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 숨결/노여심
임을 안고 흘러간 물에
숨을 넣으리라
왜장의 숨을 끊어
원혼을 달래고
내 숨을 넣어
임을 위로하리라
우리의 숨소리는
세월의 힘을 견디어
자랑스러운 나라와
사랑스런 연인의 숨이 되리니
그 숨소리, 강물처럼 이어지리니
임의 숨 흘러간 물에
내 뜨거운 숨을 넣으리라
지금도 그 숨결 살아 흐르는 강
뜨거운 숨
바위를 깨우고
그 바위 생명을 얻어
사랑의 노래를 부르니
고요한 그 강에
아름다운 숨소리
왜적의 자손도 고개 숙이고
강가에서 잡은 손은 사랑이 되더라
혈흔으로 맺힌 꽃/임종성
너는 새벽의 강을 건넜지
어두운 일상의 울안을 뒤집고
흐르는 물줄기로
세상의 곤혹을 속 시원히
닦아내면서
달아는 실뱀 같은 길을 따라
낯선 마을 앞을
옷고름같이 풀어져 내리는 붉은 설움
질끈 매어 달고
봄이 와도
돌아올 수 없는
미루나무 가지 끝
먼 나라로 가면
질경이 풀꽃은
저무는 발길을 비쳐줄까
강 건너 오는 바람이
네 약한 심장을 들어 올려
벼랑 끝에 밀어붙인다면
어두운 너와의 거리
말끔히 지우기라도 하듯
진흙길에 쌓여 이내 불타는 눈송이들
가슴에 안고
뜨거운 울음
돌로 흙으로 눌러 앉히고
끝내 다시 돌아오기 위하여
깊은 강을 건넜지
그리움은
내 가슴에 부딪혀 와서
지울 수 없는
혈흔으로 맺히고
너는 시들지 않는 꽃
새파란 강 깊이 속에서
네 모습을 길어 올린다
가락지/강희근
대한민국에서는 가락지를 보면 논개가 보인다
논개의 그리움인 하늘도 보이고
논개의 외로임인 강물도 보인다.
논개의, 캄캄한 밤이었던 시대도
꿈꾸는 시간 아닌
생시의 어느 때 어느 자리
그림 한장으로 뜨고
논개의 서러움,
산하에 개미처럼 와 덮이던
저들의 고깔 모양의 모자와 모자들
참을 수 없구나
탕, 탕 저들 총기소리 헤집고 다니던
조선의 성가퀴
그 둘레
여인의 눈은 서릿발 치고
여인의 손가락 가락지에 피가 돌았다
아, 대한민국에서는 가락지를 보면 논개가 보인다
논개의 노래인 조선,
조선의 피가 보이고
꽃송이 송이 송이 나라로 피는
마침내 우리 나라 대한민국이 보인다.
가락지를 보면 가락지 낀 여인의 손을 보면....
의암 논개/박해대
임진왜란으로 남편인 최경회 장군이
왜군에 의해 전사하고
진주의 군, 관, 민 육만여 명의 시체가
강둑을 이루던 더운 여름
진주성이 함락되어 잔치가 열리던 날
기생으로 위장하여 분연히 일어난
주씨 여인 논개는
손가락마다 굵은 반지를 낀 채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네
물속에서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적장과
끝까지 사투를 벌였던 그녀는
한 마리 굶주린 악어로 변신하여
왜장의 숨통이 끊어진 때까지
허리에 감은 팔을 풀지 않았네
자기의 인생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의암 논개
이승을 떠나면서도 적장 앞에서는
빙그레 웃으며 놀리고 싶었을 거야
이제 한떨기 양귀비로 곱게 피었고
그날의 아픈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강은 춤추고 노래하며 흘러가네!
논개(論介)의 애인(愛人)이 되야서 그의 묘(廟)에/한용운
날과 밤으로 흐르고 흐르는 남강(南江)은 가지 않습니다.
바람과 비에 우두커니 섰는 촉석루(矗石樓)는 살 같은 광음(光陰)을 따러서 달음질칩니다.
