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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미국 디트로이트 (Detroit) 에서
버지니아 로우노?V (Roanoke, Virginia)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게 되었다.
시골 작은 도시로 가는 30여명 정원의 셔틀 비행기라
좌석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공항 건물이 증축 중이라서
허술한 가 건물의 작은 쪽문으로 나서니
문 바로 앞에 비행기 두 대가 나란히 정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무원 두 명이 각 비행기의 행선지를 안내하고 있었다.
옆에 서있던
미네아폴리스 (Minneapolis)행 비행기가 5분 먼저 출발했고,
곧 내가 탄 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 하였다.
그리고 비행기는 가속이 되어 거의 활주로에
다가갔을 무렵 뒤 좌석에서 외마디 소리가 들렸다.
비행기를 잘 못 탔다는 것이다.
미네아폴리스로 가는 청년이었다.
승무원이 급히 기장에게 연락 하였고
잠시 후 그 청년을 내려 주기 위하여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니 양해 해달라는 기장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객들은 껄걸 웃으며 박수로 그를 환송 해 주었고
머쓱해진 청년은 “Sorry, thank you.” 하며 씽긋 웃고 내렸다.
그 청년 때문에 한참 연착이 될 텐데도
참 여유로운 사람들이구나 하고 나도 따라 박수를 쳐 주었다.
결국 내 비행기는 목적지에 40분이나 연착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그 순진하게 생긴 그 미국 청년이 나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
그런데......
작년에 내가 그만 비행기를 잘 못 타서
엉뚱한 도시에 내리고 만 것이다.
잘 아는 공항이라 방심했고,
또 빨리 가고 싶은 욕심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미국 동부 볼티모어 (Baltimore)에서
서부 칼리포니아 싼호제 (San Jose)로 가는데
라스베가스 (Las Vegas)에서 갈아타게 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탄 비행기는 30여분이나 연착이 되어,
나는 싼호제행 게이트로 헐떡이며 뛰어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내가 이용한 Southwestern 국내선은
좌석을 정해주지 않는 비행기였다.
나는 지정 좌석일 때는 되도록이면 늦게 타려 하는 편이지만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다리가 아프더라도 남들 따라 줄을 설수밖에.
곧 탑승이 시작되었고 맨 끝에 서 있었지만
다행히도 앞쪽에 한자리가 비어 있어 비집고 앉았다.
이제 한 시간만 가면 마중 나오실 작은 아버지 내외분을
반갑게 뵐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승객들이 다 탔는지 문이 닫히고 승무원이 목적지와
탑승 시 주의사항에 대해 안내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이 비행기는 오마하 (Omaha)행이라는 것이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면서도 확인하기를 망설였다.
설마하니 내가 비행기를 잘못 타지는 않았을 거야.
아마 중간에 싼호제에 들렸다가 오마하로 가는가 보다.
탑승시간도 맞았고, 16번 게이트도 확실했는데.
그리고 검표 원이 미소 지으며 Welcome! 이라고 까지 하지 않았는가.
고등학교 다닐 때 세계지리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50년이 지난 내 머리에는 미국지도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았다.
후에 확인해 보니 오마하는 미국 중북부
네브라스카주 (Nebraska)에 있고,
싼호제는 서남부 캘리포니아주 (California)에 있는데
어떻게 중간에 기착 할지도 모른다는 당찬 생각을 했을까.
계속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머뭇거리는 동안
비행기는 이미 활주로에 들어서서 떠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잘 못 탔다고 말한들 별 도리가 없다고 판단 되었다.
작은 비행기도 아니고 몇 백 명이 탄 비행기가
이미 활주로에 들어섰는데 되돌아 갈 수도 없지 않은가.
낙하산을 펼치고 뛰어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체념하고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내가 비행기를 잘 못 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승무원은 너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되고 말까지 더듬거렸다.
오히려 내가 그를 위로해야 할 판이었다.
