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 박상률(1958 ~ ) 수샘♥국어
[줄거리]
[발단] ‘나’는 어느 날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현아의 전화를 받는다.
[전개] 고등학교 시절 ‘나’는 친구의 하숙집에서 본 현아를 좋아하게 되었고, 직접 시를 써서 시집을 만들어 전해 주려고 한다. 그러나 현아가 집에 없어 ‘나’는 친구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하는데, 현아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상심한다.
[위기] ‘나’는 문학과 아무 관련이 없는 학과에 진학하여 취직을 하고 돈을 다루는 일을 한다. 어느 날 스스로 돈 세는 기계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둔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소설가가 된다.
[절정] 이십 년 만에 만난 현아는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나왔다면서 ‘나’가 쓴 시집을 건넨다. 현아의 남편은 고등학교 때 ‘나’의 친구였으며, 역시 현아를 좋아했던 친구가 ‘나’의 시집을 숨겨 두었던 것이다.
[결말] ‘나’는 그 시집이 현아의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등장인물]
*‘나’ : 현아를 좋아해서 직접 시를 써서 묶은 시집을 친구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 하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으나 첫사랑의 실패를 맛 봄. 이후 소설가가 됨.
*현아 : ‘나’의 첫사랑. 후에 ‘나’의 친구와 결혼한 후 시집의 존재를 알게 되어 ‘나’를 찾아옴.
*친구(김대호 씨) : ‘나’와 친구 사이로 현아에게 전해 주라고 부탁받은 시집을 전해 주지 않음.
후에 현아와 결혼함.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성장 소설 *성격 : 자전적, 회고적
*배경 : 현대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특징 : ①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성임.
② 눈 내리는 날을 배경으로 첫사랑의 낭만성을 부각시킴.
*주제 : 애틋하고 순수한 첫사랑의 기억
*출전 : “함께 여는 국어 교육”(2005)
*박상률(1958 ~ ) 소설가. 1990년에 시 ‘진도 아리랑’과 희곡 ‘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이후, 청소년 문학의 발전에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봄바람’, ‘나는 아름답다’, ‘밥이 끓는 시간’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성장기에 누구나 겪게 되는 첫사랑의 순수하고 애틋한 감정을 잔잔하게 서술한 작품이다. 어른이 된 주인공 ‘나’가 현아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구성으로 작품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가 겪은 성장통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첫사랑의 경험은 ‘나’에게 문학의 세계를 접하게 하였지만 사랑에 대한 실패는 문학을 떠나게도 하였다. 또한 이후 방황의 시간을 거쳐 다시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경험이었다. 작가는 이렇듯 성장기에 겪었던 사랑의 경험을 시집을 통해 현재로 이끌어 냄으로써 독자들의 보편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참고] 친구가 ‘나’의 시집을 돌려주지도 않고 없애 버리지도 않았던 이유는 : 시집은 ‘나’가 현아만을 위해 지은 시들이 담겨 있는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이다. 그것은 현아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소용이 없는 시인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나’의 친구는 ‘나’에게 다시 되돌려 주지도 못하고 없애 버리지도 못했던 것이다.
[지문 분석]
(가) 사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서술자, 주인공)는 현아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친구 녀석과의 끈을 굳이 잇지 않은 데다 내가 애써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들어가서도 찾지 않았지만 직장 생활하면서도 찾지 않았다. 어쩌면 묘한 배신감이 무의식 속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현아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난 모든 잘못을 현아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기에 내 의식 속의 현아는 여고생의 소녀적 모습에서 성장을 멈추어 있게 되었다.
소설 쓰는 걸 업으로 삼은 뒤에도 옛날 생각은 더욱 하지 않았다. 다시 글을 쓰게 되면서 나는 지난 세월 속의 나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새로 태어나야 하는 나에게만 관심을 두었다. 그러한 때에 뜬금없이 현아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수제품(手製品-손으로 만든 물건) 시집을 들고서…….
