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점심시간이 다되어 온다. 오차물이 좀 모자랄 것 같다.볶아놓은 옥수수를 넣고 팔팔 끓였다. 어머님 냄새가 난다. 고소한 냄새... 시중에 파는 옥수수는 값은 싸지만 넣은 둥 만 둥 덤덤한 맛이다. 그러나 어머님주신 옥수수만은 고소한 갓 볶은 옥수수 맛이다. 이게 우리 맛이다. 한국의 신토불이 그 맛.
영양고추 문화 축제장에 초대를 받아놓은 터 , 반찬준비로 바쁘게 큰 시장을 봐놓고 가계부 옮겨 적으면서 푸근한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이 가을을 전해야겠다 싶어 정리를 하다말고 단파를 열었다. 울산에 사시는 존경하는HL5 BEX님 voice가 들려 마침 final 주시길래 7073방으로 모셨다.
“ HL5 BEX님 7073 QSY! "
“네”
“안녕하세요 ? 국장님. 사모님함께 건강하시죠?”
“네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
“아침 일찍 대구에서 세 번째 큰 팔달시장을 다녀왔거든요 . 북어 댓 자 두 놈. 도로묵 생선 한 상자 큰언니랑 반 나누고 햇 땅콩도 한 되씩,너무 이쁜 애호박 , 살이 연해보이는 통통한 햇 연근 , 햇 멸치 한 박스, 조치국 조개 2Kg , 부추한단으로 언니랑 반 나누고...국장님 가까이 계시면 햇 땅콩 삶아 포도 몇 송이 얹어 달려가고 싶네요.”
“내 지금 마음으로 주신 거 먹고 있습니다. 오바”
한참 만에 이룬 교신 너무 반갑게 맞아 주셔서 이 가을 더욱 알차게 익어가고 있다.
IMF 연속에다 날씨까지도 힘들었던 지난 여름이지만 이제 희망을 가질 아름다운 9월이다.
가을 , 불타는 홍엽의 열정과 뭔가를 하면 이루어질 것 같은 9∙ 10 월이 기대가 된다. 아파트 정원의 대추가 하루가 다르게 붉은 빛을 발하고 살이 연해지고 단맛을 더한다. 추석이 가까워 오고 있다. 땅속 열매까지도(땅콩)..때이른 사과까지도 결실을 재촉한다.
이번 추석엔 아픈 마음 바쁜 마음 , 저린 마음까지도 둥글둥글 고향사랑으로 보름달 닮아 고마운 마음, 기쁜 마음, 이쁜 마음으로 담아왔으면 좋겠다.
일대장을 자처하는 멋쟁이 큰아주버님, 늘 희생을 미덕으로 삼으시는 우리 맡 형님, 손주들에게 따뜻한 포옹을 전수하신 우리 어머님, 엄마보다 할머니 편인 효자 조카 , 가족이란 단어가 참 좋다.
지난 7월 28일은 아버님 제삿날이다. 시집온 후 제사 겸 시댁가는게 우리집 유일한 여름피서이기도하다. 그래도 아무런 불만은 없다. 동해의 멋진 풍광을 품은 옥계다. 꼬들꼬들한 오징어, 잡어회가 있고 거랑에서 잡은 한 사발 뿌굴이에 형님 솜씨 발휘하면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뿌굴탕이 있다. 거기에다 강원도 찰옥수수가 죽여준다. 서방님은 사십년을 대구에서 살았지만 강원도만 가면 완전 강원도 사람이다. 나까지도 가끔씩 강원도사투리가 이야기속에 툭툭 튀어나온다. 첫 시집 갔을 때 미꾸리가, 뿌구리가 둥둥 뜨고 뻑뻑한 계란풀이 강원도식 추어탕은 흉스러워 먹질 못했다. 그러나 이젠 결혼 27년만에 시집사람이 다된 것 같다.
언제든 강원도 도착 이튼 날 아침엔 전례행사처럼 묵호 어시장으로 회를 사러간다.