이젠 할 수 없으니 다만 마중 나오실 분께
연락이나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기장이 공항으로 연락을 하고
훌로아 (floor)승무원이 작은 아버지 댁으로 전화를 했단다.
그런데 그분들이 집에 계시지 않아 메시지를 남겼다고
하늘에 떠있는 내게 다시 연락이 왔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사막에 보석을 깔아 놓은 듯
라스베가스 시가 화려하게 빛난다.
한 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내가
다시 3시간 반이나 오던 방향 동쪽으로 되돌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창 밖은 칠흙같이 어두워지고 간간히
저 멀리서 마을의 불빛이 날아갈 뿐이었다.
생각할수록 한심하다.
싼호제행 비행기는 같은 게이트에서 오마하행 바로 다음에
떠나는 것이었는데 내가 서둘러 앞차를 타 버린 것이었다.
게이트에 붙어있는 전광판에서
행선지도 확인하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또 그 검표 원은 내 행선지도 학인 하지 않고
무엇을 했단 말인가?
기내 승무원은 수시로 찾아와서 내 표정을 살피며
괜찮으냐고 뭇 는다.
오마하엔 가본 일이 있느냐? 아는 사람이 있느냐?
물론 가본 일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드디어 오마하에 곧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인지
여기저기에서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 개의 불꽃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실수로 오마하를 방문한 나를
위로하고 환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승무원 한 사람이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리고는 그가 염려했던 것보다
쬐그만 동양 할멈이 침착하게 보였는지 안심하는 눈치였고
어디론가 내가 잘 도착했다고 무전기로 연락을 한다.
체념하고 침착하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훌쩍거리며 울 수도 없고....... 나이 값을 해야지.
시간은 거의 자정이 되었다.
내가 저녁을 못 먹은 것을 알고는 샌드위치를 준비해주며
호텔방에 커피와 홍차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 되 돌아 갈 수 있는
비행기표도 새로 주고,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아침에 시간 맞추어 데리러 오겠단다.
숙박비도 자기네들이 책임 진다고 한다.
깔끔하고 조용한 호텔이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자리를 뜬 이유이기도 하지만
비행기를 수십 번 타본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말도 않되는
실수를 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호텔방에 비치된 축산 낙농으로 유명하다는
네브라스카 오마하의 안내 책자도 뒤적여보다가
눈을 부치려 해 보았지만 곧 아침이 되었다.
거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공항에 나오니 또 다른 승무원들이
나를 맞아주며 탑승 할 때까지 계속 보살펴주었다.
그리고는 라스베가스에도 연락 해 놓았으니
문제가 생기면 안내를 받아 싼호제까지 조심해서 잘 가라는 것이다.
이렇게 아침 햇살을 가르며 다시 라스베가스로 날아갔다.
밤 비행에서는 보지 못 했던 네브라스카의 기기 묘묘한 벌판과
파도 치는 사막, 색색의 젤리 같은 산, 무지개 떡 같은 산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 숨을 멋게 한다.
라이온 킹 (Lion King)의 배경 같은 불 타는 죽음의 계곡,
원형으로 일구어 논 밭, 하얀 소금 밭, 초록 땅, 회색 땅,
붉은 땅, 매끄럽게 다듬어진 시멘트 콘크리트 같은 땅.....,
종이를 꾸겨 던져 논 것 같은 산, 용암이 밀려 내려 소똥 같이
둥굴둥굴 올라간 산, 구불구불 내장 같은 산맥, 지네 같이 생긴 산맥,
그리고 오색의 그랜드 캐년 (Grand Canyon),
새 파란 콜로라도(Colorado)강.....잠시도 창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
언젠가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멕시코 행 게이트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이미 닫혀버린 문을 다시 열게 한 적도 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포르트갈 리즈보아 (Liz Boa=리스본)에선 비행기가 활주로에
거의 내렸는가 했는데 다시 치솟아 비행 한 적이 있다.