논개여, 나에게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사랑하는 논개여.
그대는 조선(朝鮮)의 무덤 가운데 피었던 좋은 꽃의 하나이다.
그래서 그 향기는 썩지 않는다.
나는 시인(詩人)으로 그대의 애인(愛人)이 되었노라.
그대는 어디 있너뇨. 죽지 안한 그대가 이 세상에는 없고나.
나는 황금의 칼에 베어진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애처로운 그대의 당년(當年)을 회상한다.
술 향기에 목마친 고요한 노래는 옥(獄)에 묻힌 썩은 칼을 울렸다.
춤추는 소매를 안고 도는 무서운 찬 바람은 귀신(鬼神) 나라의 꽃 수풀을 거쳐서
떨어지는 해를 얼렸다.
가냘픈 그대의 마음은 비록 침착하얏지만 떨리는 것보다도 더욱 무서웠다.
아름답고 무독(無毒)한 그대의 눈은 비록 웃었지만 우는 것보다도 더욱 슬펐다.
붉은 듯하다가 푸르고 푸른 듯하다가 희어지며,
가늘게 떨리는 그대의 입 설은 웃음의 조운(朝雲)이냐,
울음의 모우(暮雨)이냐, 새벽달이 비밀이냐, 이슬 꽃 의 상징이냐.
삐비 같은 그대의 손에 꺾이지 못한 낙화대(落花臺)의 남은 꽃은
부끄럼에 취하야 얼골이 붉었다.
옥 같은 그대의 발꿈치에 밟힌 강언덕의 묵은 이끼는 교긍(驕矜)에 넘쳐서
푸른 사롱(紗籠)으로 자기의 제명(題銘)을 가리었다.
아아, 나는 그대도 없는 빈 무덤 같은 집을 그대의 집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이름뿐이나마 그대의 집도 없으면 그대의 이름을 불러 볼 기회가 없는 까닭입니다.
나는 꽃을 사랑합니다마는 그대의 집에 피어있는 꽃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그대의 집에 피어 있는 꽃을 꺾으랴면 나의 창자가 먼저 꺾여지는 까닭입니다.
나는 꽃을 사랑합니다마는 그대의 집에 꽃을 심을 수는 없습니다.
그대의 집에 꽃을 심으랴면 나의 가슴에 가시가 먼저 심어지는 까닭입니다.
용서(容恕)하여요, 논개여, 금석(金石) 같은 굳은 언약을 저버린 것은
그대가 아니요 나입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쓸쓸하고 호젓한 잠자리에 외로이 누워서
끼친 한(恨)에 울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요 그대입니다.
나의 가슴에 ‘사랑’의 글자를 황금으로 새겨서
그대의 사당(祠堂)에 기념비를 세운들 그대에게 무슨 위로가 되오리까.
나의 노래에 ‘눈물’의 곡조를 낙인(烙印)으로 찍어서 그대의 사당에
제종(祭鍾)을 울린대도 나에게 무슨 속죄(贖罪)가 되오리까.
나는 다만 그대의 유언(遺言)대로 그대에게 다하지 못한 사랑을
영원히 다른 여자에게 주지 아니할 뿐입니다.
그것은 그대의 얼골과 같이 잊을 수가 없는 맹세입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그대가 용서하면 나의 죄는 신에게 참회를 아니 한 대도
사라지 것 습니다.
천추(千秋)에 죽지 않는 논개여,
하루도 살 수 없는 논개여,
그대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얼마나 질거우며 얼마나 슬프것는가.
나의 웃음이 제워서 눈물이 되고 눈물이 제워서 웃음이 됩니다.
용서하여요, 사랑하는 오오 논개여.
