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2일 아침이 되었다.
기차를 타고 로마로 향했다.
장거리 기차는 대부분 먼저 좌석예약을 해야 하는데 영어에 자신이 없으면 행선지,열차번호,출발시간등을 종이에 써서 역무원에게 제시하는 것이 확실하다.
서로 간에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4시간 30분 만에 로마의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아! 로마…….
영화 벤허의 전차경기. 검투사. 바티칸, 네로황제... 로마를 생각하면 자못 흥분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로마의 테르미니역 주변에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가방 조심하라는 얘기를 인터넷이나 책에서 많이 보았던 터라 약간 지저분한 사람들이 주변에 서있으면 신경이 꽤 쓰였다
기차역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여기 저기 보여서 조금 지저분해 보였지만 책에서 읽은 대로
무슨 소매치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로마에서 머무른 3일 내내 여기저기 다녀도 아무 탈 없었다.
특별하게 위험은 못 느꼈다.
사실 해외여행에서 신변안전은 가장 중요 하지만 너무 움츠려들면 여행의 재미를 못 느낄 수밖에 없다
숙소는 역에서 10분 거리인 세르비니아 호텔,
지도를 보고 찾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다
할 수 없어 현지인에게 호텔 지도를 보여 주며 물으니 금방 가르쳐 주었다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한다는 얘기를 익히 들은 터라 큰돈과 여권 모두가 들어 있는 복대에
유난히 신경이 쓰였다
여행용 복대는 두께가 얇아 옷속에 메고 있으면 밖에서 보아서도 표시가 나지 않아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테르미니 역에서 콜로세움 경기장까지 지하철로 가면 2개 정거장 거리 이지만 저녁 무렵 좀 시원해져서 걸어서 갔다.
역에서 한 10분 쯤 걷다가 우연히 한국 식품가게를 발견했다
김치와 햇반 그리고 김, 라면을 샀다
로마전체를 박물관이라 하던데 말 그대로 가는 중간 중간에 고풍스러운 대리석의 중세건물이 여기저기에 많았다.
그리고 큰 간선도로인데도 아스팔트가 아니고 검은 사각형의 돌로 포장한게 보였다. 이 도로도 중세 때에 건설했나…….
한 20분쯤 걸으니 사진으로만 보았던 콜로세움이 눈앞에 나타났다
높이가 48M,지금의 15-6층 아파트 높이에 해당한다(맞나.).
2000년 전에 건축한 경기장이 아직도 웅장하게 서 있는게 참 장관이었다.
2000년전 이면 예수가 이 땅에 태어난 무렵이고 우리나라의 고려 초기 쯤 인데...
이 장구한 세월을 견디고 있는 건축물을 보면 그 당시의 건축기술이 짐작이 갔다.
밤이 되자 붉은 간접조명이 켜졌다
영화에서 나오는 검투사의 결투도, 굶주린 사자의 으르렁 거림도, 술에 취한 내로황제의
웃음소리도 듣진 못했지만 상상할 수는 있었다.
돌 위에 걸 터 않아 붉은 불빛에 휩싸인 클로쎄움을 한가롭게 보고 있자니 인류사의 흥망성쇠가 가슴 한편에 와 닿는다.
약간 허전하기도 하고.....이게 여행자의 정서인가?
호텔로 오기위해 끌로쎄움 매트로(지하철)역에 갔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끊으려고 시도하고 있었지만
잘 안되는 것 같았다.
방법은 거스름돈이 안 생기도록 해야 한다.
1인당 0.77유로로 2인이면 1.54유로를 정확하게 투입해야한다.
1.6유로나 2유로를 넣으면 티켓을 끊을수가 없었다
8월13일 아침에 부지런히 서둘러서 바티칸에 갔다
매트로 역에서 내려 사람들이 몰려 가는데로 그냥 따라가니 산뻬드로 광장과 성당이 나왔다
TV에서 자주 본대로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는 곳이다
산뻬드로 성당, 길이가 200M도 넘고 높이가 45M라고 했다
장엄하고 웅장한 석조건물....
