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마의 씨 Rosemary's Baby, 1968>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미아 패로우 , 존 카사베츠 , 찰스 그로딘 , 루스 고든 , 모리스 에반스 제작: 윌리엄 캐슬 상영시간: 136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만큼이나 이 영화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부부를 둘러싼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도 유명한 '오컬트 무비(Occult Movie;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 악마 등의 심령현상을 다룬 공포영화의 한 장르)'의 명작.
68년 이 영화가 큰 흥행을 거두고 난 다음해인 69년,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 샤론 테이트가 뱃속의 아기와 함께 광신도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항간에는 그의 영화를 본 광신자들의 짓이라는 둥, 악마의 저주라는 둥 소문이 횡행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이비 종교 교주인 찰스 맨슨이 음반제작자를 죽이려 한 과정에서 그 음반 제작자의 집을 빌렸던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밝혀진다.
이 영화는 특히 기존의 호러물과는 달리 숲속이나 외딴집이나 쓰러져 가는 건물이 아닌 뉴욕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공포감을 더한다. 스타가 되기 위해 배우인 남편이 악마와 계약을 하고 부인은 자신도 모르는 새 악마의 아이를 갖게 된다. 그러던 중 로즈마리가 화장실에서 만났던 한 여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녀는 이상한 악몽과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된 로즈마리는 이웃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무슨 나쁜 짓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자신의 아이가 악마의 자식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심리적으로 점차 고립되어 가는 여주인공 로즈마리의 시선을 취하면서 풀 쇼트로 잡은 장면들은 지금껏 공포 영화의 명장면으로 인구에 회자되며, 이 영화의 큰 성공으로 오컬트 영화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신비주의 붐이 일기 시작했을 정도로 이 영화가 미친 영향은 컸다.
2.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출연: 린다 블레어 , 엘렌 버스틴 , 막스 폰 시도우 , 리 J. 콥 , 제이슨 밀러 각본: 윌리엄 피터 블래티 음악: 잭 니츠체 제작: 윌리엄 피터 블래티 상영시간: 130분 관람대상: 15세 이상 관람가
악마가 씌인 사람이나 사물에서 사탄이나 악마를 몰아내는 종교의식을 의미하는 '엑소시즘'(Exorcism).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 <엑소시스트>는 1949년 메릴랜드에서 있었던 14세 소년의 실제 사례에 바탕을 두고 있어 공포감을 더한다. 실제 영화 또한 선과 악의 대립에 관한 이단적 해석('악은 때로 선을 압도한다!'), 반기독교적 화면, 소름끼치는 음향효과, 공포의 핵심을 단번에 찔러들어가는 효과적인 편집과 촬영 등으로 공포영화의 한 극단적 성취를 보여준다.
미국 조지타운에서 어린 소녀 리건에게 어느날 악령이 스며든다. 리건의 엄마이자 배우인 크리스는 리건의 병이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심령의 문제임을 알고 성직자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던 신부 카라스는 악령을 쫓기 위한 엑소시즘을 제안받지만 리건의 증세가 악령에 의한 것인지 확신을 못한다. 귀엽기만한 그녀의 얼굴이 흉측한 악령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마침내 "그리스도가 나를 범하고 있다"라고 외치면서 사람들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결국 카라스 신부는 엑소시즘의 경험이 있는 노신부 메린에게 도움을 청하고, 결국 악마와의 사투가 시작되지만 악마의 힘은 '선'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철저하게 유린하는데… . 종교적인 논란을 이유로 1973년 오리지널판에서는 삭제되었던 십자가 자위장면 등 11분을 추가하고 디지털로 리마스터링 된 <엑소시스트: 디렉터스 컷>이 지난 2000년에 출시되어 마니아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당신이 결코 보지 못했던 버전(A version you've never seen)〉이란 2000년 재출시작의 부제처럼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시대적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공포영화의 최고봉. <피플>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이 영화를 '영화사상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3. <텍사스 살인마 Texas Chainsaw Messacre, 1974>
감독: 토브 후퍼 출연: 마릴린 번스 , 알렌 대지거 , 윌리엄 베일 상영시간: 113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이 영화의 주인공, 그러니까 '레더페이스'(그러니까 순우리말로 하면 '인두겁'?)라 불리우는, 사람의 얼굴가죽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괴성을 지르거나 전기톱을 이리저리 흔들며 일군의 젊은이들을 학살하는 살인마는 그저 인육을 즐기는 대가족의 장손일 뿐이다. 깨끗하고 아늑해 보이는 하얀 집에 사는 그들, 아버지는 주유소를 겸한 바베큐집을 운영하고 두 아들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사람들을 잡아다가 도살하며, 할아버지는 너무 늙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반시체지만, 아흐! 사람의 피를 맛있게 빨아먹는다.