촉석루에서 회고하다/정약용
바다 동쪽 오랑캐를 바라본 지 그 오랜 세월
붉은 누각은 높고 멀리 산과 언덕을 베었네
옛날의 그 물결 위엔 꽃 같은 가인의 춤이 어리고
단청 동자기둥엔 장사의 노래 길이 남았네
전쟁터의 그 봄바람은 초목을 휘감고
쓸쓸한 성의 밤비에 물안개 불어나네
지금도 사당에는 아름다운 영혼이 남아있는 듯
삼경에 촛불 켜고 강신술을 올리네
논개 생가에서/최세양
논개님은 용녀였다
버겁게 살아온 한 생
세상 따라 효와 의를 배우고
늦사랑 주인 만나 충절을 다졌다
주인 따라 나선 왜란의 전장
위국단충의 날갯짓으로 생명을 죽음과 맞바꿔
한서린 왜장을 껴안고 순국한 의녀
죽어서 다시 살아난 들꽃 향기로 남아
대곡호 호반 치마무덤 호젓한 둔덕에
단아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천추에 길이 빛날 여인 상이다
무. 진. 장. 맑은 물이 용담호에 충만하니
무료의 날개 펴고 태평무를 추소서
남강은 유방에 푸르러/장호강
세월의 욕됨이
어느덧
검의 바위의 이끼로 피고
전설처럼 옛날로 흐르고 있다.
풍운이 급해
흡사 오늘처럼 조국이 병들어
광란쌓여 만길
마지막 성곽의 아우성마저
왜구와 말굽아래 짓밟히는데
한송이 매화꽃
한순간 황홀한 생애라기보다
기어이 그 날
오히려 나는 듯 날리는 듯
표연히 흩어져간 초초한 넋
인정은 물거품으로 흘러가고
대대로 젊은 사랑은 죽어 가도
잊지 못할 그날의
촉석루 기둥에 휘감긴 치맛자락이며
그 흑진주 머리카락을 사모해야 한다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다시는 영영 보지 못할
아름다웟던 그 얼굴을 위하여
굽어보는 하늘의 뜻을 이고
상기 강물은
흐르지 못할 안타까움에 울고 있다
한사코 여기
남강에 유방에 푸르러
흘러간들 영겁으로 흘러간들
또한 흐르지 않는 여운이 있어
이왕이면 모두
흩어질 몸
고스라히 그 날처럼
차라리 푸른 옷깃을 휘날려
표연히
이 강물에 한 몫 흐르고 싶다
의기를 노래하다/김택영
푸른 강물은 빛나는 그날의 치맛빛이런가
강 위 피는 꽃은 숨쉬는 그녀의 넋이런가
강 밑에 잠겨있는 그 뼈나마 거두어
천년토록 우리들 곁에 모셔두자
외로운 바위에는 봄바람 스치고
쓸쓸한 사당엔 이끼만 무성하다
오늘 강가를 거니는 여인들은
물에 비친 그 모습 곧 미인일세
얼마나 아름다웟으랴 춤추는 그대 모습
얼마나 고왔으랴 그대의 머리단장
나 이제 와 그대의 서린 원한 물어보니
강물만 소리없이 흐르고 흐르네
논개암에서/박치복
남강물은 만길이나 깊고
강바위는 천길이나 높구나
그 위에 백척의 높은 누각 있어
장사들의 충혼이 머리카락 솟게 하네
살아서 욕됨이 미치지 않고자 하더니
미천한 몸이 진실로 욕을 보게 되었네
왜장 하나 죽인 일들이라 말하지만
현인들은 오직 왜적 하나만이라고 하지 않네
작은 여인이 왜장 하나 죽인 것이,
