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Lkhon Khol Wat Svay Andet)’은 프놈펜에서 동쪽으로 10km 가량 떨어진 메콩 강변에 ‘왓 스베이 안뎃(Wat Svay Andet)’이라는 불교 사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가 연행하는 가면극이다. ‘르콘 콜은 가면을 쓴 남성 연행자가 전통 악단의 연주와 아름다운 선율의 음송을 반주 삼아 연행한다. 이 연행은 이 땅과 사람들의 수호신인 ‘닉 타(Neak Ta)’를 달래어 지역사회에 복과 안녕을 기원하고, 땅을 보호하고, 풍년을 기원하고자 하는 특정한 목적이 있는 연행이다. ‘르콘 콜’이 연행될 때 영매는 닉 타와 연행자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영혼들이 공연을 흡족해 하면 마을 사람들은 축복을 받는다. 흡족해 하지 않는 경우 춤꾼들은 춤을 멈추고 연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청중은 침묵한 채로 조심스럽게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르콘 콜’은 농사주기 등과 같은 농촌 공동체의 필요에 따른 제례의식과 관련이 있다.
‘르콘 콜’은 공동체 내에서 구전으로 전승되었다. 최근 왓 스베이 안뎃 사원의 주지승과 은퇴한 초등학교 교장 한 사람이 주말 교습을 개시했고, 선정된 몇 가지 에피소드로 대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르콘 콜’ 전통은 수세대에 걸쳐 전승되었지만 그동안 환경적 요인, 자원 부족, 경제적 이주, 전쟁과 크메르 루주(Khmer Rouge) 정권 독재로 1970년부터 1984년까지 14년 동안의 전승이 단절되었고 이로 인해 현재 생존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 ‘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의 독특한 기능
‘르콘 콜’은 적어도 10세기에 쓰인 금석문에 언급된 일종의 캄보디아 극예술 형태인 ‘반니(bhani)’ 극에서 유래되었다. 오늘날 ‘르콘 콜’에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배우는 모두 남성이며, 핀 핏(pin peat)이라는 전통 악단의 연주와 선율적 음송을 반주로 연행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대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의 캄보디아어 버전인 ‘리엄키(រាមកេរ្,តិ៍Reamker)’에 나오는 에피소드만을 공연한다.
‘르콘 콜 왓 스베이 안뎃’ 유산은 닉 타(땅과 사람의 수호신, 이 유산에서는 왓 스베이 안뎃 공동체의 수호신)를 달래어 지역사회에 복과 안녕을 기원하고, 땅을 보호하고, 풍요를 기원하는 특정한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형태와는 구분된다. 새해가 지나고 특정일에 연행하는 ‘르콘 콜’은 영매들이 등장해서 닉 타와 연행자, 마을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어 소통하게 한다. 앞으로 한 해 동안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영매는 연행을 보다가 닉 타와 접신하는데 그럴 때 영매는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영혼들이 공연을 흡족해 하면 마을 사람들은 축복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춤꾼은 춤을 멈추고 연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청중은 조용히 침묵한 채로 조심스럽게 영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다음 에피소드 공연을 다시 연행한다.
왓 스베이 안뎃 공동체에서 ‘르콘 콜’은 영적으로 중요하다. 이 때문에 몇몇 ‘리엄키’ 캐릭터 자체를 공동체의 토속신으로서 섬긴다. 예를 들면, 왓 스베이 안뎃 사찰에 현지에서 ‘록 타 캄헹(Lok Ta Kamheng)’이라고 불리는 하누만(Hanuman, 용감무쌍한 원숭이 장군)을 섬기는 사당이 건립되었다. ‘토스 모크(Tos Mok, 악귀(惡鬼) 라바나)’의 가면 역시 여러 세대에 걸쳐 이 등장인물의 춤을 추었던 연행자 가문의 사당에 모셔졌다.
이러한 내재적 특성 이외에도 ‘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의 주요 인물 중 3개의 캐릭터가 가면을 쓰지 않는다는 표면적인 특징이자 차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가면을 쓰지 않는 인물의 얼굴에는 흰색을 칠해서 사람도 신도 아닌 다른 존재임을 표시한다. 화려한 자수로 수놓은 매우 세련된 의상 역시 바탐방의 연희패와는 차이가 있다. 암송에 쓰이는 선율 역시 차이가 있고 더욱 풍부하다.