1000년을 지나도 끄덕없는 유럽의 고대,중세 건물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 여행내내 부럽기도 했다
성당내부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호화로웠다
지금까지 본 바로크 풍의 건축물중 제일 큰 게 아닌가 싶다
그 당시 교황의 권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감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나와서 옆에 있는 바티칸 박물관으로 갔다
사실 이런 박물관은 며칠에 걸쳐서 역사적 안목을 갖고 꼼꼼히 보아야 하는데, 3-4시간에 걸쳐서 군대가 행진하듯이 보았으니……아쉽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다 돌고 나니 너무 피곤했다
박물관 내에 있는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백수가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쉰다고 하더니 놀기도 힘들었다.
오후에는 지도를 보며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오드리헵번이 나오는 로마의 휴일 이라는 영화 한편 덕분에 유명해진곳이다.사실 젊은 날 짧은 헤어컷 스타일의 오드리는 그 당시 우상이었다.
여기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유명한 돌 계단에 앉을 틈도 없었다.
트레비 분수를 간다는 게 그만 길을 잘못 들었는지 널찍한 광장이 나왔다
지도를 봐도 잘 모르겠다. 나란히 돌기둥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옆사람한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도 나와 같은 여행자 인지 지도를 뒤척이면서 잘 모른겠다고 한다.
하긴 여긴 여행자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 옆에 사람이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듣겠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으니 “뽀뽈로광장” 이란다.
높은 오벨리스크(뾰쪽한 수직탑)는 3000년 전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대전차경기장을 장식하기위해 이집트에서 가져 왔다고 한다
그 때부터 남의 나라 유적들이 쓸만하면 모두 다 들고 왔나보다.
그러나 그 광장에 붙어있는 쌍둥이 교회건물은 참 인상적 이었다.
다시 지도를 보고 15분 쯤 걸어서 트레비 분수에 갔다
가는 길에 가죽제품 전문점이 있었다
와이프가 쇼핑을 하자면서 어깨에 걸치는 백을 골랐다
아주 세련된 디자인의 백을 선물용으로 나도 하나 골랐다.
여기도 세계적 명소인지.온갖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분수가 괜찮기는 하지만 뭐 그저 그런 수준인데 홍보가 잘 된 탓인지
너도나도 분수로 몰려들었다
사실 여기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광장이나 카프리 섬이나 모두가 거품이 꽤 들어 있는것
같았다
분수에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뒤돌아서서 오른손에 우리 돈 100원짜리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너머로 던졌다. 와이프도 던지고 나도 3개나 던졌다.
첫 번째 동전은 애들이 훌륭하게 자라서 제 몫을 다해주기를 빌었고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동전을 던지면서 나름대로의 소망을 빌었다
와이프도 제 나름대로 소망을 빌었으리라……
우리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 주기를 빌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7. 카프리.......
8월14일,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현지 여행사의 단체투어에 참가했다
카폼쏘 투어라고 캬프리,폼베이,쏘렌토를 둘러 보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주로 참여했고, 중년의 아줌마 일행과 딸과 같이 온 아저씨. 그러나 부부동반은 우리밖에 없었다.
이거저거 생각할 것도 없이 가이드가 안내하는 데로 따라만 다니니
개별여행보다 한결 편했다
로마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나폴리 역에 하차, 택시를 타고 항구로 이동했다
세계 3대 미항중 하나인 나폴리,
떠나가는 애인을 기다리며 부른 노래 “돌아오라 쏘렌토로”와 또 하나의 유명한 칸쏘네인 “싼타루치아”의 무대 나폴리..
이태리 사람들이 허풍이 심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평범하고 약간 혼잡스러운 항구에
불과했다
뭐 특별하게 미항이라고 할만한게 없었다.
뭘 보고 3대 미항이라 했는지…
나폴리 항구를 등 뒤로 하면서 배는 멀리 지중해로 나갔다
선미에 서서 멀어져 가는 나폴리항을 보면서 입속에서만 조용히 읆조렸다...
“잊지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나니 돌아오라ꁠ..이곳을 잊지말고
돌아오라 쏘렌토로...”
드디어 노래에서만 듣던 카프리에 도착 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조그만 섬이 북적 북적 했다
섬 정상으로 오르는 도로는 급하고 너무 너무 좁았다.