왜적들의 자만스런 웃음 그치게 했네
오고가는 발길에 강둑 풀이 노랗구나
그름은 둥실 떠 오동나무 꽃을 어루고
요염한 여인이 창문으로 고개 미네
집집마다 천자의 아들 돈 쓰듯
노래와 웃음 다투어 봄을 간질이네
첩은 태어나서부터 어려움에 떨어져
몸은 창루 가에 맡겨졌네
꽃다운 나이 열여섯인데,
다만 우뚝한 자태 가련하구나
천성은 본디 곧고 미뻐서
내치고 싶어도 결코 버릴 수 없다네
나라의 운명이 임진 계사년의 간난 속에서
천한 오랑캐에게 오래토록 짓밟혔네
관리들 사로잡혀 욕을 당하고
종묘와 도성도 송두리째 타버렸네
날 저물어 기둥에 의지하며 생각에 잠긴데
긴 칼 끝에 초생달 모아드네
고립된 성의 담장이 무너지니
견고한 진수성도 지킬 수가 없구나
슬프다! 육만의 성민들이여,
관민이 한 날에 죽음을 맞았네
탐욕한 왜장은 걸상에 의탁한 채
술에 흠뻑 취해 방자히 지껄이며 기롱한다
미련스레 껄껄 웃으며 짐승처럼 나대더니
끌어내어 매질하며 제멋대로 음탕하다
단칼에 죽는것이 어렵지는 않으나,
욕되게 목숨을 마친다면 무슨 도움이 되리오
꾀를 내고 곧 일어나서
기쁘게 그를 따라 춤을 추네
높은 누각은 시 읊기에 좋지 못하나
강가의 바위는 크고 넓어 믿을 만하단다
손을 끌고 가면서 원하여 말하기를
어두워질 때까지 노닐자 하더라
어리석은 왜놈은 이미 정신이 녹아서,
그 말 따라 응락을 하였네
위험한 바위는 절벽 깍아 만들었나
위에는 겨우 소반 하나 놓을 말한데
아래로는 천길 못이 있네
흐르는 물결 힐끗 보니 맑고 잔잔한데
섬뜻한 무서운 생각에 와락 끌어안긴다
몸을 가까이 점점 앞으로 나아가서는
그 허리를 얽어 끌어안는다
힘을 써 갑자기 발을 날리니,
만길 떨어져 풍덩 소리났네
나와 너 함께 죽었으니,
추한 뼈는 상어와 악어의 먹이 되고
아름다운 넋은 용궁으로 모셨네
용궁은 바다에 통한다 하니,
멀리 대동강과도 통하겠네
대동강에도 의로운 기생이 있어
왜놈의 배를 칼로 찔렀다네
빛나는 강물 얕은 듯 깊은
대동강은 서북으로 흐르네
당대에 빼어난 아름다운 두 여인이 있어
어여쁜 절개! 그 이름, 영원하리라
주논개/고두영
현해탄의 응어리 멀수록 더 다가서는
피닉스의 전설
겨레의 가슴 가슴마다 뜨겁게 살아 숨쉬는 임의 이름
천도 만도 더 넘게 하얀 무궁화로 피어납니다
마지막 한 송이 멍울진 목숨
그리운 옛집으로 돌아가듯
원수와 노래하고 춤추며 떨어져 간
서릿발 치는 눈썹
그믐달보다 더 가늘고
굳어진 입술
앵둣빛보다 더 곱습니다
먹구름 사납게 몰아치는 흙탕물결
이빨 아삭이며
가녀린 삭신으로 막아낸
겨레의 높이 든 횃불
죽어서 뜨겁게 타오르는
아리따운 구국의 여왕입니다
맨살을 자르는 무너진 아픔
오갈 길 막히는 처참한 사면초가
애처로운 예지에 빛나는 샛별
의기인들 어떠라며
부실인들 그 어떠하리
아!
고우신 넋 향기롭게 떨어져 간 당신은
가시리 활활 불꽃으로 피어나는
호국의 성녀
구원의 여신입니다.