■ 사회적 기능
‘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은 제의를 목적으로 연행한다. 대개 농사 주기와 같은 농촌 공동체의 필요와 연관되어 있다.
■ 연례적 연행
안녕과 부를 기원하며 닉 타의 축복을 받기 위해 연행한다. 더불어 다가올 농번기에 충분한 비를 내려줄 것과 풍작을 기원한다. 르콘 콜은 3일 밤 동안 왓 스베이 안뎃 사원에서 연행된다. 3일 동안 매번 다른 에피소드가 연행되지만 3일 중 마지막 날 밤에 연행되는 비를 기원하는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날의 경우 연행하는 마지막 밤에 비가 내리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사람들은 그동안의 제의가 효과를 거두었다고 믿으며 실제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곤 했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의식에 참여한다.
■ 닉 타 의식
전통적으로 모든 농촌 마을은 닉 타를 위로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음식과 음악을 바치는 의식을 한다. 그런데 왓 스베이 안뎃 공동체는 르콘 콜 연행이 지역 신들을 기쁘게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헌제의 의미로써 더 자주 연행한다.
■ 특별 행사
드물기는 하지만 다른 공동체가 특정 의식을 치르는 중에 자신의 공동체나 구성원들에게 닥친 질병이나 재앙을 물리쳐 달라고 왓 스베이 안뎃의 연희패에게 연행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캄보디아의 다른 지역에서 행해지는 르콘 콜은 이러한 의식 연행 중 하나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연행되는 르콘 콜과 왓 스베이 안뎃에서 연행되는 르콘 콜의 차이점은 특별한 영적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일례로 바탐방 지방에서는 장례식에서 르콘 콜 연희패를 고용하여 연행하지만 이 경우 르콘 콜 연행이 의식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연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흥이나 부대행사로서 행하는 것이다.
■ 예능보유자 / 기능보유자
‘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은 전문 예술가가 아닌 마을 주민이 연행한다. 아울러 이들은 돈이나 다른 이익을 보려고 연행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참여한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직접 연행에 참여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기부나 노동력을 제공하여 분담하여 르콘 콜 연행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조차도 이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귀향하기도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왓 스베이 안뎃으로 돌아와 의식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질병에 걸리거나 불행에 빠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 중요 보유자들
연행자 : 모두 남성이며 연령대는 다양하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여가 시간에 연습한다.
명인 : 모두 남성인 마을 사람들이다. 현재 살아 있는 명인은 모두 5명인데, 70대에서 80대의 고령 노인이다. 이들은 모두 크메르 루주 치하를 겪었으며, 대부분 질병이나 노환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초등학교 공동체 : 전직 교장선생님이 가면과 의상을 보관하고 매주 열리는 르콘 콜 연습에 어린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승려: 승려들, 그중에서도 특히 주지승은 마을의 연장자들과 의논하여 에피소드를 선정하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고, 강사들에게는 강습료를 주고, 학생들에게는 간식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주지승과 은퇴한 교장은 이 유산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주요 인물들이다.
마을 연장자들 : 해마다 마을 연장자들이 모여서 연례 연행에 쓰일 기부금을 걷는다. 그리고 연장자들은 제의용 봉헌물이나 제장(祭場), 공연장 등을 준비할 때 젊은이들을 지도한다.
영매 : 영매는 연령이 저마다 다르고 남성일 수도 여성일 수도 있다(여성이 더 일반적이다). 의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돕고, 르콘 콜이 연행되는 동안 닉 타와 접신한다.
■ 전승 방법
‘르콘 콜’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내에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구전 전승되었다. 최근 들어 주지승과 은퇴한 학교장이 강사에게 지급할 약간의 강사료(시간 당 1달러, 최대 2시간 강습)를 확보하면서 주말 강습이 시작되었다.
‘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Lkhon Khol Wat Svay Andet)’은 프놈펜에서 동쪽으로 10km 가량 떨어진 메콩 강변에 ‘왓 스베이 안뎃(Wat Svay Andet)’이라는 불교 사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가 연행하는 가면극이다. “르콘콜”은 앙코르 시대(9~15세기)에 기원을 둔 캄보디아의 전통 가면극 공연으로, 전통 오케스트라와 멜로디 낭송과 함께 가면을 쓴 남성들만이 공연에 등장한다.