두 아들은 날마나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철없는 어린애들처럼 천방지축이다. 그들의 희생자가 된 다섯명의 젊은이들 중 넷은 잡히자 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둔중한 해머나 전기톱으로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렸지만, 몇시간동안이나 필사적으로 도망다닌 샐리는 그들에게 생포되어 할아버지에게 피를 빨리고, 그들이 인육으로 만든 스튜와 바베큐로 저녁식사하는 식탁에 합석해야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할 행동들, 장난 치고 웃고 떠들고… .
자, 이래도 이 영화를 볼 용기가 나시는지? 비위와 담력이 강한 분이라면 이 영화 속에서 식인가족의 터무니없이 코믹하고, 그 우스꽝스러움이 오히려 극도의 공포심과 혐오감을 배가시키는 호러 영화의 또다른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평론가들은 짐짓 혐오감을 감추고 이 영화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붕괴해가는 전(前)자본주의적 가족사회의 비극"을 읽어내기도 하지만 글쎄, 그러기에 화면은 너무 압도적이고 역겹고, 황당스럽다. 식후 관람은 금물.
4. <오멘 The Omen, 1976>
감독: 리처드 도너 출연: 그레고리 펙 , 빌리 화이트로 , 데이비드 워너 , 리 레믹 음악: 제리 골드스미스 상영시간: 111분
<엑소시스트>와 함께 오컬트 무비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70년대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호러 영화 중 하나이다.
리처드 도너의 능수능란한 연출과 그레고리 펙, 리 레믹과 같은 일급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관객의 공포를 자극하는 제리 골드스미스의 음악이 잘 버무려져 한편의 완성도 높은 호러 무비를 만들어냈다. 성서 요한계시록에 바탕하여 새로운 '적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하는 묵시록적 상상력과 영상이 관객으로 하여금 암울하면서도 묵직한 공포에 서서히, 그러나 어느 영화보다 강렬하게 빠져들게 한다.
부와 명예를 충분히 갖춘 '소른' 대사의 아내가 낳은 아이가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자 소른은 아내 몰래 아이를 입양한다. 그 아이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악마의 화신' 데미안이다. 아무탈 없이 화목하고 부유하게 크던 데미안, 하지만 데미안의 생일날 그의 유모가 정체 모를 검은 개와의 눈빛을 교감한 후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하고, 이를 이상히 여긴 기자의 추적이 이어진다.
피뢰침에 몸을 관통당해 죽는 신부, 유리창에 목이 잘리는 교수, 층계에서 죽는 엄마 등 이어지는 악마의 살인장면이 보는 이의 공포를 쉬임없이 확대재생산한다. 개봉당시, 부모들이 악마의 숫자인 '666'이 낙인찍혀 있나를 살펴보기 위해 자기 아이들의 머리를 깍이는 소동이 일었을 정도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한 공포영화가 그러하듯, 이후 나온 2, 3, 4편은 그리 추천할 만한 작품은 못되니 작품번호에 주의하시도록.
5. <캐리 Carrie, 1976>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시시 스페이식 , 파이퍼 로리 , 에이미 어빙 , 낸시 알렌 , 존 트라볼타 상영시간: 97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왜 하필 <캐리>인가? 선혈이 낭자하지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악마의 장난도 없는 이 영화가 아직도 공포 영화의 '영원한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이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마여서, 젊은 날의 존 트라볼타가 출연작이라서? 아니다,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데뷔작이기도 한 영화 <캐리>는 그것이 다루고 있는 소재의 보편성, 즉 '왕따'라는 현대사회의 병증을 독특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전해줌으로써 '명작'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캐리는 이단적인 종교의 광신도인 홀어머니와 같이 산다. 그녀의 어머니는 외부와의 교류없이 늘 집안에서 이상한 의식과 예배를 지낸다. 캐리는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이런 일들을 스스로 해결치 못하고 어머니에게 끌려다니며 성장한다.
