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3월 1일 개봉한 이장호 감독의 영화로 로드 무비 비슷한 구성을 보여준다.
사실 원작이 있는데 소설가 이철용의 <어둠의 자식들>을 원안으로 한다.
바보선언은 어둠의 자식들 실사영화화 시리즈의 2부인 셈.
1부는 동명의 제목으로 1981년에 개봉했었다.
'압구정 백야'의 명품배우 이보희, '서편제'의 김명곤, 이희성이 출연했다.
영화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자란 절름발이 바보 동칠과 어리숙하고 좀 모자란
택시기사 육덕이와 가짜 여대생 행세를 하며 청량리 사창가에서 매춘을 하는 혜영을 통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끝없이 추락하는 젊은이들의 밑바닥 인생과 그 시절의 군부독재,
그리고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중이던 198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과 물질만능주의가 부른
쾌락에 빠진 졸부들의 어두운 이면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동칠과 육덕이 콤비는 태안까지 갔다가 마지막 장면은 다시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앞에서
웃통을 벗고 분노의 춤을 추는 파격적인 연출을 보여주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나가는데 신경도 안쓰는 정치권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다.
당시 검열 때문에 직접적인 비판은 못하고 "동칠이와 육덕이같은 훌륭한 조상들이 계셔서
우리나라는 행복합니다"는 어린아이의 나레이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판을 한다.
그런데 이장호 감독이 서울 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한 대담에 의하면 검열당국은 영화에 나오는
이장호 감독의 반어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영화에 태극기가 나오고
'우리나라는 행복합니다'는 대사가 나오니까 그냥 애국영화의 일종으로 보고 검열에서 통과시켰다고 한다.
때문에 1980년대 한국 영화의 괴작이자 걸작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작품인데,
인물들의 대사 및 주변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은 대신 배우들의 과장된 동작과
배경음이 주를 이루는 것이 흡사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또한 당시의 검열 때문인지 발생하는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이 많은데,
이것이 오히려 이 영화만의 개성을 강화시켜주기도.
장면마다 적절하면서도 기발한 배경음을 입혀 씬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본작의 큰 특징이다.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개성있는 씬들 역시 본작을 감상하는 포인트 중 하나.
바보들의 행진과 제목이 비슷해서 혼동되기 쉽지만, 이 두 작품은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러나 검열이 엄격하게 진행된 시절임에도 나름대로 사회를 풍자하는 장면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각오하고 찍은 작품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이장호는 하길종과 친한 사이였고 영상시대로 대표되는 하길종의 뉴웨이브
시네마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그 점에서 바보선언이 바보들의 행진의 맥을 이어 한국 뉴웨이브 시네마의
실험을 이어가는 작품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개봉 후 5년뒤 198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비공식
상이긴 해도 Reader Jury of the "Zitty" 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보선언(1983) / Declaration of Idiot
https://youtu.be/K4djhhewVJg?si=H0y0pgdO0f0ZllQx
첫댓글 용감한 작품이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