‘원숭이 춤’으로도 알려진 르콘 콜은 주로 벼농사주기와 농업 공동체의 필요와 관련된 제의를 목적으로 크메르 새해 이후 1년에 한 번 의례행사로 공연된다.
르콘콜은 여러 세대에 걸쳐 구두로 전승되어 왔다. 그러나 전쟁과 크메르 루주(Khmer Rouge) 정권 독재로 1970년부터 1984년까지 14년 동안의 전승이 단절되었고 이로 인해 현재 생존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또한 경제적 요인, 불충분한 자원, 공동체의 경제적 이주 등으로 인해 전승이 제한되어 “왓스베이안뎃의 르큰콜”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긴급보호목록에 등재되었다.
르큰콜은 전문 예술가가 아닌 마을 주민이 연행하며 이들은 돈이나 다른 이익을 보려고 연행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참여한다.
<천년을 이어온 가면극, 캄보디아 르콘콜> 편에서는 캄보디아의 전통문화 즉 음악, 춤, 의상, 종교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로서의 가면극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공연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마을 사람들의 소박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맡은 극 중의 역할대로 춤을 연마하고, 악기를 연주하는가 하면 노인과 여성들은 정성스럽게 제의 준비를 하고 모두 함께 제를 올린다. 4박 5일 동안 이어지는 르콘콜 공연과 제의는 온 마을의 신앙행사이면서 화려한 축제로 치러진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의논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들은 한 공동체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화합하며 살아왔는지를 말해준다. 더불어 마을의 리더와 정부, 종교단체들도 서로 협력해 사라져가는 유산 ‘왓 스베이 안뎃 르콘콜’을 지켜나가는 모습 또한 아름다운 화합의 의미를 전해준다.
*캄보디아 문화부와 협력으로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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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특집 다큐멘터리 <위대한 유산, 동남아시아>2 3부작
프로젝트의 첫 번째 권역인 중앙아시아 4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의 무형문화유산 다큐멘터리 3편을 2017년에 방영했고,
이후 동남아시아 3개국(미얀마, 필리핀, 캄보디아)의 다큐멘터리를 2019년에 1차로 방송했으며,
이번에 2차로 동남아시아 3개국(캄보디아, 태국, 베트남)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2024년도에는 남아시아(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부탄 등) 권역의 주제를 방송할 예정이다.
아시아 무형문화유산의 증진과 보호를 위하여 EBS(사장 김유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이강현),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사무총장 김지성, 이하 ICHCAP), 와 함께 <동남아시아 무형문화유산(수상생활·공예·농경의례·공연예술)>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위대한 유산, 동남아시아 3부작>을 공동기획 및 제작하였다. 본 다큐멘터리는 2022년 11월 28일(월)~30일(수) 21시 50분부터 EBS1을 통해 3일 간 방영된다.
아시아 지역 전반에 걸쳐 도시화와 서구화가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무형문화유산이 처한 환경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사라져가는 아시아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하고 그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EBS-ACC-ICHCAP는 2015년부터 협력해오고 있다. 각 기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ACC는 조사와 연구 그리고 결과물 전시, ICHCAP은 국가별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EBS는 방송, 사진, 실감형콘텐츠 등의 기획, 제작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의 각 해당국 정부와 NGO 등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여 방송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 교육, 방송교류 등의 국가간 협력사업도 진행 중이다. 국내외 협력을 통해 제작한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2017년 10월 방영된 <위대한 유산, 중앙아시아 3부작> 다큐멘터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9년 7월에 방영된 <위대한 유산, 동남아시아 3부작> 중 이푸가오족의 농경 문화를 다룬 필리핀 편의 결과물을 활용하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 체험전시를 설치했으며, 이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20)와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2021)를 수상한 바 있다.
* 방송일정 : 2022년 11월 28일(월), 11월 29일(화), 11월 30일(수) 밤 9시 50분, EBS1
제1부 태국 치앙마이, 전통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다 : 2022년 11월 28일(월) 제2부 천년을 이어온 가면극, 캄보디아 르콘콜 : 2022년 11월 29일(화) 제3부 물 위에 비친 농민들의 삶, 베트남 수상인형극 : 2022년 11월 30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