(나) 현아가 다시 더듬거렸다.
“남편의 유품(遺品-고인(故人)이 생전에 사용하다 남긴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나는 아직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남편이 죽고 나서야 이 시집이 나한테 전해진 거예요.”
“뭐라구?”
남편이 죽고 나서라니? 그렇다면 그 친구 녀석이 현아 남편? 아, 그 녀석도 현아를 좋아했구나. 순간적으로 그때 상황이 재빠르게 재구성되었다. 내 수제품 시집이 현아에게 전달 안 된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시집을 왜 내게 다시 돌려주지도 않고 없애 버리지도 않았을까?
(다) “미안해요.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을 이제야 돌려 드리게 되어서. 그때 받았으면 바로 돌려 드렸을 텐데……. 시집 속에 말들이 스무 해 동안이나 갇혀 있느라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돌려 드리려고……. 오빠가 글 쓰는 작가가 된 건 알고 있었어요. 우연히 신문에서 오빠 이야기를 읽었거든요. 그래서 늦게라도 시집을 꼭 돌려 드리려고…….”
현아 입에서 ‘오빠’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두 번씩이나 나왔다. 그 말을 듣자 마른침이 목을 넘어갔다.
아, 그런데, 나는 무엇이, 아니 누가 이십 년 동안 갇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공책을 다시 현아 쪽으로 슬며시 내밀었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둔 뒤엔 처음으로 이는 어지럼증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이건 현아 아니면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시야. 여기 들어 있는 시는 현아한테만 어울리게 쓰인 것이거든. 현아 남편이 된 그 친구도 그걸 알았기 때문에 나한테 다시 되돌려 주지도 못하고 없애 버리지도 못한 거야. 그러니 시를 쓴 나도 주인이 아니야. 그럼 이만…….”
밖에는 여전히 눈이 퍼붓고 있었다. 눈길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발걸음을 뗄 때마다 ‘오빠’라는 소리가 밟히는 것만 같았다.
[확인 문제]
1. 작품의 제목인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이 상징하는 바를 3음절로 쓰시오. -첫사랑
2. ‘나’가 시집을 현아에게 돌려주고 나온 이유를 쓰시오. -시집의 시들은 고등학생 시절의 ‘나’가 오로지 현아만을 위해서 쓴 것이므로, 현아가 아니면 소용이 없다고 여겨 시집을 돌려준 것이다.
[문제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소설가인 ‘나’는 어느 날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고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고등학교 때 ‘나’가 좋아했던 현아였다. 현아는 스무 해 동안 갇혀 있었던 말들이라며, 당시 ‘나’가 친구를 통해 현아에게 주었던 ㉠시집을 내놓는다. 그 시집은 현아를 위해 ‘나’가 직접 써서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 시집을 보고 친구의 하숙집에서 알게 된 뒤 좋아했던 현아와 시집에 대한 추억에 젖는다. 눈이 오는 어느 날, ‘나’는 현아에게 시집을 전해 주러 갔지만 현아는 집에 없었다.
“현아는 집에 없는가 봐.”
내가 누구를 보러 왔는지 다 안다는 투였다. 나는 내 마음을 친구한테 들킨 것만 같아 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든 저러든 일단 현아가 집에 없다는 게 무척 다행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날 친구랑 현아가 한집에 같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현아 없어도 돼. 그 대신 이것 좀 전해 주라…….”
내가 품에서 수제품 시집을 꺼내 친구 앞으로 내밀자 친구는 그걸 받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나는 친구가 그 시집을 계속 내려다보고 있는데도 서둘러 현아 집을 뛰쳐나왔다. 괜히 친구에게 속을 보인 것 같아 너무나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눈길을 되짚어 나오며 보니 현아 집으로 이어진 발자국 위에 눈이 제법 두텁게 덮여 있었다. 발자국을 볼 때마다 웃음이 픽픽 새어 나왔다. 한순간이나마 여자 신발 발자국을 현아 것으로 생각한 게 우스워서였다. / “오빠!”