그런 그녀도 고등학생이 되고, 이성에도 눈을 뜨는 사춘기를 겪는데, 조금은 이상한 캐리는 여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런 그녀가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아이에게 댄스파티의 파트너로 초대되자 주변 학생들은 '일사불란' 그녀에 대한 공개적인 망신과 집단 따돌림으로 반응한다. 캐리는 급기야 억눌린 분노를 터뜨리고, 이는 초능력에 실려 가공할 참극을 빚어내는데… .
1976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봐도 어색치 않을 만큼 탄탄한 드라마와 세련된 화면, 그리고 특수효과가 돋보인다.
6. <샤이닝 The Shining, 1980>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 셸리 듀발 , 앤 잭슨 상영시간: 146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교사인 잭 토란스는 부인과 어린 아들을 둔 가장이다. 그는 여름과 가을에만 문을 열고 긴 겨울 동안에는 폐쇄하는 매우 큰 호텔을 겨울 동안 가족과 함께 봐주기로 한다.
그런데 잭은 예전에 이 호텔에서 잭처럼 겨울 동안 그 호텔을 관리하던 한 호텔급사가 정신이상으로 자신의 가족을 끔찍하게 살해했던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잭은 그런 얘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조용하게 머물면서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족을 데리고 호텔도로 향한다. 폭설이 내려 외부와 완전 고립된 거대한 호텔에서 단 세 명이 생활하는데, 잭은 고독 속에서 점점 끔찍한 악몽과 환상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자신의 부인과 어린 아들에게 달려드는데..
가정도 돌보야하고 일도 해야하는 현대 가장의 책임감을 빗대어 그린 작품으로 스텐리 큐브릭의 대표작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아들이 미로와 같은 정원을 도망치는 장면에서 사용된 스테디캠은 영화사에 염청난 영향을 주었다. 철학적이면서도 심미적인 공포 영화의 수작이지만 부인과 아들을 살해하려 한다는 '불온한' 설정 때문에 한국에는 정식으로 소개되지 못했다.
7.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1980>
감독: 숀 커닝햄 출연: 베시 팔머 , 아드리엔 킹 , 케빈 베이컨 , 해리 크로스비 상영시간: 95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80년대 이후 공포 영화, 특히 '슬래셔 무비'(난도질 영화)의 전범을 보여준 작품. B급 공포 영화 중 최고의 히트작이며, 10대 캠프장을 무대로 한 공포 시리즈를 양산한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령, 무분별한 섹스를 나눈 청소년들은 죽는다던가, 혼자 남은 사람은 죽는다던가, 속편이 예고된다던가 하는 원칙들이 완성되어 이후 공포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헬레이저>의 '핀헤드',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쿠르거'와 함께 이 작품의 주인공 제이슨은 공포 영화의 3대 캐릭터로 꼽힌다.
1958년 크리스탈 호수의 야영장은 제이슨이란 소년이 호수에서 익사한 뒤 두명의 소년이 살해된 채 발견되자 폐쇄된다. 마을 사람들은 저주가 내렸다고 이곳을 피하지만 야심만만한 스티브는 야영장을 단장해 다시 개장한다. 마침내 제이슨이 익사한 13일의 금요일, 야영장을 찾아온 젊은이들은 잔인한 방법으로 하나 둘씩 살해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앨리스에게 살인마의 손길이 뻗쳐온다.
특이한 것은 1편의 킬러는 제이슨이 아니라 제이슨의 엄마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이 신세대 호러 <스크림>에 영화퀴즈로 출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작 제이슨이 맹활약하는 2편부터 9편까지는 1편의 명성에 먹칠을 한다는 최악의 혹평을 받기도 했으니 이건 또 웬 아이러니?!