저녁엔 옥수수 한 쟁반 삶아다 놓고
“옆집 왕건이 댁은 둘째아들은 돈을 많이 벌어 시골집을 멋지게 지어주고 갔단다. ”
“은연이네는 교통사고가 나 다리가 넉 달 동안 꼼짝 못하고 이제 좀 움직이고 웃집엔 웃 논 두마지기를 더 일구었다는 등 이모집 경례삼촌 검도장을 하나 더 짓고 어머님 초빙해서 어머님 대접하던 일 등등...
“ 어머이~ 갸가 그랬소? ”
서방님 맞장구에 어머님 특강은 이렇게 이웃소식 인척 소식으로 자정에 이른다.
“먼저 일어난 사람이 회 사러 가기. ”
하고는 잠자리에 들지만 주로 큰아주버님 어머님 함께 가신다. 그럴 때면 두 아들 앞세워 뒤따르시는 우리어머님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아프시던 다리도 아랑곳없이. 걸음걸이에 기분이 한껏 실렸다. 큰아주버님은 어머님의 들뜬 기분을 알아차리시고는 ..
“어무이 어시장 가시는데 뭔 옷을 그리 빼입으시우.”
어머님 대답이 더 걸작이시다.
“야.. 그래도 옥계바닥에 주희 할멈하면 멋쟁이로 소문났는데.. 그런 말 마라..내인기가 보통 인기인줄 아나?”
하시며 옷장에서 가장 이뿐 옷을 골라 입으시고 함께 나서신다. 젊을 땐 정말 아리따운 모습이셨으리라...
부모님들은 다자란 아들들이 든든하고 자랑스런 모양이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그냥 아들 앞세워 재면서 가시고 싶은 모양이다.
잡어 섞어서 오징어 한 두룸 . 식탁에 들어앉아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맛있게 먹는 모습이 최고의 기분이다. 어머님은 얼마 드시지 않고 손주들 아들들 먹는 것만 바라보고 마냥 좋아하신다. 정말 온 생활을 긍정적으로 사시고 나누길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님. 우리식구들 모두가 어머님 사랑에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강원도에서 돌아오던 날 아주버님께서 작은 컵에 뭔가를 담아오셔서 ,
“재수씨, 이게 뭔지 아세요? ”
고운홍색이 작은 꽃처럼 둘러싸고 속엔 하얀 씨앗이 ,
“뭐에요 아주버님?”
“삼씨유...”
“삼씨라구요?”
3분의 1컵 정도 되어 보이는 삼씨. 삼십 만원 주고 사오셨단다.
“뭐하시려구요?” 어머님 보약으로 쓰시려나 순간 궁금했다.
“우리조카 며느리들 삼사년 후에 결혼해서 아가 낳으면 닳여주려고요. ”
마음이 얼마나 넓고 이쁩니까 .. 이런 게 맏이 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입니까...
TAF(목련) , 순간 가슴이 찡하고 감동의 눈물이 살짝 고였습니다.
“아주버님 고맙습니다. ”
작으마케 고마움을 표하고 한동안 큰 마음에 감사하면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 막내들이 가질 수 없는 큰마음이기에 내 딴에는 늘 한다고 해도 형님과 아주버님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면서 닮으려고 노력한다.
TAF(목련) 는 3남 2녀의 막내며느리다. 그래도 큰형님과 나랑은 마음이 잘 맞아 아이들까지도 참 편하게 어우러 너무 보기 좋다. 집으로 올 때쯤이면
“ 형님 , 하시기 힘든 일 숙제내세요. 저희들 해주고 갈께요.”
“그래, 그럼 옥수수 밭 소죽 주게 좀 베다줘.”
새벽같이 애들 깨워 서방님 아주버님 손 모아 성큼성큼 긴팔로 옥수수 밭 다 정리 할 때면 착하게 자라준 우리 아이들이 너무 대견스럽고 고맙다. 고추 딸 것 다 따드리고 아이들 함께 오는 시간까지 마음을 나눈다. 시집온 후 작은 성의 표시지만 조금씩 아껴 형님께 드리는 팁은 잊지 않는다. 안 받을라시면
“아우가 드리는 팁!. ”
하면서 형님 풍성한 젖가슴에 꽂아 넣는 기분도 괜찮다.