쏟아지는 눈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인 채 혼자서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골목길을 빠져나오는데 현아가 나타난 것이다. / “어? 현아, 어디, 갔다, 와?”
나는 뜻밖에 현아를 만나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현아는 온통 눈을 뒤집어쓴 채 두 손을 모아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반갑게 달려들 때처럼 손을 활짝 펼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오빠, 눈사람 만들래?”
현아는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었다. 나는 바지 호주머니에 두 손을 푹 찌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현아랑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는 먼저 현아가 내 시집을 받아서 읽어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니, 어쩌면 장갑을 끼지 않은 내 맨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엉뚱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응, 나도, 그러고 싶은데,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가야 돼…….”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는 더듬거렸다. 갑자기 내가 바보가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현아랑 자연스럽게 어울려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한테 시집을 맡겼으니 받아 읽어 보라는 말도 하면 될 텐데 끝내 하지 못하고 말았다.
현아가 뭐라고 하는지 어떤지는 살펴볼 겨를도 없이 나는 마구 눈 속을 뛰었다. 뒤통수가 근질근질했다.
눈이 멈추고 며칠이 지났다. 나는 현아가 내 시집을 받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서 안달이 났다. 그러나 다른 때와 달리 현아네 집에 가 보기가 망설여졌다. 학교는 이미 겨울 방학이어서 친구를 학교에서 볼 일도 없었다.
몇 번씩이나 현아네 집 골목에 들어섰다가 발길을 돌리곤 했다. 오다가다 우연이라도 현아를 만나기를 바랐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아에게서 아무런 반응을 못 받은 나는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아네 집 쪽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이 절망했는지 모른다.
방학 동안 아이들은 자기가 갈 대학을 정하고 입학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시를 쓰는 동안 대학 같은 건 염두에 두지도 않았는데, 시고 뭐고 쓸 일이 없어져 버리자 우습게도 다시 대학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난 몹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 박상률,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1. 이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독백 형식을 사용하여 인물의 내면 의식을 서술하고 있다.
② 호흡이 짧은 문장을 사용하여 인물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③ 배경의 구체적 묘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부각시키고 있다.
④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인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⑤ 시간의 층위가 다른 사건을 제시하여 사건의 필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2. 이 글의 ‘나’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현아에 대한 마음을 시로 고백하려고 했다.
② 대학보다는 시에 대한 열망이 더 강했었다.
③ 현아가 시를 읽고 감동을 받기를 원했었다.
④ 대학을 생각한 것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다.
⑤ 현아의 무반응으로 인해 절망하기도 했다.
3. 밑줄 친 시어 중 ㉠과 기능이 가장 유사한 것은?
① 흙이 풀리는 내음새 / 강바람은 /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 진종일 /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 양귀비 끓여다 놓고 //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 오장환, ‘고향 앞에서’
② 청계천 7가 골동품 가게에서 / 나는 어느 황소 목에 걸렸던 방울을 / 하나 샀다 // 그 영롱한 소리의 방울을 딸랑거리던 / 소는 이미 이승의 짐승이 아니지만, / 나는 소를 몰고 여름 해질녘 하산하던 // 그날의 소년이 되어, 배고픈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 마을로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 이수익, ‘방울 소리’
③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 /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 // ― 아주머니 /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요? /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 두레박을 넘쳐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 김종한,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
④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 홀로 앉은 바람 같은 / 목숨의 빛깔. // 그대의 빈 하늘 위에 /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차오르는 빛. // 구름에 숨어서도 / 웃음 잃지 않는 /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 이해인,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⑤ 저무는 저녁해를 보며 /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4. ‘나’가 ⓐ의 상황에서 시를 썼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②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 조지훈, 민들레꽃
③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 영변에 약산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 김소월, 진달래꽃
④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정호승, 수선화에게
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 집
5. <보기>를 참고하여 이 글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성장 소설’이란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한 인물이 겪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 과정을 형상화한 소설들을 말한다. 대체로 지적 ․ 도덕적 ․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 있는 어린아이, 혹은 청소년의 갈등을 중심을 이루며, 그가 자아의 미숙함을 딛고 일어서서 자신의 고유한 존재 가치와 세계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깨달음의 과정을 문화인류학자나 신화 비평가들은 ‘통과 제의’, ‘통과 의례’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① ‘나’는 현아와의 일로 인해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겠군.