8. <드레스드 투 킬 Dressed To Kill, 1980>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마이클 케인, 앤지 디킨슨, 낸시 앨런 상영시간: 100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1976년도 작 <캐리>에 이어 브라이언 드 팔마는 <드리스드 투 킬>에서 좀더 인간적이고, 좀더 미묘하며, 좀더 정제된 형식으로 인간 내면에 깔린 공포를 끄집어낸다. 그는 <캐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내면 심성 속에 잠재한 악마적 본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이중 인격자의 엽색 행각을 피노 도나지오의 감미로운 선율에 담아 세련되고도 숨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직접적으로 차용한 오프닝의 샤워 장면 등 <싸이코>의 주요 모티브를 빌어 만든 모던 호러영화로 무자비한 살인을 감행하는 살인마로 특이하게도 양성인간이 등장한다. 성적인 좌절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양성인간이 자신을 흥분시키는 미모의 여인들을 살해함으로써 욕망을 해소한다는 섬찍한 내용.
정신과 전문의 엘리어트는 신체 속에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성을 갖춘 인간이다. 자신의 인격을 남성인 엘리어트가 지배하면 여인들을 습격하는 살인마로 변모한다. 그의 정신과 환자인 엔지가 엘리어트를 유혹하자 엘리어트의 성격을 보비가 지배하여 엔지를 엘리베이터에서 죽여 버린다. 이것을 우연히 목격한 리즈가 범인으로 몰리지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엔지의 아들 피터와 금발의 여인을 찾아 나선다.
한편 보비는 자신을 목격한 리즈를 죽이려 하지만 피터의 기지로 상황 모면한다. 리즈와 피터는 범인을 닥터 엘리어트의 환자라고 추측하고, 신분을 알기 위해 리즈가 엘리어트를 유혹한다. 그때 엘리어트의 인격을 보비가 지배하여 리즈를 죽이려고 한다. 계속 미행하던 경찰에 의해 엘리어트는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리즈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
이 영화는 특히 난도질 살인이 벌어지는 장소로 엘리베이터를 처음 등장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영화를 보고나면 한동안은 엘리베이터 타기가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9. <이블데드 The Evil Dead, 1982>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브루스 캠벨 , 베시 베이커 , 홀 델리치 , 사라 요크 상영시간: 86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최근 국내에서도 흥행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스파이더맨>을 감독한 샘 레이미 감독의 1982년작으로 호러영화의 새로운 전범을 제시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장소, 한정된 인원, 저예산, 컴퓨터 특수효과가 없이도 충분히 뛰어난 장르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저예산 영화의 전설이기도 하다. 예컨대 줄에 카메라를 매달아 찍은 자연스럽고 화려한 카메라 워킹은 스테디캠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5명의 젊은이가 외진 숲속의 오두막으로 캠핑을 온다. 하지만 이 오두막은 악마를 연구하다 죽은 사람의 집이다. 이곳에서 악마를 부르는 주술서 '네크로노미콘'과 이를 번역한 테이프를 발견, 이를 틀자 악마가 되살아나 이 5명을 공격하는데… .
자신의 머리를 공 삼아 리듬 체조를 하기도 하고, 기계사이에 머리를 끼워 톱으로 썰려하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머리 등 영화 전반에 걸쳐 기존 공포영화의 관습을 뒤엎는 재기발랄(?)한 영화적 상상력과 황당하기조차한 설정이 맹목적인 공포감을 뛰어넘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셈 레이미의 절친한 친구 브루스 캠벨이 주연을 맡아 열연하며, <허드서커 대리인> 등 독특한 작품을 남긴 코엔형제가 편집을 맡았다. 1987년작 <이블데드 2>, 1993년작 <이블데드 3> 등 후속작들도 1편 못지 않은 영화적 완성도로 많은 '레이니 마니아'들을 끌어 모았다.
10.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1982>
감독: 토브 후퍼 출연: 크레이그 넬슨 , 조베스 윌리엄스 , 헤더 오루크 , 도미니크 듄 , 올리버 로빈스 상영시간: 114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이른바 '스필버그 사단'의 작품으로 미디어의 폭력과 중독성을 공포영화라는 장르로 풀어냈다. 아이들의 능숙한 연기가 백미, 실제 유령이 나온다는 집에서 촬영한 것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평범한 집안의 막내딸이 이사 온 집에서 밤마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눈다.
