그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무슨 보물이라도 되듯이 부여잡고
<내가 이 머리,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 머린데, 으헤~~ 아이~~씨...>
정말 너무 아까워서 환장하겠다는 눈물짓는 표정 연기,
감탄할만하지 않나요?
3. 영원한 피터팬
아버지 기일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고, 시큰둥해하는 경민에게
<너 그러다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후회한다>고,
가서 할아버지에게 해야 할 인사법도 가르치고
사람되는 법을 가르치는 정은...
아버지 기일에 가져가라는 정종,
그리고 제삿밥도 차려받지 못하는
가여운 경민의 어머니를 위해서 마련한 흰 국화 한송이...
(이 국화 한송이 때문에
옥탑방 보면서 처음으로 눈물흘릴뻔 했습니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린애인가 봅니다.
정말 경민은 철들려면 아직 한참 멀었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옹고집 할아버지가
사실은 경민을 몹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조차 이해하려 들지않는
철 안든 영원한 피터팬 이경민,
그의 옆에서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어른스러운 웬디-정은으로 인해
이제 경민은 철이 들게될까요?
4. 6회의 worst
1회에서 딸의 독립을 무참하게 무시해버렸던 정은의 모친,
갓 취업한 딸에게 정우의 싸움 합의비가 필요하다고 손벌린다는 설정,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고, 학벌도 없지만
늘 당당하고, 성실하고 살림잘하고 맘씨착한 정은이라는 캐릭터나,
맘에 안드는 결혼을 하고 일찍 죽었다는 이유로
제사밥도 못챙겨 받는 경민의 어머니에 대한 암시,
남자는 바람둥이여도 여자는 그러면 안된다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비틀기 등으로 보여지는,
드라마 옥탑방의 페미니즘적인 시각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네요.
그리고...
오늘의 worst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대사관 파티 장면을 들겠습니다.
독일어하는 외국인의 질문에 눈치(?)로 때려잡는
뛰어난 정은의 센스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는 해도
드라마 옥탑방이 추구하는 현실생활의 감칠맛과는
완전히 유리된 분위기였습니다.
괘종시계가 자정을 울리면
왕자님 앞에 유리구두 한짝을 떨어뜨리고 사라지는
신데렐라도 아니고, 이거 원... ^^;;
참,
경민이 동준앞에서 사촌오빠라고 거짓말 할때나,
그리고 정은이 대사관 파티 못가게 하려고 영어 어쩌구 하면서
경민이 수작(?)부릴때 사용된 효과음 야옹~~
아주 적절하네요.
7회의 예고편이 없는 걸 보니
촬영일정이 꽤나 빡빡한가 봅니다.
오늘 다빈양 목소리를 들으니 약간 감기기운이 있어보이던데...
래원군,
감기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촬영잘하길 바랍니다.
* 눈사람에서도 잠깐 삽입되었던 곡인데,
오늘 혜련과 경민이 함께 있던 장면에 또다시 등장했네요.
Norah Jones - Don't know why
첫댓글 역쉬 감동입니다..
퇴물님 모니터글이 조금부담스러운건아니신지... 왠지무거운책을앍는느낌입니다 좀포식한것같아요 오늘도 늦은시간까지님의글을 읽고잠을잡니다...다음주까지...
이늦은 밤에 글올리시느라 고생많으셨죠? 바람둥이 철학까지 정리해서 설명해주시고...역시나 퇴물님글은 명료하세요..퇴물님글에 감탄하고 점점 무르익어가는 래원의 연기도 감탄 감탄!!!!
드라마 한편으로 이렇게 조리있게 잘 짜여진 <바람둥이 철학>까지 정리해 내시다니!! (보는 내내 무릎을 치면서 잼있게 봤답니다><) 정말 언젠가는 님께서 쓰신 모니터 글들을 정리해서 책 한권 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0^ 모쪼록 앞으로도 계속 재치있고 조리있는 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역쉬나 대단허십니다 . 글올리는시각까지 오로지 님기다리다 눈이잠겼는데 아침이군요. 님의글을읽고나서 생각나는거 이보다더좋을순없다 라는것과 무심코지나치는 한장면을가지고 여러가지구상하며 탄생하는 님의글은 티브이본것보다 더 리얼하게 각인되어서 자꾸자꾸읽어도 새록새록재미있어요.아 오일을 기다려야 옥탑
과 책작가님글을 볼수있다니..... .저도청춘중님말에동감입니다.
우와!! 정말 멋지세용!! 언제나 감동감동!! 어제 옥탑방고양이 못봤거든요... 이따 점심시간에 볼껀데 정말 엄청 기대되네용!!^^
역시.. 퇴물님 이십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릴께요..^^(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읽고 갑니다..)
어제 드라마 끝나자마자 퇴물님이 뭐라고 모니터를 올리실지 얼마나 기다렸는지....매번 너무 잘 읽고 갑니다... 퇴물님의 지적처럼 어제 대사관 파티씬은 저도 좀 거슬리더군요..
드라마 한편의 모니터가 이정도이면, 정말 대단한 글솜씨세요~ 드라마본후엔 항상 퇴물님의글 다지기한판으로 마무리합니다~!
퇴물님 모니터만봐도 웃음이 절로나오고 다시 생생히 어제의 시간대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어쩜 이렇게 마음에 쏘~옥 들게 잘 풀어놓으시는지. 원더풀하고 액설런트하고 뷰디풀하고 판타지 그 자체입니다. 넘넘넘 잘 봤슴돠. *^^*
퇴물님 분석보면 보통이 아니세요. 좀만 더 세부적인 구성을 하면 작가의 길로 나가셔도 ^^..뭐하시는 분인지 디게 궁금^^ 예술계통에서 재능을 펼치셔도 좋을듯. 부러워요.
역시^-^ 오늘도 미르에 오니 퇴물님의 모니터가 올라와 있네요^^ 정말 대단해요~ 진짜 책내셔도 되겠습니다^^ 한장면한장면가지고 이렇게 맛깔스럽게 글을 쓰시다니+_+ 감사합니다~
오늘 오전에 책상퇴물님의 평을보고자 몇번씩 들어와 보았는데, 이런저런일때문에 이제야 봅니다. 드라마에 빠져 보기 바쁜데 어쩜 이렇게 예리한지....
하고싶은 얘기는 워낙 많은데 본론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모자라다보니 모니터(?)가 쓸데없이 자꾸 늘어지고, 가끔 빗나간 얘기가 끼어들기도하는데, 좋은 말씀들만 해주시네요. 미르님들, 다들 오바쟁이들이시란거, 잘 압니다~ ^^ 그냥 격려(?)로 알아듣겠습니다. 감사드리구요..경민이 기다리면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