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서울 아산병원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는 키 23.5cm, 몸무게 288g의 국내서 가장 작은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를 살렸다. 미국 아이오와대 초미숙아 사이트 기준 전 세계 32번째 작은 아이로 기록된 아기의 부모는 경남 함안에 사는 30대 부부이며 자궁 내 성장지연으로 태아가 살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곳이 아산병원이다. 미국 뉴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에서 신생아 전임의를 거쳤고 체중 2.5kg 미만 미숙아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김교수는 아기들은 말은 못하지만 무언의 손짓과 눈빛으로 말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는 신생아 중환자실 퇴원 후 발달상황 이력관리가 중요하다며 만 3세까지는 병원으로 꼭 와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함을 강조했다. 요양병원, 요양보호사 시스템이 잘 된 노인돌봄과 달리 아이의 경우 시립아동병원이 유일할 정도로 어린아이들을 위한 체계적 운영 시스템이 부족하다고도 말했다.
이처럼 생사가 오가는 기적 같은 아기의 축복받는 출생 이야기도 있고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실버 세대의 역경 이야기도 있다.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실버 취준생 분투기`의 주인공은 60대에 직접 겪은 자신의 취업 체험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내어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호스피스 봉사 20년, 미술ㆍ음악ㆍ상담치료 1급 자격증으로 두 장 빼곡히 채운 이력서를 가지고 아이 돌봄, 독서지도, 방과후도우미 취업을 희망했지만 현실은 세탁 공장, 건물 청소, 백화점 청소를 힘겹게 이어오다 심장병과 퇴행성 관절염으로 그만두고 나서 어린이집 조리, 아기돌보미 일을 했다.
그녀는 사는 게 힘들어 세상과 등지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요양보호사 교육을 이수하고 요양병원 실습을 받은 후 요양보호사로 정착을 했다. 남성 이용자 돌봄 중에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과 세상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으로 사람을 부리듯 하대 받았던 일도 모두 이겨낸 주인공은 실버 취업이라는 현실의 민낯을 낱낱이 실감나게 보여주며 여성 노인의 구직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가혹함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문학공부를 했고 지금은 기초수급자가 되어 기초생활이 해결되니 본격적으로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있다며 감사해 하시는 분이셨는데 안타깝게도 지난 8월말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나에게는 돌봐야 할 팔십대 시댁 가족이 세 분이나 계신다. 한 분은 올 봄에 고관절 골절로 입원하여 수술과 요양까지 두 달 넘게 치료 후 퇴원하셔서 지금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아주 조금 받으시며 일상생활을 혼자서도 아주 잘 하고 계신다. 또 한 분은 추석 명절 이후 소화가 안 되는 증상으로 입원하셨다가 급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으시고 수차례의 혈액투석 치료 후 증상이 좋아지셔서 다행히 퇴원은 하셨지만 휠체어가 필요할 정도로 팔다리에 기력이 없으셔서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우시다. 나머지 한 분은 가을걷이 소일거리로 앞마당에서 일을 하시다 넘어지시는 바람에 허리를 다치셔서 119 응급차에 후송되어 입원 후 가벼운 척추 골절 시술을 받으셨고 지금은 퇴원하셔서 요양 중에 계신다.
이 세 분 모두의 공통점은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입원하기 전까지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아주 건강한 팔십대를 보내 오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셨다. 병원에 누운 신세가 되어 의료진에 의하여 신체의 움직임에 제한을 받는 것과 병원에서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셨다. 면회를 가면 늘 눈물 바다가 되셨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가족들 생각하며 이겨내셔야 한다고 마음 약해지시면 안 된다고 손잡아드리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회복이 안 되어 퇴원할 상황이 안 되었음에도 빨리 퇴원하고 집에 가고 싶어 하셨고 병원을 감옥 같다고 여기고 매우 불편해 하셨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자 당신의 병이 얼마나 위중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고 의료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들의 요구에 잘 따라야만 회복이 되어 퇴원이 가능함도 함께 받아들이셨다. 시간이 흘러 응급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되어 퇴원하셨다. 예전처럼의 일상으로의 회복은 어렵지만 병원을 벗어나 자연 풍경을 보며 휠체어에 의지해서 보호자 동반 외출이 가능함에 감사할 따름이다.
발달심리학에서 생활연령상 노인의 개념은 초령노인(55세-64세), 고령노인(65세-74세), 초고령노인(75세 이상)으로 규정짓고 있다. 이러한 노년기에는 신체적 기능이 쇠퇴하고 사회적 기능의 약화 또는 상실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고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겪는다. 1969년 노인의학 전문의 로버트 버틀러는 노인을 외로움과 쇠약함과 질병과 연관시키는 것은 금물이라는 `노인차별주의`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었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자신도 모르게 연령차별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무의식적 태도를 지적했다.
한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노년기를 겪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배제되어 온, 어쩌면 소외감을 느끼며 세상으로부터 무가치함을 느끼고 있을 노인의 존재가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로운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가족의 사랑으로 충만해져 더욱 빛나는 우리의 실버 세대를 힘껏 응원해 주자.