그러던 중 어느 폭풍우 치는 밤에 막내딸이 없어진다. 가족들은 아이가 TV속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음을 알아내고 심령술사를 부른다. 집에서는 악령들이 벌이는 묘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악령들이 출몰하는 이유는 그 곳이 원래 공동묘지였으나 건축가의 욕심으로 이장하지 않고 그대로 집들을 지은 것이 화근이 되어 악령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심령술사의 도움으로 아이를 구하게 되지만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 제작된 3편의 시리즈는 주연으로 출연했던 배우 4명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통에 엉뚱하지만 '배우들이 가장 출연하기 싫어하는 영화'로도 이름을 날렸다.
11. <비디오드롬 Videodrome, 1983>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제임스 우즈, 데비 해리 상영시간: 88분
크로넨버그의 영화적 관심은 신체기관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인간이 곤충과 섞이고(<플라이 Fly, 1986>), 샴쌍둥이처럼 신체가 서로 섞이는(<데드 링거 Dead Ringer, 1988>) 과정을 잔인할 정도로 기계적이고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비디오드롬>은 MTV가 첫방송을 내보낸 1983년 바로 그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신체-기계, 인간-미디어의 접합이라는 그로테스크한 소재를 통해 바야흐로 개화하고 있던 미디어 과잉과 중독의 시대에 대한 우울하고 묵시록적인 은유이다.
시대를 알 수 없는 도시에서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를 기획하고 있는 맥스(제임스 우즈)는 좀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공위성으로부터 끊임없이 송신되는 '잔인무도한 강간과 살인'에 관한 '라이브 다큐멘터리'에 반한다. 그리고 그 방송을 독점계약하기 우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송의 출처를 찾아 헤맨다.
그런데 그 정체에 다가가면 갈수록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맥스는 어느 순간 텔레비전 모니터에 빨려들어가기도 하고, 배가 가려워 긁다가 그 배를 가르고(!) 그 속에서 비디오 카세트를 꺼내기도 한다. 맥스는 이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멈추지 못한다. 그는 이미 '중독'된 것이다.
<비디오드롬>의 공포는 그것이 더 이상 영화적 상상력이 아닌, 새삼스럽기조차한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도처에 깔린 저 무수한 '맥스들'을 보라, 섬찟하지 않은가? (그러고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느 나도….-_-;)
12.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
감독: 웨스 크레이븐 출연: 존 색슨 , 로니 블레이클리 , 조니 뎁 , 아만다 위스 , 닉 코리 상영시간: 92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스크림>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명장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작품으로 <13일의 금요일>의 살인마 제이슨만큼이나 유명한 캐릭터 '프레디 쿠르거'를 탄생시킨 영화. 비단 현실에서뿐 아니라 꿈속에서 조차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쇄살인범이 나타나 환상살인을 저지른다는 독특한 발상은 이후 공포물들에서 끊임없이 차용되고 변주되기도 했다.
20년전, 엘름가의 사람들은 합심하여 살인마 프레디를 태워 죽인다. 칼날 손을 한 채 흉칙하게 불타 죽은지 20년이 지난 후, 자신을 살해했던 사람들의 자녀들의 꿈에 프레디가 모습을 드러낸다. 엘름가의 소년, 소녀들은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복수의 화신 프레디는 면도날 손톱으로 잠든 아이들을 하나씩 무참한 방법으로 살인하며 엘름가를 밤마다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드는데… .
<나이트메어>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손꼽히지만, 이후 쏟아져나온 후속작 중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한 영화는 이 작품과 <뉴나이트 메어>뿐인만큼 작품선택에 주의하시길. 지금은 대스타가 된 조니 뎁의 데뷔작으로 그의 '뽀송뽀송한' 초기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한 즐거움이다.
13. <죽음의 날 Day of the Dead, 1985>
감독: 조지 A. 로메로 출연: 로리 카르딜르 , 테렌스 알렉산더 , 리처드 리버티 상영시간: 100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시체들의 새벽>(1979)에 이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살아 있는 시체', 이른바 '좀비'를 70년대 호러무비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부상시킨 조지 로메로의 좀비 시리즈 중 세번째 작품이다. 걸작으로 명성이 자자한 앞의 두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체들의 새벽> 또한 만난을 무릅쓰고 (웬만한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절대' 구해볼 수 없다!) 구해보시길 권한다.
