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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가는길 · 서울불교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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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좋은날 스크랩 우리 시 - 박남수의 `종소리`
관문/이재희 추천 0 조회 9 14.03.16 13:2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종소리

 

박남수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신의 쓰레기?,1964, ?새의 암장?,1970

 

* 나는 떠난다 : 종소리를 서경적 자아 로 의인화하여 표현한 말, 종소리가 울려 나가기 시작하는 순간을 뜻한다.

* 진폭의 새 : 종소리가 떨리며 울려 나가는 상태를 날아가는 새들의 몸짓으로 비유한 말. 여기서 새는 자유의 표상.

*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 아득하게 멀리, 거침없이 울려 퍼지는 울음.

* 인종 : 묵묵히 참고 따르는 일, 의인화한 말로 떠남의 동기.

* 역사를 가두어 놓은 : 자유를 구속당한 역사를 뜻하는 말.

* 칠흑의 감방 : 자유가 없는 역사의 암흑 지대.

* 바람을 타고 : 자유의 기세를 타고

* : 소망의 역사가 펼쳐질 새 역사의 무대

* 푸름, , 웃음 : 소망, 아름다움, 즐거운 삶의 표상들

* 악기 : 삶을 찬양하는 음률의 표상.

* 먹구름 : 폭력 억압, 횡포 절망의 삶과 역사를 끼쳐 주는 세력.

* 뇌성 : 자유를 구가하는 우뢰와 같이 우람한 소리

 

 

참고자료

 

박남수 : (1918 ~ 1994) :평양 출생 1933년 희곡 기생촌(妓生村)이 조선 문단에 당선되었고, 이어 정지용의 추천으로 심야, 마을, 주막, 초롱불(1939) 밤길, 거리(1940)등이 문장(文章)지에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 초기에는 자연 서정과 서경 속에 절박한 감정을 은유적으로 환기하는 시를 썼고, 뒤에, 존재성을 규명하려는 주지시(主知詩)의 경향을 보였다. 아세아 자유 문학상 수상 (1958) 첫 시집 초롱불(1940)을 일본에서 발간한 이후, ‘갈매기 소묘 1958’ ‘새의 암장 1970’등이 있으며 1975년 미국으로 이민 갔다. 미국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사슴의 관() 1981?을 발표하였다.

 

주지주의 시인 박남수의 후기 시로, 관념의 표상으로 인식되기 쉬운 을 세련된 감각과 심상의 조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김광균의 애상과, 장만영의 낭만성이 극복되고, 세련된 감각과 직관에 현대적 지성을 만나 참신한 심상의 통일체를 이루었다.

 

 

이 시는 박남수의 후기 대표작으로 관념의 표상으로만 인식하기 쉬운 을 세련된 감각과 심상의 조형(造形)으로 형상화하여 자유를 향한 비상(飛翔)과 확신을 노래하고 있다.

주지적 계열에 속하는 이 작품은 표현 형식면에서도 시인의 지성적 통제가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4연이 모두 4행씩인 질서 있는 구성과 함께 각 연의 종결 방법이 동일하다. , 1?2연과 3?4연을 각각 부사형과 서술 종결 어미로 끝맺고 있어 주지주의 시인으로 변모한 그의 후기시 세계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청동의 벽인 종의 몸체를 칠흑의 감방으로, 울리지 않는 상태의 종소리를 어두운 감옥에 가두어 놓은 억압으로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울려 나오는 종소리를 푸름?웃음?악기?뇌성등으로 변신하며 퍼져 나가는 자유의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하여 종소리는 청동의 표면에서 떠난 한 마리 진폭의 새가된 다음, 마침내 광막한 울음을 우는 거대한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간의 삶과 꿈, 그리고 역사를 잉태하고 무한한 자유의 공간으로 퍼져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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