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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목싸목 걷는 섬, 여수 낭도
전남 여수시수정일 : 2021.12.09
바다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가 있다.
가슴 한편이 답답하거나 어떤 감정을 버리고 오고 싶을 때
하늘이 지나치게 아름다울 때...
정작 바다를 찾아가면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너른 품에 안아 철썩이는 파도로 마음을 다독여줄 뿐.
그런데도 이상하게 바다 앞에 서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이 별거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한반도 남쪽 끝. 여수와 고흥 사이 낭도
바다에 둘러싸여 함부로 오갈 수 없던 외딴섬에 다리가 놓이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낭도로 들어간다. 섬 둘레를 걸으며 바다와 실컷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걷고 싶어도 바다의 경치에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는 섬. 파도가 지키고 있는 기막힌 작품들을 입장료 없이 마관람할 수 있는 여수 낭도로 떠나보자.
섬이 여우 모양을 닮은 여수 낭도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소속의 낭도. 그 모양이 여우를 닮았다고 하여 이리 낭(狼) 자를 썼다고 한다. 낭도 주변에는 적금도, 둔병도, 조발도, 상화도, 하화도, 사도 등의 섬이 꽤 많은데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지만 현재는 차량으로 몇몇 섬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고흥에서 낭도 방문을 원하는 경우 고흥→팔영대교→적금대교(적금도)를 건너 낭도에 도착할 수 있으며, 여수 쪽에서 들어오는 경우에는 여수→화양대교(조발도)→둔병대교(둔병도)→낭도대교를 타고 도착할 수 있다.
바다 위 장엄한 대교들을 건너 낭도로 들어가는 길.
어느 육지와 다름없이 아스팔트 도로를 통해 들어가지만 차창밖에 펼쳐진 그림은 이곳이 섬들의 터전임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바다 위 뭉게뭉게 피어있는 작은 육지들.
한반도의 보석 다도해를 감상하며 낭도의 풍경을 감히 어림잡아 보기도 했다.
낭도로 들어가는 길
으리으리한 대교를 지나 낭도로 진입하는 순간 훅 섬의 세계가 펼쳐진다. 구불거리고 좁은 골목길. 마주 오는 차와 동시에 지나가기에도 버거운 좁은 도로를 지나 낭도 둘레1길의 출발지 낭도해변에 도착했다.
긴 드라이브로 어지간히 뻐근해진 몸.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는 동시에 반짝이는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아주 작은 해안가. 그럼에도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고운 모래사장과 속이 훤히 보이는 푸른 바다가 멋들어지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 온전한 나의 바다를 찾아온 기분이었다.
아담한 낭만이 가득한 낭도해변
둘레1길은 낭도해변에서 출발해 낭도방파제, 신선대, 남포등대를 지나 산타바해변까지 이어진다. 보통 걸음으로 5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지만 길 곳곳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고 가려면 여유를 두고 걷는 것이 좋다.
오른팔로 바다와 팔짱을 끼고 나지막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낭도 둘레1길. 낭도방파제를 지나 신선대 쪽으로 가는 중에는 유독 파도 소리가 웅장하게 들려온다. 철썩거리는 여느 해변의 소리와 달리 절벽 어느 동굴로 큰물이 몰려 들어가는 듯 울림이 있는 메아리이다.
경치가 좋고 경사가 완만해 걷기 좋은 낭도 둘레1길
바다에 기대 15분쯤 걷다 보면 넓은 바위가 하나 나온다. 신선들이 살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신선대이다. 너른 마당에 책을 여기저기 눕혀 쌓아둔 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기암은 자연이 만들어 낸 조각품 같다. 신선대 위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아 바다를 한참 바라보니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있던 무언가가 울컥 솟구친다.
신선들이 머물다 간다는 낭도 신선대
신선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3개의 작은 섬
수평선에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는 섬은 무인도인 소문도이고 그 오른쪽이 목도, 왼쪽이 사도이다. 신선대에서 고흥 방향에는 나로우주발사장이 있는데 우주선 발사 시 이곳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고 한다. 또한 신선대 끝에는 바닷물이 흐르는 두 개의 굴이 있는데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한 것처럼 나란히 뚫려 있어 쌍용굴이라 부른다.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한 흔적이라는 쌍용굴
무인도를 바라볼 수 있는 둘레길의 전망대
주상절리의 경이로움 아래 숨어 있는 바다.
어쩌면 정말 신선들이 머물다 가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이곳에 암벽샘도 있는 게 아닐까?
맑은 물이 끊임없는 솟는 신선샘에서 다시 한번 바다를 둘러보고 아쉬운 걸음을 재촉했다.