② '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 있는 청소년으로 볼 수 있군.
③ ‘나’는 시를 멀리 함으로써 내면적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고 있군.
④ ‘현아’로 인해 받은 ‘나’의 정신적 상처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볼 수 있겠군.
⑤ ‘나’가 겪는 내면적 갈등의 원인은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 때문이라고 볼 수 있군.
⑥ ‘나’가 청춘을 저주한 것도 깨달음의 과정이라고 보아야 하겠군.
<정답> 1①-이 글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다. 이와 관련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이 적절하다. <오답> ② 간결체의 문장을 주로 사용하지 않았다.
2④- ‘나’는 대학을 염두에 두지 않다가 우습게도 다시 대학을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를 자책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②- ‘나’는 재회한 현아로부터 ‘시집’을 받고 현아와 시집에 대한 추억에 젖는다. 그러므로 ‘시집’은 과거 회상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은 ②의 ‘황소 목에 걸렸던 방울’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황소 목에 걸렸던 방울’로 인해 소를 몰고 여름 해 질 녘 하산하던 때를 회상하고 있다.
4⑤- ‘나’는 현아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로 인해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현아네 집 쪽을 바라보며 절망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랑을 잃은 후의 공허함과 절망을 노래한 ⑤가 ‘나’의 상황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5③- ‘나’가 시를 멀리 하게 된 이유는 현아와의 일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갈등의 해소 수단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시를 멀리 하게 된 것도 ‘나’가 겪는 시련의 일종이기 때문에 깨달음의 과정이나 각성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문제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고향 집에서 며칠을 보내며 내 살아온 지난날들을 ㉠더듬다 보니 자연스레 공책에다 뭔가를 끼적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대단한 내용을 담은 글은 아니었으나 글을 쓰다 보니 내 마음이 가라앉고 위안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났다. 인생을 모르는 사람들의 영혼을 쓰다듬어 줄 시를 쓰자며, 단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시를 쓰자며 호기를 부리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이어 현아로부터 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줄 수 있는 시를 쓰라는 주문을 받았던 것도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내 영혼을 쓰다듬는 글과 내 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주기 위해 글을 끼적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비록 시는 아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글을…….
나는 더욱 글에 매달렸다. 때로는 내가 고등학교 때의 선생님이 되어 보기도 하고, 직장의 상사가 되어 보기도 했다. 글이란 게 묘해서 화자가 누가 되었든 결국 쓰는 사람 얘기였다. 나는 그렇게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다 보니 시를 쓰게 되었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엔 돈 세는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
[A]【휴가가 끝난 뒤에도 나는 직장에 다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글에만 매달렸다. 처음에는 넋두리도 있고 푸념도 있었지만 차츰 내 글의 방향과 형식이 잡혀 갔다. 인생이니 우주니 하는 거창한 것도 아니었고, 뜻도 모를 추상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이 살아온 얘기이자 내 이웃들의 얘기였다. 결국 글을 쓰다 보니 세상을 건지느니 인생을 풍요롭게 하느니 하는 것보다는 뭐니 뭐니 해도 내 스스로를 위해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얘기를 쓰는 것 같은데도 끝내 그 글을 통해 위로를 받는 이는 나 자신이었으니까.】
그렇게 날마다 썼다. 한때는 시에 목숨을 건 적도 있지만 새로 쓰는 글은 시가 아니었다. 소설 쪽에 더 가까운 글이었다. 예전과 달리 내 글은 빳빳하지도 않고 젊음이니 사랑이니 하는, 풋풋하고 끈적끈적한 감정이 묻어나지도 않았다. 이미 젊음의 감정이 다 물러가 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러한 감정은 고등학교 이후 애써 묻어 두고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는 현아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친구 녀석과의 끈을 굳이 잇지 않은 데다 내가 애써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들어가서도 찾지 않았지만 직장 생활하면서도 찾지 않았다. 어쩌면 묘한 배신감이 무의식 속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현아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난 모든 잘못을 현아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기에 내 의식 속의 현아는 여고생의 소녀 적 모습에서 성장이 멈춰진 것이다.
