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山樂水
산을 좋아 한다고 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느 산이 제일 좋아요?'
아니 '어느 산이 제일 좋았던가?'가 맞겠지만...
이럴때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찾아가도 마음이 푸근하기로는 설악, 지리를 말할 수 있지만
계절,목적등을 복합적으로 해서는 답하기가 곤란하지 않는가?
1년 평균 60여회... 30여년 이면 1,800여회
반도의 육지와 도서를 90%이상 발로 밟았지만 곳마다 다른 모양이고
다른 추억을 담고 있다.
같은 산도 사계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맞아 준다.
서울 근교의 도봉,백운,불암,수락은 소년의 야망과 경이스런 추억이
있는가 하면, 한라산은 유난히 목이 긴 소녀의 추억도 있고, 설악의
한자락엔 산친구의 묘비가 남아 있고, 지리의 긴 능선에는 집사람의
앳된 처녀적 모습이 어린다.
설산은 히말의 위용을 따를 수 없을 것이며 알프스는 복잡한 국경선들을
넘나들며 거의 정상까지 삭도를 타고 오르다 보면 정신이 산만했다는
어떤 산악인의 고백을 들은적 있다.
거벽은 요세미티나 엘로스톤이요, 천지창조의 장엄성은 그랜드캐년
이 아니러던가?
아기자기한 맛은 설악이 으뜸이고 설악을 닮은 월출산은 그다음이라
하겠다.
한라와 백두,후지는 화산재의 회색빛이 닮았을 것이고,
그러나 길마다 산굽이 마다 아련한 추억들이 넘치는 산이 있다
같이 산길에 섰던 사람들과의 진한 몸냄새가 묻어 나는 이야기들이
있는 산이야 말로 산중에 산이 아닐까?
추억과 어울려 회상되는 많은 산들은 나에겐 하나 같이 좋기만 하다.
광교산 중턱에서 지나간날을 그리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