신선들이 머무는 곳을 지나고 나니 선녀들이 내려와 놀고 간다는 천선대가 보인다. 크레이프 케이크를 잘라 놓은 듯한 퇴적암에는 가로로 겹겹이 억겁의 시간이 쌓여 있다. 천선대 앞 공룡발자국들을 미루어볼 때 1억 만 년쯤 전에는 낭도가 섬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선대는 물이 빠지는 간조에만 가까이 볼 수 있는데 선녀들은 사람이 없을 때만 들린다고 하니 아무리 찾아보아도 소용이 없다.
여수 최남단 남포등대
천선대에서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걷다 보면 곧 낭도 최남단에 서 있는 남포등대가 보인다. 남포등대는 건너편 사도와 낭도의 사이에서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며 우직하게 바다를 비추고 서 있다.
등대와 사진을 한 장 남기고 꿈틀대는 것 같은 울퉁불퉁한 바위를 지나면 다시 해변에 도착한다. 봄이면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드는 산타바해변이다. 산타바해변에서 보이는 바다에서는 또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수평선 위로 떠 있는 각양각색의 섬들이 파도를 타고 어딘가로 흘러갈 것 같지만 누가 뭐라 해도 수만 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굳건함이 느껴진다.
떠내갈 듯 둥둥 떠 있는 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산타바해변
느긋하게 둘레1길 걷기를 마치고 낭도 입구 여산마을로 돌아왔다면 놓치지 말고 맛봐야 할 한잔이 있다. 100년 전통의 맛을 고수하며 낭도에서 직접 만드는 낭도젖샘막걸리이다. 술맛을 잘 모르는 나그네들도 꼭 찾아와 목을 축이고 간다는 도가식당. 구수한 막걸리 한 잔에 갈증도 잡념도 시원하게 씻겨 내려간다.
낭도에서 꼭 맞봐야 하는 낭도젖샘막걸리
바다를 찾아온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근데 그게 뭐더라...
낭도를 한 바퀴 걷고 나니 그저 청량함으로 마음이 가득 찬 기분이다.
바다와 이야기하며 싸목싸목(천천히) 걷게 되는 섬 낭도.
바다의 낭만과 자연의 신비로움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언젠가 또 바다가 지독히 그립거든 낭도를 다시 찾을 것만 같다.
[주변관광지]
*낭만낭도야영장
낭도에서 잊지 못할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바다를 품고, 별을 안고 있는 낭도야영장을 추천한다. 낭도 둘레1길 초입에 위치하고 있어 둘레길을 돌아보기에도 좋으며 최근 새롭게 단장해 시설도 쾌적하다.
- 주소 :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산길 150
- 문의 : 061-661-0606
*여수 돌산공원
돌산대교와 구룡산, 장군산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는 명소이다. 특히 일몰 시간에 방문하면 붉게 빛나는 여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공원 내에는 돌산대교 준공 기념탑 등이 세워져 있다.
- 주소 :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산355-1
- 관람료 : 무료
[여행정보]
*낭도 낭만마실
- 낭도 마을주민인 생태관광 해설가와 함께 낭도를 돌아보며 스토리텔링을 들을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 상설 운영하지 않으며 예약 시 가능하다.
- 문의 : 061-659-3868 (전라남도 여수시 관광진흥팀)
[여행메모]
낭도 둘레길은 해변 바로 앞을 지나는 길목이 많아 기상상태에 따라 위험할 수 있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을 피해야 하며 신선대, 천선대 등의 바위들을 지날 때는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천선대의 경우 간수 때에만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다.
[여행팁]
코스
둘레1길 : 낭도해변 → 신선대,천선대 → 산타바해변 → 여산마을 (50분)
둘레2길 : 산타바오거리 → 장사금해수욕장 → 역기미삼거리 (1시간)
둘레3길 : 역기미 삼거리 → 규포선착장 (40분)
주차
-낭도해변 근처 주차장(무료)
체험 예약
-문의 : 061-659-3868
찾아가는 길
동순천IC 출구 ▶ 해룡교차로에서 여수,울천 방면 ▶ 장등해수욕장 ▶ 화양대교 ▶ 둔병대교 ▶ 낭도대교 ▶ 낭도해변
주변식당
낭도100년도가식당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산4길 5-2)
낭도포차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산길 37)
나우커피 여수 낭만낭도점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산길 41)
드우붓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산길 111)
숙소
비앤비치관광호텔 (전라남도 여수시 시청서6길 25)
디오션리조트 (전라남도 여수시 소호로 295)
베니키아 호텔 여수 (전라남도 여수시 시청서6길 19)
글, 사진 : 디자인맑음
※ 위 정보는 2021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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