로메로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메카시즘과 인종주의의 광풍에 야유룰 퍼부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신냉전 시대를 비꼬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 호러'인 셈. 지상은 좀비들에게 점령당하고 산사람들은 한명도 없다. 오직 좁은 지하 공간에서 열명 남짓의 사람들이 좀비들을 피해서 숨어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하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힘을 모아 살아갈려고 하지도 않고, 서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결국 주인공인 흑인과 여성, 알콜중독자들 같은 소외된 계층만 살아 남고, 나머지 '잘나가던' 사람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희소식 한가지! 본란 원고를 쓰기 위해 인터넷을 어슬렁거리다 최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인터넷으로 출시된 것을 발견했으니 얼른 검색해 보시도록.
14. <좀비오 Re-Animator, 1985>
감독 : 스튜어트 고든 제작 : 1985년 출연: 제프리 콤즈 , 바바라 크램톤 , 브루스 애보트
스페인 시트헤스 공포영화제 그랑프리, 아보리아즈 국제 환타스틱영화제 최우수 공포영화상등을 수상한 <좀비오>는 스튜어트 고든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연극으로 활동을 시작한 스튜어트 고든은 85년 대표적 공포 소설가인 H.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각색한 <좀비오>로 데뷔해 칸느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비평적 찬사와 함께 수많은 호러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나이도 어리고 정신도 어린 졸렬한 뇌전문 과학자 웨스트는 자신의 선생님이 죽자 다른 의과대학으로 간다. 웨스트는 이 학교에서 색다른 실험을 하려고 한다. 그는 죽은 고양이에게 시약을 투여하여 살아나는 실험을 성공하고는 영안실에서 시체를 훔쳐 시약을 투여한다.
그런데 이 시체가 학장을 죽이게 되고, 웨스트는 다시 학장에게 시약을 투여하여 학장을 살아있게 한다. 죽은 사람에게 시약을 투여하고, 다시 그 시체들이 사람을 죽이며 사건은 점점 더 커지게 되어 웨스트가 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목떨어진 시체가 자신의 목을 들고 다니는 장면(!)은 압권 중의 압권.
15. <헬레이저 Hellraiser, 1987>
감독: 클라이브 바커 출연: 앤드류 로빈슨 , 클레어 히긴스 , 애슐리 로렌스 , 올리버 스미스 상영시간: 94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국내에서는 1989년 <악령의 상자>라는 다소 '엉뚱한' 타이틀로 출시되어 영화팬들을 헷갈리게 했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또다른 영국 공포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1987년도 작품으로, 자신의 공포소설 <지옥으로 묶인 마음>을 토대로 클라이브 바커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프랭크는 미지의 마을에서 이상한 사람에게 한 퍼즐 상자를 얻게되고, 마침내 퍼즐을 풀어 냄으로써 우주의 지옥문을 열게 된다. 저주의 퍼즐을 푼 프랭크는 지옥문에서 튀어나온 '핀헤드'(Pinhead)와 수도사(Cenebite) 일행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몇년 후 프랭크의 형제인 레리와 프랭크의 딸 커스티 그리고 프랭크의 정부 주리아가 사람들을 살해하여 그들의 피로 프랭크를 살려내지만 프랭크는 불완전한 채로 되살아나는데… .
머릿카락 대신 온머리에 날카로운 핀을 꽂은,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 캐릭터중 하나로 손꼽히는 '핀헤드'와 그의 섬뜩한 설교("시간 낭비할 수 없다. 눈물 흘리지 마라. 감미로운 고통의 눈물을.")를 듣는 것만으로도 90여분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특히 뜽금없이 피가 튀고 몸뚱이가 마구 잘려나가는 미국식 공포영화에 식상한 영화팬이라면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 이 이단적인 '고딕 호러'에 대해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마저 "공포영화의 미래는 클라이브 바커'에게 달려있다"고 상찬을 늘어놓았을 정도니까.
