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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
현재현 회장, 경영실패론속 빛 돌려막기까지 도덕성 논란
적자 1조1680억원…8% 고금리로 회사채 등 발행 연명
회사채‧기업어음 2조 발행…채권투자자 4만명 피해예상
재무구조 계속 나빠지는데…등기임원 연봉 세배나 올려
동양그룹 (회장 현재현)이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투자부적격 등급인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계열 금융사를 통해 고금리로 발행, 연명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양이 시장에 쏟아낸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 총액은 2조원 가량으로 4만여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 등기임원(사외이사 제외)의 연봉을 세배 가까이 올린 것까지 드러나 도덕적 해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구조조정 성과 미진 답답한 지지부진 상황
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지난해 말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과 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계획 등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비핵심자산 매각과 자본유치 등을 통해 약 2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조조정 성과는 미미하다. 현재 구조조정 실적은 자산매각 3009억, 자본유치 500억 등 모두 3509억원으로 목표 대비 이행률이 17.5%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덩치가 큰 동양매직, 한일합섬, 안성 웨스트파인골프장, 동양자산운용 등은 아직 성과가 없다. 시장 일각에선 그룹 총수인 현재현 회장이 자산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알짜배기로 알려진 동양매직의 경우, 지난 6월 매각 우선협상자로 교원그룹을 선정했으나 계약 직전 무산됐다. 동양은 매각 가격으로 2500억원을 희망했으나, 교원은 이보다 300억원 적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양은 7월부터 케이티비(KTB)컨소시엄과 매각협상을 다시 벌이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없다. 한일합섬 매각 건도 2월 갑을합섬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가격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 동양자산운용도 외국계 자본에 매각을 추진하다가 중단됐다.
사업성이 괜찮은 콘크리트파일사업부 매각 건은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아예 매각계획을 철회하고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일부 자산은 협상시간을 번다는 이유로 계열사가 대신 인수하기도 했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동양레저가 보유한 경기도 안성의 웨스트파인 골프장을 793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실기업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의 핵심은 속도라는 공통된 지적을 하고있다.
◇채권부도 위험 간과…투자자 4만명 불안
현 회장은 시멘트 등 제조업 중심의 동양에 금융을 접목시켜,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계 20위 안에 들었던 동양이 불과 10년도 안 돼 부실그룹으로 전락하고, 재계 순위도 20위 가까이 추락한 것에 대해 현 회장의 경영실패론이 제기된다.
동양의 부실은 주력인 시멘트사업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주택건설시장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제품가 하락, 외국계 기업 진출 등 경쟁 심화로 인해 만성적인 실적 악화에 시달린 게 결정타가 됐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동양의 누적적자는 무려 1조1680억원에 달한다. 그사이 부채는 2조2000억원에서 4조4270억원으로 2배로 껑충 뛰었다. 부채비율은 현재 1233.2%로, 대규모 기업집단 평균치(108.6%)의 12배에 이른다.
현재 동양은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부적격 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계열 금융사를 통해 연리 8%의 고금리로 차환발행해 겨우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독규정 개정으로 10월 말부터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동양이 끝내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동양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 총액은 2조원 가량으로, 대부분이 개인인 투자자들이 4만여명에 이른다.
현재 동양이 발행한 기업어음과 회사채 물량 가운데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물량은 각각 1조원에 육박한다. 회사가 발행한 기업어음 등은 신용등급이 BB-(한국신용평가 기준)로 투자 부적격(투기) 등급이다. 하지만 연 8% 안팎의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탓에 한차례도 청약이 미달되지 않을 정도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공모한 회사채 청약 경쟁률도 1.8 대 1 수준이었다.
고금리 유혹에 이끌려 채권의 부도 위험을 간과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어음과 회사채는 상환 기일 전에 발행 기업이 부도가 나면 원칙적으로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할 수 없다.
동양은 마지막 카드로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았던 동양파워의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삼척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중인 동양파워는 지분 50%의 가치가 30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동양 관계자는 “동양매직, 웨스트파인골프장, 동양파워 지분의 매각은 늦어도 9월 추석 연휴 이전까지는 가시적 성과를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동양이 앞으로 남은 한 달 사이에 극적 회생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등기임원 보수는 3배 가까이 올려
이 와중 동양이 2011~2012년 등기임원(사외이사 제외)의 연봉을 세배 가까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등기임원에는 현재현 회장과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 등 사주 일가가 포함돼 있다.
지난 22일 한 매체는 동양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양의 최근 5개년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동양이 2012년 현 회장 등 등기임원 10명에게 모두 56억7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1인당 평균 5억6700만원이 지급된 것이다. 반면 2010년에는 9명의 등기임원에게 평균 1억9300만원을 줬다. 불과 2년 만에 평균 연봉이 2.9배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지급된 등기임원 연봉 수준은 자본잠식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기 전인 2008년의 5억9600만원과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주채무계열로 지정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게 되면 채권단은 경영진의 보수 인하부터 요구한다.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2010년 동양 경영진의 연봉이 낮아진 것도 채권단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뒤 2011년 동양그룹은 주채무계열 지정에서 벗어났다. 재무구조가 개선돼서가 아니라, 은행 대출금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갚는 편법으로 주채무계열 지정을 피한 것이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채권단의 통제에서 벗어나자마자 경영진의 보수부터 끌어올린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총수 등 그룹 경영진이 재무구조가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연봉을 올리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율경영이라는 명분으로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피하는 기업들 가운데 실제로는 경영진의 잇속부터 챙기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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