소설 쓰는 걸 업으로 삼은 뒤에도 옛날 생각은 더욱 하지 않았다. 다시 글을 쓰게 되면서 나는 지난 세월 속의 나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새로 태어나야 하는 나에게만 관심을 두었다. 그러한 때에 뜬금없이 현아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수제품 시집을 들고서……. 기억의 저편을 한참 헤매고 있는데 현아가 나를 잡아끌었다.
“앉아서 차 한 잔 해요.”
그때에야 비로소 청소를 마친 찻집 주인이 건성으로 신문을 뒤적이면서 계속 우리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서도 우리 둘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내 앞에는 다시 여고생 소녀 현아가 앉아 있었다. 눈앞의 현아가 사십 줄에 가까운 여인이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나는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 공책을 뒤적거렸다. 편마다 여고생 소녀 현아가 그려져 있는데, 쑥스러울 정도로 그때의 나의 감정이 날것 그대로 한껏 드러나 있었다. 한참 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현아가 얼굴을 들었다. 눈가가 젖어 있었다. 젖은 눈빛으로 현아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동안 나 미워했지요?”
나는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현아를 미워했을까? 그러나 지난 세월 동안 애써 잊으려고 한 게 꼭 미움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현아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많이 미웠을 거예요…….”
역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계속 공책을 뒤적거렸다. 시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시집을 가지고 현아네 집에 갔다 돌아올 때 만났던, 눈을 뒤집어쓰고 귀가하던 현아 모습만이 공책의 장마다 어른거렸다.
현아가 더듬거렸다. / “음, 남편이, 죽었어요.” / “어!”
나는 외마디 소리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현아 남편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 현아가 다시 더듬거렸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나는 아직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남편이 죽고 나서야 이 시집이 나한테 전해진 거예요.” / “뭐라구?”
남편이 죽고 나서라니? 그렇다면 그 친구 녀석이 현아 남편? 아, 그 녀석도 현아를 좋아했구나. 순간적으로 그때 상황이 재빠르게 재구성되었다. 내 수제품 시집이 현아에게 전달 안 된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시집을 왜 내게 다시 돌려주지도 않고 없애 버리지도 않았을까?
“미안해요.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을 이제야 돌려 드리게 되어서. 그때 받았으면 바로 돌려 드렸을 텐데……. ㉡시집 속의 말들이 스무 해 동안이나 갇혀 있느라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돌려 드리려고……. 오빠가 글 쓰는 작가가 된 건 알고 있었어요. 우연히 신문에서 오빠 이야기를 읽었거든요. 그래서 늦게라도 시집을 꼭 돌려 드리려고…….”
현아 입에서 ‘오빠’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두 번씩이나 나왔다. 그 말을 듣자 마른침이 목으로 넘어갔다.
아, 그런데, 나는 무엇이, 아니 누가 이십 년 동안 갇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공책을 다시 현아 쪽으로 슬며시 내밀었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둔 뒤엔 처음으로 이는 어지럼증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이건 현아 아니면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시야. 여기 들어 있는 시는 현아한테만 어울리게 쓰인 것이거든. 현아 남편이 된 그 친구도 그걸 알았기 때문에 나한테 다시 되돌려 주지도 못하고 없애 버리지도 못한 거야. 그러니 시를 쓴 나도 주인이 아니야. 그럼 이만 …….”