가사(歌辭) 작자미상
논개(論介) 충렬가(忠烈歌)3)
전라도 장수(長水)고을 주진사댁(朱진進士宅) 외동따님삼천리 우리강토 왜적에게 짖밟힐때오장모곡촌(毛谷村) 거짓안고 남강(南江)투신 논개열사(烈士)우뚝선 촉석루(矗石樓)에 의암충혼(義巖忠魂) 서려있네아버지 주달문(朱達文)공 어머니 밀양박씨덕유산(德裕山) 정기받아 충신열사(忠臣烈士) 태어날제신기할사 생년월일 생시까지 갑술(甲戌)이라사갑술에 맞추어서 그이름 논개로다아버지를 여인후에 삼촌달무(三寸達武) 횡포보소김풍헌의 바보아들 논개배필 삼겠다네돋받고 사성(四星)받아 투전하고 청누가니박씨부인 기절초풍 모녀가 피신했네김풍헌의 거동보소 동헌(東軒)에 송사할제붙잡혀온 논개를 장수헌감 최경회(崔慶會)님무죄판결 내린후에 병든부인 간청으로그부인이 세상뜨니 후실로 마지했네임진왜라 당시에 진주싸움 처절할제순국하신 부군(夫君)원수 나라원수 갚으려고열손가락 마디마디 옥가락지 낀손으로적장안고 투신하여 살신성인 하였구나열아홉살 꽃봉오리 피다말고 낙하로다푸른남강 붉은마음 단장추모(斷腸追慕) 겹겹쌓여계내면(溪內面) 주촌(朱村)마을 아씨생가(生家) 복원하니충(忠)과열(烈) 꽃피운얼 거기고이 머무소서어허! 님가신지 사백년이 심쿠려거룩할사 순국열사 어이펴서 칭송하리고운님 애국단심 온겨레의 자랑일레횃불되신 님의넋 길이길이 빛나리라
병인(丙寅, 1986) 지월(至月)
이애미사랑/고두영
회오리바람 솟구치어남 가람 이애미허공 휘감고장대비 몰아치는 갈대밭 진탕
푸른 하늘, 마른번개 번쩍천둥은 서럽게 통곡한다.
열아홉 꽃다운, 임의 사랑사 갑술이 점지하신백두대간의 튼튼한 줄기남 가람의 이름 천만년에 흐르고
서럽게 버리고 돌아서, 웃음 짓는무궁화로 피어난 그 사랑.
논개 / 고두영2)
죽음에서 태어난 그 이름이여!
흔적없이소리없이 임 가신 긴 여울목고향집
부모 생애 그 모두를슬픈 물결에 묻어두고
수모와 모멸과 천시를 넘나들던서러운 이름이여!
햇빛에 떠오르면 正史가 되고
달빛에 잠기면 野史가 되거늘
햇빛 달빛도 비켜서버린외로운 이름이여!
이젠꽃빛 불빛으로民衆의 가슴속 化石으로 새겨진
義娘樓에 不死鳥로 살아난久遠의 女神거룩한 이름이여그 이름이여!
정동주*
진주 기생 논개의절개가 높다드니 굳세다느니장수 노비 논개의충절이 푸르다느니 붉다느니이러쿵 저러쿵 헛소리들로달콤하고 매끄러운 그러나 독 묻은 말씀들이아직도 남아 있는, 차라리 오늘을나는 웁니다.……<중략>……사랑의 사람 그대여, 그대 죽음은사랑의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군색하고 어슬픈 20세기의 숨결,넝마처럼 까발리고 군침 흘리며색감 고운 비단 속에 숨어 낄낄거리는 프리 섹스,낮도깨비 수작만 같은 이력서 위에높이 앉은 높은 콧대,콧대 하나로 지워버리는 性의 이름,돈 놓고 돈 따먹는 시집가기 장가들기,이런 저런, 또 어떤 오늘날 수작으로는가늠할 길 도무지 없는그대 그 사랑은,죽음의 손으로 쟁기질하여매운 혼으로 씨를 물어한 잎 한 잎 울창한 그리움으로짙게 서 있는늘 푸른 사랑의 숲입니다.……<중략>……그 사랑의 숲은제 앞가림의 나날로 깊어져 가는,심장은 식어가고 피는 얼어붙은이 시대 냉병의 한가운데서다시금 더운 피 용솟음치게 하고,머리만 남고 가슴은 퇴화된이 날의 얼음장 밑에서불씨를 다스리고 있습니다.(제11장)……<하략>……
촉석루 회고
矗石懷古*
丁若鏞
바다 동쪽 오랑캐를 바라본 지 그 오랜 세월,
붉은 누각은 높고 멀리 산과 언덕을 베었네
예날의 그 물결 위엔 꽃같은 가인의 춤이 어리고,
단청 동자기둥엔 장사의 노래 길이 남았네.
