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욱이 양주 볶음밥 만들기
아침부터 상욱이가 중국집을 가자고 합니다.
“왜? 상욱아 오늘은 아빠가 좀 바쁜데~”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 볶음밥이 먹고 싶답니다. 왜 갑자기 중국집이냐고 물어보니 테레비에서 봤고, 너무 먹고 싶어 꿈까지 꾸었다고 합니다. - 그러고 보니 어제 TV에서 짜장면 먹는 장면이 나온 거 같았습니다. 그걸 보고 이놈이 꿈까지 꾸었답니다. 원래 TV에서 나오는 짜장면과 라면은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밥 먹으면서 봐도 군침이 돌 정도니까. - 많이 먹고 싶나보다 싶어 오늘은 바쁘니 다음에 가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긴 하는데 표정이 영 신통찮아 보입니다. 그래서 적당히 협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야, 상욱아 점심때 우리 볶음밥을 만들어 볼까? 양주 볶음밥으로, 응?” “그게 뭔데, 아부지?” “중국에서 제일 맛있는 볶음밥인데 너무 맛있어.” “정말로?”
“그럼~ 아빠가 널 속이는 것 봤어? 그리고 아빠랑 너랑 만드는데 셰프는 네가 하고 아빠가 조수 할게. ” “알았어, 그럼 아부지 조수가 준비해. 나는 만화영화 보고 있을 테니 나중에 준비가 되면 나를 불러.” 신이 났습니다. 요즘 유행인 서바이블 요리프로그램을 얼마 전 TV에서 보고는 거기 나오는 셰프가 멋있었는지 한 동안 자기가 셰프 한다고 그랬었는데 지금 셰프 하라고 하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이 됐습니다.
“야, 상욱아 근데 너가 셰프는 맞는데 아빠혼자 준비하려니까 재미없다.”
“아빠, 원래 조수는 그런 거야~. 조수가 준비하고 준비되면 내가 하는 거야. 나는 셰프잖아.”
“그래도 나는 아빠잖아. 너 아들 아냐?” 낄낄거린다. 자기가 셰프고 아빠가 조수라는 게 너무 신나는 모양입니다. “그럼 한번만 내가 봐 주는 거다. 내가 뭘 해 줄까?”
그러면서 이번만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합니다.
아내와 나는 상욱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당연히 우리와 함께 살겠지만 커서 성인이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때 생각은 특별한 대안도 없었고 우리와 함께든지, 아니면 시설을 찾아보든지 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능력이 되는 한 같이 사는 걸로 하고 그렇게 하려면 ‘같이 살려면 어떤 교육을 시키는 게 좋을까’에 대한 의견을 서로 거의 매일 이야기 했습니다. 이야기 하면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상욱이에 대한 우리의 꿈은 자꾸 단순해 졌습니다. 또 단순해지니까 웃을 일이 많아졌습니다.
가장 단순한 전제는 ‘남에게 피해와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었습니다.
상욱이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형제 친지들)에게 부담과 피해를 주지 않고 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우선 자기 일을 자기가 해 나가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일상적인 일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치질하기, 세수하기, 화장실 후 뒤 처리 하기, 옷 입기, 코 풀기 등등 자기 몸 관리교육과 자기 방 청소, 정리하기. 자기 물건 챙기기, 체조하기 등을 시켜보았는데 꽤 잘하는 것 이었습니다. - 저희는 매년 치과를 가서 검진을 하는데 매번 상욱이는 그냥 통과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우리 식구 중에서 상욱이가 이빨 관리를 제일 잘 한다고 칭찬이 대단합니다. -
그 다음과정으로 생활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밥하기, 반찬이나 간단한 요리하기, 설거지, 집 청소, 몸만들기(운동으로) 등을 시키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주니 많이 달라지는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빠 엄마가 늙으면 상욱이가 우리를 돌봐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적당히 미래의 상욱이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곤 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 “남자가 그것도 못 참아?” “너 진짜 남자답다.” 등 등 자존감과 자존심을 만들어 주고, 자극을 줄 때 내가 상욱이에게 하는 말들입니다. 그러면 약이 올라 잘 하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가끔 확인을 합니다. “아빠 내가 꼭 필요하지?” “내가 없으면 안 되겠지?” “내가 잘하지?” “내가 남자지?” 등등 그리고 요즘은 아주 큰소리도 칩니다. “걱정 마 엄마 아빠는 내가 잘 돌봐줄게.” “나 한테 맡겨.” “내가 제일 잘해.” 등등 말입니다.
물론 다 완벽하게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요즘은 농사시즌에 같이 일을 하며 농사도 가르치고 개 먹이를 주고, 게 똥도 치우고 집 주변 정리까지 시킵니다. 그 리고 엄마 아빠 안마까지 ㅎ ㅎ 그 와중에 이제 조금 차원이 있는 요리까지 가르치려 듭니다. 전기밥솥이니까 밥 하는 것은 마스트를 했고, 라면 끓이기, 비빔면 만들기, 계란 삶기, 김치찌개 등은 거의 잘 한다고 볼 수 있고 요즘은 짜장면 만들기, 김치 볶음밥, 그리고 기타 요리들을 저와 같이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금 흥미만 일으키면 자기가 혼자 다 하려합니다. 그래서 중국식도 아닌 퓨전 볶음밥(재료와 시설의 문제로)이지만 ‘양주 볶음밥’이라고 제가 뻥을 치며 상욱이 흥미를 북 돋우는 겁니다.
그래서 그날 상욱이와 같이 볶음밥을 만들어 바우처 선생님과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1, 먼저 계란을 스크렘블 형식으로 볶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7B7A5052A4FC5535)
2, 새우를 볶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C705052A4FC562B)
3, 새우가 익으면 좋아하는 스팸을 넣고 같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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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파를 넣고 볶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2D455052A4FC5930)
5, 이제 양파를 넣고 볶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7B8D5052A4FC5A34)
6, 처음에 볶아 두었던 계란을 넣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F9C5052A4FC5C36)
7, 준비가 끝나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A9D5052A4FC5D31)
8, 이제 밥을 넣고 볶는다. (아쉽지만 흑미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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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직접 상까지 차려서 완성
![](https://t1.daumcdn.net/cfile/cafe/2670FD4952A4FC600A)
10, 김을 얹어 맛있게 한 입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BE04952A4FC6202)
첫댓글 상욱이~못하는게 없네요~요리하는 모습이 야무집니다~와우!맛있었겠어요~
네, 맛있습니다. ㅎㅎ
자존심과 자신감 키워주기.. 자꾸 잊어버리는 일인데, 다시 한 번 새기고 갑니다. 잘 키워주신 선배 부모님들 덕에 힘을 얻어요 ^^
일단 자기자신의 존재감만 느끼면 그 다음에는 그냥 쉽습니다.^^
욱이오빠표볶음밥정말맛있어보여요ㅎ재은이도볶음밥좋아한답니다ㅋ가르켜줄것도많고해줘야할것도참많네요잘따라와주길바래봅니다
그래도 많이 가르칠수록 우리가 편해서 ㅎㅎㅎㅎ
우리 우진이에게도 꼭 해달라고 해야겠네요... 하지만 이제 갓 돌지났다는..ㅎ
천재셰프가 곧 나오겠네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