2대의 소형버스가 2-3㎝의 간격을 두고 아슬아슬하게 서로 교차했다 승객들이 그 운전기사의 실력에 감탄해서 박수를 쳤다
오른쪽 바닷가쪽 밑으로는 거의 수직으로 된 천길의 낭떠러지가 바다에 이어져 있었다.
현기증이 날 정도 였다
개별 리프트카를 타고 섬 정상에 올랐으나 구름이 잔뜩 끼어 구름만 보였다. 바닷가의 푸른 동굴을 본다며 유람선을 타고 섬주위를 맴 돌았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포기했다
카프리.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투자한 시간에 비하면 별로 권하고 싶진 않은 곳이다. 우리의 제주도나 한려수도보다 더 나을게 없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철길의 낭떠러지 외에 별로 남은 게 없다
절벽위에 우뚝 솟은 소랜토를 잠깐 둘러본 뒤 기차로 폼베이에 갔다
소년시절 “폼베이 최후의 날”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화산이 터지는 급박한 상황에서 젊은 두 남녀의 긴박한 사랑 애긴데 스토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제 보니 화산이 폭발한 베스비우스산이 꽤 먼 것처럼 보였다
2000년 전의 도시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도시였다.
역사는 흔적만 남기고 당시 사람들은 간 곳 없지만 참으로 잘 건설된 계획도시처럼 보였다.
광장, 하수로, 창고, 목욕탕,....둘러보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인간의 욕망이란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한지 창녀촌도 있었는데 출입자 명단을 보면 동양 사람들도 많다나……그 당시에도 국제적으로 영업했던 모양이다.
그녀들의 방 앞에는 각자의 영업적 특기(?)를 그림으로 그려서 자기 방 앞에 붙여 놓았다.
이상하게 폼페이 도시 내에 큰 개들이 어슬렁 거리면서 여행자들을 따라 다녔다.
개들이 꽤 많았는데 약간 어두운 건물속 여기 저기서 불쑥 불쑥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개들이 거기 살도록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번 단체투어에 참여해서 처음으로 많은 한국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대부분은 2-3명이 그룹으로 다녔는데 간혹은 대학1,2년쯤 되어 보이는 남녀 학생커플도 있었다.
장래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어린나이에 그들은 위험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여행 중에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우리부부를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쳤다.
아무리 선글라스 끼고, 모자 쓰고 시치미 떼고 지나가도 어디 간들 대한의 아들,딸들을 구별하지 못할까?
중국이나 일본 애들과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
여행정보가 필요하면 종종 학생들을 불러 물어 보았는데 친절하게 성의껏 가르쳐 주려고 노력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땀 흘리고 지나간 오늘의 발자취는 먼 훗날 큰 열매가 되어 그들에게
돌아가리라.
그 학생들을 보면서 대학1년생 아들과 고1짜리 딸을 데려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페케이지 여행을 택하지 않고 개별 여행하는 우리부부가 참 부럽게 보인다면서 S여대 4년이라는 학생은 자기도 결혼하면 장래에 우리처럼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싶다면서 우리를 치켜세웠다
갑자기 대한민국의 멋있는 부부대열에 끼이게 되었다.
카폼소 투어를 끝내고 로마 테르미니역에 밤 9시경 도착했다
한 학생은 이태리 남부의 BRINDISI로 가서 배를 타고 그리스 아테네로 간다고 했다.
부러웠다.
그들에겐 시간이 있었고 나에게는 없었다.
1주일의 시간만 더 있으면 아테네를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과 앙카라까지 갈 텐데……
그러나 마음속에 생각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 이쯤에서 마음을 접기로 했다
우리의 젊은 시절은 여름이면 동해안 여행이 최고로 멋있는 여행이었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를 보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들었다.
시대를 잘 만난 것이다. 하기는 나도 70대의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시대를 잘 만났으니 피장파장인 셈이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 15일 아침이 되었다
오늘 오후 15시30분발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야한다
공항 전용기차 플레트폼(26번) 입구의 유인 짐 보관소에 가방을 보관하고 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길 바닥에 돌을 깔아서 그런지 차가 약간 털털 거렸다
거의 2000년 전에 지었다는 판떼온 신전을 보기 위해서다
신들의 신전이라 했던가……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지었다고 한다.