전쟁터의 그 봄바람은 초목을 휘감고,
쓸쓸한 성의 밤비에 물안개 불어나네.
지금도 사당에는 아름다운 영혼이 남아있는 듯,
삼경에 촛불 켜고 강신술을 올리네.
蠻海東瞻日月多 朱樓迢遆枕山阿
花潭舊照佳人舞 畵棟長留壯士歌
戰地春風回艸木 荒城夜雨漲煙波
只今遺廟英靈在 銀燭三更酹酒過
논개암에서
論介巖*
朴致馥
(序詩) : 본 시의 배경, 진주 남강 위에 서있는 촉석루와 의암의 장엄한 서경, 거기에 서린 충성스런 영혼을 기림.
남강물은 만길이나 깊고,강바위는 천길이나 높구나.그 위에 백척의 높은 누각 있어,장사들의 충혼이 머리카락 솟게 하네.
江水萬?深江巖千丈直上有百尺高樓壯士忠魂髮衝冠
(둘째 시) : 연인의 몸으로 왜장을 죽인 절행(絶行), 그로 인하여 왜적의 간담을 서늘케했음을 칭송함.
살아서 욕됨이 미치지 않고자 하더니,미천한 몸이 진실로 욕을 보게 외었네.왜장 하나 죽인 일들이라 말하지만,현인들은 오직 왜적 하나 만이라고 하지 않네.작은 여인이 왜장하나 죽인 것이,왜적들의 자만스런 웃음 그치게 했네.
生不欲被汚鱗介誠爲辱等是死殲一倭酋尙賢已莫道壹倭小人殲壹倭倭且休堪笑
(셋째 시) : 내용상 본장에 해당되는 장시. 4부로 구성.
여인들이 노래하며 걸어다니니,오고가는 발길에 강둑 풀이 노랗구나.구름은 둥실 떠 오동나무 꽃을 어루고,요염한 여인이 창문으로 고개 미네.집집마다 천자의 아들 돈쓰듯,노래와 웃음, 다투어 봄을 간지럽히네.첩(논개)은 태어나서부터 어려움에 떨어져,몸은 창루가에 맡겨졌네.꽃다운 나이 열여섯인데,다만 우뚝한 자태 가련하구나.천성은 본디 곧고 미뻐서,내치고 싶어도 결코 버릴 수 없다네.
步出閨閤曲井井黃蘖塢英女刺桐花冶灩當囱戶千家錢樹子歌笑爭春姸妾生墮髬耏寄身娼樓邊芳年屬破瓜多姿最可憐天性苦貞諒欲罷不能忘
나라의 운명이 임진·계사년의 간난 속에서,천한 오랑캐(왜구)에게 오래토록 짓밟혔네.
관리들 사로잡혀 욕을 당하고,종묘와 도성도 송두리째 타버렸네.날 저물어 기둥에 의지하며 생각에 잠긴데,긴 칼 끝에 초생달 모아드네.고립된 성의 담장이 무너지니,견고한 진주성도 지킬수가 없구나.슬프다! 육만의 성민들이여,관민이 한 날에 죽음을 맞았네.
天步戹辰巳醜虜長蹂躪衣冠辱俘據廟者隨灰燼日夕倚柱念蛾眉欑脩劍孤城乏儲胥坐失金湯險哀哀六萬人同日爲猿鶴
탐욕한 왜장은 걸상에 의탁한 채,술에 흠뻑 취해 방자히 지껄이며 기롱한다.미련스레 껄껄웃으며 짐승처럼 나대더니,끌어내어 매질하며 제멋대로 음탕하다.단칼에 죽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나,욕되게 목숨을 마친다면 무슨 도움이 되리오.꾀를 내고 곧 일어나서,기쁘게 그를 따라 춤을 추네.높은 누각은 시 읊기에 좋지 못하나,강가의 바위는 크고 넓어 믿을만 하단다.손을 끌고 가면서 원하여 말하기를,어두워질 때까지 노릴자 하더라.어리석은 왜놈은 아미 정신이 녹아서,그 말 따라 응락을 하였네.위험한 바위는 절벽 깎아 만들었나,위에는 겨우 소반하나 놓을만 한데,아래로는 천 길 못이 있네.흐르는 물결 힐끗보니 맑고 잔잔하데,섬뜩한 무서운 생각에 와락 끌어 안긴다.몸을 가까이 점점 앞으로 나아가서는,그 허리를 얽어 끌어 안는다.힘을 써 갑자기 발을 날린,만길 떨어져 풍덩 소리났네.