하지만 1편의 인기에 힘입어 그후 한두해 걸러 한편씩 출시된 시리즈물의 완성도는 솔직히 보증할만한 수준은 못된다. 2000년 드디어 5편이 마지막이라고 '완결편'을 내놓더니, 웬걸 2001년에 6편이 '또' 출시되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핀헤드'의 징벌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
16. <데드 얼라이브 Dead Alive, 1992>
감독: 피터 잭슨 출연: 티모시 발므 , 다이아나 페널버 , 엘리자베스 무디 , 이안 와킨 , 브렌다 켄달 상영시간: 97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이 영화의 묘미는 도저히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것들의 미묘한 '혼거'에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감독의 영화적 이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터 잭슨이 누구인가? 얼마전 대박을 터뜨렸던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를 감독했으면서, 94년에는 우아한 예술영화 취향의 <천상의 피조물>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거머쥐었던 바로 그 감독이 이 어처구니 없는 B급 공포영화의 금자탐을 쌓은 이라니… .
아이러니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러닝타임 내내 사지절단과 유혈낭자가 난무하면서도 이 영화는 조지 로메로의 '좀비'와 데이비드 린치의 <광란의 사랑>을 연상시키는 멜로 드라마 코드, 그리고 감독 특유의 악취미에 기반한 코미디적 감각을 알맞게 버무려 구역질나는 극단의 공포에 몸을 떨다가도 어느 새 '피식'하고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흘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나약한 한 마마보이 라이오넬은 아름다운 파퀴타에 첫눈에 반해 그녀를 집에 데려온다. 하지만 둘의 사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그의 엄마는 둘을 갈라놓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 와중에 '수마트라산 쥐 원숭이"에게 물린 그의 엄마는 상처가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살을 뜯어먹는 좀비로 변해가고, 그는 어쩔줄 몰라하며 방관할 수 밖에 없다.
놀래다가 웃다가, 다시 웃다가 놀라는 자못 '이상한' 영화체험을 기대하는 이는 반드시 봐두어야 할 작품이다.
17. <캔디맨 Candyman, 1992>
감독 : 버나드 로즈 출연 : 버지니아 매드슨 , 토니 토드 , 잰더 버클리
갈고리를 든 살인마는 자주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인물.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형적'이되 '상투적'이지 않다.
캔디맨은 도시속에 구전되어 오던 일종의 전설속의 인물이다. 사학자 헬렌 라일은 도시의 역사와 전설, 민담 등에 대해서 조사를 하던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거울을 보고 다섯번만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가 나타난다'는 캔디맨의 전설이 그것. 이를 실증해보기 위해 순진한 소녀를 유혹해서 그녀에게 캔디맨의 이름을 부르게 하자, 전설이 실현된다.
캔디맨은 도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처절하고 끔찍한 연쇄살인을 시작한다. 그것도 자신을 불러낸 사람들의 아이들만을 골라… . 19세게 노예 출신의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국판 <전설의 고향>, 하지만 <전설의 고향>보다는 훨씬 더 치밀하고, 강렬하며, 덜 교훈적이다.
18. <스크림 Scream, 1996>
감독: 웨스 크레이븐 출연: 니브 캠벨 , 코트니 콕스 , 스킷 울리히 , 데이비드 아퀘트 , 드류 베리모어 촬영: 마크 아이윈 음악: 마르코 벨트라미 상영시간: 111분 관람대상: 18세 이상 관람가
이 영화는 공포영화에 미친 젊은이들이 실제로 일을 벌인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시나리오를 벌인다는 '공포영화에 대한 공포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던 작품. 1984년도 흥행작 <나이트메어>의 감독을 맡았던 웨스 크레이븐의 감독 역정이 마치 지난 20여년 동안의 시대적 변화를 웅변하는 것같아 흥미롭다. 그는 영화속의 주인공의 입을 빌려 공포영화를 평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나이트메어까지 (극중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드류배리모어가 "'나이트메어'는 첨에 별로였어"라고 씹는다) 비평의 재물로 내놓는다.
주인공들은 수많은 공포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공포영화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포영화에 대한 열정과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한다. 마침내 공포영화에 미친 이 젊은이들은 일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나이트메어>가 미국의 80년대 초중반 신냉전-신보수주의 조류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면, <스크림>은 20세기말 포스트모던 시대의 10대들의 감성을 파고 드는 감각적인 호러 영화로 정의 할 수 있다. 한동안 한물간 장르로 취급되던 호러 영화에 새로운 '르네상스'의 개화를 알린 작품이다.