기둥하나 없이 아치형으로 쌓아 올린 벽의 힘으로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다.
높은 천정에 큰 구멍(9m)이 빤히 뚫려서 하늘이 보였다. 그래도 더운 공기가 밖으로 배출되면서 비가 거의 안 들어 온단다.
글쎄, 믿거나 말거나다……그래도 비가 막 들어 올 것 같은데
8.로마공항……와이프의 분노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으로 갔다.
어디나 그랬지만 여기 공항도 무지하게 컸다.
화장실엘 갔는데 "Close" 팻말이 걸려있고 안에서는 청소부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많은 남성들이 팻말을 보고 들어가질 못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20분 쯤 흘렀다. 그러나 누구 하나 청소부 아줌마에게 따지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쪽에서 청소하고 저쪽에서 볼일 다 보는데…….
여기는 한쪽에서 용무를 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기다렸다.
청소부 아줌마는 화장실의 여왕 이었다. 누구도 불평한마디 못했다
호주머니를 다 털었더니 동전이 20유로쯤 남아 있었다.
외국 동전은 국내에 가져가면 천덕꾸러기다.
점심먹고, 쥬스 마시고,아이스크림 먹고 남은 동전을 완전하게 소비했다
드디어 탑승 시간이 되었다.
공항 검색대에서 와이프의 가방이 걸렸다
가방안에 있는 스위스제 다용도 칼이 문제였다
여자 보안요원이 칼을 들고 NO하며 고개를 흔들더니 단숨에 옆에 있는 보관박스에 집어
넣었다.
1개에 30유로나 주고 5개를 샀는데 보안요원은 안전상 칼은 휴대할 수 없다고 했다.
아깝다 선물용으로 샀는데...
면세상점 여기 저기서 시간을 보내다 방콕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내 자리에 앉아서 5분 쯤 지나도 와이프가 들어오질 않는다.
흔히 내 뒤에 슬슬 따라오는 경우도 많아 조금 더 기다렸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비행기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보안요원이 못 나가게 몸으로 막아섰다
냅다 큰소리로 말했다
“ My wife, Not come in".보안요원이 같이 가자며 내뒤에 따라 붙었다
30M 쯤 되는 탑승통로를 지나 다시 게이트 옆에 까지 나왔다
멀리서 와이프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국말로 “어 이~~”하고 불렀다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나를 보자마자 뛰어오더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럴 수가 있어요. 정말 너무 한다.”
막 퍼 붙는다.
진짜 화가 났는지 탑승통로를 지나 비행기 좌석에 앉을 때 까지 큰 소리로 나에게 화풀이를
했다.
나는 와이프가 당연히 내 뒤에 따라 들어 오는 줄 알고 무심코 비행기까지 들어갔고, 와이프는 내가 게이트를 통과해서 비행기로 들어가는 순간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긴 그 긴 통로를 가면서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고 비행기 좌석까지 갔으니...그 무심함에 와이프가 분노한 것이다
와이프가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승객들은 모두 탑승하고 나는 안보이니…….
화장실에 갔나. 아니면 면세점에 갔나…….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탑승을 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기다려야 할지 어찌할 줄을 몰랐다고 했다
아마 국제적으로 미아가 되는 줄 알고 크게 충격을 받았나 보다
서울에서는 무지하게 강하더니.....
외국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와이프는 확실히 국내용(?) 이었다
비행기가 방콕 공항에 도착 할 때가지 거의 말을 서로 안했다.
9. 방콕 카오산....30분 늦잠에 큰 댓가를 치루다
8월16일 아침 7시30분 방콕 돈무안 공항에 도착했다
스톱오버를 허용한다기에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구체적 관광계획도 없이 어차피 가는 길에 하루만 둘러볼 심산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서울로 갔어야 하는데 괜히 잘못 들렸다
사실 태국은 96년도에 한번 왔는데 참 볼게 많은 나라다
책을 보니 공항에서 A2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리면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이라고 했다
방콕은 지금까지 보아 왔던 유럽의 거리와 비교하면 차이가 많았다.
혼잡스럽고 뭔가 어수선했다
무조건 종점에 내렸는데 번화하고 깨끗한 그런 거리가 아니었다.