오늘은 고향의성 아버님 산소 벌초하는 날이다. 사촌아주버님 삼형제, 저희들 네 가족이 가지로 했다.
(큰형님)“ 삼겹살은 내가 사꾸마.”
(TAF) “형님 그럼, 밥은 내가 맛있게 앉혀 올께요.”
(둘째 형님) “형님 김치 제일 맛있던데 김치도 갖고 오소 . 지는 마 동동주 책임 지겠심더.”
(큰형님) “그라마 셋째는 밭에 있는 이것저것 준비해오게.”
이렇게 해서 준비 명령은 끝났었다.
새벽 4시반. 멸치무침, 연근조림 밑반찬으로 조금씩 넣고 , 옥수수 물 한통 넣고, 계란 4개 삶고, 복숭아 3개...
있는대로 간식을 챙겨 당신캉 내캉 고향 길을 달렸다.
집에서 10분만 달리면 신도시를 벗어나 맑은 바람 , 넘실거리는 황금들판, 먼 산 위 두둥실 손오공 구름도 볼 수 있는 멋진 시골을 한 시간 달리면 아버님 산소에 닿는다. 당신과 TAF는 가장 쫄병이라고 새벽에 출발해서 어려운 쪽 벌초를 해두기로 했다. 10시쯤 형님들 한분 두분 도착해서 보따리를 푼다. 셋째 형님 , 참버섯 , 사리버섯 고로 뒷산 가서 땃다면서 많이 갖고 오셔서 삼겹살과의 궁합이 그저 그만이었다. 앉혀갔던 잡곡밥도 맛있게 됐다. 간간히 내린 빗 속에서 사촌형님들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즐거웠다. 두분 형님들은 코미디언이다. 육순이 넘었는데도 서방님 흉반 자랑반 깔깔대고 삐죽대고 그래도 끄트머리엔 영감들 자랑이다. 아마 그래서 한 백년 사는가보다.
꽃을 좋아하시는 둘째 아주버님. 삼년 전부터 코스모스를 심기 시작하셔서 너무 이쁘게 코스모스 꽃길을 만들어주셨다. 코스모스 두 송이씩 형님들 머리에 꽃아 놓고,
“꽃순이들 머리 맞대시고 , 김치! . 웃으세요 웃으세요. ”
디지털 카메라로 한방 박아드렸다. TAF 재롱에 한 십년 젊어지셨다고 형님들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 덩달아 기분 좋았다.
예초기 , 낫, 깔고리, 잔디 컷터기 까지 구비해 세 군대 벌초를 다 마치고나니 오후 6시 가장 젊다는 이유로 , 당신은 하루 종일 예초기 당번, 컷터기 당번. 내일은 앓아누울 것 같다. 무거운 어깨지만 사촌 형들과의 동동주 한잔에 피로를 담고 작은 입 크게 벌려 삼겹살 버섯안주에 그냥 웃음이 묻어난다.
추석도 몇 일 남지 않았다. 이쁘게 단장해놓은 조상님들 저택 . 강원도 큰아주버님 추석에 오시면 칭찬 주실래나???
우리 성문이(큰 YB) 반년 앞당겨 포철 입사한 이야기 , 작은 YB 장학금 탄 이야기 , 추석선물 가득 안고 어머님 맞을 생각에 추석이 기다려진다.
HAM 사랑, 나미 사랑(TAF) 어언 5년을 훌쩍 넘겼다. 오늘도 내일도 HAM 함께라면 즐거울 것 같다.
옥계 고향을 달릴 때면 태백 국장님들 동해쪽 계시는 국장님들 한 계절 안부도 묻기도 하고 연이어 반갑게 맞아주심에 고향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동호인 여러분!
가을의 풍성함과 넉넉한 부모님 사랑 한가슴 담아 오시고 , 반가운 소식들 많이많이 전하십시요.
좋은 중추절 되십시요. 88!!
6K5 TAF(세계적인 "목련"의 콜싸인) , 전갑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