밖에는 여전히 눈이 퍼붓고 있었다. 눈길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발걸음을 뗄 때마다 ‘오빠’라는 소리가 밟히는 것만 같았다. - 박상률,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1. <보기>는 국어사전의 일부이다. ㉠의 문맥적 의미로 적절한 것은?
<보기> 더듬다 [더듬따] (동)
1.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 보며 찾다. ……ⓐ
¶ 그는 일어나 벽을 더듬어서 전원을 켰다.
2. 똑똑히 알지 못하는 것을 짐작하여 찾다. …………ⓑ
¶ 그는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갔다.
3. 어렴풋한 생각이나 기억을 마음으로 짐작하여 헤아리다. ……… ⓒ
¶ 홍 영감은 짐짓 아들의 마음속을 더듬어 본다.
4. 말을 하거나 글을 읽을 때 순조롭게 나오지 않고 자꾸 막히다.……… ⓓ
¶ 그는 많은 사람 앞에 서면 긴장을 하여 말을 심하게 더듬곤 한다.
5. 대강 헤아려 셈하다. ………………………………… ⓔ
¶ 지금까지 쓴 돈을 대강 더듬어 보니 계산이 맞다.
① ⓐ ② ⓑ ③ ⓒ ④ ⓓ ⑤ ⓔ
2. 이 글의 내용으로 보아 '나‘가 시기별로 글을 쓰게 된 목적이 무엇인지 쓰시오.
고등학교 때 세월이 흐른 뒤
목적 ㉮, ㉯ ㉰, ㉱
3. [A]를 참고할 때, ‘나’가 썼을 글의 성격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깨진 그릇은 / 칼날이 된다. //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 빗나간 힘. /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 이성의 차가운 / 눈을 뜨게 한다. //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 지금 나는 맨발이다 /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 오세영, 그릇 1
② 그는 그리움에 산다. / 그리움에 익어서 /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 그리움은 마침내 / 스스로의 무게로 / 떨어져 온다. /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 눈부신 축제의 / 비할 바 없이 그윽한 / 여운을 남긴다. - 김춘수, 능금
③ 처녀 총각 아이 어른 /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 입김과 숨결이 /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 다시 꽃 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 최두석, 성에꽃
④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 /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 마음만 낸다면 나도 /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 / 마땅히 그런 오렌지 / 만이 문제가 된다. - 신동집, 오렌지
⑤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않자 깃을 접는다. //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風磬) 소리 들리던 날 /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 김상옥, 백자부
4.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친구가 오랫동안 시집을 잊어 버렸기 때문에
② 현아가 시집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③ 현아가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잘 몰랐기 때문에
④ 내가 시집을 되돌려 받을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⑤ 친구가 시집을 현아에게 전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정답> 1③-㉠은 살아온 지난날을 떠올려 보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 문맥적 의미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 ㉮ 인생을 모르는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 공부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기 위해서 ㉰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 돈 세는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기 위해서
3③- ‘나는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해 ‘인생이니 우주니 하는 거창한 것도 아니었고, 뜻도 모를 추상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이 살아온 얘기이자 내 이웃들의 얘기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로 보아 동시대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③이 ‘나’가 썼을 글의 성격과 가장 유사하다.
4⑤-㉡의 의미는 20년 동안 시집이 현아에게 전해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나’가 자신이 쓴 시집을 현아에게 전달해 줄 것을 친구에게 부탁했으나 친구 역시 현아를 좋아했기 때문에 시집을 전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 ‘친구’는 현아의 남편이 되었고, 그가 죽은 후에야 현아에게 시집이 전달되었다.
수샘♥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