녹색의 큰 간판 “INN”을 보고 무조건 들어갔다.
에어컨도 나오는 방이 우리 돈으로 18000원 쯤 했다.
싸긴 싸다.
이게 스위스 같으면 20만원쯤 될 텐데..
사실 화려한 관광보다는 세상의 삶을 보는 그런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잠자리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유럽의 중년층들도 가족과 함께 장기간 투여하는 경우에는 비싼 숙박비를 절감하면서
여행하는것을 많이 보았다.
와이프는 조금 고급 스러운 곳을 원했지만 숙박료가 비싸거나 필요 이상으로 사치스러운 곳은 가능하면 피했다.
여기도 서양 사람들....중년의 서양인 부부 및 가족들이 우글우글 했다.
그러나 동양인 중년들은 모두 4성급이상 호텔로 갔는지 젊은 학생들만 보였다
오후가 되어도 와이프는 피곤하다고 누워 있었고 나 혼자만 밖으로 나왔다
툭툭(삼륜간이택시?)을 타고 근처의 왕궁으로 갔다.
더운 여름에는 택시를 타야지 에어컨도 안 되는 툭툭은 탈 필요는 없었다.
왕궁(Grand palace).
황금색의 찬란하고 뾰쪽한 지붕은 물론 벽까지도 참으로 화려했다
이번이 두번째 였지만 96년도에 처음 볼 때는 정말 감탄했다.
궁중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한쪽에서 왕궁의 벽과 지붕을 채색하고 있는게 보였다. 아마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너무 화려하기만 해서 오래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궁중 특유의 고색 창연함이 없는게 아쉬웠다
Inn에서 휴식을 취했다
사실 여행한지 벌써 2주일이나 되어가니 피곤하고 쉬고만 싶었다
여행의 마지막 저녁인데 그럴듯한 sea food 한번 먹어 보아야지,
방콕의 sea food가 유명하다 던데……
그러나 카오산 거리 주변에 적당한 레스토랑이 없었다.
무조건 택시를 타고나서 시이푸드 레스토랑을 가자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전혀 내 말을 못 알아들었다
이걸 바디 랭그리지로 설명 할 수도 없고…….
그림으로 그리면 바다가재& 큰새우&생선 한 마리 그리면 딱 좋겠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냥 중간에 내려서 여기저기 헤매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볶음밥 비슷한것을 주문했다
도시의 밤과 낮이 다르긴 하지만 카오산 거리는 밤이되니 훨씬 활기가 넘쳤다.
서양의 젊은이들이 여기 저기 몰려 다니는데 길거리의 분위기가 무척 자유롭게 보였다
간단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러나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8월17일,
아침에 일어나니 9시30분……아 어쩌나
서울행 항공기 출발 시간이 10시30분 인데, 시간이 없었다
눈을 의심했다
세수고 뭐고 무조건 밖으로 튀어 나왔다
“택시…….돈무앙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Hurry up” “Hurry up” 택시는 총알처럼 달렸지만 비행기 타기는 이미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자고 알람도 안하고, 모닝콜도 부탁안하고 잠이 들었는지 정말 후회스러웠다.
서울에서도 늦잠 한번 잔적이 없었는데…….
내 속 타는 마음도 모르고 기사는 뒤를 돌아보고
“하우 오올드 유.”
가만히 있었더니 손가락을 보이면서 “서티?” “포티?”
내가 여행 중에 무지 젊어 졌나.
아니면 이 친구가 립서비스를 하나…….
이 자쓱아 제발 운전이나 잘 해라…속 탄다 속 타.
겨우 10시경에 도착했는데 탑승은 안 되고 스탠바이 상태가 되었다
그 후로도 서울행 비행기 4대가 출발 했는데도 탑승을 못했다
이 날은 단체여행객,골프족...등등 서울 가는 사람들이 방콕 공항에 넘치는 날 이었다
계속해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만 올리면서 하루 종일 내내 기다렸다
매 비행마다 그래도 몇 자리는 남는 법인데, 대기자중에서 단 한명도 타는걸 보지 못했다. 좌석이 비면 대기자순으로 탑승을 시켜야 되는데……이해할 수 없었다
내일은 꼭 출근해야 하는 날이다
그렇치 않아도 휴가를 너무 많이 써서 직장에서 눈치가 보이는데..
