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8,火木連載/(아내의 팔뚝),매우 비싼 원고료,04회/김용원
이어 사내는 시퍼런 칼로 배를 가르고 내장을 끄집어낸다. 피비린내와 구린내로 사내는 한차례 구역질을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토막낸 조각들을 중탕솥에 켜켜로 다져넣으며 사이사이를 약재로 채운다… 마침내 솥뚜껑을 닫고 불을 댕긴다….
이상은 권 사장이 행방불명된 지 일주일 만에 떠돌기 시작한 소문이며, 그 소문이 마침내 권 사장의 아들 권영모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나는 영모의 말을 들으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다스리려 룸 한가운데에 놓인 수족관으로 눈길을 옮겼다. 여러 마리 열대어 중 몸통에 비해 터무니없이 주둥이가 큰 녀석이 다른 종류의 열대어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었다. 상대의 열대어는 모양새가 유선형으로 미끈하게 빠졌으며 행동도 부드럽고 유연하여 기품 있게 보였다. 그러나 군데군데 비늘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봐 건강상 취약한 구석이 있는 게 분명했다. 어쩌면 한두 차례 공격을 당한 후일 수도 있겠다.
주둥이가 몸통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그 열대어의 종류명을 모르므로 임시 빅마우스피시라 이름지었다. 느리고 아둔한 듯, 그러면서 기품만은 잃지 않는, 비눌 떨어진 열대어는 굿맨으로 이름지었다. 이렇게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이름을 짓는 일은 내 취향이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도 나에게 주는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를 따서 이름을, 그것도 영어로 짓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유난히 입술이 두꺼운 사람을 만나면 그의 이름을 원파운드로 짓는다. 그의 입술이 1파운드쯤 무게가 나가도록 크다는 뜻이다. 또 눈이 약간 사시인 사람을 만나면 그의 본명을 알기 전에는 ‘써리투’쯤으로 이름 지어 주고 기억한다. 그것은 4 곱하기 8은 32를 뜻한다.
(다음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