頑酋據胡牀縱酒恣喧謔騃渠牡牡性挑撻肆淫黷
一劍諒非難經瀆竟何益作計乃爾立忻然隨俯仰高樓正不韻江石洵訐廣願言攜手去囱囱窮●旭癡奴魂已銷隨語聲應諾危巖陡戌削上可容盤礡
下有千仞潭流체澹淸漣强忍嚴閃意近身稍向前緊緊抱其腰用力儵擧趾渢渢萬丈下
나와 너 함께 죽었으니,추한 뼈는 상어와 악어의 먹이되고,아름다운 넋은 용궁으로 모셨네.용궁은 바다에 통한다 하니,멀리 대동강(패강)과도 통하겠네.대동강에도 의로운 기생이 있어,왜놈의 배를 칼로 찔렀다네.빛나는 강물 얕은 듯 깊은,대동강은 서북으로 흐르네.당대에 빼어난 아름다운 두 여인이 있어,어여뿐 절개! 그 이름, 영원하리라.
吾與爾共死醜骨餌鮫鰐香魂侍龍宮龍宮達于海遙與浿江通浿上有義妓剚刃奴腹中菁江淺如泓浿水西北流絶代兩佳人姱節名不休
논개 의 얼/이선녀
시조시인장안산 정기받아 여식이 태어나고갑술년 4갑술로 귀하게 탄생하니그이름 주논개라고 작명하게 되었네외아들 잃은슬픔 기도로 승화하고애틋함 전해져서 논개를 얻었으니장계면 주촌마을에 생기넘쳐 나누나총명한 어린시절 효성도 지극하여손가락 핏방울로 극진히 봉양하나하늘도 무심하여라 아버지를 여의네오갈곳 없는모녀 처량한 신세되자숙부의 횡포속에 돈받고 팔려가네외가로 피난을하며 설운세월 격누나김풍헌 고발하여 재판을 받게되나억울한 사연풀어 관아에 거둬지고주논개 효성심속에 운명마져 바뀌네최현감 정실부인 논개를 받아들여후사를 부탁하며 부부연 맺어주니논개와 최경회장군 회로하게 되었네부모님 여의옵고 시묘살이 하던차에최현감 장계땅에 의병청 세워놓고우지치 무주금산에 승전보를 올리네장계면 월강리에 장대세워 훈련하고장수군에 진을치며 의병장 활약하네영호남 산맥이어서 나라지켜 가누나임진년 임진왜란 의병을 앞세우고경상병마 절도사로 진주성 참전하니논개님 비장함으로 낭군님을 따르네영호남 요충지인 진주성 함락되고기녀로 위장한채 승전연 참석하며남편한 나라원수에 서슬퍼런 칼을가네논개님 열손가락 마디마디 한서리고옥가락지 칼날되어 왜놈장수 목을안네남강에 투신한영혼 횃불되어 빛나리한숨을 삼킨바위 우뚝서 당당하고의암에 새겨진뜻 절열과 충의려니순절한 논개의영혼 겨레꽂이 되었네촉석루 등에지고 남강을 바라보네짙푸른 초목들이 세월을 덮었거늘남강에 곧은영가는 구슬픔만 더하네참빗에 빚질을한 빗줄기 촘촘하고유유히 흘러가는 남강물 도도하다선혈이 낭자한물속 붉은꽃대 올리네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