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선친 제삿날이 일요일 이었다.
내가 초등 5학년 때 돌아가셨으니
도데체 몇 년이 흐른거냐?
금요일 오후 완섭이와 전화를 해서 '쐬주'한잔 먹기로 약속을 했다.
너무 늦어서는 안되겠기에 한시간 정도 농땡이를 치고
대구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대전까지 가는데 길이 말이 아니다.
이런 말 있잖아.
미국에서 어떤 사람이 마차를 몰고 급히 가다가 어느집에 들러 길을 물어보니
주인 왈 '천천히 가면 한나절, 서두르면 하루 죙일'이라는 거였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서둘러 가는데 마차의 바퀴가 빠져
그걸 수리해서 가니 꼬박 하루가 걸리더라는 거였어.
이말을 한자어로 바꾸면
'慾速卽 不達하고, 見小利卽 大事不成이라'
(욕속즉 부달하고, 견소리즉 대사불성이라')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면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다.
공자님 촛대뼈 까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최단거리 길을 찾아 험하게 몰아봐도,
공사중으로, 퇴근길과 겹치고, 잘못 들어보니 장이 선 거리 깊이 들어가기도 하여
좌충우돌 대전까지 가는데 만도 한시간 이상 더 걸려 버렸다.
대구까지는 4시간 정도면 되는데 5시간도 더 걸려 늦은 시간에 완섭이를 만났다.
대구신사 완섭이는 어찌 그리 옛 모습과 똑같냐.
참참한 말씨에 말끔한 외모,
거기다가 양복에 넥타이까지 하니 중년신사가 따로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취기도 오르고 가까운 찜질방에서 밤을 보냈다.
토요일 사우나로 숙취를 해결하고,
창원을 향해 다시 치를 몬다.
칭원에는 군대 친구가 있는데 서로 시간만 있으면 보자고 작정을 했기에
일요일이 제삿날인 관계로 친구찾아 길을 나섰다.
참고로 이 친구는 유수의 회사 입사시 수석을 한 재원이고,
주로 대일무역을 담당했으며, 영어 중국어,일어에 능통하다.
지금은 퇴사하여 창원과 김해에 냉면 가게를 하는데
경남지방에서는 가장 사업이 잘 된다고 한다.
창원이나 김해에 가는 친구들은 그곳에 들러 맛의 잔수를 보기 바란다.
이 친구는 내가 군에 제대할 때 강원도에서 가장 비싼 만년필을 선물하더구먼.
원래는 3개월 쫄따구였는데, 사회 나왔다고 친구가 되었다.
학교다닐 때도 자주 보고, 사회생활 중에도 연락하고 만났었는데
한 십년 연락이 묘연했었는데, 어느날 메일이 한 통 온거라.
인터넷을 통해 알아 보니 나인 것 같아서 연락을 해 봤다는구먼.
그 후 작년 추석에도 울산에서 한번 만나고,
이번에 시간이 있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만남이라는 것은 사실 '추억 파먹기'다.
우리가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어린시절의, 장성을 무대로 한,
그런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 였듯,
이 친구와는 군에서 이루어진 많은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을 화두 없이 나눈다.
물론 이친구가 개발해 경남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냉면 맛을 안 볼 수는 없고.
이 친구의 가장 큰 단점(?)은 술을 못 마신다는 것이다.
그래도 밤 늦도록 쇠주 한잔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아침에 일어나니 꼴에 요리사라고 폼을 잡고 손수 아침 준비를 했는데
반찬이 열가지도 넘는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라고 여러가지 보여주네.
마음이 있는 곳에 우정도, 사랑도 있다.
마음이 있으면 몸은 따라간다.
살아 있을 때 움직이지 않으면 죽어서, 늙어서 후회될 것 같다.
허리 아프도록 운전하고, 더위에 시달리면서,
숙취에 피로를 느끼면서, 많은 시간을 차안에서 보내면서
우정과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첫댓글 니들은 그래도 토욜 일욜 놀 수나 있지. 우린 놀 수도 없고 오로지 붙박이. 여행? 말이 좋지요.항상 여유 있어 보이는 니들이 부럽다.
창원까지 와서 그냥 갔단 말이쥐??? 창원 바닥 새 친구 한 명쯤 더 생겨도 괜찮은데.....
에구! 용자야! 미안타! 사람이 한 곳에 집중하면 실수를 하는 법이거든! 용서하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