서울 가는데 며칠이 걸릴 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가지고 있는 타이항공 티켓으론 언제 서울에 갈지 알수가 없었다
암담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국적기가 나을 것 같아 대한항공 지점을 찾아 갔다
그러나 공항지점 직원이 한국말을 전혀 못해서 하소연하기도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뇌물을 동원하여 겨우 서울행 대한항공 티켓을 구했다.
내가 구입한 타이항공 티켓은 사용도 못하고 대항항공 티켓을 별도로 구입해서 서울에 왔으니 늦잠의 댓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2인 편도항공료로 100만원이나 들었다
8월19일 아침7시30분경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어제 도착했어야 하는데 하루가 늦어진 것이다
와이프한테 짐을 모두 맡기고 곧장 인천공항 화장실로 곧 바로 달려갔다.
반바지를 긴 바지로 갈아 입고,노란 줄무늬 티셔츠도 쥐색의 점잖은 색으로 갈아입고, 가장 한국적인 샐러리맨 복장을 갖추고 겨우 출근을 했다.
출근과 동시에 2주일간의 여행도 끝이 났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를 누비던 내 자유롭던 영혼도 우중충한 사각의 칸막이 안에 갖혀 버렸다
와이프와 가방을 끌면서 무더운 파리와 로마의 거리를 헤맸던
그 여름을 어찌 잊을 것인가?
와이프는 너무 고생해서 다시는 배낭여행 안가겠다고 한다
글쎄....두고 볼 일이다
내 머릿속에는 또 다른 여행이 꿈틀 거리는데.......끝
※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사실 남의 긴글을 읽기가 쉽지 않거든요...
밑에 댓글을 남겨 주신 분들에게는
맘 같아서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여행하면서 고생하는거야...부인에게 참 잘하시다가 막판에...고생이 있으셨네요. 부인을 배려하시는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재미나게잘읽었습니다. ^^~ 특히.. 부인을두고먼저탑승하셨다는말이.. 잼있네요.. 저도 똑같은경험을해본터라... ㅎㅎ
영국에서 저는 친구들이 먼저 탑승하고.. 혼자서 들어가야될지.. 말아야할지.. 갈팡질팡했었거든요.. 비행기안에서만난 친구들을 보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
부럽습니다...^^ 젊은 부부인 우리도....생각만 굴뚝같은데....용기를 내야 겠네요^^
잘 읽었어요. 늦잠의 댓가치고 너무 큰 손실을 입으셨네요. 선물용 칼도 안타깝고요. 훗날의 여행을 위한 경험이라 생각하세요.
여행후기를 쓴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데 꼼꼼히 잘 쓰셨네요. 남자들은 잘하다가 삼**로 빠진다니까여, 그래서 저도 여행하면 남편이랑 다툰답니다ㅎㅎㅎ
자동차 여행시는 주차등 문제로 골치아플것 같은데..님처럼 그냥 기차타며 배낭여행도 괜찮은거 같네여..두분 힘들었지만..아마 부인께서 다시 가자고 하실거 같네여...배낭여행은 해볼수록 점점 빠져들자나여..긴 여행기 잘 보구 갑니다..^^;;
두 분의 고생담이 더 가슴에 와 닿는군요. 그렇게 만든 추억을 씹으면서 앞으로 더 금슬이 좋아지겠지요. 추억을 함께 만드는 고생의 가치는 잴 수가 없을 겁니다. 부럽당~~~~~
재미있었습니다...둘이서 배낭여행한다는게..많이 힘들어도 두고두고생각날건데....
저도 부인배려에 박수를...나폴리가 그렇군요.카프리도 그렇군요.시행착오가 있으셨네요.잘읽고 갑니다.
유럽배낭여행을 꿈꾸고있는 저에게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라는 제목이 가슴에 찡~~~^*^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페키지로 나폴리를 두 번 갔었는데,,두 번 다 카프리섬엔 안 갔었어요.홍도를 보고 카프리도 비슷하리란 생각을 했었거든요.^^ 잘 한 건가요?ㅋㅋ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생하신 일도 있었지만, 지나놓고 보면 고생했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더라구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