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년을 걸었습니다.
2006년 12월 31일에 시작해서 2007년 1월 1일 저녁까지 걸었으니 날수로는 이틀에 불과하지만 햇수로는 2년이 되는 셈입니다. 오래 전부터 가족끼리 걸어보자고 말하곤 했는데, 좀체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이번에 걷기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첫날에는 강화에서 통진가는 달맞이 휴게소에서 부터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 나무위 시위현장까지 32킬로미터를 걸었고, 다음날에는 평택 안중성당에서 현덕면 황산리를 거쳐 팽성읍 대추리까지 25킬로미터를 걸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첫아이와 중학교 진학을 앞둔 둘째 아이와 함께 했던 이번 걷기 여행은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아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강화의 집에서 부터 팽성읍 대추리까지 120킬로미터를 계획했었는데, 아이들이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예비진학반 공부를 시킨다며 방학 중에도 아이들을 학교에 나오게 하는 바람에(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 싶지만 시골학교이고, 폐교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에서 구상한 것이 아이들을 빡세게 공부시켜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모양입니다) 별 수없이 날짜를 이틀로만 한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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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대교를 건너 달맞이 휴게소에서 출발했습니다. 날이 흐리긴 했어도 다행히 춥진 않아 아이들도 저도 한결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3년 전에도 아이들과 함께 걸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비해서 아이들이 한결 의젓하고, 발걸음도 가벼워 제 마음이 무척 흡족했습니다.
통진에서 대명리로 빠지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걷다보니 김포에 크고작은 공장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싼값에 공장을 운영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농경지와 주택지, 공장지대의 경계가 사라진 김포의 모습은 몸에 핀 버짐처럼 보여 마음이 우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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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도중에 내내 재재거리던 작은 아이가 신발끈이 풀어졌다면서 앉아서 쉽니다. 두발뜀을 하기도 하고, 형을 놀려대던 기세가 한풀 꺽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의지가지하면서 갈길을 가는 두아이의 뒷모습이 무척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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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리에서 논을 가로질러 양곡쪽으로 향했습니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따라가면 편하기는 하지만 오고가는 차량들의 소음과 매연, 그리고 속도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또 먼길을 따라 돌기 보다 조금이라도 지름길로 가고싶었기 때문인지라 빈 들녘을 가로 질렀습니다.
길을 따라 걸으며 신호등 앞에 멈추어선 차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멈추고 싶으면 언제든 멈추고 쉴 수 있지만 도로 위의 차들은 그렇지 못하고 신호등이라는 외부적 강제에 의해 달리고 멈추어야 한다는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살이도 자기 생각과 힘으로 살아가는 이는 멈추고 걷는 길이 자기에게 달려있겠지만 외부적인 환경과 조건을 따진다면 자기의지대로 세상을 헤쳐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유추해보았습니다.
몇번인가 쉬었다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오후 3시경 굴포천 방수로 공사현장 들머리까지 왔습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검단 신도시 부근인데 주변 아파트 시세가 두달여 사이에 1억 이상씩 올랐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가로질러 걷는 이 길에도 몇년 후면 앞에 보이는 아파트 단지들이 그득하게 들어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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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입구에 느티나무 한그루 외롭게 서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나무는 논일을 하는 동네사람의 좋은 휴식처가 되었을 터이지만 지금은 도로와 아파트 부지로 둘러싸여 외롭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짚으로 추위를 막고, 보호수라는 명목의 팻말을 붙이고 철책을 둘렀지만 느티나무의 외로움은 더욱 크게만 느껴졌습니다. 나무에 기대 막걸리 한잔 건네던 일, 여름철 한밤 중 나무 밑 평상에서 두런거리던 수다를 다시 듣지는 못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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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천 공사현장을 따라 걸었습니다.
정식명칭은 굴포천 방수로 공사현장이지만 실제로는 경인운하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정부의 공식 연구기관에서조차 경제성이나 환경피해로 따질때 부정적인 입장을 몇차례나 밝혔는데 건설회사와 개발을 원하는 지역주민, 그리고 이에 부응하는 정치권의 우유부단함이 이미 치유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내고 말았습니다.
달리는 자전거는 멈추지 못하고, 대마불사라고 했듯이 이미 저질러진 대형토목공사를 환경이니 생태계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착잡함이 스며듭니다.
새만금,천성산이 그렇듯 경인운하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떻게 이야기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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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공사현장에서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농성장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두 아이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지고, 종아리와 허벅지는 사정없이 땡겨옵니다.큰아이의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작은 아이는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묻고 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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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농성장으로 향하는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목적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겨울해가 짧은 탓인지 산속은 이내 캄캄해졌습니다. 밤이다 보니 어느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지 찾지를 못해 또 주변을 헤매다가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
롯데건설이 게획하고 있는 계양산 골프장 반대 나무위 시위는 67일째입니다.
50여일을 인천 환경단체의 실무자가 진행했고, 지금은 목사님이 올라가 계십니다.
우리는 아래에서 목사님은 나무 위에서 짧은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던져주며 올라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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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차량을 가지고 계양산으로 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바로 평택으로 가서 내일부터 다시 걷자는 제 의견과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서 자고, 새벽에 평택으로 떠나자는 나머지 식구들의 의견이 잠시 부딪히다가 집에 가서 쉬고, 새벽에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계양산을 떠나 집에 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였습니다.
차량으로 40분이면 갈 길을 우리는 무려 8시간을 걸었던 것입니다.
첫댓글 걷기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첫 걷기 여행입니다. 저희 식구들에게는 의미있는 걷기여행이었기에 올려봅니다.
멋지세요,,,
당황스러움을 안겨드려 죄송하네요. 닮았다고 느끼셨다니... 인상도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