앞서 착륙한 비행기가 미처 빠지지 못한 것을 발견한 기장이
그의 기지와 순발력으로 세기의 대형 사고를 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바퀴 돌고 나서 그 기장은
“아름다운 리즈보아 해변을 다시 보여주려고 떠 올랐다”며
그 생사의 기로에서도 죠크를 하는 것이었다.
나를 더 웃긴 사람.....
졸고 있던 영감이 기장에게 보내는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에 깨어 창밖을 내다 보면서,
"다 왔구나. 야아, 참 아름답다! 저것 좀 봐!"
이번 실수로 내 이야기 거리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첫댓글 표현도 너무 잘하시고 많은것을 배우게되었습니다, 늘 내외분 건강하시고 행운을 빕니다
옛말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너무나 침착하게 대처를 하셨네요 실수로 또 한곳을 알게 되어서 이렇게 후일에 추억담으로 얘기할수 있는게 다 경험으로 치면 하하 웃을수도 있죠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미국사회를 보는데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이런 서비스문화가 발전하였으면 하고 바램을 은비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어불성설이라고 할는지 어쨋든 남의 실수담이 다른사람에겐 여행담으로도 될수 있는가봐요 저도 같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것 같은 기분으로 오늘 아침 여행을 잘하였고요 객지에서 건강하시길 빌게요
그거 다 정해진 운명아닌가요? 덕분에 그랜드 케년인지 하는 명소도 공짜로 보시고...VIP(?) 호텔 투숙도 하시고...이바구꺼리도 생기시고...! 다음에는 절대로 그런 일 안 하시겠지요~! ㅋㅋㅋ ^^*
우연히 쌔너재(정확히는 마운틴비유)에 들린 순자한테 전화를 받은 날이군요. 나이도 님 또래. 여기(미국)는 실수를 잘 하지 않게 되어 있는데 님은 너무 여행을 많이 다니시다 보니? ㅎㅎㅎ 잘 읽었읍니다. 40년을 살았어도 미국내 여행의 행동 반경도 얼마 안되어 저야 실수 없지요. 지리 지식, 님보다 훨~~ 덜 하답니다.
요사이는 컴퓨터서 검색, 푸린터 해 나가고, 자동 책인하고, 제일 문제는 게잇 번호와 프라잇 번호. 그것만 안 틀리면 절대 틀리게 탈 수는 없어요. 사우스 웨스턴은 요사이 유일하게 흑자보는 비행기 여요. 서비스가 간소화, 그리고 요금이 인터넷으로 전부 해결, 싸지요. 승무원 복장도, 또 기내 땅콩 써비스도...ㅎㅎㅎ
은비님의 고생이 저를 즐겁게 읽을수있는 기쁨을 주셨읍니다 잘못탄 비행기덕에 너무 좋은곳을 볼수 있었네요 진정한 여행을 하시는군요 겨우 패키지로 여행하는것밖에 못하는 저와는 다르게요 또다음을 기다립니다 건강 하세요
저도 여행은 많이 하는데 그런실수는 없었지요 앞으로 참고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하루 저녁 고생과 좀 걱정은 되셨겠지만 전화위복이 되었군요.그러나 글을 읽어보는 본인은 재미있게 읽었읍니다.ㅎㅎㅎㅎㅎ
비행기를 많이 타 보신 분 이어야만 침착하게 대처 할수 있는 상황이었군요.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십니다.
처음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는데 비행기 표를 못 구해 하와이에서 입국수속을 하고 LA로 가는데, 나를 기다려야 하는 비행기가 떠나고 없는거야요, 하와이공항에서 4시간을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며 벌렸던 해프닝이 추억이 되었네요.
침착과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 한번도 아니니. 건강 하세요.
누가 뭐래도 건강하시니 여기 저기 다니시는겁니다..그래서 실수도 생길수 있구요 ㅎㅎㅎ 은비님 부탁이 있는데요 오손도손방에선 꼬리글에 답꼬리를 달지 말기로 했습니다 이해하시고 수정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