남자친구와 공포영화를 보며 오붓한 저녁시간을 보내려고 팝콘을 튀기던 케이시는 공포스런 전화를 받는다. 곧바로 케이시는 피투성이가 되어 묶여있는 남자친구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와 남자친구는 이내 무참히 살해된다. 한편 케이시의 친구 시드니 역시 은근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고, 전화를 끊자마자 가면에 까만 망토를 쓴 괴한의 침입을 받는다. 그후 정체불명의 사이코 킬러가 10대를 대상으로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벌이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용의자인 동시에 희생자가 될 수 있는 끔찍한 상황이 펼쳐진다.
19. <식스 센스 Six Sense, 1999>
감독 : 나이트 샤말란 출연 : 브루스 윌리스 , 할리 조엘 오스먼트 , 토니 콜레트 , 올리비아 윌리암스 , 도니 왈버그 관람대상: 12세 이상
피와 살이 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호러 무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심리 스릴러에 가깝지만 영화 후반부의 놀라운 반전은 공포 그 이상의 압권이다. <와이드 어웨이크>를 감독했던 M. 나이트 샤말란이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도 잡은 영화다.
8살 콜 시어는 알 수 없는 어둠의 영혼들에게 시달린다. 8살의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상황은 계속되고, 콜 시어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동 심리학자인 닥터 말콤 크로뿐이다.
크로는 과거에 자신이 치료를 하다 포기했던 한 환자에게 권총을 맞는 사고를 당하고 이를 계기로 환자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크로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콜 시어와의 상담을 통해 이론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들은 밝혀내려고 애쓴다. 한편 아내와 사이가 점점 나빠지던 크로는 이 상황을 콜과 이야기하게 되고, 콜은 하나의 접근법을 이야기해 준다. 그러던 중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일이 일어나고 크로는 자신의 상황을 깨닫게 된다.
12세 관람가라고 쉽게 생각했다는 큰코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시도록. 특히 영화 최후의 반전은 '인-생-무-상'을 저절로 생각하게 만든다. 아흐, 죽은 자가 바로 나라니!
20. <카오스 Chaos, 2001>
감독: 나카다 히데오 출연: 하기와라 마사토, 나카타니 미키, 미츠이시 켄, 쿠니무라 준 관람대상: 18세 이상
공포영화도 서양것만 편식하면 질리기 마련, 느끼해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일본 공포영화 한편을 추천한다.
최근 일본 공포영화의 중심엔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여우령>으로 데뷔한 그는 <링>, <링2> 등으로 공포 장르에서 독특한 입지를 굳혔다. <카오스>는 그런 나카다 감독의 사이코 스릴러다. 우타노 쇼고의 하드보일드 소설 <사랑받고 싶은 여자>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관객들이 어느 정도 사건 개요를 파악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다시 혼란과 미궁으로 빠뜨린다. 이를테면 이 영화는 (일본영화답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한방 먹이는' 압도적인 공포보다는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스멀스멀함으로 상영시간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다.
미모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곤 납치범의 협박 전화가 걸려 온다. 수화기에선 공포에 질린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납치범은 3억 원을 요구한다. 남편은 돈을 준비하며 경찰에 비밀 수사를 요청한다.
그러나 이 유괴는 자작극. 부인이 심부름 센터 직원에게 부탁해 꾸민 연극이었다. "나를 유괴해달라"는 이유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 영화는 여기서 또 관객을 혼란으로 밀어넣는다. 사건을 자작극에서 '실제 상황'으로 뒤바꾼다. 연약하게 보였던 심부름 센터 직원의 태도가 바뀌어 진짜 유괴로 돌변한다. 이쯤에서 그친다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요즘 관객이 얼마나 영악한가.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듯 <카오스>는 또 다른 미로를 준비해놓았다. 살인 사건과 연관된 숨겨놓은 함정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사건을 미궁에 빠뜨린다.
이 영화의 교훈 한가지! 남자의 사랑을 시험하려 들지말라, 잘못하면 심신이 고생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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